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16)-교육首長, 평준화가 뭔지도 모르면서
김정일이 죽어도 개혁개방 못하고 교육부가 죽어도 평준화에 손대지 못하는 것은 '거룩한' 독선 때문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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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16)-교육수장, 평준화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진표 전 교육부 장관은 이임사에서 '누가 집권하든 평준화제도를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중졸 출신'의 신임 김병준 교육부 장관은 '평준화는 고수하되 교원평가는 강행할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운다. 참고로 이들 '소신파'의 따님들은 정문으로 또는 쪽문으로 외고에 들어가 미래의 파워 엘리트 반열에 합류했다.
  
   미안하지만, 이들은 평준화가 무엇인지 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실세들이 좋다니까, 부동자세로 충성맹세하여 가문의 영광인 장관 자리를 꿰찼으리라.
  
   평준화는 박정희 정부의 작품이다. 중학교는 1969년, 고등학교는 1974년. 중학교는 곧 전국적으로 확대했지만, 고등학교는 5대 도시로 한정했다. 지금도 고등학교는 중소도시 이하 단위에선 비평준화다. 이 중에서 중학교 평준화는 문제삼는 사람이 거의 없다. 문제삼는 것은 능히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성인 준비를 해야 하는, 자율성과 독립성과 책임감을 갈고 닦아 확고하게 갖춰야 하는 사춘기 청소년이 대상인 고교 평준화다.
  
   박정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를 뽀드득 가는 자들일수록 박정희의 평준화는 사수한다.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부터 교육부 장관의 첫째 조건이 평준화 맹신이다.
   대학본고사 폐지는 전두환 정부가 단행했다. 전두환이라면 먹던 밥도 토해 내는 자들일수록 본고사 부활은 결사반대한다. 이것도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여간 이런 분들이 문화권력과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본고사 부활을 찬성하는 사람도 절대 교육부 수장이 될 수 없다. 머리 좋은 김진표는 그래서, 장관 물망에 오르자마자 얼른 '3불 정책(본고사 불가, 기여입학 불가, 학교등급 불가)' 고수를 외쳤던 것이다.
  
   김정일이 집권 10년이 지나도록 죽은 김일성의 교시를 일점일획도 고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선의에 가득 차 있더라도 이해관계와 사고방식이 거의 인구수만큼 각양각색인 국가라는 거대 단위에서 단 한 사람의 머리로, 단 한 가지 사상으로, 단 한 가지 정책으로 최대다수의 행복을 얻는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함을 열 여섯 사춘기의 상식과 스무 살 성년의 겸손만 갖춰도 알 수 있는데, '만민 절대평등'이란 황당무계한 명분을 내세워 '독재자'는 한사코 이미 깨진 바가지 신세가 되어 물이 줄줄 새는 것을 눈으로 매일같이 보고도 그 바가지는 황금 바가지라며 절대 다른 걸로 바꾸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독선의 쾌감이고 위선의 실속이고 권력의 꿀맛이다.
  
   그들에 의하면 자신과 '동지'만이 선하고 이타적이고 나머지는 모조리 사악하고 이기적인 자들이다. 특히 가진 자들일수록 사악하고 이기적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악에는 몽둥이가 약이고 이기심에는 수갑이 예방주사다.
  
   김정일이 죽어도 개혁개방 못하고 한국의 교육부가 죽어도 평준화 해체 또는 개선에 착수하지 못하고 본고사 부활 또는 명실상부한 대학자율화를 도입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거룩한' 독선 때문이다. 너무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위선이다. 귀족인 자신의 가족은 예외니까! 실은 1천만을 대상으로 휘두르는 교육권력의 맛이 너무 달콤해서 절대 놓지 않고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노심초사의 애국심과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으로 포장한다.
  
