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불감증을 평화정착이라 강변
임란 전보다, 2차대전 전보다, 6.25 전보다 현재 한국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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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이하 노무현)이나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민족화해와 평화정착을 최대의 공적으로 꼽는다. 그 증거로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우리 국민의 천하태평을 든다.
  '세계가 인정하여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았느냐?'
  '미사일이 동해에서 날아다니고 핵이 북의 지하에서 폭발해도 누구도 라면을 안 사 재지 않느냐?'
  
   김대중이 김정일에게 은밀히 5억 달러를 바쳤다는 것이 미리 알려졌더라면,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은커녕 예선에서 1등으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을 것이다.
  
   요즘처럼 임진왜란 전에도 조선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제대로 된 군인은 10만은 고사하고 그 10분의 1도 없이 기나긴 2백년 평화를 즐감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떠도는 왜구의 침략에 대한 소문을 너도나도 일소에 붙이고 설령 전쟁이 난들 을묘왜란같이 일부 어촌을 노략질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설마'에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기고 임금 이하 동서 양대 붕당 하나같이 천하태평이었다. 모함을 받고 승진의 사다리에서 몇 번이나 떨어졌던 사람이 임란을 1년 2개월 앞두고 갑자기 지위가 높아져 전라좌수사로 즉 경상우수사나 전라우수사가 거느린 병사의 절반도 거느리지 못한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어, 전세계의 나머지 것을 다 긁어모은 것보다 많은 최첨단 무기 조총으로 무장하고 호시탐탐 때만 기다리는 15만 정병에 맞서기 위해 홀로 3천여 명의 수군을 다독거리며 미증유의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조선8도 어디서나 가렴주구로 곳간을 가득 채운 양반들은 야들야들한 기생을 데리고 놀았고, 가렴주구에 시달렸지만 그럭저럭 연명하던 백성들은 자식들 재롱 보며 시름을 잊고 조상님께 정성껏 제사 지냈다. 어즈버, 태평연월이었다.
  
   2차세계대전 전에도 유럽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유럽은 1차대전의 원흉 독일을 대서양 건너 미국의 힘을 빌어 혼낸 후 가혹한 전쟁배상금을 물리고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머금은 채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는 독일에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 갑자기 나타나 연방 쇳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전쟁 일어난 지 얼마 됐다고, 배상금 물리느라고 뱃가죽이 등짝에 붙은 게르만족을 데리고 제까짓 것이 무슨 전쟁을 일으킬 것이냐고 우습게 보거나 아예 무시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날로 확산되어 유럽의 평범한 시민들도 이전의 귀족보다 자유롭고 호사스럽게 살았다. 어즈버, 태평연월이었다.
  
   6.25 전에도 한국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인구의 약 70%나 차지하던 농민들은 단군 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운 지 5천 년만에 5년 소작료도 안 되는 헐값으로 열 다섯 마지기씩 농지를 소유하게 되어 먹지 않고도 배불렀고 입지 않아도 따뜻했다. 농민들은 모내기가 막 끝난 논을 바라보면 절로 풍성한 가을걷이가 떠올라 가슴이 훈훈해졌다. 미군도 소련군도 한반도에서 다 빠져나간 상황에서 이제 남이나 북이나 군사력이 세어 봤자 서로 얼마나 셀까, 탱크 한 대 없이 전투기 한 대 없이 북괴에 대한 단 한 줄 따끈따끈한 정보도 없이 6개월 전부터 올라오는 육군정보과의 정확한 보고는 줄줄이 묵살하고 평화 무드에 젖은 국군들은 안심하고 일제히 외출해서 일요일의 자유를 만끽했다. 10월폭동, 4.3사태, 여순반란사태도 진정되고 좌익군인도 발본색원 극성을 부리던 공산좌익들이 산 속 깊숙이 숨어들고 38선도 잠잠하여, 국군은 과히 할 일이 없었다. 어즈버, 태평연월이었다.
  
   막말과 욕설과 거짓말과 말장난에 비상한 재주가 있는 친북좌파는 10년에 걸쳐 매년 1조 원 이상을 퍼 주고도 250원 짜리 우표 한 장이면 주고받을 수 있는 편지 한 통 오가지 못하는(아무리 악질적인 인질범도 그 정도 받았으면 인질을 대부분 풀어주었을 것) 최악의 남북관계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화해 분위기라고 강변하고, 안보불감증이 엽기적 수준으로 올라간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우리끼리'의 평화정착이라고 선전한다.
  
