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의 모래시계와 돈 자루
북핵의 모래시계는 백악관에 있고 북핵의 돈 자루는 청와대에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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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2월 10일자 핵 보유 선언에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자, 2006년 7월 5일 김정일은 무더기로 핵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하여 한반도의 주변 4강은 유엔의 1695호 결의로 경제압박을 가일층할 뿐 여전히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약이 바짝 오른 김정일은 미국의 인공위성이 내려다보는 곳에서 의도적으로 핵실험 조짐을 보였다. 드디어 단군이 신시(神市)를 연 날에, 단군의 손자가 연봉 23만 달러의 유엔사무총장으로 사실상 확정된 날에, 북한의 외무성은 '위임을 받아'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국무부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이 '위임을 받아' 다시 한 번 김정일의 약을 올렸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면 자동적으로 핵 클럽에 가입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지요.'
  
   김정일에게 핵 보유국 인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스탈린의 소련과 모택동의 중공처럼 지상낙원을 건설한다며 인민을 수천만 명 학살하고 굶겨 죽이며 나라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그들이 개발한 핵무기가 겁이 나서 인권이네 뭐네, 독재네 뭐네, 미국이 북한의 외곽을 빙빙 돌며 개 짖는 소리만 낼 뿐 다윗의 돌멩이 한 개도 못 던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큰 속셈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민족내부의 문제라며 월맹이 그러했듯이 미군 철수 후 또는 미군의 손발을 묶은 후 세계10위권 경제강국 한국을 단숨에 삼켜 버리는 것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나 통할 국제정치를 공산권이 몰락한 지도 17년이 지난 2006년에, 거지와 깡패의 땅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자가 이처럼 백일몽을 꾸고 있다. 제일 심각한 것은 이에 발을 구르며 일제히 손을 들어 휴대폰으로 장군의 사진을 찍으며 환호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 무리가 바로 한국의 친북좌파다. '천출'장군이 신날 수밖에!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돈과 시간과 국가 지도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 중의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 북한은 이 넷 중에 국가 지도자의 의지와 기술은 있었지만, 돈과 시간이 없었다. 기술은 1950년대 이래(1956년 3월 북한-소련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 소련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소련의 붕괴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첫째는 핵무기만 있으면 김씨왕조는 최소한 2대까지는 확실히 보장된다는 것이 김일성 부자의 판단이었다. 둘째는 독립국연합(CIS)의 가난뱅이 핵 기술자를 쉽게 영입할 수 있었다. 국가지도자의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고 기술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었다. 북의 독재자에겐 천만다행으로 조선의 삼강오륜을 민주로 살짝 바꾸어 혼자 애국하고 혼자 애족하는 지도자들이, 안보에는 숙맥인 자들이, 민족을 이념에 앞세우는 바보 또는 위선자, 독선자가 잇달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국제정세도 괜찮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치군사외교에서 북한을 편들 수밖에 없었고, 미국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자칭 합리적 진보주의자인 클린턴이 공산권의 인권에는 철저히 입을 닫는 카터의 맥을 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돈은 한국에서 올라갔고 시간은 미국에서 올라갔다. 그 사이 몇 년이 가장 큰 시련이었다. 스탈린과 모택동이 그러했듯이 후진국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대량아사가 1950년대의 소련과 1960년대의 중공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열악했던 북한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1994년부터 중국이 매년 무상지원하던 식량 100만 톤을 끊어 버렸다. 원유도 죽지 않을 만큼만 주었다. 그 결과 불과 3년 사이에 3백만이 굶어 죽었다. 전쟁보다 더 참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일이 핵에 대한 불타는 의지를 버리고 식량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면, 중공식의 개혁개방만 했더라도 단 한 명 굶어 죽었을 리 없다.
  
   후진국의 독재자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스탈린과 모택동의 예에서 잘 드러나듯이 국력을 총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1970년대와 1990년대에 인도와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개발하느라 수억을 굶주리게 했다. 파키스탄은 그 후유증을 아직도 겪고 있다. 독재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핵무기는 적국에 핵무기를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다름 아닌 자국에서 먼저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할 시점으로 따져서 여러 독재국가 중에서 자원이나 인력이나 돈이나 모든 면에서 가장 열악하던 북한이 이 냉엄한 현실에서 벗어날 까닭이 없었다.
  
