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19)--대학에게 졸만 갖고 장기 두라니
전두환이 차를 떼더니, 노태우가 잠시 차를 돌려 주는 듯하다가, 김영삼이 차와 포를 한꺼번에 떼고, 김대중은 마를 떼고, 노무현은 상과 사마저 뗐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교육개혁(19)--대학에게 졸만 갖고 장기 두라니
 
   교육부가 크게 인심을 쓰겠단다. 어떤 부서보다 청와대 어르신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교육부가 어르신이 고향으로 돌아가실 날이 1년밖에 안 남은 시점이지만 이에 추호도 흔들리지 않고 '위원회' 공화국의 1개 부서로서 막강한 위원회를 또 하나 만드는데, 그 이름도 거창하게 대학자율화위원회다. 노무현 총사령관이 급파한 교육혁신위원회에 무혈점령 당한 교육부는 지리산 산자락의 한 사립학교 교장 출신 점령군의 '우국충정이 서린 혁신안'에 연신 감탄하면서 하향평준화를 대학에까지 넓히려는 어르신의 높은 뜻을 받자와 뚝딱뚝딱 획기적인 입시제도를 만들어, 1천만 학생과 2천만 학부모가 어지러이 사방으로 흩어져 새롭게 줄서는 것을 보고 연신 속으로 '권력 좋네!' 하면서 겉으로는 짐짓 엄숙하게 이게 바로 21세기를 준비하는 '교육혁신'이라고 3천만을 대상으로 의식교육을 실시한다.
  
   원대한 대학평준화의 핵심은 3불(不)정책이다. 3금법(禁法)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은 개정할 수 있으나 이 3금법은 일점일획도 손댈 수 없다. 이를 어기는 대학은 바로 폐쇄다.
  
   첫째, 대학은 자체적으로 입시 문제를 낼 수 없다. 전국 고등학교의 정기고사는 하나같이 어떤 일류 대학의 세계적인 교수가 낸 문제보다 좋다. 따라서 대학은 반드시 내신을 50% 이상 반영해야 한다. 또한 교육부의 세심한 지침에 따라 교수와 교사가 한 달 동안 합숙해서 내는 수능은 과거 대학에서 내던 본고사보다 문제의 질도 월등하고 사교육도 획기적으로 줄이는 문제이다. (저기, 어른이 말하는데 버릇없이 웅성거리지 말라.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라.) 이제 2008학년도부터 넉넉하게 9등급으로 한다. 한 등급 안에 든 자는 10만 명이라도 원점수가 20점 정도 차이나도 똑같이 대우한다. 평등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 5등급으로 하려고 했으나 반개혁적인 인사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크게 양보했다는 것을 참고로 알려 준다. 내신과 수능 외에 학력을 묻는 문제는 일체 불허한다. 단, 생활기록부의 각종 암호를 해독하고 대학 나름의 면접과 논술을 치러 내신과 수능을 보완하는 것은 허락한다. 이 때도 민주국가의 대학답게 반드시 법을 지켜야 한다. 그 법이란, 에, 무엇인고 하니, 영어 지문은 중학 수준도 내서는 안 되고 수학은 수와 식으로 풀어서 간명하게 답을 쓰라는 것도 내서는 안 된다. 이런 취지를 잘 살린 논술을 일러 통합논술이라 하는데, (안 받아 적고 뭘 하는가, 이런 것도 꼭 알려 줘야 하는가) 이를 어기는 대학은 재미없을 줄 알아라.
  
   둘째, 전국의 모든 학교는 평등하다. 해방 이후 2007년 2월까지 서울대에 단 한 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한 1,400여 고등학교나 중학교 때 전교 1등 2등을 다투는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과학고나 똑같다. 어느 학교든 1등급은 1등급, 9등급은 9등급이다. 위대한 교육부가 모든 학교가 똑같다면 무지몽매한 대학은 그런 줄 알아야 한다. 명문고라고 감히 가산점을 0.1점이라도 주는 대학은 재미없을 줄 알아라. 교육부의 감사가 얼마나 무서운 줄은 잘 알 것이다. 어흠!
  
   셋째, 기여입학금은 불허한다. 돈이면 다냐! 기여입학금을 허용하는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미국의 사립대는 X통 대학이다. 하버드대가 300억불(한국 대학 전체 재정의 1.5배)의 돈을 굴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군림하는 것을 추호도 부러워 해서는 안 된다. 입학을 미끼로 받은 돈이 거기 1달러도 있다면, 그것은 신성한 학문의 전당을 더럽힌 것이므로 원천무효다. 등록금도 함부로 올려선 안 된다. 돈 없다, 핑계 대지 말고 어려웠던 옛날 생각하면서 효율적으로 쓸 생각을 하라! 창조적이고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생각을 하라. 재단에서는 숨겨둔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해마다 재단전입금을 억수로 많이 내야 한다. 포항공대를 본받아라.
  
   하나에서 열까지 교육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빅 브라더의 신경망처럼 뻗쳐 있어서 국립대든 사립대든 한국의 대학은 장기판으로 말하면 '졸'밖에 움직일 수 없다. 반면에 세계의 대학들은 '차, 포, 마, 상'은 물론 위기의 순간 '왕'을 몸으로 막는 '사'도 있다. 숫제 경기가 안 된다. 한국의 대학은 무조건 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승패는 더욱더 분명해진다.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만이 아니라 중국, 인도, 싱가포르, 대만, 홍콩에도 어림도 없다. 이제는 말레이시아한테도 안 된다. 교육 대탈출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전두환 정권이 대학으로부터 '차'를 떼더니, 노태우 정권이 잠시 '차'를 돌려 주는 듯하다가 김영삼 정권이 '차'와 '포'를 한꺼번에 떼고 김대중 정권은 '마'를 떼고, 노무현 정권은 '상'과 '사'마저 뗐다. 이제는 교육부가 엄명을 내리면 이에 어쩌다 모깃소리로 대항하는 대학총장 '왕'을 맨몸으로 막아 주는 '사'조차 없다. 오로지 적진을 향해 또박또박 걸어가는 '졸'밖에 없다. 한국의 산업이 그나마 버티는 것은 박정희 때 키워 둔 공대와 자연대 덕분이다. 대학도 그 당시에 축적된 힘으로 눈물겹게 버티고 있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문화혁명 당시 중국의 대학처럼 천막과 대자보와 붉은 기와 단단한 몽둥이와 깨어진 유리창과 핏자국이 선연한 벽돌밖에 안 남았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정말 대단하다. '졸'만으로 저렇게 버티다니!
  
   '대학에 자율권을 주겠다!'
   한국의 교육부가 이렇게 약속하는 것은 북한의 노동당이 '공화국'의 민주와 자주와 평등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이제 내일 늦어도 모레면 지상낙원을 안겨 주겠다고 큰 소리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2007. 2. 3.)
  
  
  
[ 2007-02-03, 14:48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