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만난 진시황과 김일성
결국 자네는 큰아들에게 절대권력을 빼앗겼구먼. 에이, 별 것 아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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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너무 죽기 싫더니, 김일성은 죽자마자 지옥의 아오지 탄광으로 끌려갔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뭉툭한 호미 한 자루와 줄줄 새는 소쿠리 한 개, 그걸로 우선 1000년 동안 매일 15시간씩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천 번 호미질에 허리 한 번 펴고 천 번 소쿠리 운반에 담배 한 대 피우는 지옥의 천리마 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해야 했다.
 섣달 그믐 날 염라대왕의 생일을 맞아 김일성이 모처럼 쉬고 있는데, 영정(嬴政)이란 자가 면회 왔다. 그는 혼자서 2200년 동안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자였다. 그는 그 긴 세월 동안 겨우 10리 장성을 쌓았다. 아침 점심도 굶고 꿀처럼 달콤한 잠을 자고 있던 김일성은 지상에서도 들어 보지 못하던 이름이었지만 면회라고 온 사람이라곤 지옥 난생 처음이라 눈을 비비며 짚신을 한 짝만 꿰고 서둘러 면회소에 나갔다.
 
 김: 누구시더라?
 영: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사람이오. 지상에서는 진시황이라고 했습니다만, 내 본명은 영정입니다. 성이 영(嬴)이고 이름이 정(政)입니다.
 김: 아, 이거 반갑습니다. 저는 지상에서는 수령님이라고 불렸지요. 그런데 무삼 일로
     이렇게 왕림하셨는지요?
 영: 나는 500년 혼란을 종식시키고 중원을 통일했지만, 고작 11년 만에 꽃다운 나이 50에  죽어 버렸네. 영생불사하려다가 수은 중독으로 죽었지. 그 땐 과학이 거의 미신 수준이었어. 말 놓아도 되겠지?
 김: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승 나이로 저보다 대충 2200살이 더 많은데요.
 영: 나 참 더러워서, 그뿐인가? 내가 죽자마자 대가 끊기고 중원은 다시 혼란에 빠졌네.
 김: 저는 통일은 시키지 못했지만, 명은 길어 83세까지 살았습니다. 의학이 굉장히
     발달했거든요. 그리고 조선의 산삼은 정말 영약입디다. 80에도 저는 비아그라가 필요 없었답니다. 
 영: 부럽네. 통일이 다 무슨 소용인가. 콧구멍만한 나라라도 절대권력을 누리며 오래오래
     사는 게 장땡이지. 내가 진짜 부러운 것은 자네 아들일세. 어떻게 해서 자네가 죽고 나서도 자네 아들은 벌써 13년간 자네 못잖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고 있나?
     20세기 후반의 세계 최고 기적으로 여기 지옥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한국이 자네
     아들한테는 꼼짝도 못하는구만.
 김: 아, 그것 때문에 오셨군요. 제가 아들 하나 잘 둔 덕분입니다. 일찌감치 나이 스물에  권력의 단맛을 보여 주고 사실상 그 때부터 2인자로 키웠지요.
 영: 나는 유능한 큰아들 부소(扶蘇)는 의심하고 멍청한 막내아들 호해(胡亥)는
     애지중지했었지.
 김: 저는 누구도 믿지 않고 권력에 방해되는 자는 한 놈 한 놈 다 제거했습니다.
     입의 혀처럼 굴어도 안 믿었습니다.
 영: 조고(趙高)를 말하는군. 환관이라 전혀 의심을 못했네. 불알만 없는 게 아니라 배알도 전혀 없는 인간이라 생각했거든.
 김: 저는 제 큰아들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은 제 큰아들한테 권력을 야금야금 다
    빼앗겼습니다. 어느 날 둘러보니, 저보다 정일의 실권이 더 컸습니다. 저도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지만, 정일이는 더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저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속도전, 대 남조선 테러전, 핵 개발 등에 흐뭇해 하다가 제 나이 일흔 무렵에 저는
    허수아비가 되었습니다.
 영: 결국 자네는 큰아들에게 절대권력을 빼앗겼구먼. 에이, 별 것 아니구만. 머잖아
     자네 아들도 올라올 것 같네. 저건 이미 나라가 아니야. 둘이서 열심히 석탄을
     캐게나. 호미 두 자루로 3000년을 캐도 몇 트럭이나 캘 수 있으려나. 시원한 공기라도 마실 수 있으니 그래도 자네보다는 내가 좀 나은 듯하네. 
 김: 저, 잠깐, 시황제 폐하! 통일 방법 좀 가르쳐 주고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영: 시황제라니, 난 막노동꾼일세. 말조심하게. 그리고 자네 부자에겐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소용없네. 그릇이 너무 작아. 자네가 조고라면 자네 아들은 호해에 지나지 않아.
                   (2007. 5. 24.)

 

[ 2007-05-24, 10:5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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