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이여, 두만강이여
이제는 단 한 번 뒤돌아보지 않고 천리마처럼 빨리/건너는 도박의 강이 되었구나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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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이여, 두만강이여
 
  압록강이여, 두만강이여
  마(魔)의 강이여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마의 강이여
  혜산에서 또는 무산에서
  그대 작은 여울목을 건너기만 하면
  올올이 머리카락을 서릿발같이 곧추세우고
  얼음 위로 달음질치거나
  물 위로 첨벙첨벙 내달리면
  10초를 10년으로 늘여
  1분을 100년으로 늘여
  때마침 남풍이 불어 0.1초라도 좁힌다면
  인정머리 없는 총알을 피할 수 있으려나
  거긴 돼지도 하얀 쌀밥을 먹는다는데
  거긴 개도 아작아작 생선을 씹는다는데
  거긴 소도 콩이랑 강냉이를 우물거린다는데
  거긴 꽃제비도 라면이랑 초코파이를 물리도록 먹는다는데
  한 번만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조중우호조약의 그물에 걸려 되잡혀 온데도
  저기 개울 한가운데 떠 있는 시체
  아, 발이 이리도 무거울 줄이야
  압록강이여, 두만강이여
  이리보다 무서운 탐관오리를 피하여
  독사보다 간악한 일제와 그 앞잡이를 피하여
  수백 번 뒤돌아보며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죽지 못해 건너던 미련의 강이여
  이제는 단 한 번 뒤돌아보지 않고 천리마처럼 빨리
  살지 못해 건너는 도박의 강이 되었구나
  
  불 꺼진 신의주에서 바라보는 휘황찬란한 단동
  물도 베는 왜구의 칼을 몽땅 부러뜨린 역전의 장군은
  헌 집 헐고 새 집 지으러
  신의주와 단동 사이에서 위화도에서 발걸음을 되돌렸는데
  친구와 헤어져 홀로 가는 일본의 어린 여학생
  바닷가에서 홀로 호연지기를 키우던 자유대한의 남학생
  그런 아이들이나 식칼을 들이대 잡아가는 천출 장군은
  2천만을 영실동무로 만들어 인질로 삼아
  달러를 벌어 버섯구름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자폭할 슈퍼 폭탄을 만들었다는데
  압록강이여, 왜 그 날 용천이 분노하던 날
  그대 강철허리띠를 풀어 버리지 않았던가
  
  호롱불 켠 남양에서 바라보는 네온사인 번쩍이는 도문
  주인이 노예로 전락한 나라를 되찾으러
  왜병의 뒷덜미를 덥석 문 호랑이 장군은 고향산천을 향해
  도문의 봉오동에서 크게 울부짖었는데
  단군 할아버지가 신시를 베푼 백두산은
  상국의 천자에게 뚝 떼어 주고
  충무공이 피로 지킨 녹둔도는
  대국의 차르에게 통째로 넘겨 준 파리 장군은
  일본의 얼음보숭이와 찰떡과 생선 덴마크의 돼지고기
  카스피해의 상어지느러미 인도네시아의 두리안 필리핀의 파파야
  수만 병 세계 각국 양주의 사열을 받으며 세계적화를 미리 맛본다는데
  두만강이여, 왜 그 해 수백만 영실동무들이 벽을 땅을 깊게 할퀴며
  새카만 쇠꼬챙이 몸뚱이와 이별할 때
  일시에 하늘로 치솟았다가 비로 내려
  일일이 그들의 목을 축여 주고 단숨에
  평양의 아방궁을 대동강에 내다버리지 않았던가
  압록강이여, 두만강이여
  마(魔)의 강이여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마의 강이여
  
  (2006. 11. 26.)
  
  *영실동무: 영양실조 동무
[ 2006-11-27, 08:1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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