교육개혁(11)--영어 도사 만드는 법
대입 영어수능에 듣기문제를 40% 이상, 거의 토플 수준으로 내면 교사와 학생의 영어 실력은 1년 내에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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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11)--영어 도사 만드는 법
 
   교육열을 살리는 방법은 교육의 성역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난 다음에 하나하나 제시할 것이다. 예고편 삼아 하나 제기할까 한다.
  
   한국은 지금 전공자 비전공자할 것 없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대학 졸업 후 직장에 가서까지,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까지 영어 교육에 대해 누구나 한 마디한다. 네티즌들도 영어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일가견이 있으신 듯하다.
  
   누구 말이든 일리가 없는 게 없다.
  영어로 수업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영어는 반드시 원어민 목소리로 들려 주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영어 교사부터 교육 시키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회화 위주로 가르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원어민을 많이 투입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문법과 독해를 여전히 잘 가르쳐야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중학교부터 가르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말도 일리가 있고,
  영어를 절대 공용어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영어 강국이 되면서도 우리 얼은 우리 얼대로 지키고 국제 사회에서 영어 못해서 받는 설움을 더 이상 당하지 말자는 뜻이다. 서로 상반되는 말을 하면서도 방법만 다를 뿐, 목표는 같다.
  --영어를 잘하자. 우리말도 잘하자.
  
   영어 공부를 독해 위주에서 벗어나자는 말은 지금부터 25년 전부터 나왔다. 70년대 중반부터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때부터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국내에서 외국인과 직접 영어로 의사소통할 기회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1차 경제 개발 이후로 해외로 해외로 뻗어갔지만, 처음에는 수출할 것도 수입할 것도 도무지 초라한 것밖에 없어서 ‘말로써’ 영어 쓸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던 것이 1975년쯤 해서 수출이 무려 1년에 100억 달러를 바라보면서(1977년에 달성) 우리나라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무역강국이 되었다. 영어가 갑자기 ‘생존‘ 수단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국내의 일반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알기는 알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에서는 여전히 영어 원서 읽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하물며 중등학교는 입시 외에는 영어가 절박할 게 없었다. 영어 교사도 평생 외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해외에 나가서 직접 짧은 영어로 돈벌이하거나 유학가거나 이민 간 사람들은 이 때 한국의 우물 안 개구리 식 영어 교육을 보고 얼마나 가슴을 쳤는지 모른다. 기회 있을 때마다 회화 위주의 교육을 하자고 외쳤다. 그들은 최소한 10년은 앞서 살았던 것이다. 그들에겐 미래가 번연히 보였다. 그래서 당시 문교부에서도 교과서에 실용 영어라고 대화(dialog)를 매과마다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러한 지 무려 25년이 지났건만 학교 현실은 거의 변한 게 없다.
  
   오히려 학생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명문대를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70년대만 해도 고3이 되면 미국인도 어려워하는 타임지, 뉴스위크지를 줄줄 읽었는데, 지금은 서울대 신입생도 교양영어를 해독하질 못해 자습서를 펼쳐 놓고 있다.
   몇 마디 알아듣고 인사 정도하는 거야 나아졌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보아 중학 영어를 제대로 떼 내고 가는 대학 신입생이 드물 정도이다.
  
   80년대 들어, 드디어 90년대 들어 이제 외국인은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인도 90년대 접어들면서 외국으로 관광 가는 일이 조금 무리하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갑자기 국민들은 일제히 영어 교육에 대해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10년 영어 공부에 벙어리 신세라, 이건 모두 교육이 잘못된 거다.
  --회화, 회화, 영어 회화.
  
   그런데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영어 실력이 더 떨어졌다. 잘하던 문법과 독해마저 엉망이 되었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어 그럴까.
   영어 시장은 국내만 해도 수조 원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것은 없고 점점 못해졌다. 단지 외국에 살다 온 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 교수를 민망하게 하는 학생이 곳곳에 나타난 것이 성과라면 성과인데, 이건 국내 영어 교육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자랑할 게 못된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어 그럴까.
   방법이다. 방법이 잘못되었다. 작은 방법들은 일선학교든, 문교부든, 교육부든 나름대로 잘했다. 영어 교사나 교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외국서 살다온 사람이나 영미권에 유학 갔다 온 사람들이 제시하는 방법도 모두 괜찮았다. 흠잡을 데가 사실 별로 없었다.
  
   큰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우리의 기가 막힌 교육열을 살릴 생각을 않고 이를 계속 누르기만 하니까 사교육쪽으로만 삐져 나가서 체계적인 공부가 못되었다. 이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식히는 최고의 방법은 입시다. 본고사 폐지하면서 영어 독해 실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고입 연합고사 폐지되면서 영어는 독해든 회화든 평균 학생들의 실력은 전혀 볼 게 없게 되었다. 학력고사에 이어 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면서 영어는 거창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학생 외에는 사전도 안 찾는 학생, 도무지 외우지 않는 영어가 되어 버렸다.
  
