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잘하려다가 모든 걸 망치다
나라의 모든 문제가 남북 분단에 있다며 일시에 민족통일로 그 모든 걸 해결하겠다며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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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잘하려다가 모든 걸 망치다
 
  [경이적인 한국의 초등학생]
  
   한국인은 욕심이 많다. 능력도 탁월하다. 한국의 초등학생이 방학을 맞이하여 미국에 가면 이웃에 소문이 쫙 퍼진다고 한다. 하나같이 천재니까. 만능 천재니까. 못하는 과목이 없으니까. 거기다가 피아노 잘 치지, 그림 잘 그리지, 컴퓨터 잘하지, 영어 잘하지... 교육개혁 이후로 교실이 놀이터가 되면서 이젠 그것도 옛날 얘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만.
  
  [밥상에서 대기업까지]
  
   한국인은 밥을 먹을 때도 이것저것 온갖 반찬이 다 올라온다. 상다리가 부러지지는 않더라도 살짝 휘어져야 제대로 된 손님접대가 된다.
   외국 가서 무슨 박사 하나 받으면 만물 박사가 된다. 외국 박사가 교수 신분으로 TV에서 스타로 떠오르면, 어떤 문제든지 권위 있게 척척 대답한다. 세계의 온갖 풍물과 풍습을 보여 주면, 그 옆에 무슨 대학 무슨 박사 교수님이 최종적으로 정답을 내놓는다. 다들 입이 쩍.
  
   기업을 하면 조금만 잘 된다 싶으면 손을 안 대는 게 없다. 장사를 해서 재미 좀 보면 기고만장해진다. 한국 제일 갑부, 세계 제일 갑부가 5년, 10년 안에 100% 찾아올 것처럼 자신만만하게 아무 업종이나 다 건드린다. 재벌 욕하지만, 막상 벤처 기업해서 순익이 1억 원만 나면 이것저것 기업 사냥에 나선다. 재벌에 배 아파하는 거지, 재벌이 얄미운 거지, 무의식 깊은 곳에서는 자기가 재벌이 못 되어 한이 맺힌 국민이 한국인이다.
  
  [문어발 확장의 대표 주자 종합대학]
  
   대학은 하나같이 종합대다. 포항공대, 과학기술대, 교육대 등 몇몇 대학 빼고는 대학 교수는 재벌 욕할 자격이 한 명도 없다. 아무리 문어발 확장이라고 해도 여러 업종을 하는 기업은 대한민국 200만 기업 중에서 열 손가락에 겨우 꼽을 정도이다. 그러나 대학은 겨우 200여개 중에서 종합대 아닌 곳이 열 손가락에 겨우 들까 말까 한다. 이제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니까 대학이 일시에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그러고도 입만 떼면 대학생이나 대학교수나 재벌 욕하느라 숨이 가쁘다.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여 세계 1위를 숱하게 만든 대기업집단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는 주제에.
  
   그러면서 정말 웃기게도, 같은 대학의 학과들은 서로 서로 높디높은 철조망을 쳐 놓고 거기에 초고압 전류를 흘려 보낸다. 감히 어떤 학과도 신성한 자기 학과를 절대 넘보지 못하게 밤낮 자지도 않고 졸지도 않고 보초를 선다. 전세계적으로 학과의 경계선이 허물어지면서 학제(學際)란 말이 유행한 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우리 대학들은 꿈쩍도 않는다.
  
   번역을 해도 아무 거나 다 손댄다. 영문학 조금 한 주제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영어로 쓴 것은 돈만 될 것 같으면 거절할 줄 모르고 다 번역한다. 제대로 된 번역이 열에 하나는커녕 백에 하나도 있을 리가 없다. 전문 분야 서적을 한 권 번역하면, 석사 학위 주고 박사 학위를 주는 일본의 알찬 번역이 탐이 나서 그걸 그대로 베끼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모름지기 번역실력은 영어도 아니고 독어도 아니고 불어도 아니고 한문도 아니다. 실력은 일어에서 판가름난다.
  
