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의 교육독재는 전교조 이념 실천하기
본고사가 아니더라도 대입시험이 변별력이 있을 때는 내신 7등급도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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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학년도에 처음 도입되는 고교내신 및 수능의 9등급제는 대학 평준화의 예비단계다. 장혜옥 전임 전교조 위원장은 대학 평준화가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전교조의 궁극적인 목표에 교육부와 범여당이 각각 채찍과 울타리의 역할을 다해 주겠다는 것이 2008년도의 새 대입제도이다. 좌파정부가 한 번만 더 집권하면, 대학 평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모른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교육부장관으로 내정되었다가 당시 고건 총리의 반대로 입각하지 못했던 전성은이 이끌던 교육혁신위에서는 원래 수능을 5등급제로 하려고 했다. 그걸 당시 교육부 장관 안병영이 간신히 막았다. 0점에서 100점까지 있는 점수 곧 100등급을 5등급으로 하겠다는 것은 대학을 평준화하겠다는 말이다. 5등급제를 도입하려고 했을 때는 통계학의 정상분포도 무시하고 각 등급을 20%씩 산술평균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면 1등급 안에 웬만한 대학은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학총장이 교육부의 7급 주사보다 힘이 없는 대학에서는 13등급 또는 15등급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별을 스치는 바람이 되었다. 

 교육부는 김대중 정부 이래로 전교조에 사실상 접수당했다. 전교조의 이념을 곧이곧대로 실천한 장관이 바로 이해찬이다. 현재 대통령의 꿈에 부풀어 있는 그는 교육부 장관직에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한국의 교육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다고 공언하는 걸 보아, 지금도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그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전교조의 이념은 민주와 평화, 평등과 협동이다. 민주는 그들이 교육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의미하고, 평화는 반공을 사갈시하고 민족공조를 우상시하여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김정일이 원하는 대로 밑도 끝도 없이 퍼 주는 것을 의미하고, 평등은 다름을 일체 인정하지 않고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똑같다고 우기는 획일을 의미하고, 협동은 경쟁을 만악의 근원으로 여겨 학생들을 시험에서 아예 해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당국으로서는 다행히도, 내재된 교육철학이 대학입시를 폐지했던 문화혁명 당시의 중공과 놀랍도록 유사한 9등급제 입시안이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해에 실시된다. 대학은 처음에는 논술시험으로 교육부를 시험해 보았다. 즉시 제재가 들어갔다. 본고사와 유사하다는 유권해석이었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면 통합적으로 내야 하는데, 수학과학에서 수식으로 문제를 풀게 해서도 안 되고 영문(英文)을 제공해도 안 된다. 하여간 우리말로 써야 한다. 대학총장이라야 교육부 7급 주사 권력만도 못한 대학은 자라목을 움츠렸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었다. 다음에는 3불(不)제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었다. 평등의 거룩한 깃발에 눈을 흘긴 죄로 곤봉이 날아갔다. 드디어 새해가 되었다. 대선이 있는 해다. 대체로 이 때는 갖가지 실정으로 대통령은 오리처럼 뒤뚱거린다.

 9등급제이긴 하지만, 수능만으로 뽑는다든지 수능 비율을 전보다 더 높이는 입시 방안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웬일로 교육부도 침묵하고 전교조도 잠잠했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 주지 않으면,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대선의 해에 대학이 '준법 투쟁'하면 교육부와 전교조는 어쩔 도리가 없다. 몇 달이 지나도 조용했다. 마침내 용기백배한 대학은 천차만별인 내신을 무력화시키는 입시안을 발표했다. 내신은 2등급도 1등급, 4등급도 1등급! 그런데 갑자기 교육부 장관에 이어 총리까지 나섰다. 유례없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은 집 앞의 작은 연못가에서 뒤뚱거리는 오리가 아니라 5대양 6대주를 훨훨 날아다니는 봉황이라는 대통령의 진노가 있었던 것이다.

 내신을 불신하는 대학에게는 정부 예산을 끊어 버리겠다, 그런 대학은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이 말만큼 무서운 게 없다. 정부가 대학의 숨통 조이기 용으로 언제든지 써 먹을 수 있는 1조6천억 원은 2007년 교육예산 30조9천억 원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나마 교육부는 BK21과 수도권대학특성화 등으로 지원하는 8500억 원밖에 없고 나머지는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복지부, 농림부 등의 예산에서 지원한다. 그래서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1조6천억 원은 대학 재정의 2~3%에 불과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대학에겐 생명과도 같다. 최소한 하루에 2000Kcal을 필요로 하는 성인이 1900Kcal는 자력으로 확보했지만 100Kcal를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 100Kcal를 대 주는 '대장'이 수틀리면 당장 끊겠다고 하면, 벌벌 길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단이 넉넉한 포항공대와 성균관대 외에는 예산 지원 않겠다는 한 마디는 청천벽력이다. 국립대는 1년 365일 교육부의 7급 주사 아래에 있고, 사립대는 하나같이 재단이 허약하다. 게다가 평등의 붉은 깃발을 내세운 교육부의 서슬 때문에 기여입학금은 말도 못 꺼낸다. 등록금도 마음대로 못 올린다. 등록금 문제는 굳이 교육부가 나설 것도 없다. 해마다 순수한 총학생회가 득달같이 일어나고, 위대한 방송과 거룩한 신문이 불같이 노하기 때문이다.    

 한때 석차연명부가 있었다. 3년 동안 전과목의 성적을 합산하여 전교 학생들을 일렬로 나란히 세운 성적일람표다. 그 때는 15등급이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상대평가였다. 학교 차이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전국의 모든 학교를 똑같이 취급하느냐고 대학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항의한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그 당시는 본고사를 본 것도 아니다. 대학도 굳이 본고사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주관식까지 도입한 학력고사가 충분히 변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수능도 변별력이 충분했다. 그래서 명문고의 우수 학생은 내신에서 손해 좀 보고 학력고사에서 점수를 왕창 따면 최후에 웃을 수가 있었다. 내신 7등급이 서울대에 넉넉히 합격하곤 했다. 지금은 이런 숨쉴 공간이 전혀 없다. 선악의 기준을 독점한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여 무엇이든 원천봉쇄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해찬이 교육부 장관이 되면서 쉬운 문제가 곧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고 사교육을 없애는 지름길이란 해괴한 논리를 지속적으로 밀어 붙인 이래, 한두 개만 실수하면 끝난다. 재수하고 삼수해도 운 없는 사람, 내신이 나쁜 사람은 아무리 실력이 탁월해도 주르륵 밀려 버린다. 더군다나 7차교육과정부터는 선택과목이 많아지면서 그 과목들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최상위권은 다다닥 붙어 있다. 그런 최상위권의 성적조차 천차만별이다. 최고의 수재가 몰려 드는 서울대도 우열반을 나누지 않을 수 없다.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내신위주로 뽑는 수시모집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학력이 대략 난감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나면,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은 심히 부끄러워질 것이다.     

     (2007. 6. 16.)     
 
       


 

[ 2007-06-16, 18:1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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