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부럽지 않은 김정일
진시황 부럽지 않은 김정일이 변하기를 기대하는 자는 사자가 생쥐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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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부럽지 않은 김정일
 
  김정일은 1972년 30세 되던 해부터 실권을 장악하기 시작하여 강력한 라이벌인 삼촌 김영주를 밀어낸다. 1967년 정적을 완전히 소탕한 절대 권력자 아버지 김일성에게 치밀한 계산 하에 지극 정성을 다한 결과이다. 김일성은 여비서 김성애와 내연의 관계를 맺어 김정일이 일곱 살 되던 해에 그의 모친 김정숙을 자살로 내몬 데 이어 사랑하는 후처 소생으로 마흔 세 살에 얻은, 손자 같은, 자신을 쏙 빼 닮은 김평일을 애지중지하였기 때문에, 김정일은 사활을 걸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일찌감치 권력투쟁의 길로 들어서서 '곁가지를 치고' 스스로 권력을 쟁취한 것이다.
  
  (최근에 김정일이 이미 원귀가 된 첫 부인 성혜림 소생으로 서른 살에 얻은 맏아들 김정남 대신 사랑하는 후처 고영희의 소생으로 마흔 살에 얻은 이제 겨우 스무 세 살의 김정철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점찍어 고영희 우상화 작업에 들어간 것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큰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기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본다. 김정일은 김정남도 자신처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고 본다.)
  
  대대적인 김일성 우상화 작업과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소조활동, 1974년 70일 속도전의 과시(사실은 나라 경제를 엉망으로 만듦)로 김일성의 환심을 사서 1975년에는 실권을 거의 장악한다. 김일성 스스로 '김정일 시대'를 언명한 1985년 김정일은 명실상부한 2인자로서 빨치산 1세대의 아들들인 강성산, 김국태, 오극렬을 중심으로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김일성은 일하는 인민복을 벗고 노는 신사복을 입는다. 경쾌한 보천보 전자악단이 등장하고 거리엔 화려한 옷들이 등장한다. 1992년 김정일의 나이 50, 김일성의 나이 80. 김일성이 아들에게 송시를 바친다.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을 제치고 1인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1994년 카터의 중재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김일성이 사망한다. 한때 일본에서 김정일에 의한 김일성 암살설이 떠돌았다.
  
  김일성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1인자로 다시 일어서려고 혼신의 힘을 다 기울였을 가능성이 크다. 권력은 묘해서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누구도 2인자는 싫은 것이다. 김일성은 이 때 너무 흥분하여 무리하게 준비하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 3년상을 치르며 누구보다 슬피 운 김정일이 사실은 속으로 가장 기뻐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0년 6월 13일, 마침내 김정일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세계외교무대에 데뷔하여 일약 주연배우로 군림한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었다. 빛나는 조연 김대중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황송해 했다. 남우주연상은 김정일, 여우주연상 내지 남우조연상이 자기 몫임을 잘 알았던 것이다. 그의 겸손에 세계가 감탄했다.
  
  전쟁을 않고도 남조선을 공화국의 한 연방으로 편입할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 조공을 마음껏 받을 수 있게 되었다. 1994년 이미 세계 최강국 미국으로부터 중유와 식량 조공을 받게 이르렀고 세계 제2부국 일본으로부터도 전력과 쌀을 조공으로 받게 되었다. 남조선은 말할 나위 없다. 이따금 따귀를 치거나 꿀밤을 먹임으로써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절대 허튼 마음을 못 먹게 만들었다. 평화와 통일, 민족과 개방이란 명목으로 달러를 뒤로 왕창 챙긴(정상회담 사례비) 데 이어 앞으로도 꼬박꼬박 챙기고(금강산 구경 감격비) 전력과 식량, 비료란 조공도 듬뿍 듬뿍 받아갔다.
  
