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이판사판 미사일 도박
철옹성 같던 권력 기반이 눈에 보이지 않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권력과 부와 명예와 쾌락--김정일의 존재 이유인 이것들이 달러가 막히자 한꺼번에 흔들린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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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230주년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국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쏘아 올렸고 북한은 미사일 폭죽을 터뜨렸다. 6발 폭죽의 하이라이트인 대포동 2호는 화려한 불꽃을 보여 주지 못하고 40여초만에 피시식 동해에 추락한 듯하다. 그것은 알래스카나 미국의 서부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데, 그 의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 모두에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실지로 미국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의 앞 바다에 떨어졌다면, 평양 불바다에 이어 서울 불바다가 아주 가까운 장래에 거의 동시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가동하여 요격에 성공하면, 김정일의 체면은 있는 대로 구겨질 것이고 만약 요격에 실패하면 부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어, 화난 부시가 북폭을 명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포동 2호 불발탄은 김정일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고, 미국의 요격미사일에 격추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람도 있고, 김정일의 허풍이 들통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김정일은 아주 어린 시절은 모르겠지만, 6·25 동란이 끝난 이후부터는 마음먹어서 이루지 못한 일이 없다. 권력과 부와 명예와 쾌락--이 넷은 김정일의 꿈이자 현실이다. 김일성이 사망하면서 이 넷을 한꺼번에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그는 실상 1985년부터 김일성의 절대권력을 야금야금 잠식했었기 때문에 3년상이라는 검은 장막을 치고 3백만을 희생시키며 절대권력을 독식하는 데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절대반지는 차지했지만,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압록강과 두만강 양쪽에서 번갈아 건너오던 두 황제의 하사품이 없어졌다. 권력은 부가 없으면 유지할 수가 없다. 아랫것들을 개와 말처럼 충성하게 하려면(犬馬之勞), 몽둥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벤츠, 꼬냑, 색떼레비, 소갈비, 고급 아파트, 파티 등을 팁으로 툭툭 던지지 못하면, 죽으라면 실제 죽어 버릴 자도 언제 등에 비수를 꽂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먼저 한국을 제물로 삼았다. 민족과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김영삼은 김정일에게 애초에 상대도 안 되었다. 평화와 전쟁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 안 된 미국의 클린턴도 김정일의 밥이었다. 민주와 독재의 차이도 모르는 강택민도 이용한다고 확신하면서 김정일에게 이용당했다. 달러와 식량과 비료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렇게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김정일은 개미 새끼 한 마리 그의 왕관에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는 데 멋지게 성공했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바에야 10년이 지나도록 거짓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한국은 386 짝사랑파가 옹립한 후보가 연이어 득세하면서 거의 제2의 월남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엔 부시가, 일본엔 고이즈미가, 중국엔 호금도가, 러시아엔 푸틴이 들어섰다. 이들에겐 거짓과 협박이 씨알도 안 먹힌다. 설령 도와 준다고 하더라도 하나를 주면 열을 요구한다.
  
   김정일이 제일 두려워하는 일이 터졌다. 인권탄압과 위폐가 바로 그것이다. 태평양 밖의 나비 날갯짓 같던 인권 문제가 어느새 남해와 서해와 동해에서 스산한 바람과 검은 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핵 공갈과 미사일 협박이면 벌벌 길 것 같던 부시가 6자 회담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자마자 바로 마카오의 김정일 비밀계좌를 틀어막았다. 놀랍게도 하늘같이 믿었던 중국이 북한과 은행거래를 끊고 현물 또는 현금을 요구한다. 김정일 생일과 김일성 생일에 최소한 1억불은 풀어야 되는데, 선군정치에 쓰고 나니 융통할 돈이 없다. 김정일의 마지막 보루 스위스 은행도 평소에 안 하던 이상한 말을 툭툭 던진다.
  
   철옹성 같던 권력 기반이 눈에 보이지 않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권력과 부와 명예와 쾌락--김정일의 존재 이유인 이것들이 달러가 막히자 한꺼번에 흔들린다. 잇몸이 허해지면 강철같이 튼튼하던 이빨이 한꺼번에 흔들거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판사판이다. 한국을 삼키는 수밖에 없다. 아끼고 아끼던 카드를 꺼낼 때가 온 것이다. 386 짝사랑파가 음으로 양으로 거의 장악하고 있는 한국을 통째로 잡숫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금까지 누리던 권력과 부와 명예와 쾌락이 일시에 10배 100배로 늘어날 테니까! 지방선거를 싹쓸이한 제1 야당도 알고 보면 대부분 6.15공동선언만 들이밀면 수구보수로 몰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니, 미국과 맞짱 뜨는 척하고 미사일 폭죽을 쏘아 올리면, 미국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한국의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은 말리는 시누이 역할 곧 정치용어로 '균형자' 노릇을 할 것이다.
  
   두 차례 서해교전으로 69만 군대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았으니까, 한국의 국군통수권자가 전시작전명령권만 넘겨받으면 일주일이면 한국을 통째로 잡술 수 있다.
   이제부터 김정일은 서서히 조였다 풀었다 할 것이다. 결정적 시기가 올 때까지, 39호실이 진짜 달러는 한 장도 없고 가짜 달러로 가득 찰 때까지, 호들갑떠는 한국을 농락할 것이다.
  
   김정일이 전혀 모르는 것이 있다. 응석과 생떼와 거짓과 협박은 한민족에게만 통한다는 것이다. 60평생 북한에서는 무조건 통했고, 한국에도 지난 10년간 잘도 통했지만, 다른 민족에게는 전혀 안 통한다는 것이다. 문화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부시와 고이즈미(곧 새 이름으로 바뀌겠지만)와 호금도와 푸틴에게는 되로 받고 말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김정일 제거 작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출 때까지, 결정적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국익이 충돌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김정일과 김정일 짝사랑파에겐 절대 유리한 방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살골을 무더기로 쏟아 넣고 환호작약하는 김정일을 보고 이들은 속으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이다. 결정적 기회가 바짝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정일 눈에는 무지랭이같이 보이는 북한의 2천만 한민족뿐만 아니라 김정일 눈에는 겉똑똑이같이 보이는 한국의 5천만 한민족이 실은 어떤 외부의 힘보다 무섭다는 것도 김정일은 모른다. 거짓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순간, 폭력이 정의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순간, 한민족은 일시에 일어나 거짓과 폭력을 뒤엎어 버린다는 것을 김정일은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해도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김정일로서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외통수에 몰렸다.
   (2006. 7. 5.)
  
[ 2006-07-05, 19:0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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