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반값, 듣기는 좋으나
법으로 보장된 토지 사유화는 상식과는 정반대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국가 또는 소수에 집중된 경제권력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자유화 정책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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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반값, 듣기는 좋으나
 
  네덜란드는 자유와 개방의 대명사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든 마약, 동성애, 매춘 등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네덜란드에서는 법으로 허용된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도덕적 비난에 관계없이 개인의 자유라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이 유럽에 새로 설립한 사무소의 35%는 네덜란드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유럽 진출 회사의 유럽 사업 본부 중 50%를, 일본은 그 40%를 네덜란드에 설립했다. 네덜란드의 개방 정책 때문이다. 자국과 타국의 기업을 전혀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자유는 국토의 반을 차지하는 간척지 개발과 주변 강대국과의 수백 년 독립투쟁에서 비롯된 것이고 개방은 상업을 중시한 전통에서 유래된 것이다. 네덜란드는 바다를 메워 넓힌 땅을 농민들이 골고루 갈랐다. 자유는 바로 그 토지 소유에서 비롯되었다. 독립투쟁도 그 땅을 지키기 위한 생존 투쟁에 다름 아니었다. 덕분에 네덜란드의 자유농민은 유럽의 봉건제에서 가장 먼저 스스로를 해방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근대적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은 애매모호한 공유지를 사유지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렇게 사유지가 확대되자 급속히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불필요한 인력이 도시로 흘러 들어가 값싼 노동력이 되었고 그것이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사유지의 확대만큼 왕에 대한 국민의 자유가 늘어났고 그만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발달했다.
  
   프랑스 혁명이 농민에게는 복음이었다. 소작농에게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세금을 대폭 줄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토지 귀족이 자신들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고 소작농으로부터 무지막지하게 소작료를 걷어갔다. 또한 제헌의회는 전국을 30개의 관세지역으로 나누어 왕과 귀족이 걷어가던 통행세를 전격적으로 철폐했다. 이것은 획기적인 개방 정책으로 산업혁명의 바탕을 마련했다. 프랑스 혁명은 토지 사유화를 통해 추상적인 자유와 평등을 현실적인 자유와 평등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신세계로 간 유럽의 하층민들은 스스로 개간한 땅을 사유지로 확보했다. 그 사유지 안으로는 주인 허가 없이는 주인보다 총을 빨리 뽑을 수 있는 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사유지, 그것이 곧 자유였다. 그 농민들은 각자가 왕이었기 때문에 서로간에는 평등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개인적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되어 있다. 그 단초는 소작농에게 토지 소유권을 법으로 보장해 준 농지개혁이다. 맥아더가 새로운 황제가 된 일본은 그의 명령으로 쉽게 농지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지만, 얼떨결에 정치적 자유를 획득한 한국은 소련과 북괴의 사주를 받은 공산주의의 조직적인 선동과 폭력 그리고 민주주의의 탈을 쓴 토지 귀족의 끈질긴 방해 공작으로 농지개혁은 미군정으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승만은 이에 과감히 공산주의자 조봉암을 농림장관으로 기용하여 전격적으로 5년간 소출의 30%만 내면, 이전의 소작료도 안 되던 그 토지상환비만 5년에 걸쳐 내면, 정부를 통해 원래의 지주에게 내면, 영원히 그 토지는 농민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혁명적인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지주는 이제 몇 백 년 동안 40%~70%까지 징수하던 소작료를 겨우 5년 동안 30%만 토지 보상비로 받고 조상 대대의 땅에는 벼이삭 하나 건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써 수천 년 동안 원천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었던 이전의 소작농과 지주가 진짜 평등해져 버린 것이다.
  
   기습남침한 북괴가 무상몰수 무상분배 어쩌고 하면서 북한에서처럼 실질적으로 30% 이상의 현물세를 징수해 가며 토지는 영원히 국가 소유로 만드는 수작을 보고 한국의 자영농들은 가당치도 않았다.
  '누가 내 농토를, 내 땅을, 내 자유를 빼앗는단 말인가!'
  대부분의 농민은 공산주의는 황금보다 귀한 토지를, 생명과 다름없는 땅을, 가족의 행복을 보장하는 자유를 박탈하여 국가의 하나뿐인 거대한 지주로 올라서려는 악마임을 한눈에 알아 봤다. 총을 들고, 죽창을 들고 목숨을 걸고 탱크와 따발총에 맞서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 중 민심은 이승만과 맥아더로 확 돌아서 버린 것이다.
  
   이승만이 구름 잡는 자유(정치적 자유)를 손에 잡히는 자유(경제적 자유)로 바꿔 주었다면, 박정희는 개방을 선사했다. 박정희는 허기를 겨우 면하는 농지소유의 자유를 집집마다 배불리 먹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자가용을 굴리고 대중 문화에 환호하고 전통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귀족 문화에도 기웃거릴 수 있는 중산층의 실질적 자유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지도자였다. 그의 핵심 정책은 개방이었다. 농업만으로는 절대 배불리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보호와 폐쇄가 아니라 자율과 개방을 통해, 수출과 수입을 통해 전세계의 모든 기록을 깨면서 상공업을 획기적으로 진흥시킨 것이다.
  