   정치권력은 그대로 갖고 있어도 좋으니, 농민들에게 땅을 돌려 주고 중소상공인에게 돈 벌 자유를 주라는데도 그런 손 안 대고 코 푸는 간단한 개혁만으로 10억 거지를 13억 알부자로 만든 나라가 바로 옆에 있다고 전세계가 10년간이나 알려 주는데도, 김정일은 그 순간 농민과 중소상공인이 더 많이 굶어 죽을까 봐 절대 그런 정책을 도입하지 못하고 권력 없는 주민이 국제 거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대량살상무기로 가로막는다.
  
   평준화도 마찬가지다. 누가 전적으로 폐지하라고 하는가. 개선하고 보완하라는데도 길길이 뛴다. 사유재산인 사립학교부터 풀어 주고, 그것이 당장 어려우면 지역마다 몇 개의 인문고라도 평준화의 족쇄에서 풀어달라는 것이다. 개성과 자율을 입이 부르트도록 강조하면서 똑같은 제도 안에 가둬 두는 이율배반적인 짓을 제발 그만두라고 간언해도 노발대발한다. 악마를 보듯 쌍심지를 켠다. 이것이 바로 평준화의 개념도 모르면서 평준화를 신성시한다는 증거다.
  
   박정희식 평준화는 그나마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 첫째는 교육 여건이 좋은 5대 도시로 한정했다. 그래서 교육여건이 나쁜 서울 근교나 지방 중소도시에서 어려운 환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는 인간승리가 연말이면 신문과 방송을 훈훈하게 달구었다.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도 강조하는 균형발전에 아주 좋았던 것이다. 둘째는 평준화는 실시하되 일정 수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실은 이게 평준화의 핵심이다. 고교과정 학습능력이 없는 학생은 너도 이제 성인이 다 되었으니, 일종의 성인식으로 1년 더 열심히 해서 다음 해에 들어오라고 일렀던 것이다. 연합고사를 봐서 대체로 200점 만점에 110점 내지 120점이 안 되면 받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평준화된 5대 도시의 학생들이 상당히 똘똘했다. 말귀를 알아들었다. 가르칠 만했다. 지금의 35명보다 그 때의 60명 가르치기가 쉬웠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아예 연합고사를 폐지하자, 시험은 경쟁을 유발하는 아주 좋지 않은 제도라며 전과목 '가'인 학생도 인문고에 받아들이면서 평준화는 말 그대로 깨진 바가지가 되었다. 특수고에 가려는 학생들이나 고학력의 잘사는 부모를 둔 경우가 아니면, 누구나 대충 놀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무 것도 못 알아듣는 학생들이 나날이 늘어갔고 이들은 수업 시간이 너무 괴로우니까, 잡담과 수면과 엽기적인 연기로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인성마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교육부가 경쟁은 사악한 것이라며 대학 문도 실업계 졸업생마저 70%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더 이상 넓힐 수 없을 만큼 넓히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으려는 '영리한'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말이 같은 반이지 연합고사 응시하고 들어올 때와 비교하면, 너무도 이질적이다. 평준화는 원래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을 너무 세분하지 않고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는 것인데, 그런 식으로 온정주의가 판을 치자 교실이 금방 놀판, 개판이 되었던 것이다.
  
   외국 좋아하는데, 도대체 이렇게 무지막지한 나라가 없다. 영미 계통의 나라(일본도 여기에 속함)는 일단 사립학교는 정부가 학생 선발이든지 등록금이든지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한국식으로는 길어야 2년 재임하는 교육부장관에 비해 평균 30년 교육에 몸담는 교육 전문가의 선의에 맡기고 교육부장관보다 제 자식을 훨씬 사랑하고 잘 아는 학부모의 선택에 맡긴다. 따라서 이런 나라일수록 지식정보 사회의 핵심 인재인 창의력 넘치는 학생이 마르지 않는 샘물에서 솟아나는 생수처럼 끊임없이 배출된다.
  
   유럽계는 대체로 사립이 따로 없지만, 첫째는 실업계 교육이 충실하여 소질과 적성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해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둘째, 평준화를 실시하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유급제도가 있다. 학년 단위가 아니라 각 과목마다 수준(level)이 다르다. 일정 학력 수준이 안 되면 가차없이 낙제시킨다. 그래서 한 교실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일정 수준이 안 되면, 일정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 졸업을 못하면 당연히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한다.
  
