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허랑한 공약보다는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약을

강철군화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어제 오후에 장인어른, 집사람, 처형과 명동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했습니다. 젊은 시절 명동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장인어른께서는 무척이나 감개무량해 하셨습니다. 식사 후 장인어른께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문득 인근 P호텔 스카이라운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문제는 P호텔까지의 거리였습니다. 젊은 사람 걸음으로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을 거리였지만, 80이 넘은 어른에게는 그 거리도 힘겨울 듯 했습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택시 정류장 맨 앞에 있는 개인택시에 올랐습니다. “P호텔로 갑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택시 기사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40분을 기다렸는데, 젠장. 이런 사람들 보면 이 나라가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아마 40분 동안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처럼 태운 손님들이 바로 앞에 있는 호텔에 가자니 화가 난 모양이었습니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아니, 아저씨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세요? 우리도 노인이 계시지 않으면 이 거리를 택시타고 가자고 안 합니다. 아저씨는 아버님도 안 계십니까?”라고 받아쳤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는 계속해서 “전쟁이라도 나서 대한민국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면서 악담을 멈추지 않더군요. 뭐라고 반박하려는데 아내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참으라고 하더군요.

 

정말 화가 났습니다. 특히 “나라가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운운 하는 소리는 참기 어려웠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서로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불쾌한 기분은 계속 남았습니다.


“운하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P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는 서울시청 앞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습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 조성해 놓은 광장의 모습은 평화로웠습니다. 광장을 거니는 커플, 큰 대(大)자로 잔디에 누운 젊은이, 분수 앞에서 뛰노는 어린이 등등.....

 

문득 장인어른이 말씀하시더군요.

“시청 앞 광장도, 청계천도 참 잘 만들어놨어. 그런데 운하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식수원으로 쓰이는 한강에 배들이 오가는 운하를 만들겠다니...서울에서 부산까지 몇 십 시간씩 걸려 가며 화물을 나르려 운하를 놓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청계천으로 재미를 보더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장인어른은 1-4후퇴 때 단신으로 월남한 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셨고, 퇴직 후에는 시골에서 목사를 하다가 은퇴하신 분입니다. 정치에 대해서는 남보다 더 잘 알 것도 없는, 평범한 노인일 뿐입니다.

 

그런 분의 입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회심의 역작인 경부운하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는 순간 “이명박 시장이 앞으로 어려워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이명박 전 시장이 경부운하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말하거나, 경부운하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것은 보았습니다. 이명박 진영에 있는 지인들이 경부운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아마 그들의 말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그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진땀 흘리면서 길게 설명해야 하는, 그렇게 해도 국민들이 알아들을까 말까 한 공약은 이미 공약으로서의 생명력을 상실 한 것입니다.

 

제 장인어른 같은 분들을 포함해서 거리의 필부필녀들이 “경부운하, 그거 말이 되네, 한번 해 볼만 하겠네.”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선거공약으로서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주변에 보면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경부운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이명박 전 시장 진영에서는 이러한 인식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무척 애를 쓸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제시해 온 자신의 가장 대표적인 선거공약이 아직까지도 ‘보통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온갖 수치와 전문적 용어를 동원한다고 해도, 지금까지 설득 못 했다면 앞으로도 설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소외계층을 겨냥한 좌파의 선전선동에 유의해야


이런 생각과 함께 그 택시기사 생각이 났습니다.  “대한민국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저주하던 그 택시기사 말입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서늘해 지고, 심장이 뜁니다.

 

우리를 태웠던 ‘개인택시’ 운전기사는 서울역 노숙자들이나, 지하철에서 신문지를 모으는 노인들에 비하면 ‘가진 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세상을 향해 섬뜩할 정도의 독설을 퍼부어댔습니다.

 

얼마나 사는 게 피곤하고 짜증스러우면 그런 소리가 나왔을까요?

혹시 그 택시기사가 아주 예외적인 존재였을까요? 우연히 만난 괴상한 인간에게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득 노무현이 말했던 양극화 운운하는 얘기가 가슴에 와 닿더군요. 노무현의 양극화 논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택시기사를 보면서 적어도 그런 주장이 먹혀 들어갈 토양은 매우 비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들에게 “경제를 망친 것은 '가진 자'들이 아니라 노무현 좌파 정권이다”,“나누어 먹기 식 분배정책보다는 성장을 해서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궁극적으로 가난을 몰아내는 방법이다.”라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해 보았자 먹혀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자유주의자들의 고담준론보다 “부자들 것을 빼앗아 나누어 먹자'는 노무현이나 민노당 식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설 것입니다.

 

”전쟁이 나서 대한민국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는 수백만 인민들을 굶겨 죽이고 김일성-김정일이가 대를 이어 독재를 해도, 북한은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일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피곤한 것은, 세상에 대한 분노가 목에 올라온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닙니다. 자기 집 갖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직장인들, 월급의 5분의1을 세금과 각종 준조세로 뜯기는 봉급쟁이들, 늘어가는 사교육비에 등골이 휘는 학부모들, 취직을 못해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들의 분노와 좌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기만 합니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의 박탈감을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자들이 엄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이건희 부자의 변칙상속,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건, 전두환 아들과 여자 탤런트의 애정행각, 젊은 재벌그룹 총수들이나 정치인들의 여성편력, 한나라당의 돈 공천 같은 것들이 다 좋은 선동거리가 될 것입니다. 명품족들, 외제차 타는 사람들, 강남 사는 사람들,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다 멋진 공격거리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그들의 분노가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옳다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외계층과, 그들을 선거 때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사분오열된 여권 내에서 그래도 올 대선에 대해 자신하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소외계층을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일 것입니다.


국민의 삶을 펴게 하는 공약을


나는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런 분노와 좌절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살이에 지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운하도, 열차페리도, 검증논란도,'철의 실크로드'도, '남과 북이 얼싸 안는 통일세상'도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세금을 덜어주고,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 한 마디로 세상살이에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 한나라당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짜증나는 검증논쟁이나 그 실현 가능성이나 효율성이 의심되는 허랑한 공약이 아닙니다. 국민들의 팍팍한 삶과 고단한 살림을 펴지게 만드는, 실현가능한 공약들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것은 좌파 정권의 선전선동공세를 차단하고 정권을 탈환하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나는 어느 후보가 그런 공약들을 내놓는지, 그리고 그 후보의 경험과 역량과 측근들의 면면에 비추어 과연 그것들을 실현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지켜 볼 것입니다. 그리고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입니다.

출처 : 프리존
[ 2007-06-02, 21: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