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13)--입시교육과 전인교육
교육부가 입시에서 손 떼면 입시교육이 곧 전인교육이 될 수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입시 위주의 교육은 나쁜가, 전인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 개혁을 논의함에 있어서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입시 위주의 교육이 나쁘다는 말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로 잡지 않고는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만이 아니라 일선 교사도 원칙적인 동의를 한다. 다만 당장 코앞의 현실이 문제니까 현재는 곤란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파행은 그만 두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입시 기계가 되는 자녀의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다. 어쩔 수 없이 새벽 별 보기를 강요하고 자기는 자정이 넘어 TV에서 동해물과 백두산에 이어 지지직 소리가 들릴 때까지 쏟아지는 잠을 무릅쓰고 자녀와 같은 시간에 꿈나라에 들어가려고 애쓴다.
  
   학생은 말할 것도 없다. 지겹기 짝이 없다. 꿈자리마저 사납다. 시험 치러 가면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이 없다든가, 학생들이 아무도 없고 혼자만 수험장에 남아 있다든가, 다들 나가는데 자기만 헐레벌떡 수험장에 달려간다든가 한다. 용케 시험을 봐도 분명히 본 문제인데 아무리 풀어도 답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기도 한다.
  
   교육학자는 더하다. 외국의 예를 무수히 나열하면서 우리나라를 개탄한다. 도대체 이런 입시 위주의 교육이 전 지구를 다 돌아보아도 어디 있느냐면서 시일야방성대곡한다. 그러면서 갖가지 비방을 저마다 척척 꺼내놓는다. 제갈공명의 꾀 주머니에서 귀신같은 전술을 꺼내듯 처음에는 점잖게 빙긋이 웃으면서 교육 개혁의 정답을 꺼내 놓는다.
  머잖아 스스로 도취되어 갑자기 선지자가 된 듯 비분강개한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눈을 빨아들일 듯이 눈을 번쩍이며 입가에 하얀 가루를 덕지덕지 쌓는다.
  
   술집에서도 다방에서도 최고의 안주와 심심풀이는 단연 교육이다. 입시 위주 교육이다. 누구나 일가견이 있다. 목소리는 가지가지이나 결론은 동일하다. 입시 위주의 교육, 이것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과외도 왜 생기겠는가. 누가 좋아서 과외시키냐. 입시 위주 교육을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시킬 뿐이다. 결론은 하나다. 입시 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이렇게 의견일치를 보고 나면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술맛 향기롭고 커피 맛 짜릿하다.
  
   어찌 보면 교육부 장관 이하 그 나으리들은 정말 애국자다. 열화와 같은 국민의 성원을 받아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기 위해 해마다 더 좋은 입시 제도를 만든다. 가능한 수단은 안 쓴 게 없다. 오직 하나 남은 것은 시험을 아예 안 보는 것이다. 한 때 어느 장관은 무시험으로 학생을 뽑을 거라는 뉘앙스를 강력히 피우는 말을 곳곳에 흘리고 다녔다. 착한 학생들과 순진한 학부모들은 감격에 겨워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들이 이해한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간다고 하더라.
  
   드디어 교육부가 무시험과 시험의 중간 단계로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수능을 자격 시험으로 만들고 총점을 알려 주지 않고 9 등급으로 나눈단다. 그러면 1등급만 4%로 약 3만명이 되니까, 명문대는 모두 같아진다. 평준화된다. 남은 건 가위바위보다. 1등에서 3만 등이 똑같은 자격을 갖게 되니, 구태여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겠느냐, 과외를 하겠느냐? 그야말로 전인교육을 하지 않겠느냐?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지 않겠느냐?
  
   그러나 웬걸, 당장 학생기록부가 없는 검정고시 출신의 내신 문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불과 한두 점 차이로 등급이 갈린 학생들은 이가 갈릴 지경이다. 내신마저 1등급이 줄줄이 쏟아지는 판에, 학교가 천차만별인데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학생을 뽑을 것인가.
  
