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입의 최대 수혜자는 농민
벼재배 농가는 국가가 쌀을 수입하지 않음으로써 먹고 살고, 축산농가는 국가가 옥수수와 콩과 밀을 수입함으로써 먹고 산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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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식량 자급도는 지난 10년간 25%~30%에 지나지 않았다. 매년 약 2천만 톤이 필요한데, 쌀만 450만~500만 톤 생산해서 자급자족할 뿐이다. 쌀은 북한에 40만 톤 지원하고도 창고에 쌓인 것(재고량)이 약 100만 톤이다. 쌀은 남아돌지만 아무리 떼를 써도 안 되니까 매년 20만 톤을 수입한다. 총수요량 2천만 톤 중 부족한 1천500만 톤은 콩, 옥수수, 밀 등을 중심으로 거의 100% 수입한다. 그 중 500만 톤은 가공용이고 1천만 톤은 사료용이다.


 왜 농촌에서는 곡물 중 거의 쌀만 생산할까? 그것은 돈 때문이다. 쌀값은 1970년대의 이중곡가제의 틀을 고수하여 수매와 수입억제의 방법으로 국제 시세의 5배 내지 7배를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2006년의 농산물 생산(부가가치 기준)은 21조 원(생산액 기준 36조 원)인데, 쌀이 약 10조원 된다. 그러나 국제 시세로 하면 2조원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8조 원은 밥을 한 끼라도 먹는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도 모르게 보조해 준다. 식량 안보다, 국민 정서다, 하여 정부와 여야 정당과 방송과 신문이 앞장서고 ‘감동 먹은’ 전 국민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결사적으로 쌀을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벼농사만은 수지타산이 맞는다. 그래서 농산물 생산에서 벼가 52.2%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채소는 20.3%, 과수는 10.5%를 차지한다.  


 쌀농사 짓는 농민보다 훨씬 못 사는 실업자와 파산자 포함하여 전 국민이 매년 보전해 주는 쌀값 8조원(가구 당 60만 원 꼴) 외에,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과 더불어 농업 경쟁력을 키운다며 최근의 세 정부는 여야 만장일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130조원을 농촌에 쏟아 부었지만, 농산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쌀은 아직도 전혀 국제 경쟁력이 없다. 천문학적인 헛돈을 썼다는 말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렇게 세 정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농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척하며 천문학적인 돈으로 농촌을 도리어 철저히 망가뜨렸다는 말이다. 정말 나쁜 대통령이요, 정말 나쁜 정부다.


 말만 번드레할 뿐 무능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최근의 세 정부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팍팍 꺾는 것을 애국애족이라 확신하여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몽둥이로 위협하여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게 가로막고는 촘촘한 법의 그물을 던져 그들로부터 세금과 준조세를 아귀같이 긁어모았다. 그 돈 중에서 영순위로 떼어 내어 밑 빠진 독에 들이부은 인기 정책 사업이 농민의 환심 사는 일이었다. 이들 세 정부는 농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척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번 돈을 마구 퍼 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선한 동기와는 정반대로 농민을 사실상 보조금으로 먹고 살며 큰소리 뻥뻥치는 현대판 봉건 지주로 만들었다. 그 돈을 제대로 썼으면! 지금쯤은 쌀을 전면 개방해도 자동차를 개방하고 반도체를 개방하면 개방할수록 좋듯이 우리나라에 오히려 유리할 것이다. 그 돈을 제대로 썼으면! 국내 쌀은 싸고 맛있고 영양가 높고 건강에 좋아 한국인은 수입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외국인은 한국 쌀을 서로 수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1천만 톤 곡물은 축산농가에게 생명줄이다. 만약 식량 안보다, 국민 정서다, 하여 사료용 곡물도 쌀처럼 일절 수입하지 못하게 하면,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는 축산농가에서 풀어 놓은 소와 돼지와 닭 때문에 가관을 이룰 것이다. 벼농사 짓는 농민은 국가가 쌀을 수입하지 않음으로써 먹고 살고, 가축을 키우는 농민은 국가가 옥수수와 콩과 밀을 수입함으로써 먹고 산다. 또한 정부는 수입 곡물로 키운 소는 쌀처럼 보호해 준다. 쌀과 달리 소는 순수한 한우가 별로 없다. 비육우, 젖소 등도 한국에서만 키우면 한우로 분류된다. 종자도 외국 것, 사료도 외국 것, 단지 키운 장소가 한국일 따름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소는 90% 수입 소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한국에서 키웠다는 것만으로 국제 시세의 5~10배를 받는다. 사료의 국산화 내지 국제 경쟁력 강화 없이, 축산물 수입을 쌀처럼 정부가 가로막아 주면, 한국인은 1인당 소득이 현재의 1만8천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올라가도 쇠고기 한 번 먹는 것이 사치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일본과 똑같아진다.


