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의 변천-송두리째 무너지는 전통윤리4
[농업 시대의 효와 수렵채취 시대의 효]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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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 변천-송두리째 무너지는 전통윤리4
 
   충성이라는 것은 수렵채취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말이다. 이 말은 농업이 시작되면서 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권력과 부를 가진 자가 부를 미끼로 자식이든 아내든 누구든 자기 수하에 두기 위해서 만들어낸 말이다.
  사실 효라는 말도 수렵채취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 당시는 그저 사랑이라는 말이 효를 대신하였을 것이다.
  -난 엄마가 좋아.
  -왜?
  -그냥!
  
   처음에는 강한 힘을 가진 가장이 자식들에게 부를 미끼로 자기에게 사랑을 더 많이 바칠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효라는 말은 한참 후에 나타났을 것이다. 아니면 충성이란 말이 먼저 생기고 효란 말이 나중에 생겼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영어에는 아직까지 효라는 말이 없고(굳이 표현하려면 두 단어로 조합해서 filial duty라고 한다) 충성(loyalty)이란 말만 있기 때문이다.
  
   농업 시대가 되면서 가장 큰 가정의 변화는 부계 사회로의 변천이다. 이 때부터 갑자기 힘과 부가 굉장한 무기가 된다. 그 이전에는 힘이 세다고 해서 그 힘으로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았다. 사랑을 얻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다.
  부도 마찬가지였다. 저장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하루에 소 한 마리를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농사를 지어서 부를 축적한 것을 보고 남자의 마음이 갑자기 바뀌기 시작했다. 힘으로 뺏으면 그게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힘들여 죽을 힘을 다해 사냥 다닐 필요가 없었다. 여자와 아이를 부려서 농사 짓게 만들고 자기는 단백질도 보충할 겸 취미 삼아 사냥 다니면 되었다.
  
  현재도 많은 원시 부족 사이에 힘센 남자는 빈둥빈둥 놀고 여자와 아이만이 죽어라고 일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겐 이것이 말도 안 되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남자가 힘이 세기 때문이다. 남자는 가끔 재산을 뺏으려는 다른 가족이나 부족 또는 떠돌이만 물리치면 된다.
  
  가족 관계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지배 복종의 관계로 바뀌게 되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사랑의 관계가 변질되는 역사적 순간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농업 시대의 효는 아버지에 대한 복종이라는 형태로 바뀐다. 주종 관계가 기본이다. 이 복종은 충성이란 말과 바꿀 수도 있다.
   수렵채취 시대의 효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사랑이었다. 어미-새끼 관계였었다. 그것이 농업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여자가 시작한 농업 때문에 축적된 부였다.
  
   수렵채취 시대가 평등 관계였던 데 비해 농업 시대의 가족간의 관계는 불평등 관계로 바뀌었다. 이로부터 가족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장이 가정을 지키는 본분을 다하고 형식적 권위만 갖고 가족들에게 권력을 골고루 나눠주고 함께 사랑도 골고루 나눠주면, 자식들도 가장인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사랑을 주었지만, 다시 말해 효를 다했지만, 아버지가 권력을 휘두르면서 부를 독차지하면 심각한 갈등이 생겼다.
   아버지의 탐욕 때문에 부를 독차지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그 먹을 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이런 불상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마침내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세상이 흉흉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선 여전히 효는 사랑이 기본이었다.
  
   농업 시대의 가족 형태와 수렵채취 시대의 가족 형태가 크게 차이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농업 시대의 가족이 대가족이었다는 점이다.
   많은 부를 차지하려면 가족이 많을수록 좋았기 때문에 능력이 있는 남자일수록 여러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그 노동력을 이용하였고 자식이 태어나면 그 노동력도 이용하였다.
   아들이 장성해서 결혼해도 같이 데리고 살면서 그 노동력을 이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런 과정에서 이 많은 가족을 평화스럽게 다스릴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가장인 남자가 강력한 힘을 가지면 언제든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의 권력은 더욱 세어지고 아버지는 아들딸에게 더 한층 강한 복종을 원하게 되었다.
   점점 더 자식과 아버지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기게 되었다.
   아내들끼리 서로 남자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면 집안 전체가 소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여자의 투기는 죄악시되었다.
  
