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盧에게 무죄를 줄 수 없는 이유
盧武鉉 씨의 '창평포럼' 放言과 2004년 '彈劾波動'-- 같은 점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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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武鉉 씨의 ‘창평포럼’ 放言과 2004년 ‘彈劾波動’ -- 같은 점과 다른 점
  
  
  6월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약칭 ‘참평포럼’)에서 있었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언(放言)’이 불러일으킨 일파만파(一波萬波)의 파문(波紋)은 드디어 또 한 차례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ㆍ헌재)에서의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5일 ‘공직선거법’(약칭 공선법)의 ①공무원의 중립 의무(9조), ②공무원 선거운동 금지(60조), ③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85조), ④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86조), ⑤사전선거운동 금지(254조) 등 5개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노무현 대통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中央選擧管理委員會)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고발 움직임에 대해 노 대통령 쪽에서는 처음에는 “대통령의 ‘참평포럼’ 발언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치적 발언”이라고 맞서더니 한나라당이 끝내 고발을 단행하자 이번에는 “만약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면 이에 대해 헌법 소원(訴願)을 내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삼척동자(三尺童子)가 보더라도 이 같은 청와대의 대응은 선관위에 대한 고압적 협박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선관위의 결정을 헌재로 가지고 가서 뒤집을 것이니까 선관위가 “알아서” 노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노골적인 공갈ㆍ협박인 것이다.
  
  이 같은 사태의 흐름은 3년 전의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파동’을 회고(回顧)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국회는 2004년3월12일 본회의에서 노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안을 가결하고 이를 헌재로 이송하여 그 뒤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뿌리부터 뒤집어 놓은 ‘탄핵파동’의 물꼬를 열었었다. 이때 국회가 노 대통령 탄핵소추를 결의한 핵심 사유도 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적용 선거법 조항도 이번과 똑 같았다. 제9조1항, 제60조1항, 제85조, 제86조 및 제255조1항이었다. 그러나, 이때 헌재의 ‘선택’은 ‘기각(棄却)’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승부’의 ‘승리’를 안겨 주었었다.
  
  이제 그때와 똑 같은 법률의 똑 같은 조항들 위반하는 행위를 저지른 노 대통령이 그때의 과정을 판에 박은 것처럼 재연(再演)시키려 하고 있다. 그때의 경우와 이번의 경우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때는 노 대통령은 피고(被告)의 입장으로 헌재의 법정에 섰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원고(原告)의 입장에 서겠다고 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헌재로 가려고 하는 데는 그 나름의 계산이 있어 보인다. 사실 그때의 헌재는 그 인적 구성 내용이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그 동안 그는 계획적인 물갈이를 통해 헌재의 구성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헌재는 ‘노무현의 사람’들로 구성된 헌재인 것이다.
  
  그러나, 만약 노 대통령에게 이 같은 계산이 있다면 그 같은 계산에는 허점(虛點)이 있다. 그는 헌재의 구성은 바꿀 수 있었지만 2004년5월14일자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문’의 내용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때 헌재의 ‘결정문’을 다시 한 번 반추(反芻)해 볼 필요가 있다. 그때의 ‘결정문’은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는 ‘기각’시켰지만 ‘탄핵심판 청구’ 내용에 대해 ‘무죄’를 ‘판결’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헌재는 국회가 ‘청구’한 ‘탄핵심판’ ‘사유’에 대해서는 ‘유죄’를 ‘판결’했다. 다만 ‘정상참작(情狀參酌)’을 통해 국회가 청구한 ‘실형(實刑)’인 ‘탄핵’을 언도(言渡)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헌재는 헌재만이 쓸 수 있는 완곡한 '법률적 표현‘을 사용했다. ‘결정문’에 담겨진 그 표현은 이랬다. “파면 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요는 “법을 위반하기는 했지만 파면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2004년5월14일자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문’은 “대통령의 2004.2. 18.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의 발언, 2004.2.24.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이며 “2004.3.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결정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복 행위”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 위반“이라는 ‘법률 판단’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이에 더하여 헌재 ‘결정문’에는 ‘행간(行間)’의 의미를 음미(吟味)하게 만든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공정한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총괄ㆍ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지는 공직자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로써 공선법 제9조의 ‘공무원’에 포함된다”
   - “선거에 임박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도 요청되는 때에,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대통령직의 정치적 비중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은,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써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것이므로,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 “대통령의 특정 시민단체에 대한 편파적인 행동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과 그를 지지하지 않는 집단으로 나라가 양분되는 현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와 부합되지 아니 한다”
   -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국민 일부나 정치적 세력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므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범위를 초월,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함으로써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 “대통령(의)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형성 과정(을) 왜곡시키는 것이며, 동시에 의회민주주의를 크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 “대통령은 자신의 언행과 정치적 파장에 비춰 그에 상응하는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하며 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무 외에 정치적으로 활동하는 대통령이 더 이상 자신의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 “대통령의 권위는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므로 대통령은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로서 스스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아마도 이번의 경우 선관위는 노 대통령으로부터의 공갈에 무릎을 꿇고 싶은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만약 선관위가 이번 한나라당이 제출한 선거법 위반 고발에 대한 결정에 도달하기에 앞서서 2004년5월14일자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문’의 위에 인용된 구절들을 참고한다면 문제가 된 ‘참평포럼’에서의 노 대통령의 ‘방언’에 대해 청와대가 희망하는 대로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결론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헌재는 이미 2004년의 ‘결정문’에서 이번 ‘참평포럼’에서의 ‘방언’보다 훨씬 저차원의 ‘방언’ 내용을 가지고도 ‘헌법’과 ‘선거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판정을 내렸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이번에는 실제로 스스로 ‘원고’가 되어 선관위의 결정에 대한 헌법 소원을 헌재에 제출하는 데까지 갈 수 있을 것이냐의 여부가 되게 된다. 바로 이 대목이 이번 파동의 압권(壓卷)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왜냐 하면 2004년의 정국 상황과 그로부터 3년 후인 지금의 정국 상황에는 엄청난 차이가 생긴 것 같기 때문이다. 우선 노 대통령이 문제의 헌법 소원을 헌재에 낼 경우 헌재가, 아무리 ‘노무현의 헌재’로 구성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2004년 헌재의 ‘결정문’ 내용을 시침 뻑 따고 무시해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2004년의 ‘탄핵 파동’을 가능하게 했던 ‘노풍(盧風)’이라는 이름의 광풍(狂風)이 다시 불 것 같지도 않다. TV 역시 그때처럼 미쳐 버릴 것 같지 않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이번에는 선관위가 청와대의 공갈ㆍ협박을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문제의 ‘참평포럼’ 방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리고, 만의 하나, 노무현 대통령 쪽에서 이것을 가지고 헌법 소원을 헌재에 제출하더라도, 2004년의 선관위 결정 및 헌재 결정 내용이 유지되는 한, 헌재가, 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희망하는 것처럼, 문제의 선관위 결정을 번복(飜覆)시킬 가능성은 없다. 선관위의 의연한 태도가 소망스럽다. [끝]
[ 2007-06-06, 14: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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