  [제일 가관은 정치]
  
   제일 가관은 정치다. 세상에 모르는 게 없고 세상에 못할 게 없다. 명분에서, 원론에서, 정통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각론에서, 전문성에서 아무 것도 제대로 갖춰진 게 없다.
  
   집권한 정치인은 기업도 살려야 하고 노조도 달래야 한다. 대기업도 살려야 하고 중소기업도 지원해야 한다. 중후장대의 제조업도 살려야 하고 경박단소의 제조업도 육성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살려야 하고 벤처기업도 키워야 한다. 은행도 살려야 하고 증권도 띄워야 한다. 이 모든 일에 정치가 앞장서야 한다.
  
   아, 개혁해야 할 게 너무도 많다. 기업, 금융, 공공, 노조 모조리 개혁해야 한다. 의료 개혁, 교육 개혁, 국가의 생사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괴이한 것은 개혁으로 밥 먹고 개혁으로 국 끓이고 개혁으로 물 마시고 개혁으로 졸고 개혁으로 잠자고 개혁으로 꿈꾸건만, 개혁되었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정치권, 그 중에서 여당과 정부뿐이다. 무성한 자화자찬과 질펀한 홍보가 볼멘 불만과 목쉰 비판, 천둥 같은 성토와 우레 같은 욕설에 부딪쳐 침이 튀고 피가 튄다. 원망이 쌓이고 한이 쌓인다. 거리엔 공해에 찌든 낙엽이 뒹굴고 지하도엔 실업자가 내팽개친 신문지가 뒹군다.
  
   시장경제를 한다며 기업에 명령하고, 금융을 선진화한다며 시중은행의 70%를 정부 손아귀에 틀어쥐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으며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거듭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살린다며 전임자 임금을 기업에게 계속 떠맡기고 복수노조를 무슨 선물인 양 5년 후로 유예한다. 의약분업한다며 의사와 약사 양쪽의 비리를 캐어 싸움이나 붙이고, 결국 국민 부담만 늘린다.
  
   교육개혁한다며 제일 먼저 40만 교사를 촌지나 밝히고 채택료에 목을 멘 파렴치범으로 만든다. 과외 없앤다며 학원 강사를 벤치 마킹하라 하고, 입시교육 막는다며 학교를 놀이터로 만들고, 전인교육 한다며 학생들의 정신 세계를 무정부 상태로 만든다. 바보와 천재를 한 우리로 몰아넣는 평준화 정책을 금과옥조로 지키며 개성과 창의성이 반짝이는 인재가 왜 안 나오냐고 입에 거품을 문다. 교육부의 일개 주사가 전국의 모든 학교에 문서 하나로 수시로 비상, 비상을 걸면서 왜 자율적으로 잘하지 못하느냐고 눈을 부라린다.
  
   정치 개혁한다며 야당의 과거를 들추고, 언론 개혁한다며 국세청을 텅텅 비워 두고 중소기업 수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혈안이 된다.
  
   통일도 해야 하고 북한 정권도 살려야 한다. 안보도 튼튼히 하고 햇볕 정책도 성공시켜야 한다. 불쌍한 북한 동포도 도와 주어야 하고, 북녘의 군비 증강도 눈감아 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통상적인 군사훈련도 다 취소하고 지겨운 사역이나 시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기아에 허덕이는 인민은 아랑곳없이 사상 최대의 군사 훈련을 연이어 강행해도 그건 통상 훈련이라고 너그럽게 보아주어야 한다. 이를 이해 못하는 국민을 수구보수 세력이라고 시대착오적인 냉전주의자라고 몰아 세운다. 한반도에 버티고 있는 미군을 원망한다.
  
