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개미
사기나 치고 노름이나 일삼고 오락으로 밤을 새는 자--이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를 제공하라. 그러면 그는 사회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말썽꾸러기 개미가 살았습니다. 다들 그를 말썽꾸러미라고 불렀습니다. 이윽고 다 크자 머리가 보통 개미의 다섯 배는 되고 덩치는 열 배가 넘는 공룡 개미가 되었습니다. 턱이 엄청 튼튼했습니다. 이빨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날카로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힘이 장사라서 어른 개미도 감히 그 앞에서 힘 자랑을 못했습니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여 수시로 지나가는 개미를 집적거렸습니다. 조그마한 또래 개미를 물어서 휙 집어던지는 건 예사였습니다. 다리 하나 절뚝거리게 하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썽꾸러미는 개미집을 툭툭 건드려서 부셔버리기도 했습니다. 일은 않고 말썽만 피웠습니다.
  
   어른 개미들이 죽을 힘을 다해 물고 온 베짱이를 혼자서 질질 끌고 내다버리고는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습니다. 수십 마리의 개미가 힘을 합쳐 하루종일 끌고 온 지렁이를 보자마자 반을 뚝 잘라 먹고 나머지는 숲 속에 내다버리고는 껄껄 웃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들 말썽꾸러미만 보면 슬슬 피했습니다. 여왕개미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큰 우환거리가 생겼던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 날, 말썽꾸러미 개미왕국에 큰 일이 발생했습니다. 홍수가 지면서 어마어마한 돌멩이가 개미 왕국의 성문을 있는 대로 다 막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발을 동동 굴리면서 야단인데, 덩치가 너무 커서 제일 큰 성문인 남대문 곁에 특별히 만든 방에서 자던 말썽꾸러미는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정말 얄미운 개미였습니다.
  
   개미들은 구멍을 새로 뚫기 위해 온힘을 다 기울였습니다만, 그 때마다 흙이 무너지고 기껏 뚫었다 싶으면 그 앞에 집채만한 바위가 또 놓여 있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 공포에 절어서 땀을 닦을 줄도 모르고 망연히들 앉아 있는데, 그 때사 말썽꾸러미가 슬슬 일어났습니다. 이제 저놈까지 나타났으니 어쩌나 다들 걱정을 했습니다.
  '저 놈은 자는 게 제일 좋은데.'
  
   개미들이 남대문 앞에 새까맣게 모여 있는 걸 보고 말썽꾸러미가 한 마디 했습니다.
   '야, 왜 그래? 나한테 뭐 따지러 왔어?'
   '그게 아니고...'
   말썽꾸러미는 그 개미를 다짜고짜 콱 잡아서 공중에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그게 아니라니. 그럼 뭐야?'
   아픔과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잡힌 개미는 턱으로 남대문을 가리켰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무 캄캄했습니다. 말썽꾸러미는 자다가 보면 24시간 동안 자는 경우도 있어서 그냥 밤인가 보다 생각했었지요.
   '아니, 저게 뭐야?'
   '홍수가 졌거든.'
   '아, 알겠어. 이 허깨비들.'
   말썽꾸러미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머리를 대고는 끙 밀었습니다. 가볍게 그 큰 바위가 멀리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일제히 박수를 쳤습니다.
  
   우쭐해진 말썽꾸러미,
   '뭐 또 할 일 있냐?'
   '응, 동대문, 서대문, 북대문 다 막혔어.'
   '그래, 어디 가 보자.'
   말썽꾸러미는 순식간에 바위를 다 치웠습니다.
  짝짝!
  그 날부터 다들 말썽꾸러미를 장군미라 불렀습니다.
  
   어느 날 이웃에서 개미들이 쳐들어왔습니다. 버섯을 키운다는 소문을 듣고 그것을 빼앗으러 온 것입니다. 개미들은 일제히 도망을 갔습니다. 상대 개미는 1밀리미터는 더 컸습니다. 몇몇 개미가 장군미에게 갔습니다. 그는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장군미여, 살려 주세요. 전쟁이 났습니다.'
  '어험, 잘 잤도다. 뭐라고 전쟁? 그 심심하던 차 잘 됐구만.'
  
   즉시 장군미가 달려가서 상대 개미들을 사정없이 물어 죽였습니다. 한꺼번에 열 마리도 물어 죽였습니다. 다리 여섯 개를 다 사용하여 쿵쿵 탱크처럼 밟아 버렸습니다.
  
   혼비백산하여 적들은 꽁지가 빠지도록 도망을 갔습니다.
   장군미를 칭송하는 소리가 자자했습니다. 맛있는 먹이를 너도나도 갖다 주었습니다.
   '혹시 밤에 쳐들어올지 모르니, 내가 여길 지키겠다.'
   동대문, 서대문, 북대문에는 바위로 막아 놓고 남대문은 자기 머리로 꽉 막고 잠이 들었습니다. 과연 그 날 밤에 적들이 기습을 했지만, 장군미의 머리만 안마해 주고 물러갔습니다.
  
   여왕개미는 이 소식을 듣고 너무도 좋아서 장군미보다는 훨씬 작지만, 일개미보다는 훨씬 큰 전사 개미를 한 백 마리 더 낳았습니다. 이들은 일은 안 해도 되었습니다. 장군미를 따라 날마다 체력을 단련하고 물어 뜯는 연습을 하고 머리를 맞대어 성문을 지키는 일을 연습했습니다. 제식 훈련도 했습니다. 구보도 했습니다. 똘똘한 전사를 몇 마리 뽑아서 장군미는 작전도 연구했습니다.
  
   그랬더니 넘치는 힘을 사용할 데가 없어서 그렇게 말썽을 피우던 장군미와, 역시 힘이 넘쳐서 틀림없이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말썽 꽤나 피웠을 전사 개미들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전쟁이 나면 한바탕 신나게 몸을 풀었답니다. 개미왕국을 잘 지켰지요.
  
  속말: 근육의 힘이 넘치는 자, 정력이 남아도는 자, 머리가 너무 좋아 사기나 치고 노름이나 일삼고 오락으로 밤을 새는 자--이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를 제공하라. 그러면 그는 사회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된다.
  
   (2000. 8. 13.)
  
  
  
  
  
  
  
  
  
  
  
  
  
  
  
  
[ 2006-11-23, 20:0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