   이런 복잡한 관계를 아주 논리정연하게 설명한 이론이 바로 유교였다. 효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유교의 효는 권력이 막강한 아버지에게 자식들이 자연스럽게 사랑을 주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강요한 측면이 강하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의식화 교육을 한 것이다.
  
  
  [유목민의 효]
  
   기본 형태는 같지만, 문화마다 농업 시대의 효가 다르다. 몇 개만 대표적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농업은 크게 농경과 유목으로 나뉜다. 전자는 강우량이 충분하여 땅이 비옥한 곳에서 일어나고 후자는 그 반대의 경우에 발생한다.
  
   유목은 농사를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가축을 이동시키면서 기르기엔 충분한 초원이 있을 경우에 발생했다.
   이들은 늘 이동하며 살았기 때문에 가족끼리 뭉쳐서 다녔다. 가족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그 유대감이 농경민을 웃돌았다. 그들은 아주 넓은 땅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기 가족이 아니면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가야만 다른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히 가족끼리 더욱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
  
   자기 가족이 차지한 땅에 다른 가족이 들어오면 그냥 지나는 것은 좋지만 거기 눌러 앉아 가축을 키우는 것은 곤란했다. 이 경우에는 목숨을 건 싸움이 일어났다.
   동물의 영역 싸움과 비슷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싸움은 역시 남자가 잘했기 때문에 남자가 가장이 되었다. 특히 다른 가족이나 부족과 싸움이 붙으면 아버지는 전쟁의 장군과 마찬가지로 전권을 가졌다. 이 경우 아들은 무조건 복종했다.
  아내와 딸도 마찬가지였다. 필요성을 누구나 공감했기 때문에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었다.
  
   보통 때는 오히려 어머니 중심이었다.
   유목민은 모계 사회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몽골족과 에스키모족에게는 손님에게 아내를 빌려 주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것을 지나치게 강한 부계 사회의 전통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이다. 모계 사회의 유습이었다.
  
   원래 모계 사회에서는 매력적인 남성이 나타나면 좋은 씨를 받기 위해 자기 숙소로 그를 끌어들였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는 전혀 차별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어머니가 같은가 다른가, 였지 아버지가 누구냐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어난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훌륭하면 오히려 그가 우대되었다.
  
   가까이 있는 남자보다 멀리서 온 남자에게 더 좋은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잡종 강세의 유전 법칙 때문이었다. 가까이 있는 남자는 친족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쩔 수 없이 가까이 있는 남자와 결혼하면 실지로 열등한 인간이 많이 태어났다.
  
   유목민은 그래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 남자가 아주 멀리 떠났다. 이렇게 떠나가면 평생 부모를 못 만나는 수가 많았다. 이것을 이들은 섭섭해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생각했다.
  
   몽골족이 아내를 손님에게 빌려 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 것과 (여자도 잘 생긴 남자를 보면 마음이 끌린다) 좋은 씨를 받기 위한 것이다.
   가족이나 부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누구의 씨를 받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좋은 씨를 받느냐 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징기스칸이 역사상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모계 사회의 전통을 든다. 아버지가 달라도 어머니만 같으면 절대 서로 차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력 위주의 인물 발탁이 가능했던 것이다.
  
   여자도 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같이 가축을 돌보고 계절이 바뀌면 이동도 같이 했다. 여자가 오직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어야 하는 농경민과는 전혀 달랐다. 따라서 여자가 차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수렵채취 시대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아들딸이 모두 평등했다.
  