   개과천선하여 세계수준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거듭 난 지 60년이나 된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게 사죄하라고 피를 토하면서, 일제보다 수십 배 가혹하게 60년 동안 지금 이 순간에도 동족을 착취하고 학대하고 학살하는 김씨왕조에 대해서는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로도 단 한 번 사죄를 요구하지 않는 것을 민족화해라고 저들은 강변한다. 남침을 뉘우치고 사죄하기는커녕 시종일관 북침이라 우기고 낙동강에서 돌아선 것을 5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쉬워하면서 휴전 이후에도 오로지 독재를 강화하고 또 한 번 기회를 잡으면 기필코 낙동강을 건너 부산을 장악하고 내친 김에 남해도 건너 제주도까지 단숨에 접수할 전쟁 준비에 매진한 것밖에 없는 60년 세습공산왕조! 그들의 연방제 평화선전에 놀아나, 그건 우리의 연합제와 비슷하다며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며 올림픽이든 아시안게임이든 공동 입장하며 세계최강 미국을 형형한 눈으로 쏘아본다. 남북이 자주평화통일하지 못하는 제1 원인이 미국이라도 된다는 듯한 원망에 찬 눈초리다. --미군만 철수하면! 친북좌파와 북한은 세계를 향해 그렇게 한반도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자주평화통일의 꿈에 부푼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화답하여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북한의 핵실험에 화답하여 북한군의 10년 복무 기간에 비하면 5분의 1밖에 안 되는 국군의 복무 기간을 또 단축하려 든다. 각기 50%씩 공동행사하던 전시작전권을 마치 미국이 100% 휘두르고 있는 양 호도하여 전시작전권을 전격적으로 '환수'하여 사실상 미군을 내쫓고 '민족의 기개'를 드높인다. 대학 졸업해도 취직 못하는 사람이 사실상 100만 명이 넘는데, 몇 달 일찍 제대시키면 취직도 일찍 하고 취직 일찍 하면 장가도 일찍 가서 애도 빨리 낳을 수 있다며 젊은이를 군대서 썩히지 말자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명패를 집어던지던 그 기개로 비분강개한다.
  
   이렇게 정부가 앞장서서 군 전력을 약화시킴으로써 화해와 평화를 간접적으로 극력 선전하니, 어찌 TV를 잘 믿는 순진한 국민이 미사일 쏘고 핵실험한 것에 대해 걱정하랴! 방송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과 핵이 일본을 향하고 미국을 겨냥한 듯하니 무얼 걱정하랴! 그 투철하던 반공정신을 시대착오적인 냉전사상이라고, 과거 독재정부의 '늑대소년 작전'에 놀아나서 잘못 믿고 있었다고 크게 부끄러워 하게 된 국민이 어찌 라면을 사 재랴! 아직 미군이 건재하고 우리의 국방예산이 월등히 많고 무기도 우리가 훨씬 낫다는데, 인민군은 키도 국군보다 평균 10cm나 작고 양양실조 걸린 자들이 수두룩하다는데, 무얼 걱정하랴! 약한 자의 허장성세에 지나지 않는 걸 갖고 무얼 걱정하랴!
  
   이상도 하지! UN의 192개국 중에서 한국만이 북의 미사일과 핵무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190개국은 하나같이 아직도 냉전에 찌들어 있는 국가란 말인가. 190개국은 있지도 않은 일을 조작하여 안보불안을 조성한단 말인가. 북한의 종주국인 중국과 북한의 든든한 후원자인 러시아를 위시하여 190개국이 하나같이 초강대국 미국의 농간에 놀아나는 전쟁광이란 말인가. 굶주린 2천만에게 골고루 하얀 쌀밥을 먹일 수 있는 피 같은 달러로 미사일 쏘고 핵실험하는 집단은 평화우호세력에 자주세력에 민족공조세력이고, 자진해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철저히 검증 받고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에 매진하는 나라들은 달러에 눈이 멀고 양심이 마비된 미제(美帝)의 앞잡이란 말인가.
  
   원자력을 발전과 의료에만 쓰고 거기서 나오는 쓰레기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지하에 영원히 묻어 버리려는 것은 환경과 인간을 파괴하고 살상하려는 사악한 짓이기 때문에 전국의 환경단체와 정치단체와 학생단체가 몰려가 수개월 간 폭력시위로 저지함이 마땅하고, 60년 세습독재정권의 유지와 확산 외에는 아무 데도 쓸모 없는 핵무기를 기어코 만든 것에는 침묵으로 일관함이 마땅한가.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인가. 그것이 민족공조인가. 그것이 자주평화운동인가. 때로 일부 세력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통일 전에는 북한의 핵무기가 체제를 보전해 주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켜 주는 무기요, 통일 후에는 우리 것이 될 보배라고 환호해도 본 척 만 척함이 마땅한가.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인가. 그것이 민족공조인가. 그것이 자주평화운동인가.
  
   임란 전보다, 2차대전 전보다, 6.25 전보다 현재 한국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때보다 더 태평이다.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게 가장 큰 책무인 정부가 제일 앞장서 태평가를 부른다.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않으면 절대 전쟁이 안 난다며 미국은 북한을 제2의 이라크로 만들지 말라고 비분강개하고 한반도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변함으로써, 김정일 비위 맞추고 부시 신경 긁고 국민들 이간시키고 안보위기의 진실을 호도하고 정권재창출하기 위해 날마다 막말이고 밤마다 음모다.
  
   (2007. 1. 7.)
  
  
  
[ 2007-01-08, 08: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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