   한국은 어떤가. 평준화가 엉망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아서 교육부는 이제 신성불가침의 평준화는 그대로 두되, 수준별 수업이라는 걸 강행하고 있다. 이것도 얼마나 황당한지 모른다. 수준별 수업은 무학년제와 유급제를 도입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그래야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고 평가도 공평하게 할 수 있다.
  
   무조건 학년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중1 수준도 안 되는 고3을 따로 모아 공부하면 무슨 소용인가. 당장 교재와 평가의 문제가 따른다. 편법에는 도가 튼 교육부는 교재가 달라야 한다니까, 각 학년별로 동일 교과서를 상중하 또는 상하 두 연습문제(workbook)로 나누게 한다. 수준에 맞춰 가르치라는 말이다. 그럴 듯해 보인다. 천만에, 당장 4800만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평가가 요동친다. 시험문제를 달리 낸다고 해 보자. 그러면 시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 차이도 절대평등의 이름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교육부의 대원칙인데, 한 학교에서 동일 학년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을까. 인정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시험문제는 똑같이 낼 수밖에 없다. 어려운 교과서에서 문제를 내면 쉬운 교과서로 배운 학생은 배우지도 않고 그 문제를 풀어야 하고, 쉬운 교과서에만 문제를 내면 우수한 학생은 시험에 나오지도 않은 것을 헛 공부한 셈이다.
  
   밤하늘에 미사일 난사하는 선군정치를 자랑하느라 조선시대 정도의 경제개혁도 않더니, 결국 북한은 세계 제2위 거지국가로 전락했다. 2005년 기준으로 전세계 구제식량 800만톤 중에 에티오피아는 110만톤을 동냥해서 세계 제1위 거지국가로 올라섰고, 북한은 108만톤을 동냥해서 세계 제2위 거지국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알고 보면, 북한이 단연 1등이다. 에티오피아는 인구가 6700만 명으로 북한의 3배가 넘으니까! 이런 북한에게는 아무리 퍼 주어도 소용없다. 한반도는 사하라 이남과 달리 기후 조건이 좋고 국민성도 여간 근면하지 않아 농토만 돌려 주면, 비료 한 포대 안 주어도 스스로 퇴비를 만들어 1년 안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데, 김정일은 협동농장을 해체하면, 당장 사악한 인간들이 이기심으로 공동체 생활을 파괴할까 봐, 실은 농업에 대한 거대한 경제권력을 놓기가 싫어서, 차라리 중국과 한국에게 빌어먹고 빼앗아 먹지, 조선시대 정도의 경제개혁도 거부하는 것이다.
  
   북한의 독재체제와 한국의 평준화를 비교하는 걸 보고 교육부는 노발대발하겠지만, 원래 독재자는 천하가 다 아니라고 입을 삐쭉거려도 자신이야말로 가장 선하고 가장 유능하다고 광신하고 권력의 철퇴를 휘두르는 법이다. 한국의 교육독재와 북한의 정치독재는 너무도 흡사하다. 그 유사성만 알고 반성할 줄 알면 한국의 교육은 무섭게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학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품행도 방정한 인재를 우르르 키울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의 자율과 창의와 선의와 열정을 권력으로 내리누르는 교육부야말로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다. 또한 사립학교 교사들에게도 100% 국가서 월급을 주는, 그들에게 평생 밥그릇을 보장하는, 교육예산을 아무리 늘려도 흔적도 없게 만드는 평준화 제도를 에덴동산같이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학생과 전국민에게 강요하고 사수하는 전교조는, 경찰과 법원도 법과 원칙을 강제할 수 없는 '리바이어던' 민주노총 소속의 전교조는 그 종범이다.
   (2006. 7. 22.)
  
  
  
[ 2006-07-22, 06:5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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