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국사대, 좌익의 북·중사대, 우익의 대미자주
김정일은 민족공조와 자주와 평화를 내세워 한국의 친북좌파를 대북사대주의의 아편으로 몽롱하게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조선의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의 사대주의]
  
  조선이 패망하기까지 사대주의는 500년 이상 긍정적 의미로 쓰였다. 이 말이 부정적으로 쓰인 것은 일본이 조선 침략을 합리화하고 식민 지배를 영구화하기 위해 이른바 식민사관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지극히 우스꽝스럽게 기술하고 이를 한국과 일본에서 체계적으로 조직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이다. 식민사관이라면 이를 갈고 살을 떠는 사람도 이 사대주의라는 말에는 주눅이 들어서 이 말을 국내의 정적이나 원수에게 영화 [솔로몬]에서 나오는 거대한 거울처럼 번쩍 치켜들어 상대방의 눈을 일시에 멀게 한다. 입가에는 득의의 미소를 띠고서.
  
  자칭 진보연하는 친북좌익세력들이 이걸 제일 잘 써먹는다. 친미사대주의! 이 조커 한 장을 내밀고 그들은 수북한 판돈을 자주와 평화의 에이스 카드를 흔들며 상대방의 패는 보지도 않고 싹 쓸어간다.
  
  [사대주의는 동아시아의 외교용어, 영연방 관계와 비슷한 데 쓰임]
  
  과연 사대주의란 무엇인가? 또한 누가 사대주의인가?
  
  사대주의는 동아시아의 독특한 외교용어였다. 대체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서구와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들이 독립하게 되는데, 이 사대주의와 가장 유사한 예는 영연방의 유대이다. 영연방이란 내정간섭이 전혀 없는 독립국가이되, 형식상으로 영국의 왕을 자기네 나라의 국가 원수로 인정하고 국기에 영국의 국기인 유니언 잭을 그려 넣는 것이다. 이들을 보고 사대주의라며 욕하면 너무 같잖아 다시는 상종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정신병자로 보고. 스스로 비하할 리도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얻고 외교적 원군을 얻고 문화적 동질감을 느끼고 앞선 과학기술과 학문을 배울 수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조선의 성종까지만 해도 사대주의는 전혀 부끄러울 게 없는, 이용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더 유리한 평화적인 외교관계였을 따름이다.
  
  [소련과 위성국의 관계는 주종의 관계]
  
  동아시아의 사대 외교나 영연방의 대등한 유대보다 훨씬 강도가 높았던 것은 소련과 그 위성국들의 관계이다. 이건 확실한 주종 관계였다. 소련의 군대가 내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좌지우지했다. 말로만 형제국이었다. 그 위성국들은 소련의 식민지였을 따름이다. 소련식 공산주의를 거의 그대로 실천해야 했다. 대신 원유를 비롯한 원료를 싸게 또는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었고 과학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동구는 이미 그 당시에 소련보다 앞섰기 때문에 공산화는 서구에 비해서 결정적으로 과학기술이 뒤떨어지고 경제가 낙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서로가 손해였다.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주고받는 상호보완적인 시장경제가 사라짐으로써 효율성이 사라지고 생산성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소련과 중공의 관계는 자주독립의 관계]
  
  중공도 대장정의 초기만 해도 소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그러다가 장개석의 국민당에게 연전연패하게 되면서 홍군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식 유격전의 천재 군사 전략가인 모택동의 입만 바라보게 되었고, 그 때부터 중공은 소련사대주의에서 벗어났다. 소련의 영향력은 미미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중소는 각기 내정간섭이 없는 독립국이었다.
  
  [소련과 북한의 관계는 주종관계]
  
  동구만이 아니라 북한도 소련에게는 꼼짝도 못했다. 식민지였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한 사대주의가 이내 뿌리를 내렸다. 소련 주둔군 4만이 무슨 행패를 부리든 그 뒤에 찰싹 붙어서 그들이 공산주의라는 제도를 뿌리고 심으면 생명수처럼 잘 가꾸고 소련군에 빌붙어 그들이 툭툭 던지는 대로 권력을 하사 받은 김일성을 필두로 하는 50여 명의 빨치산이 마침내 압록강에서 임진강까지 작은 개울 하나 놓치지 않고 그 사이의 모든 토지와 공장을 모조리 차지할 수 있었다. 이에 반대하거나 고개만 갸웃거려도 모조리 반동분자로 몰아 평생토록 강제노동 시키거나 아예 죽여 버렸다. 동족에게는 가차없었다. 권력에 방해되는 자에겐 죽음이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다.
  
