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귀족의 꿩 먹고 알 먹기
정작 본인은 자본주의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입만 떼면 민중과 평등, 복지와 진보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자들이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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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귀족의 꿩 먹고 알 먹기
 
  
   정작 본인은 자본주의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입만 떼면 민중과 평등, 복지와 진보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자들이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자동으로 물이 쏟아져 나오듯이 이들의 입에서는 가난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을 충심으로 위하는 말들이 자동으로 쏟아져 나온다.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좌파귀족은 노암 촘스키가 아닐까 한다. 유태인 후손으로 그 부모는 제정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 어린 시절 소수 민족으로서 또 그 시대는 미국도 대체로 가난했기 때문에 그도 가난한 지역에서 살긴 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둘 다 곧 대학교수가 되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농업시대가 끝나면서 귀족도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그 이전의 어떤 귀족도 문화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그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없다. 정신과 육체 어느 쪽이든 그는 굶주린 적이 없었다. 더구나 그는 지능지수가 200에 가까울 듯한 탁월한 머리도 타고났다.
  
   그는 단지 어릴 적에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모든 사상이 허용된 자유로운 환경에서 극좌와 극우 사이의 사상 스펙트럼을 모두 접해 봤고, 그 가운데서 자유 의지로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섰기 때문에 양심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민중의 편이라고 자부한다. 양심 자체를 개조해 자신이 위선자임을 전혀 모른다. 미국은, 자본주의는 사사건건 비판하고 걸핏하면 양심의 1인 시위를 하지만; 소련은, 공산주의는 1억 대학살도 눈을 감거나 증거 불충분을 들어 은근히 옹호한다. 그러면서 부와 명성을 끝없이 쌓는다. 단지 권력만 못 잡았을 따름이다. 그를 신처럼 숭배하는 자들이 무수히 많으니까, 권력도 누구 못지않게 크다고 할 수도 있겠다. 미국의 좌파는 그를 20세기의 성인으로 떠받든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좌파귀족은 백낙청이 아닐까 한다. 그는 미국의 부호 못지않게 잘 사는 집안에 태어나 경기고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서 D.H. 로렌스를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연구하여 문학박사가 되었다. 그는 불과 25살에 서울대 영문과 전임강사가 되었다. 그는 장준하의 [사상계] 이후 [창작과 비판]으로 '민족문학'을 내세워 한국의 좌파를 이끈 사람이다. 좌파의 태두다. 좌파는 누구도 그 앞에서 말로써 당할 수 없다. 친북좌파의 살아 있는 교주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황장엽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백낙청이 있었다. 이영희, 한완상, 강만길, 송두율, 이종석, 강준만, 신영복 등은 백낙청에 비하면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는 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펜'으로 한국의 지성계를 평정했다. 잡지가 폐간되고 교수직에서 파면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보다 한 세대 늦게 태어난 사람들도 대부분 겪었던 가난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그는 언제나 풍족했다. 귀족이었으니까! 이제 실낙원(失樂園) 분단에서 복낙원(復樂園) 통일로 가는 고속도로가 뚫렸다고 판단했는지, 서울대에서 정년 퇴임한 후 2005년에 '작은' 자리를 하나 맡았다. '6.15 민족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로서 그는 남북 정부의 거족적 지원을 받아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의 총책을 맡아, 태극기는 아예 반입을 금지하고 한반도기를 해방 때 태극기를 흔들던 것보다 더 신나게 흔들게 했다.
  
   백낙청도 촘스키와 똑같이 비판의 날은 언제나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곳, 자신이 온갖 호사를 다 누리는 나라로 향한다. 대신 민중을 노예로 전락시킨 공산독재에 대해서는 제 자식은 무조건 감싸고도는 고슴도치 어미처럼 너그럽기만 하다. 그에 따르면 '분단'의 원죄는 오로지 미국과 한국에게만 있다. 자연히 북한의 공산독재는 원천적으로 무죄다. 한국의 '개혁' 정부(김대중.노무현정부)도 말할 것도 없이 약간의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무죄일 수밖에 없다. 물어 보나마나, 6.15공동선언은 통일대헌장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한국에는 좌파귀족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 전에는 그들의 용어에 따르면, '독재정권의 반공주의와 정경유착' 때문에 고생 좀 한 게 있지만, 10배 100배로 보상받으면서 이전에 이미 광범위하게 장악했던 문화권력에 이어 정치권력을 싹쓸이하고 경제권력도 하나하나 접수하고 있다.
  
   첫째는 노조, 둘째는 여당과 여당 같은 야당이 득세하는 정치인, 셋째는 입만 떼면 진보연하는 교수와 예술가와 연예인, 넷째는 방송, 다섯째는 친정부 시민단체, 여섯째는 위원회.
  
   이들은 평등, 복지, 진보, 민중, 통일, 민족, 자주, 평화, 환경 등을 전매특허 내어 머리 어깨 팔 등에 치렁치렁 달고 권력과 부와 명예를 독과점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도, 헌법재판소 소장도, 제1야당 대표도, 세계적인 학자도 이들 눈에 거슬리면 그 날로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여야 한다. 하물며 권력의 끈이 떨어진 전직 대통령이나 가만히 앉아서 떼 부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버블 세븐의 '졸부'야 동네 강아지보다 못하다. 온갖 기득권을 다 차지하고서도 이들은 상상 속의 수구보수 기득권을 찾아내어 날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무당푸닥거리를 베풀어 준다. 단, 지구촌 최고의 왕족과 귀족이 득실거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용서하고 밑도 끝도 없이 퍼 준다.
  
   미국과 유럽은 1975년을 기점으로 좌파귀족이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해에 헬싱키 협약이 맺어졌던 것이다. 공산권의 인권을 정식으로 거론하여 거기가 지상낙원이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농민의 천국이 아니라, 공산귀족 외에는 하나같이 노예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동서가 함께 인정한 것이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게 좌파귀족이 뿌리째 흔들린 결정적 계기였다. 마침내 레이건과 대처가 안으로는 좌파귀족을 물 먹이면서 밖으로는 공산귀족을 압박한 결과 1989년 공산권이 자멸하자, 서방의 좌파귀족은 화려한 날개에서 깃털이 숭숭 빠져 버렸다. 오리처럼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좌파의 태두 촘스키도 눈에 띄게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족은 쉽사리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법, 아직도 기세등등, 기고만장한 자들이 광범위하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 봤자 물지 못하는 으르렁 개다.
  
   한국만이 예외다. 좌파귀족이 서구에서 한창 날리던 60년대보다 더 붉은 깃발을 날리고 있다. 친북좌파로 당당히 정체를 드러내어 정통우익은 수구보수, 또는 극우로 몰아 붙이고 북한의 공산왕족과 공산귀족은 민족의 이름으로 목숨을 걸고 감싸며, 1975년 당시 소련보다 훨씬 열악한 인권의 사각 지대에서, 생존의 기로에서 신음하는 2천만 동포를 구원해 주려는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대립각을 곧추 세운다. 승리를 눈앞에 둔 듯 자못 기세가 등등하기만 하다. 그런데,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주도한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이 북한을 상대로 제2의 헬싱키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정통우익도 서서히 좌파귀족의 압제에서 떨쳐 일어나고 있고.
   (2006. 7. 21.)
  
[ 2006-07-21, 08: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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