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이념이다
브릭스든, 강소국이든, 선진국이든 오늘날 이들이 잘 나가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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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중환자 일본과 독일의 경제가 되살아났다. 일본은 2007년 대학 졸업생이 44만 명인데,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일자리는 93만 개라고 한다. 구인 배율이 2.14다. 정말 부럽게도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이 96.3%다. 거품 통계에서 거품을 제거하면 한국의 대졸자는 취업률이 50%도 안 될 것이다. 독일도 잘 나간다. 실업률이 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져 9.2%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1%만 넘어도 호황이라는 독일이 2006년에는 2.7%로 올라섰다. 독일의 수출은 2006년 1조1123억 달러로 1조373억 달러의 미국을 제치고 2005년에 이어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것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최근에는 천연자원에도 눈을 떠 1조 달러를 넘어선 외환보유고 세계 1위국으로서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조폭이 소방수 차림으로 나타나  불 난 집에 불 꺼 주는 척하고 귀중품을 조직적으로 빼돌리듯이 왕 서방은 북핵으로 한미일 3국이 동상이몽에 자중지란 허둥지둥하는 사이 북한의 지하자원도 거의 공짜로 모조리 집어삼켰다. 청탁(淸濁)도 불문(不問)이요, 크고 작은 것도 가리지 않는다. 왕년의 거지 왕국 인도와 깡패 제국 러시아에 이어 왕년의 만년 중환자 브라질도 급격히 뜨고 있다. 2005년 GDP 기준 한국을 12위로 밀어내고 브라질이 11위로 올라섰다. 브라질은 이제 미국의 기업도 거침없이 사냥하고 있다. 브라질의 제르다우는 미국의 4대 철강회사로 부상했다. 브라질은 세계4위의 항공제작사도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등과 아시아의 싱가포르, 홍콩 등도 잘 나가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인구 소국이라 이런 나라들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없다. 기특하다, 라는 정도의 느낌만 받는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는 아니다. 이들은 인구대국에 자원대국에 영토대국이다. 이들이 마침내 긴긴 사회주의의 잠에서 깨어났다. 장차 세계의 경제지도는 이전과는 판이해질 게 뻔하다.

 영국, 미국에 이어 일본과 독일 마침내 유럽의 우울병 환자 프랑스도 2007년 5월 들어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해외로 도망갔던 자본과 기업가가 돌아온다. 일본의 소천(小泉 고이즈미) 이상으로 오른쪽으로 튀는 사르코지가 엘리제궁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들 선진국은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뭉기적거리던 자리에서 하루라도 빨리 벌떡 일어나 브릭스의 약점인 첨단기술과 기초과학, 서비스업에서 멀찍이 달아나지 않으면, 유식하고 부유했지만 늙고 게슴츠레했던 로마가 무식하고 가난했지만 젊고 씩씩했던 게르만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듯이, 20세기의 선진국이 21세기의 선진국에게 초토화된다는 것을 이들은 마침내 깨달았다.

 브릭스든, 강소국이든, 선진국이든 오늘날 이들이 잘 나가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이념이 다. 제대로 된 이념이다. 그 이념은 바로 시장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다. 봉건주의든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약탈과 통제로 시장경제를 불신하는 데서는 경제가 결코 살아날 수 없고 멀쩡하던 경제도 서서히 시들어갈 수밖에 없다. 봉건주의는 왕족과 귀족의 이익을 국익이라 포장하여 농민을 약탈하고 상공업자를 통제했다. 공산주의는 공산당의 이익을 노동자와 농민의 이익이라 강변하며 생산수단을 독점하여 노동자와 농민을 악랄하게 약탈하고 공업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통제하고 서비스업은 숫제 질식시켰다. 사회주의는 민중의 이익이라며 노조와 관료와 시민단체가 민중을 착취하고 기업가를 조롱했다.   