  [악질적 사대주의]
  
  이게 가장 악질적인 사대주의의 형태이다. 강자에게 힘을 하사 받아 그 힘을 방패삼아 여우가 호랑이를 뒤에 세우고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듯이 북한 공산당은 약자인 동족을 못 살게 굴었다. 이것이 바로 악질적인 사대주의이다. 조선 중기 이후도 그와 비슷했다. 명이나 청으로부터 글자라도 한 자 받아오면, 그걸 위세로 동족을 개나 말 취급했던 것이다. 북한은 소련군이 물러간 후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었고, 조선은 임란이나 호란 등 전쟁 기간 외에는 명군이나 청군이 주둔한 적이 없어서 내정간섭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병풍 뒤에 북한은 소련의 북극곰을, 조선은 중국의 황룡을 각각 크게 그려놓고 이걸 빌미로 동족을 착취했던 것이다.
  
  [긍정적 사대주의]
  
  조선 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대주의를 빌미로 무역을 활성화하여 명이 짜증을 낼 정도로 상당한 무역흑자를 누렸고 변방을 안정시킨다며 전쟁을 일으켜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국경도 넓혔다. 연호는 명의 것을 썼지만, 무엄하게도 명의 통궤력과 원의 수시력, 아랍의 회회력을 참고하여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책력을 따로 만들었다. 황제와 똑같은 지위를 누렸던 것이다.
  
  중국의 천자는 공간은 어쩔 수 없이 다 지배하지 못할지라도 시간은 완전히 지배하는 자였다. 그 상징으로서 중국의 천자는 매년 책력을 만들어 주변의 조공국에게 하사했는데, 세종대왕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도 받아오긴 받아오되, 위도와 경도가 다르고 기후환경이 달라 우리 실정에 잘 맞지 않는 그들의 책력을 무시하고 음력과 양력을 하나로 통합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나온 달력 중 가장 정교한 칠정산내외편(19태음력, 1년을 365.2422까지 정확히 계산)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쓴 것이다. 그래서 이걸 기준으로 24절기를 중국과 하루 이틀 다르게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여 백성들의 배를 불려 주고 그 등을 따뜻하게 했던 것이다.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는 빳빳이 들고, 외교는 당당하되 내정은 부드럽고--이런 사대주의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방공간의 대소·대미 관계]
  
  남이나 북이나 일본군을 단 한 명도 스스로의 힘으로 몰아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각각 미군이나 소련군에게 잘 보인 자가 권력을 잡는 게 유리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천양지차가 있다. 공산주의는 그 맹목적인 이상주의와 그 무시무시한 증오와 그 서슬 퍼런 독선 때문에 공산주의 외에는 그 어떤 사상이나 종교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자유란 종자는 거대한 가마솥에 넣어 펄펄 끓이거나 거대한 굴속에 집어넣고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서 완전히 멸종시켜 버렸다. 따라서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자는 말 그대로 개미 알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자본주의 국가는 평등관계]
  
  반면에 자본주의는 원래 자유를 먹고사는 숲인지라 일단 힘이 제일 센 미군 호랑이가 자신의 자유를 가장 많이 확보하긴 했으되, 쥐든 고양이든 소든 개든 살쾡이든 늑대든 개미든 구더기든 참새든 솔개든 닭이든 병아리든 한국인에게도 상당한 자유를 허용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무려 정당만 해도 500여 개가 난립했다. 독립운동했다는 자들이 어찌나 많은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자연히 투표도 자유비밀 투표였다. 소련군이 지정한 후보에 대해 찬반 공개 투표한 북한과는 전혀 달랐다. 따라서 미국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이승만 대신 김규식을 밀었지만, 국민은 이승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승만의 역량이기도 했다. 역량이되 김일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일성은 철두철미한 사대주의적 처신으로 소련으로부터 낙점되었지만, 이승만은 미군의 도움을 받았으되 자주적으로 당당히 맞서기도 하면서 자신보다 미군의 도움을 많이 받은 정적을 정정당당하게 물리치고, 다시 말해서 국민의 표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미군의 총칼로 협박한 게 아니라 경륜과 언변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서 최고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자유의 바람을 타고 공산주의의 붉은 깃발도 여기저기서 펄럭였다. 대구, 순천, 제주도 등 서울에서 먼 곳에서 '민주주의'라는 애매한 깃발을 내걸고 공산세력이 폭동을 일으킨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누구도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라는 것을 안 자가 없었으니까, 그 모든 것은 권력 공백기의 공간에서 권력 다툼의 한 방법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소련식 공산주의로 일찌감치 사상과 제도가 통일된 북한이 바보가 아닌 한 배후조정의 역할을 안 했을 리도 없었다.
  
