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호, 구명보트를 준비하는 듯
통통배 어선들이 막강한 선단을 구성하지 못하면, 구사일생한 노무현호의 선원들이 후에 통통배를 휩쓸어 버릴지도 모른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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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호, 구명보트를 준비하는 듯
 
   호풍환우(呼風喚雨)하는 손오공의 도술로 바다 정도야 능히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기고만장하던 노무현호가 맑은 하늘 아래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느닷없이 몰려오는 태풍을 보고서 화달짝 놀란 듯하다. 처음에는 바다를 보고 화를 내고 고함을 질렀지만, 마침내 그대로 가면 처참한 난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하다. 이번의 성난 바다에는 도저히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듯하다. 스산한 바람 뒤에서 산더미같이 밀려오는 파도와 안개 너머로 서서히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빙산에 대고 아무리 '물럿거라!'를 외쳐 봐야, 목만 아프고 배만 꺼질 뿐 황금 같은 시간만 총알같이 흘러간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고 황급히 구명보트를 준비하는 듯하다.
  
   좌현과 우현에서 각기 서로 살겠다고 구명보트를 두고 다투는 소리가 파도와 빙산을 넘어 선명하게 들려온다. 우현에서 1등 항해사가 먼저 말의 포문을 연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발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하면서 큰 배를 새로 만들어 민심의 바다에 고분고분 띄울 테니까 이제 그만 제발 노여움을 푸시라며 무릎을 꿇고 비는 한편, 재빨리 구명보트에 갈고리 손을 뻗친다.
  
   그러자 좌현에서 별명이 작은 선장인 조타수와 2등 항해사가 번갈아 직격탄을 날린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노여워하면 응당 지난 잘못을 빌고 사나이답게 받을 벌은 달게 받고, 제2의 노무현호를 만들어 포세이돈의 노염이 그칠 때를 기다려 다시 위풍당당하게 진수식을 갖으면 된다며, 좌현에 숨겨둔 구명보트를 꺼낸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선장에게 윙크를 한 번씩 찡긋하고서는 우현의 구명보트 한 척도 재빨리 찜해 버린다. 당연히 함께 가는 것으로 사전에 약조가 되어 있는 선장을 모셔야 한다며, 그 구명보트는 선장용임을 알리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가 그 구명보트 쪽으로 꺾어 내리는 시늉을 한다.
  
   우현의 1등 항해사와 그를 따르는 선원들이 발끈한다. 누구는 입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줄 아느냐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민심의 바다를 읽고 성난 바다가 내심 원하는 새로운 인물이 비록 지금까지 우리편이 아니었더라도 삼고초려하여 모셔야 한다며, 지금은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자중지란은 공멸의 첩경이라며, 당장이라도 선상반란을 일으킬 듯이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
  
   바다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진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아는 듯하다. 지금은 일단 승객들이야 그들 각자의 운명에 맡기고 어떡하든 선장 이하 선원들이 끼리끼리 구명보트를 타고 목숨을 살리기만 하면, 기회는 또 다시 온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때까지 잠시 몸을 피하고 그 사이 제2의 노무현호든 새로운 고0호 또는 이00호든 건조해서 잔잔한 바다에 띄우면 잠시 승리에 도취하여 고기잡이에 여념이 없는 조무래기 어선을 일망타진하고 다시 바다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뉘우침은 눈곱만큼도 없다.
  
   통통배 어선들이 만선의 기쁨을 만끽하느라, 전력을 정비하여 큰 배를 중심으로 막강한 선단을 구성하지 못하면, 성난 민심의 바다에 혼비백산한 노무현호의 선원들이 구명보트에 몸을 실어 일단 목숨만 부지하면 순식간에 비밀 조선소에서 으리으리한 전함을 구축해 두었다가 한밤중에 진수시켜 단숨에 통통배를 휩쓸어 버릴지도 모른다. 선장이 누가 되든 그 가공할 힘은 이전의 난파된 노무현호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어쩌면 여객선을 위장한 그 전함에는 선장이 아닌 제독이 타고 올지도 모른다.
  
   천우신조의 태풍과 빙산 덕분에 전초전에서 대승한 후에 마침내 15년 해전에서 최후의 승리를 쟁취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다들 희희낙락하면, 밤낮으로 자신을 우롱하던 노무현호를 뒤집어버린 바다는 크게 실망하고 이번에는 통통배 무리들을 거들떠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날에 통통배의 어부들이 바닷물을 치며 후회해야 갈 곳은 깊고 깊은 바다 아래에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는 리바이어던의 거대한 입밖에 없을 것이다.
  
   (2006. 5. 31.)
  
  
[ 2006-05-31, 01:2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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