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여전히 한 수 위, 한 칼에 정국을 주도
노 대통령은 그 말의 함의만이 아니라 함의의 함의도 안다. 민족과 자주의 방패 뒤에서 짐짓 모른 척한다. 무식한 척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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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여전히 한 수 위, 한 칼에 정국을 주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말 한 마디로 노무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 이후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던 대한민국을 벌집 쑤시듯 쑤셔 놓고 의기소침한 듯하던 친북좌파를 속속 반미(反美)의 깃발 아래 집결시키고 있다. 정신이상이다, 무식하다, 빨갱이다, 탄핵하자,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총집결하자, 국민투표하자, 하야하라 등등 정통우파는 길길이 뛰지만, 정작 본인은 태산처럼 끄떡도 않는다. 어디 한 번 실컷 떠들어 보라는 X배짱이다.
  
   묘한 침묵 속에서 행동으로 보여 준다. 8.15를 맞이하여 경제인은 그대로 두고 부정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측근들은 속속 사면복권시킨다. 도발적으로 코드 인사를 단행하고 박력 있게 낙하산 인사를 밀어붙인다. 인사청탁한 자는 길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고 인사청탁을 거절한 자는 아예 '배를 째' 버린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일부 코드 인사를 어쩔 수 없이 거둬들이면서도 도리어 국민과 야당, 심지어 여당에게도 역정을 내고 탄핵을 기각시켜 준 헌재를 위해 보은의 코드 인사 단행을 기정사실화한다. 역사 소설에 등장하는 폭군처럼 엽기적이다. 그런데도 끄떡없다. 오히려 슬슬 인기가 올라가는 낌새가 보인다.
  
   미국도 짜증을 내며, 작통권을 당장 주겠네, 미군을 조기 철수할 수도 있네, 유사시 우선 순위에서 떨어뜨릴 수도 있네, 등등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은근히 협박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에이스 카드를 쥐고 있는 듯 포커 페이스로 가타부타 말이 없다.
  
   정통우익이나 미국이나 매우 흥분해 있지만, 노 대통령은 화난 척 득의만면한 표정을 짓고 있다. 게임에선 흥분한 쪽이 진다.
  '너희들은 다 내 손안에 있어! 너희들은 아무리 그래야 수구보수, 친일후손, 제국주의, 미제 앞잡이야! 자주국방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웃기지 마, 한 푼도 안 들여도 돼.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여 평화와 복지와 경제에 쓸 거거든. 평화통일할 거거든. 흐흐.'
  '모여? 모여 봐! 어제의 별들, 어제의 국방장관들, 다 모여 어디 마음껏 소리치고 군사전문지식을 잔뜩 늘어놓아 봐!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당신들은 좌파 시민단체 10명의 영향력도 없다는 것 몰라? 전경 1개 소대의 힘도 없다는 걸 몰라? 낄낄.'
  
   그렇다! 현재 7% 지지율이라고 하지만, 노 대통령을 떠받드는 친북좌파는 문화권력과 정치권력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문학, 연극, 영화, 드라마, 뉴스 등에서 북한인권과 김정일 독재는 단 한 건도 못 다룬다. [요덕스토리] 딱 한 편 있는데, 그걸 보는 사람은 안 봐도 될 극소수 일뿐이다. 청와대를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딱 한 군데, 제1 야당인데 거기도 친북좌파가 거의 주도권을 쥐고 있어서 '별들의 함성'에 조금도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단지 개인 자격으로 몇 명이 '자주국방하려면 1,000조원이 든다, 북한의 주석이냐', 등의 말로 대통령을 질타할 따름이다. 노 대통령은 청문회 입씨름이야 얼마든지 자신 있다. 그건 기껏해야 장관 한둘 옷 벗기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대통령은 언제든지 그 사람을 장관보다 더 힘있고 실속 있는 곳으로 내려보내거나 계속 곁에 데리고 있으면 된다.
  