  북한 공산당과 남로당 간에도 권력 암투가 치열했었고. 어수선한 한국에서 쌓은 전적으로 서로를 물리치려고 했던 것이다. 박헌영은 한국에서 폭동을 일으켜 세력을 키우려고 했고, 김일성은 아예 전면전을 감행하여 통일 왕국의 '태조'가 되려 했었다. 그 사이에 끼어 사상의 자유가 허용되었던 한국은 수천 명이 희생된 폭동과 수백만 명이 희생된 내란을 겪었던 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았던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껏해야 신의주 의거였는데 그건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 자주의 실체]
  
  북한이 한국을 향해서 큰소리치고 한국의 얼치기 지식인들이 주눅드는 것 중의 하나가 대미 굴종 외교, 미국사대주의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자주 외교를 한다고 한다. 그 증거는 주한 미군이다. 자연히 북한은 이런 관점에서 자나깨나 미군 철수를 부르짖고 한국의 지식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원죄 의식'을 갖고 북한의 주장에 '말인즉슨 맞다'라고 하거나, '반미 좀 하면 어떠냐'라고 하거나, '반미반전! 평화의 적, 미군 물러가라'라며 촛불 행진을 집요하게 계속하고 이라크 파병에 대해 결사적으로 준열한 역사의 이름으로 반대한다.
  
  과연 그러면 북한은 자주하고 한국은 사대하는가?
  내용을 알고 보면 정반대이다.
  
  [진정한 자주는 국방이 아닌 경제]
  
  자주는 국방을 자국의 군대만으로 담당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게 아니다. 구서독에도 미군이 있었지만, 통일된 독일에도 현재 미군이 있다. 일본에도 미군이 있다. 단지 많고 적고의 차이일 따름이지 현재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는 수십 개국이다. 이들 나라들이 모두 사대주의 국가인가? 그러면 다들 웃는다. 왜? 미국으로부터 내정간섭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중에 단 한 명도 미군에서 파견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국방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안보에 신경을 별로 안 써도 되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훨씬 많다. 이 중에서 일본과 독일은 2차대전 패배 때문에 미군이 진주한 곳이고 한국은 일본군과 일본경찰을 내쫓아 독립을 확보해 준 다음 자유 총선거로 자치 정부를 세우고는 미군이 떠났었다. 이를 다시 불러들인 건 바로 북한이다.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김씨 왕조는 남침을 부인하기 때문에 국내 권력을 강화하고 대남 공작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밤낮 주한미군을 물고 늘어진다. 그러면서 오로지 국방에만 신경 쓰기 때문에 전 국민을 거지로 만들었다.
  
  자주는 군대가 아니라 기업에서 온다. 기업이 활성화되면 이들이 자국에서 자유롭게 경쟁과 협조를 통해서 끊임없이 부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고 자유무역을 통해서 외화를 벌어오기 때문에 안보도 오히려 날이 갈수록 튼튼하게 할 수 있고 사회 복지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과 독일이다. 2차대전의 잿더미 속에서 그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에 들어가 국방비를 대폭 줄이고 미국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군대 대신 기업을 키워 꿩도 잡아먹고 알도 삶아먹었다. 닭도 기르고.
  