  조공에 대한 답례는 미제국주의에 대한 성토요, 장군님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하는 조중동의 입에 재갈을 물리라는 압력이었다. 장군님에 충성스러운 흩어진 가족을 찔끔찔끔 내보내는 것도 크나큰 하사품이었다. 금강산특구니, 개성공단이니, 신의주특구니, 경제개선조치니, 대륙횡단철도니 하여 공수표를 남발하고 아무 의미가 없는 일(배급의 완전 중단을 뜻하는 경제개선조치로 인한 살인적인 인플레. 일제시대의 기차선로로 완전히 뜯어내야 할 철도의 노후화. 러시아는 철도 보수에 25억불이 필요하다고 하나 내 계산에 의하면 100억불이 필요함.)에 생색을 낸 것도 엄청 큰 하사품이었다. 조연 김대중은 중동특수를 능가하는 특수라고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다. 또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자못 감격스러워했다.
  
  전세계가 벌벌 떠는 김정일 장군! 110만 군대의 대원수, 대륙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에 핵폭탄까지 만드는 영웅! 세계최강국 미국과의 약속도 수틀리면 하루아침에 깨버리는 배포! 중국과 러시아도 마음대로 못하는 공화국의 뇌수!
  
  권력과 부와 명예와 쾌락을 한 손에 쥔 절대지존! 2월 16일 탄신일에는 전국민이 경하하고 전세계가 축전을 보내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황제! 세상에 무엇이 더 부러우랴! 80년대 이후 장악한 남조선의 대학과 90년대 이후 장악한 남조선의 노조, 2000년대 이후 장악한 보안법 무풍지대의 세계 최강의 남조선 인터넷. 김정일에 대한 어떤 비판도 평화와 민족이란 이름으로 절대 허용하지 않는 남조선의 전현직 두 대통령과 그 수하들.
  
  세상은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2001년 9월 11일, 미국 본토가 사상 최초로 공격을 받은 일대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미국의 공포는 분노로 바뀌어 테러를 사주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발본색원의 원칙에 따라 미국의 선제 공격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진시황도 부럽지 않던 김정일에게 그것은 악몽이었다. 국제역학관계에 의해서 절대 북한을 침공하지 못할 미국이 마침내 중동 도모 이후에 능히 북한을 도모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선제공격이다. 기습남침이다. 김일성도 못한 통일과업을 이루는 일이다.
  
  '이판사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매일반. 아니 죽긴 왜 죽어, 이 부귀영화를 두고 죽긴 왜 죽어, 살아야지, 더 큰 부귀영화를 차지해야지.'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전쟁은 오로지 미국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선동하여 남조선에서도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기습남침에 대한 대비책을 거의 못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한민국이 천하태평 어느 날부터 북한의 남침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미국에 의한 북침을 걱정하는 여론으로 몰아가는 데 거의 성공했다. 무엇보다 전쟁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전쟁이냐 평화냐, 퍼 주더라도, 다 죽는 것보다는, 전쟁하자는 거냐, 무조건 대화, 오로지 평화적 해결뿐!'
  
  기득 세력은 변화를 싫어한다. 많이 가질수록 싫어한다. 변화는 기득권의 상실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김정일만큼 큰 권력과 많은 부와 큰 명예와 많은 쾌락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그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은 개혁하고 개방하길 바라는 것은 사자가 생쥐로 탈바꿈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는 절대 안 변한다. 변할 필요가 없다. 그 누구든 그 앞에 무릎 꿇기를 바랄 뿐. 변화라면 상대방의 그런 변화를 바랄 뿐이다. 제국주의에 맞서는 영웅으로 친일반공세력을 깨부수는 위인으로 도리어 떠받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남조선이 변화하길 바랄 뿐이다.
  
  이미 제2의 남북동란은 시작되었다. 오로지 완벽하게 장치된 다이너마이트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 시기만 남았을 뿐이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는 우직한 부시가 우선 순위를 잘못 두어 실익도 불분명하고 명분도 약한 대이라크전에 전력을 기울이는 사이 교활하고 잔인한 김정일이 무력적화통일을 도모할 것이다. 미제국주의의 침략에 당당히 맞선다는 명분으로. 천년을 두고 입에 오르내릴 세계사의 통탄이 머잖아 일어날 것이다.
  
  권력의 속성에 대한 이해와 직관과 동물적 감각은 부시든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김정일한테 비하면 어린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혈기방장한 50대의 절대자 위대한 수령 아버지의 어깨를 부축하던 20대에 권력의 속성을 통달한 무시무시한 사람이다.
  
  (2003. 2. 27.)
  
  
  
[ 2007-01-09, 21:3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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