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세계사의 결산은 한반도에서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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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세계사의 결산은 한반도에서
 
  
   개인은 사회 관계 속에 존재하고 국가는 국제 관계 속에 존재한다. 나 홀로 잘 났다고 이불 속에서 아무리 이불이 찢어질 듯 활개치고 깊은 산골에서 초목과 짐승들을 상대로 아무리 산이 무너질 듯 열변을 토해도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다. 그러다가는 개인이든 국가든 어느 한 순간에 강자(强者)의 밥이나 봉이 될 뿐이지만, 설령 못 나고 약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면서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 가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오듯이 언젠가는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날이 온다.
  
   1945년 제2차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신생독립국이 대거 탄생했다. 국제 역학 관계에 의해 비온 뒤에 죽순이 솟아오르듯 식민지 대륙에서 한꺼번에 여러 나라가 우뚝우뚝 홀로 선 것이다. 1989년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동구와 중앙아시아에서 또 한 번 신생독립국이 우르르 탄생했다. 소련이 15개의 나라로 갈라진데다 사실상 소련의 식민지였던 동구의 여러 나라들이 홀로 서기에 성공하고 그 와중에 유고연방이 핵분열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이와는 정반대의 흐름이 있었다. 통일된 나라가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 독일, 예멘이 바로 그 나라들이다. 미소(美蘇)의 이념 대결보다는 국내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게 더 타당할 대만과 중국을 제외하면, 이제 미소 이념의 가장 치열한 대결장이었던 남북한만이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2차대전 후의 신생독립국이든 소련 붕괴 후의 신생독립국이든 공통점은 스스로 잘 나서 자주독립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강대국간의 대결에서 피 흘리는 세계대전 또는 피 말리는 경제전쟁에서 독재국가가 정의의 심판을 받아 거꾸러지면서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기사가 찾아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분단 의사가 전혀 없었던 한국, 독일, 베트남이 분단된 것도 미소(美蘇) 두 초강대국의 역학관계에 의한 것이다.
  
   거인이 조류독감에 쓰러지듯이 '악의 제국'이 영양실조로 쓰러진 이후,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된 나라들은 하나같이 시장경제를 택했다. '악의 제국'을 계승한 러시아마저 시장경제를 택했고, 적화통일에 성공한 베트남도 1986년에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은 그대로 쥔 채 위정자들이 인간쓰레기 취급했던 옛 사이공의 경제전문가들에게 나라살림을 맡겼다. 미국을 경멸하고 소련을 앙모하던 두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도 각각 1978년과 1991년에 자급자족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의 대문에 지른 빗장을 뽑아 버렸다. 그 결과는 하늘에 태양이 두 개 더 떠오르듯 눈부시다.
  
   가장 슬기로운 민족이 게르만족이었다. 돌고래가 무[水]재주 넘듯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란 세계사의 거대한 파도를 타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제2의 비스마르크, 외무장관 겐셔의 아름답고 슬기롭고 따뜻한 말을 앞세워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 그리고 어제의 원수 불란서와 영국을 구워 삶아 이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8천만이 환희의 송가를 합창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거론하며 독일통일을 배 아파하고 헐뜯는 자들은 오직 한 나라에서, 그것도 밤낮 통일타령하는 자들이 여론 조작을 선동하고 있지만, 그것은 실상 분단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요 동족상잔의 피 흘림에 비하면 벼룩의 간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어리석은 민족이 한민족이다. 독일 이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인조같이 어리석은 외교와 선조같이 어두운 내정으로 적어도 13년 전부터 찾아와 대문 앞에 서성거리던 백마 탄 왕자를 춘향모가 거지 이몽룡 대하듯이 냉대하고 끝내 그에게 자유통일의 대문을 따 주지 않았던 것이다. 기진맥진한 백마 탄 기사는 6년 전에 영영 떠나고 사방에 귀신 소리와 수령마귀를 찬양하는 군가가 들린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을 친북좌익에게 몽땅 빼앗겨 버린 것이다. 90% 거지 인민의 피땀을 착취하여 히틀러보다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연산군보다 호화롭게 사는 김정일 독재정권은 살 판 났고 20세기 후반의 세계적 기적 한국의 시장경제는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교도소 담 위를 위태롭게 걷고 있다.
  
   1945년 제 앞가림도 못하던 중국은 한반도에 아무런 입김도 불어넣을 수 없었다. 소련이 북한을 제 입맛대로 요리하는 걸 멀거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1950년 천만다행이랄까, 내전에서 승리한 중공은 최대의 자원인 인간의 피와 살로써 대량살상 무기를 대어 준 소련과 대등한 입김을 북한에 불어넣을 수 있었다. 등소평 덕분에 화평굴기(和平 起)할 수 있게 된 중국은 소련의 입김이 사라진 북한에서 미국과 일본의 입김에 맞서 북한의 명문혈에 은근히 손을 대고 심후한 공력을 계속 불어넣는다. 서북공정(西北工程)으로 티베트를 완벽히 삼켰듯이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의 옛 땅을 한 뼘도 남김없이 편입할 모양이다.
  
   옛 서독처럼 슬기롭게 대처하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세계 5대강국으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시대착오적인 두 좌파 정권이 코드가 같거나 비슷한 북한독재정권과 공조하고 북한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국에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고, 1945년 체제를 결산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최후 승리를 자축하는 샴페인을 터뜨릴 만반의 준비를 갖춘 미국과 일본의 뒤통수를 치거나 그 발등을 찍는 바람에 제2의 동족상잔을 피할 수 없게 이르렀다.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남북의 정권이 아무리 공조해도 그것은 이불 속에서 활개치기요, 깊은 산골에서 연설하기다. 산더미 같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파도에 국수주의의 호미와 쇄국주의의 낫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막무가내로 맞서기다. 남북의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핵무기와 인권탄압, 기아와 공포, 선전선동과 피해망상, 위폐와 마약, 비밀계좌와 비밀송금으로 지상낙원 같은 운명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아무리 확신해도,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모종의 타협을 하거나 물밑 거래를 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볼 일만 남는다. 까딱 잘못하면 동족끼리 피만 흘릴 따름이다.
  
   핵무기와 인권, 위폐와 마약과 양담배로 이제 북한의 거짓 옷이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궤변과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세계의 무대에서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마침내 한국의 인권대사도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관인으로 가지 않을 수 없게 이르렀다. 전세계의 조명을 받으며 북한의 추악한 알몸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연방제통일의 강물을 거의 다 건넜는데, 눈앞에는 실탄을 장전한 경찰이 수천 명 지키고 있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판사판이다.
  
   중국도 인권과 위폐 문제로 미국과 일본과 EU에게 단단히 약점이 잡혔다. 따라서 동북공정(The Northeast Project)의 꿍꿍이셈은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7천만이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를 날이 머잖았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고 불의가 정의를 이길 수 없다. 공산독재가 자유민주주의를 이길 수 없고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를 이길 수 없다. 남북의 정권이 아무리 똘똘 뭉쳐도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4강대국에 맞서 이길 수가 없다. 그것은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하면서 남남북녀가 자전거 타고 시속 300km로 달려오는 자유통일열차에 맞부딪치는 것처럼 무모한 짓이다.
   (2006. 5. 5.)
  
  
  
  
[ 2006-05-05, 10: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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