  경제만 좋아진 게 아니라 사회복지도 어떤 나라보다 좋아졌고 과학기술도 미국을 위협하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도 꽃피게 되었다. 경제 규모 자체가 커지다 보니까, 군사도 어느 사이에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은 GNP의 1%만으로도 군사비가 러시아마저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발달한 과학기술 덕에 군사 장비도 핵무기만 없을 뿐 미국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무역도 미국에 대해서 그저 처음 10년에서 20년 적자를 보았을 뿐 지속적으로 흑자를 보게 되어 미국이 오히려 이들 두 나라에 대해서는 자유무역보다 보호무역을 선호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을 능가한다]
  
  한국도 그 못지 않다. 일본과 독일은 전쟁으로 산업 시설이 폭파되었을 뿐, 세계 최고급 인재는 그대로 있었다. 과학기술과 여러 학문과 경영 능력 등이 어디 갈 리 없었다. 미국으로 망명한 소수 외에는 거의 전부 일본과 독일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전쟁배상금을 물어내라는 말은 일체 않고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권하며 너그럽게 봐 주자, 쓸데없이 군사에 신경을 안 쓰고 경제에 매진하게 되어 비약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전과 월남전이 터져 주고 질질 끌어 주어 이 두 나라는 국민의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떼돈을 벌 수 있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이 두 나라는 2차 대전 이전에 이미 과학기술과 기업이 고도로 발달했었기 때문에 최고 품질의 군수품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그게 노다지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입만 쩍쩍 다시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무엇보다 인재가 없었다. 자본도 없고 자원도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산업화에 필요한 고급 인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먹을 입은 해운대의 모래보다 많았지만, 일할 손은 해운대의 진주보다 적었다. 기껏해야 일제 시대에 소학교를 나온 사람이거나 일제 시대에 징용에 끌려 갔다온 사람이었다. 아니면 한학을 조금 익힌 사람이었다. 공장도 없고 발전소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6·25를 맞아서 그나마 있던 판잣집도 다 불타고 초가도 불타고 도로와 철로도 다 끊어지고 그나마 약간의 능력이 있던 사람들도 자진해서 가든 잡혀서 가든 북으로 대거 가 버렸으니, 절망 외에는 남은 게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 일어섰다. 그건 정말 기적이었다. 라인강의 기적은 절대 기적이 아니다. 그건 독일의 과학기술과 기업이 일으킨 지극히 당연한 경제부흥이었다. 한강의 기적은 정말 기적이다. 자본, 자원, 기술--그 어느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룩한 명실상부한 경제기적이었다. 여기에 물론 미국의 간접적인 도움이 컸다. 미국은 군대를 주둔시켜 안보를 반 이상 담당해 주고,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하여 한국의 조악한 상품을 거의 무관세로 사 주고, 유학의 문을 열어 주어 과학기술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대신 그들은 국내 정치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쿠데타가 일어나건 선거 혁명이 일어나건 그건 다 우리 몫이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자주독립국가였던 것이다.
  
  [북한의 경제 예속, 그 사대주의의 실체]
  
  북한은 어땠는가? 소련군도 나가고 중공군도 나갔지만, 6·25의 원죄 때문에 국군과 미군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서 군사비를 밑도 끝도 없이 쏟아 부어야 했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말만 자립이지, 배고픔이 일상사가 되었고 가난이 숙명이 되었다. 그나마 지극히 비효율적인 소련식 계획경제를 고수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나날이 곤두박질쳤다.
  
  중국은 혹독한 문화혁명 후에 소련과는 전혀 관계없이 독립국답게 주체적인 개혁개방으로 80년대 이후에는 배고픔은 잊혀진 과거가 되고 풍요와 자유는 손만 뻗으면 닿을 미래가 되었지만, 정신적인 사대주의에 깊이 물들은 북한은 중기 이후에 조선이 뿌리깊은 모화사상이라는 사대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오로지 중국에서 들여온 성리학만 죽자고 좇으며 백성 위에 군림하면서 가렴주구만 일삼았듯이, 김씨 조선은 소련식 공산주의를 그대로 모방하여 철두철미 계획경제라는 생산체계를 일점일획도 바꾸지 않고, 느닷없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이쪽 저쪽으로부터 공짜로 원유와 기계와 무기를 얻어먹을 겸 스탈린 격하 운동이나 대약진 운동 실패 후 모택동 비판 운동이 소련과 중국 양쪽에서 거세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6·25와 천리마운동 실패의 어마어마한 전과가 있는지라 그 불똥이 튀는 걸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주체사상이란 걸 만들어 김일성을 아예 태양신으로 떠받들어 숭배하게 하는 한편, 공산당원들을 신판 양반으로 신분 상승시켜 주고는, 노동자 농민의 허리를 날마다 조이고 밤마다 사상 투쟁한다며 유일사상을 학습시켜 잠자다가도 입에서 술술 나오게 만들었다.
  