 눈만 뜨면 잡초와 아카시아가 무성한 무덤을 헤쳐 친일파 청산입네, 일제잔재 청산입네, 하는 선동적 정치 발언으로 홀로 고고한 척하고 잘난 척하는 독선 정부는 농업 정책은 국제 경쟁력이 없기로 유명한 일본의 뒤만 졸졸 따르고 있다. 앞선 두 무능 정부와 위선 정부의 일본 식 농업 정책을 금과옥조처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다행히 한미 FTA는 타결되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가장 뜨거운 감자인 쌀과 쇠고기 수입은 목숨을 걸고 가로막아 수입의 흉내만 내고 다음 정부에 고스란히 떠넘겼다.


 일본은 생산액 기준 농업보조금이 무려 58%에 달한다. 참고로 EU는 37%, 미국은 18%, 호주는 4%, 뉴질랜드는 0%다. 보조금이 작을수록 농민이 도리어 잘 산다. 보조금이 작을수록 거지 또는 봉건 지주가 아니라 농업 경영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얼마나 될까? 위에서 본 봐와 같이 70%가 넘을 것이다.

 일본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농촌에 무려 41조 엔, 약 360조 원을 쏟아 부었다. 한국의 약 3배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고만고만하고 인구 밀도가 높은 일본과 유럽의 농업에서 타산지석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선 한국은 농촌인구가 너무 많다. 2005년 현재 127만 가구에 343만 명이다. 미국의 290만보다 50만 명 많고, 일본의 250만보다 90만 명이나 많다. 농업 인구가 영국은 50만, 독일은 90만, 프랑스는 80만이다. 한국의 농지는 200만 헥타르(ha)이지만, 일본의 농지는 5백만ha다. 국토는 고만고만하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평지가 많은 유럽은 경지면적이 상당하다. 영국 1천700만ha, 독일 1천700만ha, 프랑스 3천만ha다. 농업 인구 1인당 경지면적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1천800평밖에 안 된다. 한국보다 농산물이 훨씬 비싼 일본도 한국의 3배가 넘는 6천 평이다. 영국은 10만 평, 독일은 5만5천 평, 프랑스는 10만7천 평이다. 미국은 45만 평, 호주는 300만 평이다. EU가 그런 대로 농업의 국제 경쟁력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1인당 경지면적이 미국이나 호주에 비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나 한국에 비하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농업 종사자를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현재 농촌 인구는 전체의 7% 정도인데, 이를 늦어도 10년 안에 1% 이하로 줄여야 한다. 50만 명이면 된다. 지난 15년간 이 일을 해야 할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농촌에 돈만 쏟아 붓는 바람에 문제를 한층 악화시켰다. 다른 말로 하면, 농촌은 지금 약 300만 명의 잠재 실업자를 떠안고 있다. 규제 혁파와 개방과 감세로, 노동시장 유연성으로, 교육개혁으로, 2차 산업과 3차 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 농촌의 잠재 실업자 3백만을 흡수할 수 있고 농업은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필요조건이 구비된다.   

      

 1960년 한국의 농촌 인구는 인구 2500만의 58%로 1천400만이나 되었다. 그 중 1천만 명이 도시로 떠났고 그들이 거기서 그 식구와 다시 늘어난 식구를 다 먹여 살렸다. 그들은 대부분 농촌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 살았다. 누구 덕분에? 첫째가 박정희 때문이다. 경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군인이었지만 박정희는 자신보다 몇 배 훌륭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1961년부터 경제개발을 본격화함으로써 2차 산업과 3차 산업에서 일자리가 한없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1만 명 정도 배출되는 대졸자도 취직할 데가 없어서 서독의 막장으로 ‘빽’을 써서 나갔었지만, 불과 20여 년 만에 학력과 관계없이 도시에만 나오면 한국인은 누구나 취직해서 웬만하면 농민보다 잘 살았다. 


