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김일성의 최후 결전
북한이 김일성의 동상을 깨뜨리거나 한국이 박정희의 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뜯어내지 않는 한, 남북은 결코 민족공조할 수 없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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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김일성의 최후 결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과 김성주 전 소련군 대위(이하 김일성)는 최후의 결전에 대비하여 생전에 치열하게 경쟁했다. 산업시설과 전력이 전무하다시피 하던 한국에 자유민주주의와 대박경제를 정착시킨 박정희와, 일제가 고스란히 남겨 둔 최신식 산업시설과 풍부한 전력으로 흥청망청하던 북한에 공산주의와 쪽박경제를 뿌리내린 김일성은 서로가 서로를 용납할 수 없었다. 진짜와 가짜, 정직과 거짓, 실천과 선전선동, 경제우선과 군사제일, 생산과 파괴, 분배와 약탈, 법치와 폭력, 연속과 단절, 자유와 공포 사이에 타협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통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진검승부의 결투로써 결말을 볼 수밖에 없었다. 둘 중 하나가 거꾸러져야만 끝날 운명이었다.
  
   한심하게만 보이던 박정희의 경제개발 정책은 당시 겉보기에는 기세등등하던 김일성의 경제개발 정책을 불과 10여년 만에 압도하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는 너무도 무력한 사람의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똘똘한 침팬지의 새끼를 3년만 지나면 말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서서히 앞지르다가 10살만 되면 침팬지를 압도하는 것과 흡사했다. 그 이후엔 침팬지가 사람의 아들을 이기는 방법은 기습공격하여 치고받고 싸우다가 불리하면 나무 위로 쪼르륵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나무 타는 것은 사람의 아들이 침팬지의 새끼에게 도저히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머리가 있다. 힘도 세다. 나이 열다섯만 되면, 사람의 아들이 침팬지 잡는 것은 일도 아니다.
  
   수시로 무장간첩을 내려 보내고, 민주화의 가면을 쓰고 뒷골목에서 박정희의 정적을 은밀히 돕고, 아프리카에서 허장성세를 부리는 등 김일성은 박정희한테 이겨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월남패망과 미군철수, 학생시위, 야당공세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박정희는 구멍이 숭숭 뚫린 러닝셔츠를 입고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그러나 그가 이룩한 대박경제는 가공했다. 마침내 그가 대박경제의 일부를 돌려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방위산업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이것 역시 불과 10년도 안 되어 북한의 산더미 무기를 쓰레기로 만들어 버릴 게 뻔한 첨단 무기를 속속 선보였던 것이다. 미사일 세계 7번째로 개발, M-16 국산화, 탱크 국산화 등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위용을 드러낸 무기는 배 밖에 나온, 김일성의 거대한 간을 콩알만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포항제철의 최고급 강철과 창원공단의 최신식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기는 품질만이 아니라 그 양도 엄청났다. 도대체 오원철이란 작자가 누구냐! 한국의 중화학공업이 그 자의 머리와 박정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소련을 능가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김일성은 이제 몇 년만 더 있으면, 그 어떤 면에서든 박정희한테 숫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저 박정희가 제 명을 못 살고 콱 죽어 버리길 학수고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부하한테 총 맞아 진짜 죽었다! 김일성은 제 허벅지를 몇 번이나 꼬집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세상에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골목대장 같아 보이던 전두환도 만만치 않았다. 박정희는 갔으나 그가 일군 경제와 군사는 가공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인재였다. 거의 모든 방면에 그가 키워 놓은 인재들이 로봇 같은 북한의 공산간부와는 천양지차였던 것이다. 물에 물 탄 것 같던 노태우도 만만치 않았다. 88올림픽은 정말 대단했다. 세계가 눈을 비비고 보고 또 봤다. 김일성도 보고 또 보면서 속으로 탄복했다. 하늘같이 믿었던 소련이 무너지고 소련과 또 다른 하늘 중공이 노태우의 007 가방에 군침을 삼켰다. 사면초가! 김일성은 죽음밖에 보이는 게 없었다. 천출장군 김정일도 영 미덥지 않았다. 죽기 전에 살 길 찾을 수밖에!
   --우리, 같은 민족끼리 오순도순 삽시다레!
  
