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반드시 실패한다
시장에 맞춰 부동산에 관한 세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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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에 쓴 글입니다.
  
   10·29 부동산 대책이 과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종식시킬 것인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反시장적인 단기 대책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8개월 동안 줄기차게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만 하듯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폭등했다. 민중의 대변자임을 자처하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마침내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약발이 안 먹히면 2단계 극약처방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며칠이 지난 현재로선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
  
   10·29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지식인을 중심으로 대다수 국민이 진리로 확신하고 있지만, 실은 근거가 희박한 신화를 짚어 본다.
  
   부동산에 관한 신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둘째, 재산세를 현실화하면 부동산은 안정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투기꾼과 기득권을 잡지 않으면 부동산은 영원히 서민을 울릴 수밖에 없다.
  
   이 세 신화를 정부, 국회, 학자, 부동산 전문가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100년을 흘러도 부동산 도깨비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끊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명령이나 국회의 법이나 학자의 이론이나 부동산 전문가의 처방이나 모두 이 세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1 신화]
  
   '한국은 좁지 않다'라고 하면 다들 인구 당 면적이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작고, 그나마 산지가 70%임을 들어 아예 상대도 않으려 할 것이다. 여기서 신화는 시작된다. .
   50년대 한국의 농촌인구는 약 70%였다. 지금은 겨우 8%이다. 그 사이 인구도 거의 두 배나 늘었다. 그들이 다 어디 갔나? 당연히 도시로 나갔다. 핵가족화되면서 가구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 여기서 또 신화가 하나 추가된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써도 별 수 없지 않느냐?
   그렇지 않다. 인구의 92%가 살고 총인구도 두 배나 늘어나고 전체 가구 수는 결국 세 배 가량 늘어났지만, 문제는 국토가 좁은 데 있는 게 아니라 도시용지 면적을 늘리지 않은 데 있다. 도시용지 비율이 겨우 5.8%이다.
  
   서울을 예로 들면: 1949년 서울시 면적은 268㎢였다. 인구는 153만 명. 5·16 이태 후인 1963년 서울시 면적은 596㎢로 두 배 이상 넓혀졌다. 인구는 260만 명. 그 후로 서울시의 면적은 거의 넓혀지지 않은 채(현재 605㎢), 인구가 1,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인구가 네 배로 늘어나고 가구 수는 여섯 배나 늘어난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어린애처럼 새근새근 잠잘 리가 없는 것이다. 소득에 걸맞지 않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이웃 아파트의 안방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이웃간에 주차 문제로 칼부림이 나는 게 이상할 게 없다. 도로 건설에 토지 매입비가 총 공사비의 90%를 차지하고, 재개발했다 하면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고, 유입인구가 두세 배로 늘어나고 아파트 값이 두 배, 세 배 치솟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서울시 면적은 평양시 3분의 1밖에 안 되고 개성시의 2분의 1밖에 안 된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국가도 인구압이 뭔지 안다는 말이다. 한강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도시 정책은 그보다 못한 세계 최악인 셈이다.
  
   92%의 인구가 5.8%의 면적에 살면 인간다운 생활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적대감과 증오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건 상자 속에 쥐의 숫자를 늘리는 실험으로 금방 입증된다. 쥐와 달리 사람은 이성이 있어서 겉으로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듯이 보인다만.
  
   일본은 우리보다 산지 비율이 10% 높은 80%이다. 그렇지만 도시용지는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4.3%이다. 우리는 지금의 세 배인 15%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공원 같은 도시에서 살 수가 있다. 머리 좋은 한국인이 부동산에 관한 이 첫 번째 신화를 깨뜨리기만 하면, 자연을 더 한층 잘 보호하면서도 도시용지 넓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면적인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하면 그런 지도자와 정권은 청사에 길이 빛날 것이다.
  
   공급은 한정되고 수요가 늘면 가격은 폭등한다. -- 결국 시장 경제의 제1법칙으로 제1신화는 깨어진 셈이다.
  
   [제2 신화]
  
   0.1억 원 중고 자동차세가 20만원인데, 그 백 배인 10억원 아파트의 재산세가 20만원인 경우를 들어(정확한 액수는 아님)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이구동성으로 재산세를 현실화하면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수밖에 없고 소유 개념보다 주거 개념이 정착될 것이라고들 한다. 여기서 신화는 시작된다. 재산세는 무언가? 좁은 의미에서는 보유세일 것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로 보면, 부동산 관련세이다. 취득세, 등록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그리고 양도소득세 등이 거래세이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하면 무려 연 16조원이나 된다. 총 300조원에 달하는 총 임금에 대한 근로소득세가 그 반밖에 안 되는 7조6천억원인 걸 생각해 보자. 우리 나라는 결코 부동산 관련세가 적은 나라가 아니다.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단지 거래세(12조8천억원) 비중이 높아서 보유세(3조4천억원) 비중이 낮을 뿐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조세편의주의로 돈이 거래되는 시점에서 왕창 미리 재산세를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안 내면 아예 등기를 안 내 주니까 집 한 채 가지려면 빚을 내서라도 안 낼 수가 없다. 웬만한 아파트는 한번 거래할 때마다 천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평균 4년에 한 번 이사를 간다고 쳐도 거래세만 무려 일 년에 250만원을 내는 꼴이다. 재산세라고 해마다 나오는 10만원, 20만원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보유세 비율을 선진국처럼 30% 이내로 줄이려면 먼저 이 거래세부터 3 분의 1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보유세를 그만큼 더 내게 해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면 극렬한 조세저항에 시달려 세금을 거의 못 걷을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35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웬만한 아파트는 1년에 재산세를 250만원, 비싼 아파트는 1,000만원을 내라고 하면 과연 누가 낼 것인가? 아니 낼 수 있을까? 소득이 없이 달랑 집이 한 채인 가구도 부지기수인데,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까?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감히 거래세를 보유세로 전환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거래세를 계속 올리는 것이다. (거래세 비중: 1998년 67%에서 2002년 78.5%로 늘어남)
  