   친북좌파와 코드가 맞으면 일개 요승이 며칠 굶어도 천지가 무너지듯 방송과 인터넷에서 요도방정을 떨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수조 원 드는 국책사업도 뒤집힐 수 있지만, 친북좌파와 코드가 안 맞으면 100만 명이 서명을 하고 10만 명이 모여 땡볕에서 목이 터져라 성토해도 '민족공조'의 철옹성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서명과 성토는 대포는커녕 화살 한 촉의 힘도 없기 때문이다.
  
   친북좌파가 장악한 문화권력과 정치권력은 이렇게 막강하다. 그 막강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통령은 친북좌파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이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면 냉철하게 계산하여 마치 민중예술가의 즉흥 연주인 양 도끼로 피아노를 내리치듯이 무지막지하게 그들의 구미에 딱 맞는 말을 불쑥 내던진다. 그러면 즉시 좌우로 나라가 쫙 갈라서고, 대통령의 의중을 즉시 간파한 방송은 친북좌파는 '민족진보의 별'을 가슴에 주렁주렁 단 주인공으로 띄우고 정통우파는 '수구보수의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긴 엑스트라로 둔갑시켜 여론을 서서히 역전시킨다. 그런 식으로 노 대통령은 단숨에 정국의 주도권을 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란 80년대 주사파의 주제곡을 기타 반주도 없이 느닷없이 비장하게 독창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친북좌파를 속속 결집시키고 있다. 정통우익은 대통령이 그 말의 함의(含意)조차 모른다며, 전시작전통제권과 전시작전지휘권의 차이, 환수와 단독행사의 차이, 1994년에 돌려 받은 평시작전권, 미군철수 가능성, 자주국방의 비용, 북한군의 전력 등을 조목조목 밝히며 성토하지만, 노 대통령은 끄떡도 않는다. 친북좌파는 옳다구나, '미군철수, 민족공조, 자주국방, 반전평화'를 대대적으로 합창한다.
  
   두루 살펴보면, 노 대통령은 그 말의 함의만이 아니라 함의의 함의도 안다. 민족과 자주의 방패 뒤에서 짐짓 모른 척한다. 무식한 척한다. 그럼으로써 이심전심으로 친북좌익을 결집시키고 대선 경쟁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김정일의 화를 풀어 주고 부시의 화를 돋운다.
  
   친북좌파는 반(反)FTA로 모이고, 친(親)작통권환수로 모인다. 극적으로 노 대통령이 4대 선결조건을 들어 한미 FTA를 폐기하거나 무기연기하면, 그 동안 대통령의 신자유주의를 비난하며 잠시 지지를 철회했던 친북좌파가 일시에 똘똘 뭉칠 것이다. 7%대에서 30%대로 끌어올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러면 제1 야당도 진보와 개혁과 민족과 민주를 앞세우는 무리에 의해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내가 다시 뜨는 날이 올 줄 아느냐'며 은근히 미래를 암시했던 노빠가 과연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 떠서 여유 있게 지명한 새 선장을 모시고 열린우리호를 수리하거나 이름만 살짝 바꾸고 친북좌파는 대선의 바다로 힘차게 진수할 수 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북좌파가 한 번만 더 대권을 장악하면, 그 때는 남북끼리 손을 잡고 외세의 간섭을 받지 않고 '민족과 평화'의 깃발을 내걸고 어떤 식으로든 6.15선언에 입각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확신할지 모른다.
  
   아직 갈 길이 멀고 국제역학 관계와 한국 정통우익의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고려하면 적화통일이 될 듯 말 듯 결국 자유통일이 되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노빠와 DJ와 친북좌파는 권모술수가 몇 수 위라는 것과 피를 보지 않고는 저들이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순진한 정통우익은 지는 게임을 하고 있고 영악한 친북좌파가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저들의 힘은 정말 무시무시하다. (2006. 8. 14.)
  
[ 2006-08-14, 15:5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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