 봉건주의 사회에서도 세종대왕처럼 국민을 내 몸같이 사랑한 군주는 세금을 골고루 적게 걷고 작으나마 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켜 백성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적인 상황이었고 봉건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너무 낮은데다 지배층의 약탈이 심하여 백성들은 허기를 겨우 면했다.

 공산사회에서도 등소평처럼 인민을 내 몸같이 사랑한 국가 최고지도자는 시장경제를 과감히 도입하여 작은 평화를 누리게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희생이 너무도 컸다. 세계대전을 치를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저항 한 번 못하고 죽고 고문당하고 갇혔다.

 사회주의가 득세한 사회에서도 영국의 대처 수상이나 독일의 메르켈 수상처럼 국민의 절대다수가 참여할 수밖에 없는 시장경제는 신뢰하고 일부 강철 조직을 갖춘 목소리 큰 자만 득세하는 집단이기주의는 불신함으로써, 약삭빠르고 게으른 사람은 몰락하고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은 흥하게 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사실상 주인은 노조를 비롯한 목소리 큰 집단들이었다. 나눠 줄 떡은 점점 줄어들었고 불만의 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자연히 외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려났다. 

 지도자의 과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박정희 같은 군인도 좋고, 레이건 같은 배우도 좋고, 대처 같은 화학 전공한 정치인도 좋고, 등소평 같은 공산당원도 좋고, 푸틴 같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비밀요원도 좋고, 룰라 같은 노동자도 좋다. 다만,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만 있으면 된다. 누구든 흥할 수 있고 누구든 망할 수 있는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해 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시장경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 한 사람의 머리보다는 두 사람의 머리가 낫고 한 사람의 천재보다는 두 사람의 천재가 낫다.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 모든 사람이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다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든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들 한국의 최근 세 대통령은 시장경제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온통 불신하고 혐오했다. 어디서 소문은 듣고 규제를 푼다고 하면서 기기묘묘한 새 규제를 만들고, 시장을 바로 세운다며 자의적인 공정거래의 몽둥이와 반(反)기업정서의 채찍을 휘둘러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어 갈 데 없는 부동자금을 550조 원으로 늘렸다. 시장을 지킨다며 표밭인 사양 산업과 낙하산 자리가 수두룩한 독과점 공기업은 과보호하고,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 3차 산업의 싹은 움트는 대로 잘랐다.

 공산 특권층과의 야합은 민족공조라 호루라기 불며 북한의 시장경제가 전세계에서 가장 더디게 자라나도록 천상천하 유일 독재자 김정일에게 갖은 명목으로 못 퍼 주어서 안달이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골고루 잘 살게 해 준답시고 대출이자도 팍 낮추고 규제도 마구잡이로 풀어 전국의 부동산을 천장부지로 올려놓고는 어느 날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면서 불로소득을 원천징수한다며 히로시마 원폭급의 세금폭탄을 터뜨렸다. 부동산시장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시장인 교육시장과 의료시장은 아예 시장 자체를 공익의 이름으로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래 놓고는 자화자찬에 열을 올린다. 

 범여권에는 시장경제와의 결사 투쟁을 민주화로 확신하는 자들이 다투어 대권에 도전하고 있고, 거대 야당에도 시장경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한 대권주자는 아직 안 보인다. 상대적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강한 사람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 중에 한 명은 영 아니다. 그는 몽상적인 사회주의 사상에 찌들은 자들에게 둘러싸여, 과연 전문경영인 출신은 맞는지 3면의 거대한 바다는 어디 두고 한반도 대운하를 개발한다느니, 신혼부부에게 아파트를 공짜로 준다느니, 하며 시장이 아예 없는 공산국가에서나 통용될 무지개 공약으로 경제성장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시장경제에 대해 그렇게 개념 없는 자가 권좌에 오르면, 호언장담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경제는 해마다 마이너스 7%씩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7. 5. 21.)

 

 

[ 2007-05-22, 10:0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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