 그렇게 해서 농촌과 도시의 살림살이가 크게 역전되자, 박정희는 새마을운동을 일으켰다. 그 때 그가 가장 앞세운 것은 돈이 아니었다. 자조(自助) 정신이었다. 스스로 돕지 않는 마을에는 내다버리는 한이 있어도 시멘트 한 포대 지원하지 않았다. 또한 지원을 하더라도 농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돈을 풀지 않았다. 종자를 개량한다든지, 과학영농 지도를 한다든지, 수리안전답을 만든다든지, 유통구조를 개선한다든지, 저장기술을 개발하고 저장시설을 확보한다든지, 이렇게 농민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은 공장을 세우는 것 못지 않게 중시하여 적극 도왔다. 그리하여 마침내 70년대 후반에는 농가 소득이 도시 근로자 소득을 능가하게 이르렀다. 도농 차이가 극심한 중국이 현재 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대신에 한국은 90년대 이후 자조 정신보다 눈먼 돈을 앞세우다가 오히려 잘 나가던 농촌을 다 망가뜨렸다.  


 박정희 정부가 이중곡가제를 실시하여 도시인들로 하여금 쌀을 비싸게 사 먹게 한 것은 일종의 소득분배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일로 그쳐야 했다. 80년대 중반에는 폐지했어야 했다.


 90년대 이후 정부가 노조에 영합하지 않고 영국의 대처 정부처럼 의연히 대처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확보했더라도 일자리가 많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는 하나같이 정권을 잡았다 하면, 갑자기 역사의 심판자가 되어 5년 내내 정치 굿 풀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 정권 매도하기와 대기업 때려잡기, 그리고 중소기업과 노조와 농민에 아첨하기로 90년대 중반 이후론, 전세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일자리가 한국에선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농촌 인구도 더 이상 전처럼 겁나게 줄어 들 수 없었다. 도시로 나가야 취직할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농도 말만 요란했지 원천적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경지면적이 손바닥만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는 농업 경영인 한 명이 새만금 간척지(400km2)의 약 절반인 180km2(1만8천ha)를 혼자서 관리해서 쌀을 약 3만 톤 생산한다고 한다. 한국의 집약농업(集約農業, intensive farming)과 달리 호주는 조방농업(粗放農業, extensive farming)이라 생산량은 한국의 3분의 1정도이다. 한국은 1ha에 4.5톤 생산하지만, 호주는 1ha에 1.7톤 정도 생산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농지를 50억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이 쓰고도 남을 600만 톤을 생산하는 데, 농업 경영인 200명이면 되고 그 농지 전체를 130조 원의 130분의 1인 1조원이면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의 벼 재배 면적은 이제 전체 농지의 반도 안 된다. 1980년의 1만3천km2(130만ha)에서 2006년 9천5백km2(95만ha)로 줄어 들었다. 호주에서는 그 4배 되는 3만6천km2(360만ha)의 논을 1조 원이면 살 수 있다.


 삼성과 현대와 LG 등이 해외에 투자하여 공장을 가동하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130조 원 중 10분의 1만 해외에 투자했다면, 한국은 호주나 만주나 연해주에서 또는 메콩강 유역이나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에서 값싸고 질 좋은 식량과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여 국내에 역수입하거나 해외에 대대적으로 수출하여 21세기의 새로운 농업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기업은 코스닥이나 나스닥에 상장해서 그 주주들은 돈 방석에 올라서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세계로 눈을 돌려 외국에 거대한 농경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를 마비시키고 화염병을 던지고 부시의 화형식을 거행하고 한 몸을 불살라 등신불이 된다고 사바세계를 구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에서 많은 자료를 대전연일(오마에 겐이치)의 [부의 위기]에서 얻었는데(일부 잘못된 정보는 고침), 그 책에 보면 세계의 곡물시장을 주무르는 카길(Cargill)을 비롯한 세계 4대 곡물회사 전체를 80조 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한다. 그건 통째로 샀을 때 얘기니까, 40조 원이면 그 주식의 ‘50%+1주’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중 상장이 된 세 회사의 주식은 마음만 먹으면 정부 차원에서 10%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봐야 10조 원밖에 안 된다. 미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될 수 없겠지만, 얼마든지 큰 손으로 군림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식량안보라는 것은 전혀 걱정할 게 없다.


 자동차든, 반도체든, 철강이든, 선박이든, 쌀이든, 쇠고기든, 비싸면 비싼 값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고상한 말로 전체 국민을 볼모삼아 소수의 집단 이익을 지켜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가 비웃었지만, 한국은 자동차와 반도체와 철강과 선박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죽기 살기로 연구하고 죽기 살기로 투자하고 죽기 살기로 일하고 죽기 살기로 대문을 활짝 열고 외국으로 수출하고 국내로 수입했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들을 일으키지 못했다면 한국의 농촌은 지금 인구가 2천만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북한보다 인구가 두 배나 많은 한국은 현재 북한처럼 구호식량으로 연명할지 모른다.     


                (2007. 5. 8.)



[ 2007-05-10, 13:1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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