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이죽을 비빔밥이라고 우기는 교육부
대한민국의 평준화가 바로 꿀꿀이죽이다. 교육부와 전교조와 여당에선 곧 죽어도 그것이 비빔밥이라고 우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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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은 한국의 음식문화를 압축적으로 잘 보여 준다. 전혀 성질이 다른 밥과 반찬을 대충 큼직한 그릇에 한꺼번에 담아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비면, 전체가 어울려 따로따로 먹을 때와는 사뭇 다른 감칠맛이 난다. 참 좋은 것이, 형편에 따라 반찬도 밥도 각기 다르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잘사는 사람은 잘사는 사람대로 입맛에 맞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값으로 따지면, 5백원에서 5만원까지 가능하고 시간으로 따지면 5분에서 5시간 동안 준비할 수 있다. 유난히 평등의식이 강한 한국인이 밥과 반찬 중 어느 것 하나 그 고유의 맛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전혀 새로운 맛을 창조하여, 각기 개성을 살리면서, 나름껏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다.
  
   한국인의 구미엔 딱 맞지만,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음식이어서 세계의 입맛에는 도무지 맞지 않을 것 같았는데, 1998년 대한항공에서 제공한 비빔밥이 세계최고의 기내식으로 뽑혀 대상인 머큐리상을 수상했다. 한국 고유의 음식으로 김치에 이어 비빔밥이 세계화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꿀꿀이죽은 비빔밥과 대척(對蹠) 관계에 있다. 음식을 고루 섞었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첫물을 모아 만든 비빔밥과는 정반대로 상하기 직전 또는 막 상하기 시작한 끝물을 마구 섞어 구정물까지 부어 만든 음식 찌꺼기가 꿀꿀이죽이다. 원래 이것은 지상의 모든 동물 중에서 식욕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왕성하고 위장이 쇠가죽처럼 튼튼한 돼지용이다. 그래서 ‘꿀꿀이’죽이라고 한다. 거지도 사람인만큼 그가 이 집 저 집에서 밥이든 반찬이든 주는 대로 받아 깡통에 담아 놓은 시큼털털한 음식도 이보다는 낫다. 그런데 6.25 동란 때는 이런 꿀꿀이죽도 없어서 못 먹은 모양이다. 북한은 전쟁도 아닌데, 이런 것도 못 먹어 3백만이 굶어 죽었고.
  
   교육 문제로 시선을 돌리면, 대한민국의 평준화가 바로 꿀꿀이죽이다. 교육부와 전교조와 여당에선 곧 죽어도 그것이 비빔밥이라고 우긴다. 코를 찡그리며 날마다 먹어야 하는 학생도, 입으로 숨쉬며 학생들에게 강제로 먹여야 하는 교사도, 금지옥엽이 돌아오는 대로 화장실에 보내 토하게 하고 양치질하게 만드는 학부모도 발에 오색구름을 달고 사는 사람이 아닌 한 하나같이 그것은 비빔밥이 아니라 꿀꿀이죽이라고 밤낮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그것은 세계최고의 기내식으로 뽑힌 비빔밥이라고, 대한민국의 3대 교육 권력기관은 너무도 진지하게 우긴다. 그것이 종교와 같은 신념인 만큼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확대할 궁리만 한다.
  
   기껏 생각한다는 것이 비빔밥이 싫은 사람을 위한 특별식이라며 과학고다, 외국어고등학교다, 자립형 사립고다, 하여 아주아주 조금 허용한다. 그러나 거기서 꿀꿀이죽 대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빔밥을 만드는 순간, 교육부는 노발대발한다. 간도 크게 몰래 특급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어딜 감히 의대에 가고 어딜 감히 법대나 상대에 가느냐고, 혼을 낸다. 오로지 스테이크와 빵 등 양식을 포크와 나이프로 먹어야 된다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든 특급 비빔밥은 보통 비빔밥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국의 각 대학에 지침을 내려보낸다. 물론 일반고의 꿀꿀이죽은 특수고와 똑같은 보통 비빔밥이라고 대학에 지침을 내려보낸다. 대학에서 특수고의 비빔밥은 기내식급 비빔밥이라고 인정하면 즉시 감사의 회초리를 든다. 모든 독재는 희대의 코미디인데,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없다.
  
   대신에 실업계는 특별히 우대한다. 대부분 장학생 대우하고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도와 준다. 혹 그들이 꿀꿀이죽 먹고 대학 못 갈까 봐 안달이다. 실업탐구영역이라는 시험과목을 새로 만들어, 원래 그들은 인문계의 비빔밥 대신 갖가지 특화된 음식을 먹고 공장이나 은행에 가기로 되어 있지만 이를 싹 무시하고, 비빔밥이랍시고 인문계보다 못한 꿀꿀이죽을 먹여서 대거 대학에 가도록 엉덩이를 떠밀어주는 것도 모자라, 정원 외 특별 전형을 만들어 따로 왕창 뽑도록 교육부와 여당이 대학의 넥타이를 잡아당긴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또 다른 엽기 코미디 버전을 선보였다. 강남의 비빔밥을 강북의 학생에게도 먹이겠다고 선언하면서, 특수고의 비빔밥은 그 지역 학생에게만 먹이겠다고 단언한다. 하나는 지역을 확대하고 하나는 지역을 축소한다. 앞뒤가 전혀 안 맞다.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것도 일관성이 있긴 있다. 그것은 ‘강남’고나 특수고의 특급 비빔밥을 모조리 ‘강북’고나 전국의 평준화된 일반고처럼 꿀꿀이죽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놀부보다 더 고약한 심보다.
  
   권력 없는 학생도 다 알고 권력 없는 교사도 다 알고 권력 없는 학부모도 다 안다.
  --대한민국의 평준화는 꿀꿀이죽이라는 것을!
  그래서 슬기로운 소비자인 학부모는 온갖 무리를 다하여 자녀들이 학교에서 다녀오자마자 그들을 학원으로, 맛있는 비빔밥을 먹여 주는 학원으로 보낸다. 또는 아예 갖가지 최고급 음식을 먹여 주는 외국으로 기둥뿌리를 뽑아 자녀들을 내보낸다. 권력 있는 교육부와 권력 있는 전교조와 권력 있는 여당만 한국의 평준화가 꿀꿀이죽임을 모른다. 대한민국 3대 교육권력은 곧 죽어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것이 기내식급 비빔밥이라고 우긴다.
  
   계속 그러다가는 전국민이 6.25 동란 때처럼 진짜 꿀꿀이죽을 먹게 될 것이다.
  
   (2006. 6. 25.)
  
[ 2006-06-26, 07: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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