   경시 대회 입상자가 전국에 몇 명이나 되겠으며, 선행상 받은 학생, 효행상 받은 학생 몇 명이나 되겠으며, 신춘문예 당선한 학생 몇 명이나 될까. 공부 조금 잘하는 것보다 인간됨됨이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지. 그러면 학생 기록부를 보자. 이건 90%가 천사 기록부다. 나쁜 말은 눈을 씻고 봐야 겨우 보일 동 말 동이다. 무기 정학 맞은 학생이 기껏
  --노력을 요함.
  
   누가 이렇게 긍정적인 말을 쓰도록 부추겼는가. 이것도 교육부 나으리들의 자상하신 가르침이다. 모범 답안이 그렇게 되어 있다. 사람을 평가하기 힘들다며 아예 몇 년 전부터는 행동발달 상황에 등급도 없앴다. 가, 나, 다라고 3등급으로 나누던 것마저 없어졌다. 전에는 그래도 정말 싸가지 없는 학생은 '나'도 더러 주고 징계를 받은 학생은 '다'도 주었지만, 이것마저 없다.
  
   만약 사실대로 못된 학생을 못된 학생이라고 기록했다고 하자. 이 정직한 교사, 밤에는 나다닐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를 부정적이고 편협하고 사악하고 돈만 밝히는 선생이라고 점찍은 제자와 그 학부모가 칼을 품고, 하다 못해 혀 밑에 칼을 품고 골목마다 길모퉁이마다 어슬렁거린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학생을 뽑자는 건가. 멋진 방법이 하나 있다. 가위, 바위, 보다. 3만 명 학생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토너먼트로 가위, 바위, 보를 하면 된다. 서울대부터 차례로 가위, 바위, 보 명수들을 뽑아 가면 된다. 수능 성적이 같은 등급이면 수준이 같을 테니까, 내신도 다 비슷할 테니까. 봉사 점수도 다 받아 놓고 다들 별 두드러진 특기 적성도 없을 테니까. 혹 특기 적성이 있으면 기껏 전국 다 합해야 몇 천 명 정도일 테니까.
  
   갖은 묘안을 다 짜냈는데도 불구하고 왜 입시 위주의 교육은 변하지 않는가. 입시만 없애면 학생들이 네 활개를 치면서 온갖 창의력을 기르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 학생들은 잡담하기, 낮잠 자기, 핸드폰 만지작거리기, 바지 조르기, 치마 솔 뜯기, 머리에 무스 바르기, 머리 물들이기, 손톱 예쁘게 다듬기, 화장하기, 담배 피우기, 술 마시기, 오락하기, 쇼핑하기, 당구 치기, 미팅하기, 야한 만화 수업 시간에 버젓이 보기, 야한 비디오 안방에서 대담하게 보기, 공상하기, 고민하기, 노래방 가기, 콜라텍 가기, 스트레스 풀기, 학교 안 가기, 학교에서 도망가기 등의 일밖에 관심이 없을까.
  
   연합고사를 없앤 서울의 중학생들은 살판났다. 정말 놀판났다. 개성과 창의력을 어찌나 잘 발휘하는지 모른다. 어느 방향으로? 그야 당연히 노는 방향으로! 교실에서 딸꾹딸꾹 선생님 질문에 답하면 범생이로 왕따 당한다. 별종 취급당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한다고 교육부가 해방 이후 줄기차게 추진한 교육 역점 사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전인 교육이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인간을 만든다는 대목표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무수히 많은 교과목을 다 이수하게 하는 것이다. 지식 교육을 위해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안 할 수가 없다. 이걸 다시 갈라 국어는 독해, 문학, 작문, 문법, 독서, 고문 등이 있다. 영어는 공통영어에 영어1, 영어2 더하여 독해, 문법, 회화, 작문 등이 있다. 수학은 일반수학, 수학1, 수학2, 확률과 통계, 미적분, 이산수학 등이 있다. 수학은 그 범위가 엄청나다. 대학에서 전공자가 배우는 것은 다 맛보기로 배운다. 국영수만 해도 이렇게 현란하다. 사회, 과학은 또 얼마나 가지가 많은가. 어느 한 과목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여기에 지덕체의 덕을 위해서 윤리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 지덕체를 위해서 체육과 교련을 배워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실용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해 가정과 가사, 기술, 농업, 공업, 상업을 강요한다.
   제2외국어도 당연히 배워야 한다. 한문도 안 가르칠 수 없고 이제 컴퓨터로 안 가르칠 수 없다. 음악, 미술은 어찌 또 뺄 수 있겠는가.
   만약 이 중에서 한 과목이라도 없앤다고 하자. 당장 전인 교육을 않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한다고 난리가 난다.
  