  완전히 전 국민을 꼭두각시나 로봇이나 앵무새로 만들었다. 자주적인 사람은 단 두 사람 김일성과 김정일뿐이었다. 지금은 김정일 한 사람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4800만이 하나같이 자주적인 사람이다.
  
  소련에서 가르쳐 준 공산 체제를 중국뿐만 아니라 이윽고 90년대엔 소련도 러시아로 바뀌면서 완전히 버렸지만, 조선이 망한 명나라를 떠받들고 스스로 소중화를 자처하듯이 김씨 조선은 망한 공산주의를 떠받들고 스스로 공산주의의 정통적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선이 600년 700년 전에 망한 송의 성리학을 유일무이한 진리로 떠받들며 백성들이 생산해 놓은 것을 호랑이보다 무섭게 빼앗아 갔듯이, 김씨 조선은 남들이 다 버린 공산주의를 유일사상으로 바꾸어 오로지 만경대 김씨 가문을 하늘보다 높이 받들며 인민들을 끝없이 착취하며 300만이 굶어 죽어도 외눈 하나 깜짝이지 안하고 오로지 군사력 기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 자신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에 당당히 맞서는 자주 국가라며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라며 삿대질한다.
  
  [북한의 중국사대주의]
  
  북한의 사대주의는 2004년 7월에 명백히 드러났다. 그 사대주의는 바로 낯뜨거운 중국사대주의이다. 입만 벙긋하면 고조선에서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의 정통성을 내세우며 고구려의 계승자라고 해 놓고 막상 중국이 동북공정을 전 국가가 조직적으로 밀어붙이고 노골적으로 고구려가 중국의 일개 지방정권이라고 하는데도, 단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이참에 간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며 일전을 벌여야 하는데, 한국의 독도에 대해서는 그렇게 입에 거품을 물더니, 묵묵부답 단 한 마디도 없다. 미국에 대해서는 세상에 있는 욕은 다 끄집어내고 새 욕도 만들어 그렇게 길길이 뛰더니, 중국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한다. 더 웃기는 것은 한국 정부이다. 반미의 촛불은 아무리 켜도 본 척 만 척하고 북한 인공기는 결사적으로 옹위하더니,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 것이라고 대명천지 우기는데도 '조용한 외교'를 할 뿐이다.
  
  탈북자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서나 북한에 대해서나 한 마디 소리 내지 못하고 '조용히' 처리할 뿐이다. 이보다 더한 굴종 외교가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한 사대주의가 어디 있는가.
  북한이 반미구호와 주한미군철수를 저렇게 줄기차게 내세우는 게 자주인가? 그럼 중국에 대해서는 어찌 한 마디도 못하는가? 바로 자신의 정통성을 까부수는데도!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데도! 그것이 북한을 여차하면 접수하겠다는 뜻인지도 모르는데도! 어쩌면 한국까지도!
  
  북한의 중국사대주의는 바로 이것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북한에게 타격을 주려면, 단 1주일도 필요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속국이라는 말이다. 속국이 감히 종주국한테 바른 소리를 해? 어림도 없는 말이다. 중국에서 원유를 보내지 않고 중국에서 식량을 보내지 않고 중국에서 6자 회담에서 북한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날로 바로 북한은 조종을 울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북한이 내세우는 자주요, 주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큰소리치는 까닭]
  