   수능에서 정확성(correctness) 대신 유창성(fluency)을 측정하겠다고 하는 것도 좋았고, 듣기 문제를 낸 것도 대단히 잘한 일이다.
  
   문제는 영어 시험이 너무 쉬웠던 데 있다. 수능은 학력고사보다 더 쉬웠다. 쉬운 문제가 좋은 문제라는 희한한 이론을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영어는 수능이 도입되면서 철저히 쉽게 냈다. 단 한 해도 어렵게 나온 적이 없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학생들의 ‘찍기’ 실력이 엄청 늘어났던 것이다. 왜 답이 되는지 물어 보면 대답하는 학생이 참 드물지만, 정답을 골라 내는 데는 하나같이 도사가 되어 버렸다.
  
   회화와 작문은 독해와 청해(聽解)에 비해 능동적인(active) 만큼 이해도 해야 되지만(passive), 많이 많이 정말 많이 많이 외워야 하는데, 대충 이건 숲, 저건 강, 저건 들, 저건 산, 저건 하늘, 저건 참새 떼, 저건 떼거지--라는 정도만 알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자 학생들은 도무지 외우지를 않았다. 아주 수동적으로 공부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대화문을 중1부터 고3까지 다 외우기만 하면 기본적인 영어 회화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도 하게 되어 있다. 거기에 덧붙여 민병철, 조화유, 오성식 등의 책을 골라잡아 한 권 정도 통째로 외우게 만들면, 영어 회화 못한다는 말은 안 듣게 되어 있다.
   그런데 수능 체제가 되면서 이걸 강화해야 할 판에 철저히 눈으로 대충 보고 귀로 대충 흘려듣는 것으로 끝내게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도 번역문이 없으면 혼자서 영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고 옆에 대변인이 없으면 한 마디도 입에서 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럼 영어 교사는 뭘 했느냐고 할 것이다.
   대답은 지극히 간단하다. 수능 점수 잘 맞게 하면 되었다. 안 그래도 과목이 많은데, 만약 영어 대화문을 외우게 만들었다고 하자. 현실을 모르는 교사라고 학부모들이 학교 전화통에 불을 집어던진다. 학생들은 화장실마다 그 교사의 얼굴을 그려놓고 뾰족 연필(mechanical pencil)로 콕콕 찌른다.
   당연히 교사들은 앞장서서 문제 푸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을 것이다.
   고입 연합고사를 부활해야 한다. 고입 영어 자격시험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수능을 어렵게 내야 한다. 특히 듣기 문제를 40% 이상 내고 이걸 거의 토플 수준으로 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목표만 분명하면 물불을 안 가린다. 아무리 그 목표가 높아도 기어코 달성한다. 이걸 이용하자는 말이다. 교육열을 죽이는 방법이 아니라 살리는 방법을 쓰자는 말이다.
  
   수능의 듣기 문제를 만약 토플 수준으로 내면 누구보다 영어 교사들이 난리가 나게 되어 있다. 창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듣기 공부를 머리를 싸매고 하게 되어 있다. 입시 문제를 못 맞추는 걸 보면 학생들이 선생 취급을 안 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자존심에 그건 못 참는다. 영어 교사의 90%가 일 년 안에 귀가 확 뚫리게 되어 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기를 쓰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영어 듣기에 매달린다. 영어 듣기가 토플 수준이 되는데, 그냥 듣기만 한다고 될까. 외우기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이젠 원시적으로 부모 세대처럼 단어만 외우지 않게 된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게 된다.
  
   새로운 영어 산업도 일어난다. 국민 GNP도 올라간다. 미국과 영국은 영어 산업으로 막대한 돈을 번다. 제발 교육에 쓰는 돈을 소비라고 하지 말자. 교육비는 투자다. 경제도 살리는 멋진 투자다. 마침내 이렇게 해서 영어 잘하는 사람이 학교마다 동네마다 가득 차게 되면, 그 때는 진짜 돈벌이가 된다. 달러가 막 굴러 온다.
  더불어 교양과 문화 수준도 올라가게 되어 있다. 외국어 하나 잘하면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은 놀라보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듣기 교육을 강화하면 지금 무식하게 돈 쓰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게 적은 돈을 쓰고도 영어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본다.
   TV마다 내보내는 영어 회화 프로그램만 잘 보면 누구나 영어를 잘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제시한 방법을 과감히 도입하면, 누구나 이것을 녹화를 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 안 보려고 굳게 마음먹었다가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어 볼 때마다 속만 터지는 아홉시 정치 뉴스는 앞으로 딱 끊고, 온 식구가 영어 회화 프로를 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TV도 더 좋은 영어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국민정신 건강에도 아주 좋다.
   덤으로 정치인은 인기가 없어지니까 싱거워서도 쌈박질을 않게 될 것이다.
  
   귀만 뚫리면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말문은 늦어도 대학 들어갈 쯤해서 홍수에 둑 터지듯 열리게 되어 있다.
   --계속-- (2000. 4. 5.)
  
  
[ 2006-04-14, 13:1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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