   현실적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피한다고 기껏 내놓은 대안이 전인교육인데, 전인교육은 철저히 전 교과목을 빠짐없이 배우는 것으로 전락되었다. 입시에서 그 과목이 빠지면 그 날로 바로 찬밥 신세이기 때문에 입시에서 빠지면 그 과목의 전 대학 교수와 일선 교사들이 치열한 투쟁이 시작된다.
  
   그런 분투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과목을 줄인다는 명분에 밀려 빠지게 되면,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학교 내신이다. 내신 때문에 아무리 싫은 공부도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다. 교육부는 학교의 권위를 세워 준다면서 지상명령을 내린다. 내신 30% 의무 반영이니 내신 40% 의무 반영이니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제일 힘쓰는 과목은 사실 입시에 안 들어가는 과목이다. 공부 기가 막히게 잘하는 학생도 체육, 음악, 미술, 교련을 못해서 죽을 쑨다. 별 수 없이 초인적인 인내로 이런 과목에도 능통하게 된다. 방법은 있다. 실기를 대폭 줄여 준 것이다.
   70%가 이론 시험이다. 실기도 30% 중에서 70%를 기본 점수로 준다. 그러면 실기를 아무리 못해도 좋은 머리 덕으로 필기 만점만 맞으면 91점이 확보되는 것이다. 실기 시험에서 부정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멋진 방패막이로 실기를 줄였다고 한다.
  
   따라서 음악이 수라고 해서 음악 잘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00미터 달리기 하다가 50미터도 못 가서 고꾸라지는 학생도 수를 맞을 수 있다. 코끼리 그린다면서 돼지를 그리는 학생도 능히 미술에서 수를 맞을 수 있다. 우리 나라는 하도 웃기는 게 많아서 코미디 프로는 참 싱거운 것 같다.
  
   마침내 모두들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한다면서 학생 잡는 일만 골라서 했다.
   방법이 없는가. 있다. 아주 쉬운 길이 있다.
   먼저 입시 교육이 나쁘다는 공리(公理)를 버려야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예비학교다. 대학예비학교에서 대학 입시 공부시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이를 왜 부정하려고 하는가. 그렇게 부정해서 과연 입시 위주의 교육을 조금이라도 벗어났는가. 학생들 잡는 일밖에 더했는가.
  
   문제는 입시를 교육부가 한사코 틀어쥐고 있다는 데 있다. 과감히 대학에 돌려 주라. 대학에 돌려 주면 다양한 입시 전형이 나오게 마련이고 거기 맞추어 일선 학교도 다양한 교육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어느 대학이 잘못하면 그 대학만 잘못되지만, 지금처럼 모든 걸 교육부가 틀어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국의 모든 학교와 대학이 한꺼번에 잘못된다. 이미 거의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
  
   대학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해방 이후 55년의 긴 역사를 통해 교육부를 가장 못 믿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왜 애국심을 명분으로 대학에 입시를 돌려 주지 않는가.
   이치는 너무도 간단하다. 사실은 권력을 놓기 싫어서이다. 다른 모든 것은 미사여구이다. 천만 명을 한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그 꿀 같은 맛에 도저히 헤어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교육도 이제 과감히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 시원찮은 입시 제도, 시원찮은 입시 관리, 학생만 죽이는 대학 그 따위 대학에 안 간다. 대학도 망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거창한 명분 속에 온갖 비리를 다 저지르는 대학은 시장 기능에 맡기면 즉시 도태되거나 거듭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대학에 입시 권한을 선물하면 대학도 갈팡질팡할 게 틀림없다. 그러면 과도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없을 리 없다.
  