  그러면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는 왜 그렇게 당당히 맞설까? 전세계에서 가장 짜릿할 정도로 당당히 맞설까? 그건 미국이 북한을 어찌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고 한국이라는 인질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는 원래 중국과 소련에 예속된 것이었다. 그러다가 두 나라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서 공짜로 주던 원료와 무기와 기술을 주지 않고 맞돈을 달라고 하니까,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북한은 미국 등 서방과는 거래가 전혀 없었다. 따라서 미국이 경제제재니 뭐니 해 봐야 아무 효과가 없었다. 무기와 아편 팔아먹는 것이 좀 어렵게 되었지만, 그것도 몰래몰래 해 먹으면 되고, 한국에서 그보다 더 많은 현금과 식량과 비료를 준 이후는 더욱 미국한테 큰소리칠 수 있었다. 핵으로 겁을 주어 중유 50만 톤을 해마다 미국으로부터 공짜로 받고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10여년에 걸쳐서 200만 톤이나 받은 것은 북한의 통쾌한 외교적 승리였다. 이왕 나간 김에 농축우라늄을 개발했다고 하는 순간 바로! 안 그래도 명분이 없어 속은 걸 알고 끙끙 앓던 미국이 그 다음 달로 바로 중유 50만 톤을 끊어 버리자, 북한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벼랑 끝 외교의 한계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왠지 불안한 기분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후 중국의 제2인자 오방국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기존에 송유관을 통해서 받던 것 외에 중유 50만 톤과 식량 20만 톤을 해마다 받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에게는 '쥐약'이었다. 중국이 '고구려는 우리 거네, 너그들 땅도 여차하면 우리 거가 될 걸세.'라고 해도 꼼짝 못하게 된 것이다. 탈북자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이걸로 북한을 마음대로 요리한다. 30여만 명 중에 일년에 많으면 만 명 정도 잡아 주고 북한을 꼼짝 못하게 한다. 만약 중국이 국경을 개방해 버리고 탈북자를 한 명도 안 넘겨 주면 그 날로 북한은 동독이 무너지듯이 바로 무너진다. 경제와 외교와 정치에서 북한은 이렇게 중국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에 중국이 몇 년 전부터 15,000명의 정예병을 배치하고 있지만, 북한은 70만 휴전선의 군대 중에서 그 쪽으로 1,500명도 빼내지 못한다. 중국이 노할까,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한국]
  
  미국에겐 언제든지 큰소리칠 수 있다. 그렇게 큰소리칠수록 한국의 주사파들이 득세하여 '민족공조'와 '자주'와 '평화'를 내세워 한미동맹을 급격히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줄기찬 공작은 효험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미국이 '삐쳐서' 북한에게는 목의 가시였던 휴전선의 미2사단과 정수리의 권총이었던 용산의 주한 미사령부가 평택으로, 어쩌면 괌으로 떠날지 모르게 되었다. 미국에 대해서는 큰소리치면 칠수록 잃는 건 '사대주의와 미군과 전쟁'이요, 얻는 건 '자주와 민족과 평화'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적화통일이다.
  
  또한 북한은 미국이 절대 선제공격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언제든지 북한에 쳐들어올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 소련 때문에 절대 선제공격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라크처럼 석유도 없고 아프가니스탄처럼 빈 라덴이 숨어 있지도 않는데, 휴전선에 배치된 가공할 북한의 화력과 지하 어딘가에 숨겨 두었을 핵폭탄이 무서워 미국은 그냥 한국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소리칠 수 있다. 미국이 정말 9·11과 북한의 핵 장난에 분기탱천하여 선제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이 콩알만해져서 중국에 대해서 찍 소리 못하듯이 절대 찍 소리 못한다.
  
  문제는 핵이다.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살 꾀'가 아니라 '죽을 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소련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일본도 핵 무장하고 북한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유사법제라 하여 법도 다 만들어 놓았다. 아직은 중국과 소련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한 편을 들지만, 강대국은 언제 밀약을 맺을지 모른다. 그 순간 김씨 왕조는 끝이다.
  
  [민족공조의 속내는 북한사대주의]
  
  위기일발! 그래서 김정일은 민족공조와 자주와 평화를 내세워 한국 정부와 한국의 주사파와 한국의 자칭 진보주의자들을 북한사대주의의 아편으로 몽롱하게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총을 쏘기 전 한국을 거의 정신적으로 무장해제시켜 버리는 것이 그의 최대목표이다. 그러면 미국이 선제공격하기 직전에 미국이 중국과 밀약을 맺어 행동을 개시하기 직전에 대포 몇 방 총 몇 방, 특수부대 10만으로 순식간에 한국을 접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연방제 통일을 선언해 버리면, 그 다음에는 미국도 중국도 어쩔 수 없다고 보고, 그 다음에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매달리면, 봐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2004. 8. 5.)
  
  
  
[ 2006-06-27, 09:5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