   부모에 대한 효도 중간 형태였다. 어머니에 대한 효는 여전히 자연스러운 어미-새끼 관계에서 비롯된 사랑이었고 아버지에 대한 효는 복종이었지만, 농경 사회와는 달리 강요된 것이 아니었다.
  
   거의 자발적인 것이었다. 자연히 부자간에 갈등 요소가 거의 없었다. 부자가 다투는 순간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깨지면서
  가족 전체 또는 부족 전체가 다른 가족에게 살해될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농경 사회에서는 설령 아들을 하나 죽여도 가족이란 공동체가 전혀 해체될 가능성이 없었던 것과 대조된다.
  
   초지가 부족할 것 같으면 아들이 떠나는 수가 많았다. 때로는 아버지가 떠나기도 했다.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공동체가 중요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가축을 많이 키우는 능력이 있어서 여러 명의 아내를 차지했을 경우에는, 아버지가 죽으면 감정적으로는 사랑을 주기가 힘든 여자 곧 아버지의 첩들을 모두 이성의 힘을 발휘해서 자기 아내로 맞이했다. 어린 이복 동생은 자기 아들이 되었다.
  물론 이것도 모계 사회의 유습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
  
   자기 어머니는 언제나 사랑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어도 자기 아내가 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친어머니와 결혼하지 않는 것은 본능이었다. 동물 사회에서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동복의 남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자와 남매로서 사랑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이미 말했듯이, 자연스러운 사랑의 관계인 모자 사이를 서구 문화에서 아버지가 인위적으로 막았기 때문에 이 사랑에 대한 갈증 때문에 일어난 콤플렉스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것은 절대 성욕이 아니다. 사랑에 대한 욕구이다.
  
   만약 프로이트가 말한 리비도가 성욕이라면 고등 동물 사회에서 어미와 새끼 사이에 교잡하는 경우가 광범위하게 발견되어야 하고 유목민이 아버지가 죽으면 아버지의 첩만이 아니라 자기 친어머니와도 결혼하는 경우가 있어야 한다. 거긴 어떤 윤리적 제약도 없고 법률적 강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 사회에서도 그런 경우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농경 사회에 비해 성이 상당히 개방적인 유목 사회에서조차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아비와 딸이 결혼한 경우는 아주 희귀하지만 발견된다. 이건 아비의 폭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은 다시 한 번 프로이트의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프로이트는 사랑과 성욕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의사의 입장에서 유물론과 진화론의 영향으로 인간을 오로지 동물로 보았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저질렀던 것 같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유목민의 효는 수렵채취와 농경민 사이의 중간 형태로 아직도 자연에 상당히 근접한 형태다. 그들이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가축을 길들인 것 외에는 그들은 자연을 거의 가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연의 일부였다.
  
   부도 거의 축적되지 않았다. 그들의 부는 아직 가축 수와 거의 일치했고 가축은 초지가 한정되었기 때문에 일정 범위 이상 늘지 않았던 것이다. 부가 축적되지 않은 사회는 인간 사이에 갈등과 소외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효도 왜곡되지 않았다.
  
   농경 사회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나름대로 질서 있는 가족 관계를 이루고 살았으며 효는 서로가 인정하는 복종과 사랑이었기 때문에 갈등의 요소가 없었다. 이런 면에서 이들이 훨씬 도덕적이었다. 자연스러운 도덕을 갖고 있었다.
   단순명쾌한 윤리를 갖고 있었다.
  
   유목민의 가정은 부계 사회와 모계 사회가 동등하게 공존하는 사회였다. 따라서 모계 사회서 부계 사회로 탈바꿈한 농경민의 눈에는 그들 사회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도덕한 사회로 비치는 게 당연했다. 농경민에게는 유목민이 효도 전혀 모르는 줄 알았으나 실지로는 그들이 훨씬 자연스러운 효를 다하고 있었다.
  
  --계속--
  
  
  
  
  
  
  
  
  
  
  
  
[ 2006-11-18, 18: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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