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요 천심은 상식이다
북은 반세기 이상 상식이 완전히 실종했고 남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상식이 거의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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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심이 천심이다. 인류가 국가를 형성한 이래 개인은 국가 권력에 무력해졌다. 국가 권력을 귀족들이 장악하든 왕이 장악하든 황제가 장악하든 민심에 순응하면, 그 국가는 봉건제든 전제군주제든 오늘날의 자유민주 국가 못지 않게 살 만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권력을 쥔 자들이 민심에 순응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그 국가는 씨족 사회보다 못한 공간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이 천심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면 천심은 무엇일까. 천심은 상식이다. 상식이란 보통 사람들이 이데올로기나 종교, 학설 등의 편견 없이 사심 없는 양식으로 바라볼 때 쉽게 이해되고 이로 인해 이심전심으로 절로 형성되는 공감대이다. 심오한 철학이나 고고한 종교, 난해한 과학이 아니라, 일상 언어로 표현하면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되는 것이 상식이다.
  
  집권 세력이나 그에 대항하는 세력이 주장하는 바가 상식에 어긋날 때 그 나라는 혼란에 빠지고 민중은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럴 때 상식은 지하로 숨고 오도된 명분이 태양을 대신하고, 민심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조작된 여론이 푸른 하늘을 대신한다. 비판은 감옥에 갇히고 아첨이 대로를 활보한다.
  
  상식의 울타리가 무너지면, 왕조 시대엔 성군 대신 폭군이나 암군(暗君)이 설친다. 연산군 같은 폭군은 직접 칼을 휘둘러 백성의 피를 부르고 철종 같은 암군은 귀족들에게 권력을 빼앗긴 채 구중궁궐에서 쾌락에 젖어 있는 사이에 백성의 땀이 기름 짜듯 한겨울에도 한여름처럼 쥐어 짜진다. 아니면 선조나 인조 같은 암군은 외국의 침략을 받아 전 국토에 비릿한 피 냄새와 역겨운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 차게 한다. 그러고도 전혀 정신을 못 차리고 오로지 권력을 탐할 뿐이다. 외국에는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나라 안에서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전제권력을 휘둘러 충신의 손발은 자르고 간신의 혀는 기름칠한다.
  
  상식의 둑이 터지면, 자칭 민주 시대엔 영명한 지도자 대신 독재자나 위선자 또는 무능력자가 권좌에 오른다. 이들과 그 패거리들은 잽싸게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여 여론을 조작한다. 궤변은 진리로 둔갑하고 진리는 인민재판에 회부되어 만천하의 웃음거리가 된다. 제 눈의 대들보는 제쳐두고 남 눈의 티끌을 트집잡아 정적의 눈을 찌르고 그 입을 봉한다. 패거리를 키우기 위해 민중에게 골고루 평등의 깃발을 나눠주지만, 깃발 뿐 민중의 입으로 들어오는 밥은 갈수록 줄어들고 머리를 뉘일 방은 갈수록 작아진다. 여기저기 당당한 깡패와 풀죽은 거지가 넘친다. 처음에는 정적과 부자가 안절부절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멀쩡한 중산층마저 나날이 줄어드는 살림살이나마 제대로 못 지킬까 봐 방문을 닫고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다. 조작된 여론이 민심을 대신하고 사이비 명분이 천심을 자처하기 때문에 사방에서 민심은 권력과 조직을 잃고 뿔뿔이 흩어져 생쥐처럼 눈치를 살핀다.
  
  문민화 이후 상식이 훨씬 잘 통하고 민심이 마냥 훈훈해지려는 찰나, 잇따라 무능력자 또는 위선자, 독선자가 권좌를 차지하고 검은 세력이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 유일의 자랑스런 나라 대한민국은 불과 10여년 만에 동아시아의 호랑이에서 세계의 고양이로 전락해 버렸다. 민주화의 과실을 친북 세력이 낚아채면서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가운데 유일하게 나라살림이 10여년이나 뒷걸음질친다. 안보도 허물어지고 교육도 파행을 거듭한다. 인심도 날로 흉흉해진다. 나라는 사분오열, 코드가 다르면 숫제 속말을 내비치지도 않는다.
  
  전쟁 도발과 경제 실패로 각각 제 민족을 300만이나 학살하거나 굶겨 죽인 자가 민족 공조를 부르짖으면 남쪽에선 더 큰 메아리로 이에 화답하고, 침략을 분쇄하고 전쟁의 잿더미를 파헤치고 엽전의식을 물리치고 한강의 기적을 낳아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든 지도자는, 이밥에 쇠고기에 기와집에 비단옷은 하층민 30%도 부러워하지 않게 만든 지도자는 무덤에서 끌어내고 안가에서 사로잡아 반민족과 반민주의 쇠고랑을 채운다. 2300만 제 민족에게 부자가 대를 이어 공포와 기아를 반세기 넘게 하사하고, 4800만 나머지 민족에게도 기어코 공포와 기아를 하사하기 위해 오로지 무기를 만들고 땅굴을 파고 선전선동하기에 혈안이 된 자에게 혹여 아니 받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물경 현금 6천억 원의 조공을 바친 자는 민족 화해의 거대한 물꼬를 튼 민족공조의 거인으로 떠받들어지고, 이를 충실히 계승한 무리들은 온갖 상징 조작을 자행하여 제멋대로 민족과 민주와 정통성을 독차지한다. 이에 기미독립선언하듯 비장한 목소리로 1000여 원로가 지하에 감금된 상식의 말을 끄집어내어 얼키설키 맞추어 작은 연을 만들어 이를 푸르른 하늘 위로 띄어 올리면, 정부와 국회와 법원을 한 손안에 틀어진 권력자들이 독재의 주구들과 친일파의 후손들이 최후의 발악을 한다며 발끈하고 이 권력자들을 충심으로 따르는 방송은 이를 토막 뉴스로 내보낸다.
  민심은 숨었고 천심은 무심하다. 상식은 사라지고 궤변은 횡행한다. 여론은 조작되고 인기는 대량생산된다.
  
  그러나 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을 거스른 진시황의 제국도 사라졌고 상식을 내동댕이친 모택동의 제국도 거꾸러졌다. 히틀러도 스탈린도 여론을 조작하여 민심의 대변자인 양 그 손을 높이 치켜들었지만 끝내 천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었다. 증오의 과학을 퍼뜨린 몰상식한 마르크스도 70년의 실험 끝에 용도 폐기되었다. 뿐이랴, 영국과 미국과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등 한때 노동귀족의 궤변이 횡행하던 나라도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절대다수 노동자의 상식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직도 노동귀족들이 약자를 자처하며 정부보다 경찰보다 군대보다 헌법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한국과 독일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들 나라들은 실업과 저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다.
  
  100% 참여 100% 찬성의 나라 북한은, 조작된 여론의 천국 김일성 왕조는, 일체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은 일제가 남긴 막대한 유산과 소련과 중공이 아낌없이 퍼 준 막대한 원조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자유가 적고 전세계에서 가장 먹을 게 적은 나라로 전락했다. 그게 바로 천심의 심판이다. 제일 무서운 것은 아직도 이들이 권력과 군대와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이후의 친북 세력이 70년대 이전의 민주화 세력을 접수하면서 대한민국도 이들과 흡사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은 반세기 이상 상식이 완전히 실종했고 남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상식이 거의 질식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시산혈해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상식이 통하는 통일국가가 도래할 것 같지 않다.
  
  (2004. 9. 27.)
  
  
  
[ 2007-02-03, 00:0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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