   클린턴은 김정일에게 시간을 선사했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그에게 돈을 안겨 주었다. 김영삼은 자유민주의 감나무에 친북좌파가 고욤나무를 슬쩍 접붙이기하는 것을 보고도 몰랐다. 남의 머리를 이용하려다가 도리어 이용당했다. 그는 아직도 아무 것도 모르고 열심히 조깅으로 체력을 단련한다. 주렁주렁 달리던 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5년 후부터 개도 안 먹을 고욤이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2000년 6월 15일의 남북공동선언은 한국을 통째로 가둔 덫이었다. 김정일은 슬슬 당기기만 하면 되었다. 친북좌파가 그 때마다 일제히 환호했다. 이제 줄기가 간신히 한둘 남은 감나무 줄기 대신 감나무와 겉모양이 똑같은 고욤나무 줄기에서 고욤이 주렁주렁 달린다. 고욤이 팔릴 리가 없다. 아직도 일부 달리는 감은 팔아서 한가위에 조상에게 천신(薦新)하듯 최우선적으로 북으로 올려보내고, 나머지는 공무원과 노조가, 대기업과 공기업과 금융업의 노조가 갈라 먹는다. 이전에 따놓았던 감으로 만든 곶감도 홀랑홀랑 꺼내 먹었다.
  
   부시가 클린턴이 김정일에게 주었던 모래시계를 뒤집어엎자, 김정일은 사색이 노래졌다. 즉시 6.15 덫을 잡아당겼다. 친북좌파가 냉큼 올리브 줄기마냥, 월계수 줄기마냥, 감나무 줄기를 꺾어 들고 일제히 평화를 외쳤다. 대화를 외쳤다. 자주를 외쳤다. 민족을 외쳤다. 고욤나무 줄기는 더욱 힘차게 자랐다.
  
   부시는 법치의 나라 수장답게 오로지 핵무기 단념 하나를 조건으로 금반지 한 개 사과 한 알 요구하지 않고 클린턴이 약속한 대로 시간에 이어 덤으로 식량과 중유를 중국보다 더 많이 얹어 주었지만, 농축 우라늄 개발이라는 전갈 선물을 받았다. 핵실험도 필요 없는, 무조건 터지게 되어 있는 우라늄탄이다. 부시는 그 때까지 집무실에 올려놓았던 북한의 모래시계를 바로 뒤집어엎었던 것이다. 이제는 돈보다도 시간이 문제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통해서 돈은 민족화해, 정경분리, 인도적 지원 등의 명목으로 얼마든지 올려보낼 수 있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청와대가 아닌 백악관에 있다. 김정일이든 친북좌파든 입안이 바싹바싹 탈 수밖에 없다.
  
   한국의 핵은 오로지 평화적으로만 쓰인다. 전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IAEA는 수시로 플루토늄 추출을 검사한다. 한국은 꼼짝 못한다. 플루토늄이 섞여 있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따른다. 그 중에서 저준위 핵폐기물은 위험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양이 월등히 많다. 이것도 안전하게 영구 보존해야 한다. 북핵에는, 북의 '핵 주권'에는 그리도 너그러운 친북좌파가 가만있을 리 없다. 갖은 과장과 거짓과 왜곡의 깃발을 들고 떼지어 몰려가 쑥대밭을 만들었다. 정부와 여당은 모르는 척했다.
  
   한국에서 실험용으로 플루토늄을 수류탄 하나의 위력밖에 없을 만큼 추출했다는 것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것도 가만둘 리 없다. 김정일이 6.15 덫을 당기기도 전에 저들은 나라를 발칵 뒤집었다. 북핵에는 '안 된다, 유감이다, 대화로' 등의 선문답만 들려 주고 김정일이 가장 필요로 하는 돈을 아낌없이 올려 보내고, 한국의 핵은 오로지 평화적으로만 쓰이는 데도 불구하고 핵폐기물도 땅에 묻지 못하게 한다. 1그램이라도 플루토늄을 추출하면, 당장이라도 테러를 가할 듯이 길길이 뛴다. 자유민주의 감나무에 이처럼 친북좌파의 고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이제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을 때가 된 듯하다. 김정일과 친북좌파가 먼저 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판사판이다. 백악관의 모래시계가 멈칫멈칫하도록 알게 모르게 도와 주던 중국과 러시아도 서서히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미국 주도의 금융제재와 유엔결의에 협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핵실험을 강행하고도 핵 보유국 대접을 못 받는 순간, 또는 핵실험을 할 것도 없이 핵 보유국 대접을 영원히 못 받을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김정일은 6.15 덫을 힘껏 끌어당기면서 어느 휴일을 기하여 전격적으로 남침할 것이다. 동서남북과 지하에서 동시에 한국을 에워싸고! 덫에 갇힌 한국인은 그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북폭 당하면 끝장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김정일은 선수를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6. 10. 5.)
  
  
[ 2006-10-05, 14: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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