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이 환호한 괴물과 십만이 눈물지은 요덕
주체할 수 없는 돈의 10분의 1로 날마다 거대한 풍선 10만 개씩 만들어 라면과 초코파이와 생리대와 속옷과 휴지를 잔뜩 넣어 北으로 띄우자.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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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이 환호한 괴물과 십만이 눈물지은 요덕
 
   영화 [괴물]이 1230만의 추임새에 신명났던 [왕의 남자]를 제치고 방화 기준 흥행 1위의 면류관을 쓰고 1300만 관객의 환호 속에 명예퇴직하는 모양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도 상영되나 보다. 영국에는 이미 얼굴을 내밀었고.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10만 명의 눈시울을 적셨다. 공연 장소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굴리다가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이 자신의 콩팥까지 파는 등 우여곡절 끝에, 향수에 젖은 노인들이 띄엄띄엄 찾아와 펄렁거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 침침한 눈을 비비며 구경하는 유랑극단처럼 전국을 순회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10여 군데에서 요덕수용소의 노래와 춤으로 보는 이의 생가슴을 찢어 놓았다. 미국에서도 가는 데마다 '요상한 우연'들을 뚫고 기적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비극의 남녀 주인공 강연화(강련화)와 이명수(리명수)의 한 점 혈육 요덕이는 마지막에 홀로 무대에 올라 요덕수용소에서 죽은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로 관객의 양심을 작은 주먹으로 난타했다. 요덕수용소는 끊임없이 되새김질되는 아우슈비츠가 아니라, 포름알데히드 독극물로는 결코 태어날 수가 없는, 더 없는 적개심과 강렬한 희망이 투영된 상상의 괴물이 아니라, 지금도! 죄라고는 북한에 태어났다는 죄밖에 없는 여러분의 동족이 피가 튀고 살이 떨어지는, 아무 죄 없는 여러분의 형제자매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채찍을 온 몸으로 맞으며 힘겨운 곡예를 부리는 생지옥임을 일깨운다.
  
   100억원을 들여 제작된 [괴물]은 50여억원의 광고비로, 미국의 압력에 의한 스크린쿼터 축소로 분노한 관객들의 애를 잔뜩 태우다가 620개의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되었다. 2000년 2월 9일 용산 주둔 미군이 한강에 포름알데히드 20상자를 방류하는 데서 영화는 시작된다. 맥팔랜드 사건으로 유명한 환경오염 문제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라는 육하 원칙에 비추어 정확하게 제시된다. 그 다음부터 '상상은 자유'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이 지적했듯이, 다른 나라의 괴물 영화에서는 괴물 탄생 비화가 미주알고주알 나오지 않는다. 전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말을 빙빙 돌릴 것 없이 봉준호 감독의 단호한 정치적 커밍 아웃이다'(정성일). 쉽게 말해서 반미자주 선언이다. 그 때까지 독일과 달리 환경조항이 없었던 한미행정협정 아래서 저지른 미군의 뻔뻔스러움은 그러나, 한강오염의 70%를 차지하는 생활폐수를 천만 서울시민이 지금도 하루도 빠짐없이 마구 버리는 뻔뻔스러움보다 크다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한강에서는 날마다 천만 마리의 괴물이 나타나야 한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 감독이 생명을 담보로 잡고 제작한 [요덕스토리]를 관람한 10만 명 중에는 유태인 출신 스필버그가 돈과 휴머니즘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했던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 가슴이 미어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괴물]을 본 한국인 대부분도 스필버그의 카메라 앵글이 자신의 가슴을 향할 때마다 몸서리쳤을 것이다. 어찌 인간이 저럴 수가!
  
   미국의 타임지가 아시아의 영웅 65인 중에 한국인 대표 3명 중에 정주영, 백남준과 더불어 그 손을 번쩍 치켜든 강철환이 바로 요덕수용소에서 10년간 살다가 구사일생한 실존 인물이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이고 그 확률이 4800만분의 1일지언정 누군가에게 암의 단초를 제공할지도 모르는 포름알데히드 20상자에도 저렇게 분노하여, [괴물]에 맞서 싸우는 지지리도 못난 소시민 박강두(송강호)의 가정을 통해 한국적인 훈훈한 휴머니즘을 쫀득쫀득 그려낸 봉준호가 만약 햇볕정책의 빨간 안경을 벗고 맨 눈으로 요덕수용소에 대해 단 10분만 인터넷으로 검색해 찾아서 훑어보면, 그 뛰어난 재능과 뜨거운 가슴과 탁월한 자금조달 능력과 선진적인 광고 기법과 한 날 한 시에 전국 영화관의 3분의 1을 동원하는 거대한 마당발로, 강철환에 따르면 아우슈비츠를 낙원으로 비치게 만드는 저 끔찍한 요덕수용소를 배경으로 세계영화사상 길이길이 기억될 불멸의 영화를 제작하여 한국에서 우선 꿈의 2천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다음 단숨에 난공불락의 할리우드를 점령하여 전세계적으로 1억, 2억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번 주체할 수 없는 돈의 10분의 1만, 아니 100분의 1만 요덕수용소를 위해 쓴다면, 날마다 거대한 풍선 10만 개씩 만들어 라면과 초코파이와 생리대와 속옷과 휴지를 잔뜩 넣어 북으로 띄우고 날마다 자유와 희망의 주파수를 송출하면, 1년 안에 어쩌면 한 달 안에 만악의 근원인 [진짜 괴물]을, 한강의 상상 속 괴물보다 천만 배 무서운 현실의 독재자 김정일을, 이름 없는 북한의 박강두가 여동생의 뛰어난 양궁 솜씨의 도움을 받아 산 채로 잡아 올 것이다. 극적인 효과를 더하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오는 박강두 뒤로는 시위대의 화염병이 난무할 것이고 미국 요원(Agent Yellow)의 노란 연기도 하늘과 땅을 자옥히 가릴 것이다.
  
   문화권력이 이렇게 90% 이상 저들에게 장악되어 있으니, 얼마 후면 바로 자신들에게 닥칠 가능성이 너무도 농후한 요덕수용소 이야기가 저리도 참담하게 외면 받는다. UN의 대북한 인권결의안에 이제 겨우 노무현 정부가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해서, 남북의 '특수관계'가 변할 리 없다. 전세계의 눈총이 너무 따가워 처마 밑에서 잠시 소낙비를 긋듯이 고개를 숙이는 척 남의 이목을 속이자는 수작밖에 안 된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UN이 대북결의안을 잇달아 내자, 입을 쑥 내밀고 찬성표는 던지되, 전시작전권 '환수'와 개성.금강산 '만세'를 외치듯이 외교부 장관으로 내정된 송민순은 이미 초를 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 기조를 견지하면서 식량권 등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
   인권을 빌미로 누가 뭐라든 '자주'하겠다는 말이다. 계속 투명성을 전혀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의 정적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한량없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냥 퍼 주겠다는 말이다.
  
   북한은 부처님이 손오공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듯이 한국 영화의 코드 읽는 데도 도가 텄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최근호(11월 11일)에서 이렇게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영화 괴물은 남조선의 현실과 대중의 심리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했다. 남조선에서 미군의 환경파괴 범죄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인민들의 삶과 직결된 매우 사활적 문제다.”
   “미군이야말로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남조선 인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괴물과 같은 존재다.”
  
   (2006. 11. 16.)
  
[ 2006-11-16, 23:2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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