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의 뛰어난 학력은 사교육 덕분
公私교육의 벽을 허물고 일정 요건을 갖춘 학원도 학력인정 교육기관으로 허가하면, 과연 살아남을 학교가 얼마나 될까.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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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의 뛰어난 학력은 사교육 덕분
 
   반가운 소식이 있다. 한국의 중2, 중3 수학 실력이 각각 45개국, 39개국 중에서 세계 2위, 3위란다. 중2 세계 1위는 싱가포르, 중3 세계 1위는 홍콩. 미국 교육부의 발표다. 더욱 반갑게도 한국은 4년마다 측정한 중2의 수학 성적에서 1995년 581점, 1999년 587점, 2003년 589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은근히 흐뭇하게, 일본은 1995년 581점, 1999년 579점, 2003점 570점(5위)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95년에 같았던 두 나라의 점수가 8년 사이에 19점 차로 벌어졌다. 미국은 상승 추세이긴 하나 2003년 504점으로 15위밖에 안 된다.
  
   교육이 무너지네, 무너졌네, 무너질 것이네, 하며 전국이 시끄러운데, 객관적인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한국의 중학생이 뛰어나다.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도 별 차이가 없다. 이럴 때면 은근히 교육부가 목에 힘을 준다.
  
   만약 시험 칠 때 학교서 배운 것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공부한 것 외에는 알아도 답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해도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못할 것이다. 거의 바닥을 길 것이다. 흔히 강남을 들먹거리는데, 거기는 학교가 좋아서 공부를 잘할까. 어림도 없다. 강남은 인문계 고등학생도 가능하면 일찍 집에 보내 주길 바란다. 보충수업 자율학습을 빌미로 학교에서 오래 안 잡아둘수록 좋아한다. 한 달에 기껏 10만원 꼴인 학교 등록금의 10배를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학원이나 개인과외 교사에게 내는 사람이 강남엔 강가의 모래처럼 많다. 학교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자거나 떠들거나 휴대폰 만지작거리는 학생이 제일 많은 데가 강남이다. (내가 아는 어떤 선생님은 그 꼴이 보기 싫어 강남 간 지 1년 만에 가족을 모두 서울에 두고 아예 시골로 전근 가 버렸다.) 그런데도 실력은 대통령이 과장하고 시기할 정도로 월등하다. 학교는 내신과 졸업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니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 차원에서, 국책 차원에서, 또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 민주화, 정상교육, 탈(脫) 입시위주 교육 등을 부르짖은 지 전교협 시절부터 따져도 약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고입연합고사도 대부분 없어졌고, 평준화 지역도 훨씬 늘어났다. 도시화율이 약 90%인 나라에서 이제 웬만한 도시는 평준화 안 된 곳이 없다. 중학교는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거의 없어졌다. 그와 더불어 갖은 조령모개식 제도와 갖은 협박과 갖은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만 했다. 이 순간에도 늘어난다. 대졸자가 그 어떤 데보다 취직을 많이 하는 직장이 학원일 정도다.
  
   공교육이 부실한 만큼 교육열이 남다른 나라에서 사교육 시장이 그만큼 더 커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데, 풍선효과에 지나지 않는데, 에너지 불변의 원칙에 지나지 않는데, 교육부와 정치권은 항상 정반대로 희망성 예측을 떠벌린다. 그 때마다 사교의 교주를 무조건 따르는 것처럼 전국적으로 바람잡이들이 우렁차게 '믿습니다!'를 복창한다. 웬걸, 결과는 초조하게 기다릴 것도 없이 한 달 이내에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정반대로 나타난다. 그러면 교육부와 정치권과 노동자 교사들이 감히 명령과 지시를 안 따르는 수준 낮은 국민을 개탄하고 또 개탄하며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면서 한쪽 입가엔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다른 쪽 입가엔 잔인한 미소를 띠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일 게 틀림없다고 '믿음이 팍 오는' 또 다른 기기묘묘한 누더기 입시제도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 그럴수록 공교육은 그만큼 더 시대착오적인 이념 교육장이 되고 지식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학생이나 조는 학생을 꾸짖는 데도 작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고 조회종례, 식사지도, 청소지도, 두발단속 하는 것도 간 작은 교사는 노골적으로 딴 짓하고 못 들은 척하고 눈을 부라리며 따지고 대드는 학생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심호흡을 몇 번씩 들이키고 '참을 인'자를 마음속으로 쓰고 또 쓰면서 가능하면 그 횟수도 시간도 줄인다. 그래야 인기가 있다! 학생들과 통한다!
  
   존경? 그건 이제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온다. 촌지, 선물? 그것도 희귀 사례다. 죽어도 공부 안 하는 기자들이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며 뭘 취재할 줄 몰라서 특수사례를 일반화하여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 따름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학부모나 교사를 호텔 보이 취급하여 팁이나 몇 푼 던져 주면 감지덕지하는 꼴을 보고 졸부의 우월감을 만끽하려는 학부모나 그럴 뿐이다. 왜? 그래 봐야 자기 자식한테 이익될 게 없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잘 보일 마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젠 여차하면 전화를 득달같이 하여 자식 나무라듯 비리의혹 교사나 무능혐의 교사를 나무라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와서 교장실을 발칵 뒤집고 자식 말만 듣고 미운 교사를 무고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한다.
  
   상전벽해라더니, 학원 강사에게는 대체로 깍듯하다. 이제 학부모와 학생들은 학교 등록금의 적어도 3배 웬만하면 10배를 갖다 바치는 학원의 선생님이나 개인 과외 선생님에게는 철 따라 정말 사심 없이 작은 정성이라도 표시하곤 한다. 안 갖다 바쳐도 마음속으로 여간 감사하지 않고 여간 존경하지 않는다. 학원 선생님이 사랑의 매를 들면 가슴을 두근거리며 감격한다. 기꺼이 승복한다. 왜? 자기 자식한테 지식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기가 막히게 잘 시켜 주는 프로 스승이 철밥통 교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공사(公私)교육의 벽을 헐어버리고 완전경쟁체제로 들어가 일정 요건을 갖춘 학원도 학력인정 교육기관으로 허가하면, 내신은 평가원 출제 학업성취도(가칭)의 성적에 따라 각 과목별로 60점 이하는 유급시키는 등 한결 까다롭게 산출하여 공신력을 높이면, 과연 살아남을 학교가 얼마나 될까. 그 순간 살아남기 위해 학교도 환골탈태할 것이다. 그렇게 몇 년 지나면 한국은 전세계의 학생들이 꿈에도 가고 싶어 하는 교육의 메카로 떠오를 것이다. 너도나도 외화 보따리를 싸 들고 한국으로 유학 올 것이다. 심지어 영어도 제대로 배우려면, 비자카드를 들고 미국의 어학원이 아닌 한국의 대치동 학원가로 몰려올 것이다. 서울의 국제중학교로 올 것이다. 경기의 영어마을로 올 것이다.
  
   (2006. 6. 4.)
  
[ 2006-06-06, 08:3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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