   일반 서민과는 관련 없는 양도소득세를 제외하고도 거래세의 세율은 5.8%인데, 이걸 투기지역에 실시하겠다는 주택거래신고제에 따라 만약 내 집 마련한 사람이 계약시에 실거래가를 곧이곧대로 신고하고 세무서는 그것을 과표로 삼아 세금을 매긴다면, 현재 평균 과표가 실거래의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금이 최소한 3배로 뛰어오른다는 말이 된다. 전국민이 정직하게 실거래로 부동산 거래세를 다 낸다고 하면, 매년 무려 39조원을 내야 한다.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바로 바로 대한민국에 있다.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이다. 이상주의적 법률 때문에 전국민을 위선자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부동산 중개소와 법무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5억 원에 거래했다고 5억 원으로 정직하게 신고해 보라. 그 자리서 바로 약 3천만 원을 내야 한다. 그렇게 내고도 보유세는 보유세대로 최고 10배까지 더 내야 한다. 이렇게 세금을 매기는 건 국가가 아니라 날강도이다.
  
   누구나 다 알면서 누구나 다 거짓말하는 이런 법을 고쳐야 한다. 거래세 비율을 5.8%에서 장기적으로 그 3분의 1인 2%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면 세금 자체가 거의 오른 것이 없기 때문에 실거래가로 신고할 것이다. 투기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투기지역이라고 고시된 지역은 실거래가로 하고 나머지 지역은 '과표'대로 하면 안 된다. 그러면 그 지역보다 훨씬 더 비싼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이 혜택을 보게 된다.
  
   부동산 관련세에 대한 이해, 거래세와 보유세의 조정, 세율의 현실화 -- 이것으로 제2 신화는 무너진 셈이다.
  
   [제3 신화]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사람들은 마녀사냥에 열중한다. 부동산 투기꾼과 부동산 졸부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른다. 부동산 투기에 꽤 열을 올렸던 것으로 소문이 난(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분강개한다. '금리 이상의 이익금은 세금으로 환수하겠다.'
  
   누가 부동산 투기꾼인가. 날고 기는 사람이 있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시장이 낳았을 따름이다. 남극에 가서 그가 헤집고 다닐 리가 없고 북한에 가서 전국토를 매점매석할 리도 없다. 스무 개도 안 되는 가문이 전국토를 나눠 갖고 있는 파키스탄에 가서 그 짓을 할 리도 없다. 그 어느 곳이든 우리 나라 같은 부동산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99%가 1가구 1주택이다. 1%는 그러면 투기꾼인가. 그 중에서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의 사람이 과연 부동산 시장을 좌지우지할까. 도시용지를 거의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찾아 비이성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칠 뿐이다. 못해서 못할 뿐 우리는 전국민이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월급 받고 아내도 둘 다 전업주부이지만, 한 사람은 서울 강남의 32평 아파트를 당당히 사서 살고 한 사람은 신도시에서 24평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그러면 전자는 희대의 투기꾼이고 후자는 시대의 양심가인가. 지식정보 사회에서 전자는 적응한 사람이고 후자는 적응하지 못한 사람일 따름이다. 부동산에 대한 지식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일 뿐이다.
  
   지금은 자본시장으로 말하면 증권거래소가 없는 상태이다. 주식을 개인적으로 은밀히 거래하는 상태이다. 지금은 주식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고 해서 욕하는 사람이 없다. 부동산 투자하는 것이나 주식 투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둘 다 지식정보 싸움이다. 차이점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이 성립되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소도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REITS를 활성화하여 소액으로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부동산에서 발생한 부가 전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마라도에 앉아서도 강남에 투자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서 거기서 얻어지는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배 아파할 것 없다.
  
   [마무리]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일으켜 경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식을 썼다. 하나는 카드 남발을 부추기고 기업대출을 죄악시하고 개인대출을 신성시하여 무려 500조원으로 늘린 것. 다른 하나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여서 전후방 효과가 큰 건설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각종 규제를 푼 것.
  
   이 두 가지 단기 정책이 노무현 정부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시장경제에 대한 아마추어답게 서민의 이름으로 수시로 신용불량자를 구제해 주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시키고, 부동산 규제에서 그들이 김일성 부자보다 증오하는 군인출신 대통령들이 써먹던 방식을 그대로 써먹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나가면 사회주의라고 경제 수장(김진표)이 직접 말했다. 장관 부임 초에 법인세를 인하하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에게 혼이 난 사람이니까, 조세 제도의 달인이니까, 그는 어쩌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핵심을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실세가 아님이 확실하다. 소신과 달리 반시장적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그것을 열심히 전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2003. 11. 2.)
  
[ 2006-11-15, 11:0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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