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운하와 행정도시는 오십 보 백 보
시장경제의 핵심은 중앙권력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지방분권이요, 감세와 규제혁파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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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운하에 대해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먼저 한나라당의 정책토론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경쟁자가 내건 이 간판 공약을 표적 삼아, 다른 대선주자들이 일제사격을 가했다. 뒤이어 집권세력도 조자룡의 헌 칼을 빼 들었다. ‘노명박’이란 말이 시중에 나돈 지 1년도 넘었지만, 아무런 대응을 않던 노무현 대통령이 4시간 동안 사전 선거운동으로 모처럼 ‘민주-진보-통일’ 광신도(狂信徒)들을 까무러치게 하자마자, 정부 기관에서 합동으로 수개월에 걸쳐 연구한 프로젝트에서 ‘경제성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VIP 비밀이 새어나오고 있다. 참고로 VIP는 대통령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당내의 강한 비판을 본 후 아직 그 공약을 내건 주인공에 대한 지지도로는 바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공약 자체에 대한 지지도는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 바로 이 때에 공교롭게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기관총 세례가 쏟아졌다. 12월 19일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만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반노(反盧)의 길만 가면 정권교체는 절로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반노가 곧 반(反)한나라당으로 될 수 이상야릇한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까딱 잘못하면 같은 편끼리 싸우다가 공동의 적에게 어부지리를 선사할지도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비현실적인 공약이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찬성하게 되면, 노빠의 이중 함정에 빠져 어쩌면 정권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탄핵 사태 때처럼 국민은 ‘재주 부리는 곰’ 또는 ‘사냥이 끝난 개’ 신세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잠시 대선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공격을 중지하고 전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좌파정부가 집권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영삼 정부의 경제실정(失政)도 상당한 몫을 담당했다. ‘나라 말아 먹은 대통령’은 너나없이 공감한 정치 구호였던 것이다. 그 결과 외환위기로 쪽박을 차게 된 수많은 서민들이 ‘준비된 대통령’에게 대박을 안겨 주었다. 좌파정부 10년에 대다수 국민은 ‘폭삭 속았음’을 알고 ‘경제 대통령’을 바라마지 않게 이르렀다. 그런 열망에 외형적으로 부합되는 인물이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이다.


 여기서 가장 주의할 것은 ‘경제 대통령’은 국제 기준에 적합해야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신봉자가 바로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면, 세계적으로 기업가 출신이 위대한 경제대통령이 된 경우는 내가 알기로는 한 명도 없다. 따라서 기업가 출신이라는 것은 1% 정도의 장점 정도밖에 없다. 따라서 전직이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경제정책이 될 공약과 그 정책을 실지로 담당할 주변의 인물들이 과연 시장경제에 부합되고 시장경제를 신봉하느냐, 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전 현대건설 사장은 오히려 반시장적이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한반도운하이다. 이것은 충청도 민심을 끌어들인 행정도시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운하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자아비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시장경제는 계획경제의 정반대 개념이다. 60년대 초에 한국은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았다. 서구 수준의 시장경제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한국은 현명하게도 어린이를 교육하고 꽃을 재배하듯 시장경제를 앞세우고 계획경제를 뒤세운 혼합경제로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웠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면, 노태우 정부까지는 계획경제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넓히는 것이었다. 노조 설립까지 자유화한 후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무노동 무임금 정책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까지 어느 정도 확보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대폭 줄이고 시장경제를 더욱 가속화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 뒤이은 정부는 갈팡질팡하다가 ‘나라를 말아 먹었다.’


 경제위기를 기화로 제1기 좌파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 운운하며 국제금융시장에서 노는 자들은 조폭도 상전으로 모시고 아무에게나 안방의 금고를 통째로 내 주는 한편 국내시장의 큰손들은 대역죄인으로 몰아세우며 확실하게 ‘큰 정부 작은 시장’을 지향했다. 제2기 좌파정부는 ‘분배와 균형발전’을 내세워 ‘형님’ 정부에 질세라 세금을 아귀같이 걷고 국가부채와 개인부채를 화끈하게 늘리는 얼치기 계획경제를 뿌리내렸다. 인류 역사상 최호황기를 맞이하여 4년 동안 제2기 좌파 정부는 IMF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81개국 중 106위라는 한없이 부끄러운 성적을 거두고도 경제가 정상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중앙권력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지방분권이요, 감세와 규제혁파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도시니, 한반도운하니, 서해열차페리니, 하는 것들은 전형적인 중앙집권적인 정책이요, 경제를 살린다며 세금 왕창 걷어 불요불급한 사업에 쏟아 부어 기업하기에 아주 나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순위에서 한참 떨어지는 것들을 유권자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 급조한 정책이다. 과거 공산국가에서 자본주의 국가를 능가하는 일을 보여 준다며 자원을 낭비하여 국가경제를 망친 것과 유사한 정책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거의 창출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투입이 산출보다 많을 게 확실한 정책이다. 


 지방에 권력을 이양하고 8: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최소한 6: 4로 바꿔 주면 각 지방자치 단체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눈에 불을 키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여 국내외 자본을 끌어 들인다. 서구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오늘날 그렇게 한다. 노무현 정부와 차별하려면, 먼저 행정도시의 짝퉁인 한반도운하 공약부터 취소해야 한다. 한반도운하가 인기를 끌자, 우선순위에서는 떨어지지만 얼떨결에 만든 박근혜의 서해열차페리도 폐기해야 한다. 좌파정부를 반대한다면서 좌파정책을 뒤쫓는다면, 그것은 무늬만 다른 정당끼리의 권력교체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토론 과정에서, 검증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알았으면 계륵보다 못한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지도자의 용기요, 그게 바로 여론과 민심을 따르는 민주주의다. 잘못된 것을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좌파정부의 전형적인 독선이다. 지형과 기후에 대한 초등학생의 상식만 있어도 한반도운하는 대충 1만 년 후에나 검토해 볼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갖은 궤변과 잦은 말 바꿈으로 독을 피우며 고수하는 것은 제2의 노무현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07. 6. 5.) 

 

[ 2007-06-05, 16:3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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