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보다 황당한 남북철도 2006
김정일식 독재가 건재하는 한, 남북철도는 [은하철도 999]를 개통하는 것보다 어렵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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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보다 황당한 남북철도 2006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대중)이 기어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 6.25’ 직후에 기차를 타고 휴전선을 가로질러 평양으로 갈 모양이다. 특별열차의 차표를 미리 끊어 놓고 소풍가는 어린이처럼 옷을 몇 번씩 입었다 벗었다 하는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없던 일로 하자요.”
  
   애걸복걸, 왕년의 한국 비둘기호보다 못한 기차 한 번 타는 데 북한 의사의 두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북한 돈 8천 원(원화로는 2500원 가량 되고 미화로는 2달러 50센트 정도 됨)도 아니고, 무려 8천만 달러(약 8백억 원)의 차비를 내는 조건으로 방북을 ‘윤허’한다는 기별이 왔다. ‘피난’ 열차를 꼭 태워 준다는 보장도 없다. 배 타고 오든 비행기 타고 오든 지팡이 짚고 오든, 그건 아직 협상을 더해 봐야 한다. 차비를 더 내라는 말씀이다.
  
   1달러도 안 준다고 펄쩍 뛰고서는 5억 달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송금했는데, 8천만 달러를 준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니,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얼마나 더 얹어 줄지는 김정일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 800억 원만 주더라도 계산을 요상하게 할 것이다. 국내의 쌀을 주면서 약 5분의 1로 줄여 꼭 국제시세로 계산하니까, 800억 원어치 원자재도 그런 식으로 할지 모른다. 그러면 ‘곱하기 5’는 해야 할 것이다. 약 4천억 원, 4억 불이다. 이 돈은 어디서 날까. 물론 대한민국의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심모원려한 노무현 대통령이 세금은 미리미리 확보해 두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뜨겁게 달구는 강남 부자들! 한 가구에 재산세를 10억 원의 1%인 천만 원씩만 더 거둬도 8천 가구면 800억 원이 간단히 확보된다. 4천억 원이라고 한들, 버블 세븐까지 넓혀 4만 가구면 충분하다.
  
   일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면서 한국의 어린이들은, 그것이 일본 만화라는 건 꿈에도 모르고 훗날 그들이 자라 월드컵 4강 신화를 보던 것 이상으로 열광했다. 80년대의 어린이들은 그 시간만 되면 TV 속으로 쏙 빠져 들어갔다. 증기기관차처럼 생긴 투명 열차 [은하철도 999]를 타고 철이가 안드로메다 성운을 헤집고 다니며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의 알콩달콩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모습에 어린이들은 너도나도 아인슈타인이 되었고 너도나도 이순신 장군이 되었고 너도나도 어여쁜 짝꿍의 우상이 되었다. TV 속에서 빠져 나온 다음에도 황홀한 상상은 끝없이 펼쳐졌다.
  
   자칭 6.15평화세력들은 그 때의 어린이들보다 더 휘황찬란한 꿈을 꾸고 있다. 빛의 속도로 가도 200만 년이 걸릴 안드로메다 성운에 가듯이 남북의 철도를 중국을 거쳐 러시아에 연결하는 순간!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철도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철도로 무지 값싸게 한국과 북한의 물자를 유럽까지 실어 나를 수 있을 거라는 꿈에 수년 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 당시 어린이들보다 더하다. 그 어린이들도 최소한 과학기술이 상상을 초월하게 발달할 1천년 후에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철이는 [은하 철도 999]를 운 좋게도 공짜로 타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 번 타는 데 그 당시 돈으로 최고급 1억 원짜리 아파트를 무려 800채나 팔아야 한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 탄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한 번 타는 데 그런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면 몇 년 간 타고 다니려면, 대한민국 아파트를 몽땅 팔아도 모자란다는 계산 정도도 할 수 있었다.
  
   북한 철도는 시간표도 없고 창문도 없다. 한국에서 고속열차로 1시간 걸릴 거리를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다. 일주일도 좋다. 가다가 정지하면 끝없이 기다려야 한다. 지붕과 난간에 사람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피난 열차다. 일단 타면 화장실도 못 간다. 거기도 사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옷에다가 액체든 고체든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은 그냥 뜨뜻하게 받아서 차갑게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냄새야 이내 코가 마비되니까 별 문제가 안 된다. 제일 문제되는 것은 굴속으로 들어갈 때와 안전원에게 걸릴 때다. 실내등이 없기 때문에 굴속에 들어갈 때는 어느 인간이 보따리를 채갈지 모른다. 죽자 사자 끌어안아야 한다. 굴속에서 멈추는 수가 왕왕 있는데, 그럴 때는 또 다른 지옥 구경을 해야 한다. 그것도 참을 만하다. 안전원에게 걸려서 통행증이 없다는 것이 발각되면, 이건 지옥사자를 만난 거나 다름없다. 무차별의 폭행이 가해진다. 일본 순사가 유관순 누나를 때리던 것보다 심하게 때린다.
  
   북한의 기차는 일제시대보다 못하다. 철로는 하나같이 단선이다. 이 역에서 저 역으로 갈 때에 잘못하여 약간의 시간의 차이를 두고 두 기차를 출발시키면 어느 알 수 없는 지점에서 이몽룡과 성춘향보다 더 화끈하게 기차끼리 입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은하철도 999]가 왜 [은하철도 1000]이 아닐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환상이기 때문이다. 1000은 완성이지만 999는 미완성이다.
  
   남북철도 2006, 황당해도 보통 황당한 게 아니다. 김정일식 독재가 건재하는 한, 그것은 [은하철도 999]를 개통하는 것보다 어렵다. 남북철도 3006이라면 모를까. 버블 세븐의 아파트를 다 팔아서 갖다 바쳐도 한 달에 한 번 1명씩 태워줄까 말까, 한다. 씽씽 한국의 철도처럼 저렴한 요금으로 달릴 수 있으려면 2006년 4월말 현재 세계 5위인 대한민국의 외환보유액 2,229억 달러와 600조원에 달하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주식을 다 팔아서 바쳐도 ‘윤허’할까 말까, 한다. 왜? 김정일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니까! 김정일과 김대중을 동시에 사모하는 김사모가 아닌 한, 남북철도는 [은하철도 999]보다 황당한 발상임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다. 1950년의 피난 열차를 다시 타고 싶지 않다면!
  
   (2006. 6. 7.)
[ 2006-06-08, 07: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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