   때만 기다리던 김일성에게 낭보가 왔다. 떼쟁이 영감 김영삼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저 정도야 원기왕성한 김정일 혼자도 능히 요리할 수 있을 터! 멍청한 카터를 불러다가 뱀술로 녹여 버리고 평화통일을 크게 외치면, 김영삼은 덩실덩실 춤을 출 것! 아뿔싸, 한창 들떠 있던 김일성이 콱 죽어 버렸다.
  
   포위하고 고함만 질러도, 동요, 유행가, 민요, 가곡 할 것 없이 휴전선에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고 5천만이 돌아가며 노래만 한 곡씩 불러도 절로 무너지게 되어 있던 북한! 그러나 김일성은 죽어도 북한에선 여전히 태양이었다. 거짓과 폭력으로 구축한 그의 왕국은 공고하기만 했다. 300만이 굶어 죽어도 끄떡없었다. 박정희만 생각하면 분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자들이 한국에서 갈수록 큰 소리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내분이 철봉각에 숨어서 죽을 날만 기다리던 김정일을 살렸다. 기사회생에 뒤이은 대역전! 민주 훈장을 가슴에 주렁주렁 단 한국의 대통령들은 어찌된 셈인지 김정일한테 눈도장 찍히려고 안절부절 했다. 한반도기가 나부끼고 인공기가 보호받았다. 달러도 식량도 비료도 짓다가 말 경수로도 달라는 대로 주었다.
  
   경찰과 군인이 폭도에게 무차별로 맞고, 미군이 주적으로 몰리고, 증오와 갈등이 쌀과 빵을 대신하고, 위선과 독선이 도덕과 윤리를 조롱하고, 무능과 무지가 법과 정보를 짓밟고, 생떼와 무고가 논리와 정직을 박물관의 칼집에 꽂는 등 나라가 온통 뒤죽박죽이다. 박정희가 띄워놓은 한강의 유람선이 새로 만들기는커녕 고치지도 않고 그걸 이용해 돈만 벌어먹다 보니까 이젠 낡을 대로 낡아져서, 김일성이 홧김에 집어던진 대동강의 쪽박처럼 신세가 가련해질 참이다.
  
   마침내 유일합법 정부 한국과 반역집단 북한은 타협할 수 없다는 것, 북한이 김일성의 동상을 깨뜨리지 않고 한국이 박정희의 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뜯어내지 않는 한, 결코 민족공조할 수 없다는 것을 13년의 시행착오 끝에 한국의 국민들은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듯하다. 남북이 이심전심으로 깃발을 들어 올린 박정희 타도의 절정은 탄핵역풍에 이은 2004년 김일성 생일에 있었던 광란의 총선이었던 것 같고, 박정희 바로 보기의 큰 물줄기는 2006년 5월 31일의 지방선거인 것 같다. 예사롭지 않은 것이 지방선거 압승의 한가운데에 박정희의 혈육이 턱을 움켜쥐고 서 있다. 칼부림을 당하여 죽음 직전에까지 갔던 박근혜 대표가 웃을 듯 말 듯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대로 끝날 리가 없다. 박정희와 김일성은 가고 없지만, 그들이 구축해 놓은 전혀 상반된 두 세계는 거의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두 세계 사이엔 공통점이 전혀 없다.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언젠가는 최후의 결전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그 최후의 결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설령 최후에 승리의 왕관을 쓰더라도, 그 왕관 아래에는 불필요하고 무익한 희생 번제의 흔적이 사방에 어지럽게 널려 있을 것이다.
   (2006. 6. 2.)
[ 2006-06-02, 09:0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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