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4-19단체들의 교과서포럼 테러를 보고
폭력행사한 자칭 4-19단체는 진정 민주이념의 계승자인가?

강철군화/프리존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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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정말 4-19단체 관계자들이었을까?=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화가 나서 밤새 잠이 오지 않았다. 어제 서울대에서 있었던 교과서포럼 공청회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떻게 명색이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사람들이 학술공청회장에 난입해서 70,80대 교수들을 폭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미 하루 전 새 대안(代案)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가 나갔는데, 주최측은 그에 불만을 품은 세력들이 불상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해서 뉴라이트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폭력사태가 나자마자 그 폭력사태에 굴하는 듯한 성명서를 낸단 말인가?
  
  어제 교과서포럼의 공청회는 그동안 좌편향적인 중-고교 교과서에 대해 문제를 느껴 온 학자들이 그동안 만든 대안교과서의 초안을 놓고 그 타당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뉴라이트건 올드라이트건, 4-19단체건 5-18단체건,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였고, 그 타당성이 인정되면 얼마든지 그 내용을 고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자칭 4-19관련 단체 회원들은 70여명이 버스 두 대에 분승해 몰려와 공청회장에 난입했으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면서 폭력을 행사했다.
  
  그들이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기 위한 4-19관련단체 사람들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세우는 4-19민주이념과 그들이 어제 행사한 패륜적인 폭력행사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그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공산당의 배후조종을 받는 폭동이라고 왜곡선전하면서 시위대를 향해 총탄을 퍼부었던 자유당 정권의 폭거와 그 정신적 기초에서 다를 바 없다.
  
  나는 어제 폭력사태의 주범들은 4-19관련단체 회원들이 아니라, 4-19단체를 빙자한 폭력배들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역사에는 양면성이 있다=
  
  자칭 4-19단체들이 문제 삼은 것은 4-19를 혁명이 아닌 ‘학생운동’으로 표현한 것과, 4-19를 용공시했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4-19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혁명’이란 법적으로 ‘주권자의 변동’, 예컨대 군주정에서 공화정으로의 변화 등을 의미한다.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혁명’이란 ‘급속하고 근본적인 정치-사회-경제-문화적인 변동’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4-19로 부정선거를 자행했던 자유당 정권이 전복되기는 했지만, 이를 ‘혁명’으로까지 볼 수 있느냐 여부는 역사관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문제다. 이를 이유로 폭력까지 행사한 것은 반민주적인 폭거에 다름 아니다.
  
  대안교과서 시안이 4-19를 용공시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대안교과서를 보면 4-19 이후 제2공화국 시절의 사회상을 다루면서 당시 사회주의세력이 대두했음을 언급했을 뿐이다. “4·19 이후 학생운동 조직이 견제되지 않은 권력으로 등장했다…이후 학생들의 구호도 부정부패와 민주주의 원칙확립으로부터 급속도로 사회주의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반체제적인 것으로 바뀌어 갔다“는 대안 교과서 시안의 기술은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이다. 한국현대사 교과서라면 당연히 다루어야 할 내용 아닌가?
  
  5-16, 10월 유신, 5-18, 전두환 정권 등에 대한 기술도 마찬가지다. 모든 역사적 사실과 그 결과에는 명(明)과 암(暗)이 있기 마련이다. 5-16이나 10월 유신, 신군부의 집권이 당시 집권세력이 주장했던 것처럼 ‘지고지순한 구국의 결단’이 아니었던 것처럼, 4-19나 5-18에도 여러 가지 측면이 있는 것이다.
  
  5-16이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산업화에 큰 획을 그은 사건인 것도 사실이다. 5-16은 ‘군사정변’이고 ‘쿠데타’였지만, 우리나라 경제개발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위치나,조선조 이래 500년간 이어져 온 문민정치의 전통을 파괴하고 군사정권이 들어섰다는 점에서 ‘혁명’으로 볼 수도 있다.
  
  10월 유신이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권위주의 체제였고, 그 체제 아래서 인권유린도 있었지만, 국력을 조직화하고 중화학공업을 건설해서 오늘날 우리가 먹고 살 바탕을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대안교과서가 10월 유신체제에 대해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보장하는 체제'라면서도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의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고 평가한 것은 이 두 가지 측면을 균형있게 기술한 것이지, 유신체제를 찬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5-18에 신군부에 항거한 민주화 항쟁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거기에 지역감정적인 요소라든가, 기층민중들의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5-18에 대해 ‘민주화 항쟁’이라는 전제 아래, “광주에서 신군부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발생한 것은 그동안 발전과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가 누적된 데다 그 지역 출신 김대중의 체포소식이 분노를 야기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인 것이 뭐가 잘못인가?
  
  일부 언론이 문제삼은 “5-18이 1980년대 반미운동의 계기가 되었다“는 기술도 1980년대에 학생운동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목소리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게 5-18에 대한 폄하란 말인가?
  
  ‘전두환 정권이 발전국가를 계승했다’는 표현을 두고, 5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는 주장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발전국가’란 ‘경제발전을 위해 국가의 자원을 총동원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전두환은 분명히 ‘박정희 발전국가’의 명과 암을 모두 물려받았다. 이를 두고 ‘발전국가를 계승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이것이 5공에 대한 긍정적 평가다? 웃기는 얘기다.
  