   민주화의 탈을 쓴 무능하고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지도자가 아름다운 말로 차례차례 청와대에 입성한 후, 한국은 이승만의 자유와 박정희의 개방을 지속적으로 헐뜯고 줄였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외국의 힘으로 잠시 자유와 개방을 넓히는 듯하다가 숨을 좀 돌리는 순간 도무지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이승만과 박정희를 악마처럼 미워하며 다시 억압과 폐쇄의 도를 점점 강화시키고 있다. 결과는 세계적 호황에 나 홀로 뒷걸음이요, 동아시아에서 나 홀로 국가부채와 개인부채의 폭발적 증가다.
  
   자유와 개방과는 정반대로 밀어붙인 부동산 정책 때문에, 공급을 도외시한 수요 억제책 때문에, 조세편의적인 거래세의 압도적 비율로 실질적으로는 어떤 나라보다 부동산관련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책에서 파생된 부동산 급등에 보유세와 양도세를 중과하는 국가 폭력 때문에, 나라가 온통 뒤숭숭해지자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편승하여 가장 정권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은 당에서 정부여당에 한 수 더 뜨는 부동산정책이 쏟아져 나온다.
  
   충청도에 3조원을 풀어 대권을 매수한 노무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야 하는데, 그보다 한 수 더 떠서 거대 야당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돈을 뿌리겠다고 하고, 아파트를 반값으로 분양하겠다고 흰소리하고 있다. 건물은 개인 소유로 하되, 그 건물에 딸린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면 반값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토지임대부 주택공급책을 내놓고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토지 공개념, 아주 그럴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공산국가에서 보았듯이 국가의 토지 독점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개념에 따르면 100%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 공산국가에서 부동산이 가장 안정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정반대다. 뒤죽박죽, 얼렁뚱땅, 마구잡이 개발, 만성적 주택 부족, 귀신소굴, 오염천국 등등 국가 권력의 방패 뒤에서 소수의 공산권력이 온갖 호사를 다 누렸다. 국민에게 집을 공짜로 준다는 명분을 내걸고, 호화 주택과 아방궁 아파트와 별세계 별장은 권력자들이 모두 공짜로 독차지했던 것이다. 그 어떤 개인도 땅 한 뙈기 없었기 때문에, 협동농장의 농노든 닭장 아파트의 로봇이든 자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평등도 거대한 사기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에 이어 급속히 떠오르는 인도도 국토는 넓지만 토지 정책의 전근대화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거긴 토지 사유화가 광범하게 인정되어 있지만,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있는 토지는 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토지의 경계선이 너무도 애매하여 한 토지에 대개 두세 주인이 있다. 도로를 닦고 공장을 짓고 주택을 건설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거래 가능한 토지는 세계 어떤 곳보다 비싸다.
  
   법으로 보장된 토지 사유화는 상식과는 정반대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국가 또는 소수에 집중된 경제권력을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자유화 정책이다.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이를 가장 잘 실천한 나라다. 이를 확대했으면 확대했지 축소할 이유가 없다.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을 들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들먹이려면 먼저 그 나라의 국유지 비율부터 알아 봐야 한다. 한국은 국유지 비율이 23.4%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23.7%, 미국의 24.8%보다 낮다. 대만의 69%, 이스라엘의 싱가포르 81%, 이스라엘의 86%와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싱가포르처럼 선량하고 유능한 정부가 집권하여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실행하려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토지를 국가가 국민에게 불하할 때보다 몇 배나 높아진 시장 가격으로 되사서 이를 새로 아파트를 분양 받는 극소수에게 선심 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국유지 중에 도시용지는 겨우 0.1%밖에 안 되고 99.9%가 군부대, 청사, 도로, 국립공원, 하천,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 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지로 재정부담 없이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할 수 있는 양은 전국적으로 몇 십만 호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 몇 십만 호에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로또복권을 국가가 개입하여 당첨시켜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대선에 당선되기 위해서 급조한 공약에 따라 통일되면 절로 없어질 행정도시를 세운다며, 충청도 지방에 3조원을 뿌린 것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부동산에 세금폭탄을 투여하여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며 선한 목자를 자처하는 개의 탈을 쓴 이리의 흉계도 꿰뚫어 보아야 한다. 그들은 공익의 번쩍이는 방패로 국민의 눈을 현혹시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와 종합세를 중과하려면, 그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거래세를 이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거래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1% 이하로 내려야 한다. 또한 불로소득이라는 명분으로 현금화되지 않은 부동산에 시기질투 세금을 징수하려면, 그보다 더한 불로소득인 주식에 대해서도 주식을 팔든 말든 급등하면 급등한 만큼(주식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총액 기준 600조원 가량 올랐고 이른바 버블 세븐의 아파트는 그 사이 100조원 정도 오름) 소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를 기준으로 그와 똑같이 시기질투 세금을 징수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가 완전 철수하여 외환위기를 몇 배 능가하는 경제위기가 오거나 말거나!
  
   (2006. 12. 2.)
  
[ 2006-12-02, 14:2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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