   우선 수능 외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므로 대학 본고사는 당분간 금지하되(장기적으로는 이것도 허용해야 한다. 본고사 보고 안 보는 문제도 대학 자율권에 속해야 한다. 대학 교수의 지성을 믿어야 한다. 그들의 지성이 설마 교육부의 관료주의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내신 등은 완전히 대학에 일임하라는 말이다.
   0% 반영하더라도 가만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0% 반영한다면 그것은 그 대학에서 그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그 대학은 그것으로 특성을 살리면 될 것이다. 또한 수능을 전혀 반영 안 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 이것도 허용해야 한다. 내신만으로 뽑는 대학 그것도 큰 특징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봉사 활동, 입상 경력, 자격증 등도 대학이 알아서 반영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교육부 나으리들은 잠 실컷 잘 수 있게 된다. 죽도록 애국하고도 맨 날 욕 얻어먹는 악몽은 이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수능도 개선해야 한다. 예체능 과목을 포함해서 전 과목을 다 문제를 내되, 각 과목의 점수를 동일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실과 과목만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하루 빨리 없애고 컴퓨터 교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학생이 보는 과목 수는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국영수 중에서 대학 학과에 따라 두 과목은 필수로 보게 하고 나머지 과목에서는 아무 거나 골라서 두 과목만 보면 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필수로 국어, 영어에 선택으로 수학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네 과목만 잘하면 어디 가도 참 다양하게 교양을 갖추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대학에서는 기껏 한 과목만 배우니까.
  
   이렇게 하면 과목 이기주의란 말이 사라지게 된다. 개설은 다 되어있으니까. 대학에서는 학과 특성에 따라 4과목 이내에서 필요한 과목을 정할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은 거기에 맞추어 공부를 하면 된다. 18과목이니 20과목이니 하는 악몽에서 벗어난다. 더하여 관심 두지 말라고 해도 문학, 음악, 미술, 체육 중에서 한두 분야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참 멋진 인간이 될 수 있다.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러 과목들은 어떻게 되나? 선생님들은 다 쫓겨나야 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물리도 당당히 수학이나 영어와 배점이 같고 한문도 국어와 배점이 같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런 과목도 일주일에 다섯 시간 배우면 된다. 10학급 1시간씩 가르치는 게 아니라, 두 학급에 다섯 시간씩 가르치면 되므로 선생님들은 다 살 수 있다. 다만 교사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일주일에 다섯 시간씩 가르치려면 최소한 이전보다 두세 배는 공부해야 한다.
   국영수는 도구 과목이므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시간을 학교에서 당연히 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도 아주 똑똑해진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입시 대비하느라 강제로 머리 속에 집어넣었던 지식이 거짓말같이 사라지지만, 일주일에 다섯 시간씩 그것도 자기가 좋아서 선택한 과목들은 대학 2학년 수준까지 배울 수도 있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이른바 일반인(generalist)이 아니라 전문가(specialist)를 미리 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문을 3년 동안 1주일에 5시간씩 최소한 2년을 배운다고 하자. 이런 학생이 전국에 만 명만 된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나라는 고전을 해독 못하여 사실상 역사가 없는 민족이 되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들 쟁쟁한 인재 중에 일 년에 1천 명만 한문학과에 간다고 하자. 세상이 바뀐다. 이들이 대학 졸업 후 규장각 도서관에 들어앉아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문화의 세기인 21세기에 어떤 경천동지할 연구물을 내놓을지 모른다. 문화가 앞으로는 가장 큰 돈이 될 수도 있는데, 이들은 고생한 만큼 돈에 전혀 관심 없이 연구에만 매진하더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최소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유뿐만 아니라 경제인들에게는 돈벼락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되어도 좋고 안 되어도 좋지만, 최소한 우리 나라는 말뿐인 유구한 역사가 아니라 실지로 유구한 역사를 갖게 된다.
  
   서양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히브리어를 완전히 없앴다고 해 보자. 그들이 오늘날 물질 문명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화를 꽃 피울 수 있었을까.
   그런데 우리는 찬란한 문화 유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돈되는 일만 하다 보니까 실지로는 2차 세계 대전후의 신생국 같은 나라가 되어 버렸다. 한문에 까막눈이 되었기 때문이다.
  
   각 과목마다 이런 놀라운 인재가 대학에 들어가면 대학 교수들은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몽롱한 눈으로는 도저히 내려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00. 4. 24.) --계속--
  
[ 2006-06-10, 15:4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