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CEO 전성시대--누가 피파컵에 키스할까
특무상사 스콜라리, 신세대 CEO 클린스만, 군사령관 리피--축구 강대국의 실력은 거의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최후의 승자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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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해야 살아 남는다. 변해야 이긴다. 축구도 이제 승리는 발 싸움이 아니라 머리 싸움이다. 월드컵 우승은 특히 그러하다. 네덜란드의 축구 아버지 리누스 미헬스(Rinus Michels)가 토털 풋볼(total football) 또는 압박 축구로 1974년, 1978년 잇달아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한 이래 축구 최고경영자(Football CEO) 시대가 개막되었다. 한국도 미헬스의 제자인 희동구를 맞아들여 2002년에 월드컵 4강이란 금자탑을 쌓은 적이 있다. 1998년과 2002년의 월드컵 우승은 각각 에메 자케(Aime Jacquet)와 필리페 스콜라리(Luiz Felipe Scolari)의 걸작이었다. 지단과 호나우도는 그들의 작전대로 움직인 전사였을 따름이다.
  
   2006 월드컵 4강이 가려졌다. 독일과 이태리, 불란서와 포르투갈이 각각 결승 진출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과연 어느 팀이 우승할까. 축구황제 펠레는 '펠레의 저주'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틀린 예측을 잘했는데, 각각 독일과 포르투갈의 손을 들어 준다. 최후에 웃는 자는 독일일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70% 이상 맞을 듯하다. 나는 선수보다 감독에 유의한다. 축구 강대국의 실력은 거의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최후의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1998년 자케의 아트 풋볼(art football)에 3:0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브라질은 이태리 이민 후손인 특무상사 스콜라리를 사령관으로 맞이하여 호마리우를 끝내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는 등 왕고집으로 삼바 댄서들에게 군기를 바짝 불어넣어 2002년 여유 있게 월드컵 5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는 2003년 브라질의 아버지 나라 포르투갈로 간다. 가자마자 그는 유럽컵에서 당당히 자주(purple) 사단을 결승에 올린다. 그리스에 아깝게 졌지만, 그의 명성은 하늘 높이 올라간다. 그는 2002년 한국의 제물이 된 포르투갈 팀을 일신하여 곡예를 부리듯, 행운을 스스로 만들 듯 40년 만에 당당히 포르투갈을 월드컵 4강으로 끌어올린다. 월드컵 12연승의 대기록이다. '승리냐 죽음이냐', '브라질의 2등은 꼴찌와 마찬가지'--그는 이태리 후손답게 이기는 경기에 최우선 목표를 둔다. 수비와 공격 어느 하나 빈 틈을 보이지 않는다. 팀워크와 조직을 중시한다. 브라질의 호마리우든, 포르투갈의 피구든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팀워크와 조직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면 과감히 빼 버린다. 이 점은 자케와 비슷하다.
  
   이태리의 마르첼로 리피(Marcello Lippi)도 놀라운 풋볼 CEO다. 스콜라리가 브라질에 수비가 무언지 가르쳐 주었다면, 리피는 1966년 북한에 지고 난 후 '수면제 축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 국제특허를 낸 카테나치오 곧 빗장수비만으로는 월드컵 4회 우승은 50년 후의 일임을 깨닫고 유벤투스에 화려한 공격라인을 포진시킨 그 명성 그대로 2004년에 아주리 군단에 창과 칼을 쥐어 주었다. 로마의 방패를 버리는 것도 아니다. 또한 그는 무시무시한 특무상사 스콜라리와는 달리 너그러운 사령관이다. 큰 것을 알려 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신바람이 나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적을 갈아 마실 듯한 증오와 승리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바짝 얼어붙은 아주리 군단에 훈훈한 봄바람을 불어넣었다. 죽기 살기 식의 전쟁 축구를 언제 보아도 신나는 오페라 축구로 만들었다.
  
   클린스만(Juergen Klinsmann)은 1964년생, 이제 겨우 41세이다. 그는 과거의 명성에 도취되기 쉬운 스타 플레이어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축구 개혁 전도사로 거듭났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지, 노조 왕국 독일에 구조조정의 꽃샘바람을 매섭게 불어넣고 있는 여걸 메르켈 총리가 진한 동지애를 느끼고 클린스만을 독일 개혁의 모델로 치켜세운다. 클린스만은 중세의 중무장한 기사 같은 전차 군단을 일신했다. 그는 게르만족 순혈주의와 서른이 다 되어야 주전이 되는 서열주의에 철퇴를 가했다. 1998년의 풋볼 CEO 자케를 벤치 마킹한 듯하다. 과연 그의 기대에 부응하여 클루제, 포돌스키 등이 펄펄 난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독일에 두 번이나 피파컵을 안겨 준 독일 축구의 황제 베켄바우어에 감히 맞서서, 그는 미국에서 독일로 출퇴근하며 전차의 구닥다리 기계 부품을 최첨단 전자 부품으로 바꿨다. T-74를 T-2006으로 바꿨다. 독일의 기계에 미국의 전자를 결합한 것이다. CEO 경력이 일천한 그는 큰 것만 지휘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일임했다.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알고 자기보다 잘난 유능한 참모를 쓸 줄 아는 21세기형 CEO다. 전차군단은 이제 날렵해졌다. 표적을 추적하여 요격하는 첨단장비도 갖췄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몸싸움 실력은 아직도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무식하게 체력과 체격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레블레의 감독 도메네크(Raymond Domenech)는 자케의 짝퉁이다. 볼 게 없다. 압도적인 대 포르투갈 전적에 기대어(15승 1무 5패) '늙은 수탉'이 '영리한 여우'를 쫄 수는 있겠지만, 스콜라리의 머리를 넘기는 힘들 듯하다. 브라질을 이겼다는 데서 오는 긴장의 이완도 감점요인이다.
  
   종료 휘슬이 울려야 결과가 드러날 것이지만, 이제 축구가 발 싸움보다는 머리 싸움이라는 건 확실하다. 우승컵의 향배와는 관계없이 독일과 이태리와 포르투갈의 축구는 뛰어난 CEO 덕분에 전세계 축구 팬들에게 연일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 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영국과 네덜란드 등은 CEO를 새로 영입해야 할 것이다. 이제 행운은 더 이상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기업이든 축구든 국가든 CEO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 우리 수준에 맞는 CEO를 각 분야에 걸쳐서 대대적으로 양성하고 열렬한 박수로 다투어 모셔야 한다.
  
   (2006. 7. 4.)
  
  
[ 2006-07-04, 20:3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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