  기존의 교과서들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에 대해서는 부정 일변도로, 4-19등 민주화운동들에 대해서는 긍정 일변도로 기술했다.
  
  대안 교과서는 그 두 가지 측면을 고루 기술했을 뿐이다. 그게 비판받아야 할 일인가? 그게 폭력으로 응징해야 할 죄악인가?
  
  =뉴라이트네트워크 성명 유감=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폭력 사태 직후 뉴라이트네트워크가 서둘러 발표한 성명이다.
  
  이 성명은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산업화에 대한 지나친 미화와 민주화에 대한 평가절하라는 오류와 편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러한 주장이 과연 대안교과서 시안을 읽어나 보고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내가 보기에 대안교과서 시안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결코 산업화를 지나치게 미화하지도, 민주화를 평가절하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성명이 “교과서포럼은 우리들의 자매단체”운운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교과서포럼 구성원들의 다수의견과도 배치되는 일부 소수자들의 사견이 충분한 내부 의견수렴과정 없이 마치 조직의 입장인양 유포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더욱 유감이다.
  
  교과서포럼은 분명 자유주의연대 등 뉴라이트네트워크의 ‘자매단체’였다. 자유주의연대 등 뉴라이트네크워크 멤버들은 교과서포럼의 태동과 운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요 사업으로 선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교과서 시안이 나왔을 때 당연히 함께 검토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해야 했다. 공청회에 참여해 그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었다.
  
  그게 ‘자매단체’의 도리 아닌가? 성명을 낸 단체의 대표나 구성원들 가운데 현장에 누가 있었나? 있었다면 그들은 안병직, 유영익, 이영훈 교수가 폭행당하는 동안 무얼 하고 있었나?
  
  성명에서 언급한 ‘구성원들의 다수의견과도 배치되는 일부 소수자들의 사견이 충분한 내부 의견수렴과정 없이 마치 조직의 입장인양 유포한’ 일부인사들이 누구인가?
  
  이번에 자칭 4-19단체들에게 폭행을 당한 안병직 교수인가, 유영익 교수인가, 이영훈 교수인가, 김광동 박사인가?
  
  내가 아는 그분들은 꼬장꼬장한 선비들이고 양심적인 학자들이지만, 자신의 주장을 조직 내에서 일방적으로 고집할 분들은 아니다.
  
  그리고 ‘교과서포럼’의 자매단체들은 그런 소수자들이 전횡(?)하는 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번 시안은 결코 뉴라이트의 공식입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선언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안교과서 시안에 대해 ‘뉴라이트’를 가져다 붙인 것은 전형적인 언론의 표현이지, 교과서포럼이 그 교과서 시안에 대해 ‘뉴라이트’운운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뉴라이트운동 단체들이 정색을 하고 부인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 뉴라이트운동은 과거 운동권 출신들과 자유주의자들이 대한민국 우파를 갱신하기 위한 운동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시대정신이자, 그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흐름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단체도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안교과서에 대해 ‘뉴라이트의 공식입장은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할 만한 대표성을 가진 뉴라이트단체는 아예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아버지 나이의 스승들이, 함께 일을 하던 동지들이 자칭 4-19단체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도, 그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에 앞서, 폭력배들의 주장에 백기투항하면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식의 성명부터 내는 것은 모양이 너무 안 좋다. 그건 스승이나 동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뉴라이트네트워크의 성명은 당연히 폭력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폭력사태의 피해자인 노교수들을 위로 격려하는 내용이 우선이었어야 했다. 대안교과서 시안에 대한 자성은 그 뒤로 미루어도 늦지 않은 일이었다.
  
  성명의 내용도, 순서도, 한참 잘못됐다. 유감스럽고 또 유감스러운 일이다. 폭력에 대한 굴종은 뉴라이트단체들이 평소 주장하던 '선진화'와도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이들의 비겁은 폭력 사태의 현장에서 의연히 맞섰고, 폭력사태 직후 '4-19 등에 대해 재검토하자'는 주장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안병직, 이영훈 교수의 결기와 너무나도 대비된다.
  
   뉴라이트단체들은 평소 “대한민국의 민주화 못지않게 건국과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승하면서 그 바탕 위에서 선진화를 이룩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운동은 현 집권 세력과 기존 정통보수세력의 한계에 실망하고 있던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모을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 어제 발표된 대안교과서 시안은 평소 “대한민국의 민주화 못지않게 건국과 산업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계승한다”던 뉴라이트단체들의 역사관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폭력사태가 발생했다고 해서 그 대안교과서 시안을 서둘러 부인한다면,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과연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에 대한 그들의 긍정적인 평가는 허언(虛言)이었나?
  
  뉴라이트네트워크의 성명서는 대안교과서 시안을 두고 '신우익단체 '교과서포럼'은 역사와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면서 '쓰레기와 같은 역사교과서를 소각함으로써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했던 열우당의 주장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어제는 슬픈 날이었다. 폭력에 지성이 굴복한 날이고, 일부 뉴라이트가 굴복한 날이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에 걸었던 기대와 애정이 컸던만큼 실망도 크다.
  
  강철군화(프리존 칼럼니스트)
[ 2006-12-01, 10:4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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