   모름지기 욕심이 하늘을 찔러서 이것저것 다 건드려 이 지구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기 힘들 이상 사회를 만들려다가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나라의 모든 문제가 남북 분열에 있다며 일시에 민족 통일로 그 모든 걸 다 해소하겠다며 휴전선 이남의 반쪽 내 겨레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정치는 선택, 행정은 집중, 경영은 발전]
  
   정치는 피를 말리는 선택이며, 행정은 혼신을 다한 집중이며, 경영은 끝없는 발전이다. 이런 가장 근본적인 것을 모르는 한국의 정치인들은 집권만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이것저것 다 선택하니, 행정 관료는 위만 바라보고 이쪽저쪽 눈치보다가 아랫것들을 못 믿고 재량을 남발하여 날이면 날마다 달이면 달마다 혼란을 가중시키고, 기업가들은 봉투 들고 왔다 갔다, 줄까 말까, 주면 얼마 줄까, 이리저리 줄대랴, 이 끈 저 끈 잡으랴, 여론 동향 살피랴, 노조에 약점 안 잡히랴, 수익 창출에 여념 없어야 할 경영에는 거의 신경을 못 쓰고 기업의 덩치가 아무리 커져도 주먹구구식으로 구멍가게 운영하듯 한다. 푸른 기와집에서 초대하면 기업 총수는 황송해서 5대양 6대주 어디 있다가도 즉시 날아와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얼굴에 잔잔한 미소와 깊은 사과의 표정을 함께 지어야 한다.
  
   정치와 경영이 완벽하게 분리하여 기업가는 오로지 회사경영에 전념하는 일본. 기업가가 도리어 정치가에게 훈수하고 여차하면 행정 관료로 입각하여 정치인과 행정관료에게 한 수 지도하는 미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두 국가가 세계 1위, 2위를 다투는 것은 무어 거창한 이론이나 명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사회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우리도 이제 미국 이론, 일본 관행 어줍잖게 흉내낼 생각을랑 말고 이런 큰 사회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문화 전통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개인주의의 미국, 집단주의의 일본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가 혼재한 한국이 그들 두 나라에서 아무리 성공한 이론과 정책이라고 해도 그대로 100% 베껴 봤자 잘 될 리 없다. 근본 구조를 벤치 마킹해야 한다. 나머지는 우리가 이론을 개발하고 거기에 저들의 것을 조금 참고하여 적용해 보고 틀리면 하나하나 고쳐 나가야 한다.
  
   정치는 선택, 행정은 집중, 경영은 발전--이런 근본적인 것을 배우고 깨우치고 이어 제 분수를 지키면, 나라와 겨레를 살릴 지혜가 모아지게 된다. 사회 전체가 활기가 넘치게 된다. 나라의 곳간이 그득하게 되고, 국민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연속극에서 악다구니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아홉 시 뉴스에서 유머가 이슬처럼 반짝인다. 국회의원의 웅변이 연인의 속삭임으로 바뀐다.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집권 세력은 모든 사람을 하나같이 만족시키려다가 도리어 모든 사람의 원망을 산다. 하나밖에 없는 떡을 날름 먹고도 여전히 손에 떡하니 들고 있을 방법은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하나님의 독생자인 예수님밖에 못하는 일임을, 예수님의 제자란 두 영명한 지도자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 분은 실패하고도 큰소리치고, 한 분은 실패가 눈에 선히 보이는데도 끝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달을 가리키고 있다.
  
   이미 그 사이에 먹구름이 끼어 아무도 달을 볼 수가 없다. 아니 선생님은 꾸벅꾸벅 졸면서 꿈속의 달을 가리킨다. 이심전심, 수십 년 따라다닌 제자들은 흔들리는 그 손가락 끝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눈을 지긋이 감고 공중에 저마다 달을 둥그렇게 그린다. 그 사이 뭇 사람들은 손가락을 바라보기는커녕 둥그런 보름달도 싫다 하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기만 고대한다.
  
   (2001. 3. 3.)
  
[ 2006-07-07, 23: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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