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억지·남한의 만만디·미국의 고민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내전(內戰)으로 몰 수 있는 명분 획득이 북한의 전략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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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당국이 선군정치(先軍政治)의 치적을 말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한마디'가 있다. 그들의 선군정치가 남한을 지켜주고 있다'는 맹랑한 허언(虛言)이 그것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이런 억지를 되풀이해서 내보내고있다.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북(北)만이 아니라, 남(南)의 인민들도 선군정치(先軍政治)의 자위적 보호권 안에서 지낼 수 있었다'
  
   '선군정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이 군(軍)의 힘을 빌어 정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치 틀'이다. 북한 독재체제에서의 군(軍) 위상은 당초 조선노동당의 지시를 받는 당(黨)의 군대'였다. 김정일은 군을 당(黨)과 동렬(同列) 내지 우위에 올려놓고 주민들에게 핍박을 강제하며 폭정의 도구로 삼고 있다.
  
   그런 억지로도 부족해 그들은 이제 '남한이 선군정치 덕분에 온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전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미국의 핵 공격 우려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선군정치의 덕택이므로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억지도 이 정도면 '하이·코미디' 수준이다. 북한 통치이념상으로는 그런 풀이가 가능하다 해도 우리 정서로 보자면 그야말로 막무가내이다. '북한 핵(核)도 통일 후엔 우리 것'이라는 좌파 젊은이들의 어처구니없는 논리 역시 이 같은 궤변에서 유래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일 입장에서 보자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도 모두가 '선군정치'의 업적이고 결실이다. '군사강국' '정치·사상 강국' '경제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절대절명의 이념이 '선군정치'이다. 달리 말해 강성대국(强性大國)을 향한 노선이다. 그들은 이제 '경제발전'에만 집중하면 만사가 풀린다고 기만하면서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그들 주도의 '한반도 적화(赤化)통일'을 달성하고자 미북(美北)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미국과의 단독대좌를 통해 그들의 체제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의 철수를 열망했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시 내전(內戰)으로 몰 수 있는 명분 획득이 그들의 전략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경제적인 궁핍을 덜고자 할 때에는 '우리민족끼리' 또는 '민족공조'를 앞세워 남(南)쪽에 손짓하다가도 적화통일과 직결되는 북핵문제·평화협정 등 근본문제가 불거지면 번번이 '미국과의 단독대좌(對坐)'를 고집해왔다. 그야말로 철저한 '이중(二重)책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놀라운 것은 북한의 이 같은 책략을 남한의 좌파(左派)정부가 그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지난 10월9일의 핵실험만 해도 그렇다. 노무현 정권은 2003년 2월 출범 이후 4년간 3조6천8백56억원 상당을 지원하고도 아무런 사전 시그널도 받지 못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이 과연 핵실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있는가. 남한은 국가GDP 7875억 달러·1인당 GDP 1만6천 달러인데 비해, 북한은 고작 208억 달러·914 달러 수준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북한의 국력은 남한의 1/38 수준이다. 그나마 비공식적인 데이터가 그렇다. '북한의 현실'을 바로 보자면 이 수치에서 '절반' 이상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북핵은 결국 우리 정부가 사실상 뒷돈을 댄 '부실(不實)한 핵 대응'이 자초한 결과였다는 결론이 나온다.
  
   북한 김정일은 주민 3백만명이 굶어죽어 가는 '고난의 행진' 시기에도 참담한 궁핍을 딛고 '유일사상 체제 보전'과 조선노동당의 존재 이유인 '남한에 대한 적화(赤化) 야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처럼 무모하게도 핵(核)프로그램을 강행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보복'을 무릅써야하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고 '핵'에 다시 손을 담그는 '핵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남한의 좌파정권은 한미간 동맹정신과 공조체제를 통해 '북핵'에 강력 대응하기보다는 '민족공조'와 '대북(對北)포용'을 표방하며 북한에 '핵 개발'의 길을 터 주었다.
  
   노(盧)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작통권이 지금 당장 환수되더라도 문제없다'고 호언해 왔지만, 그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숙고(熟考) 없이 정치적 관점에서 내민 속빈 강정과도 같은 허장성세(虛張聲勢)였다. 국가안보에 대한 심사숙고 끝에 나온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 같은 정치적 해프닝은 지난 10월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은 '핵우산 규정 삭제'를 요청해오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태도를 돌변하여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보장을 구체화해달라고 미국에 생떼를 썼다. 궁지에 몰릴 때라야 '미국=동맹국'이고, 평소엔 '반미(反美) 구호'로 대접하는 이중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미국은 이런 변덕을 어떻게 받아들였을 것인가.
  
   우리는 그동안 북한 김정일의 공격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기보다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 비단을 깔아주는 식의 대북정책을 펴왔다. 북한의 속셈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좌파정권 출범 이후 북한에 7조3천억 원(76억842만달러 상당)을 퍼주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만만디'이다.
  
   북한은 이제까지 핵 개발 주요단계마다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북핵이 '협상용'이라는 판단은 바로 이런 과정에서 야기된 철저한 착시 현상 탓이다. 우리 정부는 그간 북한당국의 실질적인 핵무장 가능성을 접어둔 채 거짓과 사술(詐術)에 장단 맞추는 대북정책을 펴 온 것이다.
  
   북한은 핵 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적지만,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핵을 유지·관리할 수 있는데 반해 미국이 북한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이른바 '봉남통미(封南通美)'로 난제들을 풀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고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노(盧) 정권은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요청하는 대북조치들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일을 쉼 없이 반복해왔다. 과거 '핵을 보유한 북한과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다'던 미국이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민족공조'로 돌아서면서 미국의 행보와 보폭은 매우 협소해지고 말았다.
  
   미국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의 핵 보유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본격적 재무장(再武裝)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어 연쇄적으로 중국의 군비강화를 불러올 것이다. 동북아 전체를 화약고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북핵(北核)이라는 뇌관' 제거는 국제사회의 시급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우려는 정작 북한의 핵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핵무기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6개 이상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북한이 플로토늄을 세계 여타 지역과 테러리스트들에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데 있다.
  
   미국은 또한 북한 내 어디를 공격해야 할 것인지 정확한 공격목표를 알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북한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보복으로 서울이 공격당할 수도 있는 '우려'를 결코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고민은 이처럼 '복합적'이다.
  
   우리 정부는 김정일에게 '수령체제 보위를 위한 핵실험'이 수령체제 수명을 재촉할 뿐이며, '핵에 의지한 북한의 생존전략'이 자살행위임을 일깨워가며 대북압박을 계속해야 한다. 북한정권이 어떤 경우에도 대한민국을 '죽음의 동반자'로 끌고 가는 '우려해야 할 사태'는 없어야겠기에 더욱 그렇다. (konas)
  
   정 준 (코나스 객원 논설위원)
  
  
  
  
  
[ 2006-11-28, 13:4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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