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은 제2의 6·25를 알리는 예광탄
김대중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일본으로 건너가 월드컵을 구경했다.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영웅들의 빈소는 쓸쓸하기만 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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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괴군이 북방한계선(NLL)을 보란 듯이 침범하여 의도적으로 도발한 서해교전(2002/ 6/ 29)은 연평해전(1999/ 6/ 15)에 대한 복수전이었다. 그것은 또한 연평해전 1주년 기념일인 2000년 6월 15일에 발표된 6·15공동선언에 의해, 과연 70만 국군의 손발이 묶여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정일은 북방정책에 의해 북한의 손발을 완벽하게 묶었던 노태우 정부 외에는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무장침투 또는 폭탄 테러로 한국의 안보태세를 시험하고 북괴군의 단합을 도모했다. '무조건 평화' 정책 곧 햇볕정책을 내세우는 김대중 정부도 의심증 중환자 김정일은 반신반의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정일은 연평해전으로 김대중 정부를 시험했다가 기겁했다. 된통 당한 것이다. 충무공의 후예 박정성 제독은 10여일 전부터 NLL를 들락거리며 수상한 태도를 짓는 북괴군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일선 함정에 명령을 내려 미리 함포를 록온(lock on : 자동추적장치 가동) 시켜 놓았다. 드디어 북괴군이 구닥다리 대포를 쏘면서 허튼 수작을 부리는 순간, 한국의 해군은 바로 소나기 대포 세례로 응징해 버렸다. 북괴군으로선 되로 주고 말도 아닌 섬으로 받은 격이었다. 국군의 첨단 무기에 북괴군은 묵사발이 되었다. 

 우연은 절대 없다고 확신하는 유물론자인 김정일은 택일하고 가만히 기다렸다. 날짜는 당연히 6월 15일, 연평해전의 치욕을 겪은 날이었다.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김정일은 김대중과의 예정된 만남을 취소했다. 후에 5억 달러의 현금이 입금되지 않아 하루 연기했다고 한국의 언론은 밝혔지만, 김정일이 누군데 하늘이 무너져도 오기로 되어 있는 달러가 안 들어왔다고 그랬을까. 김정일의 실소가 들린다. 4800만은 평화 무드로 들떠서 그 날짜의 의미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2000년 6월 15일 신문과 방송은 난리법석이었다. 김대중은 호언장담했다.
 '전쟁은 없다!'

 연평해전에 김정일 못지않게 김대중도 놀랐다. 승전한 해군을 나무랄 수는 없는지라, 교전수칙을 만들어 내려보냈다. 핵심은 선제공격 절대 금지! 복수의 화신 김정일은 김대중의 교전수칙과, 미국 몰래 우리끼리 속닥속닥하자는 김정일 감독 김정일 주연 김대중 조연의 6·15공동선언을 검증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검증이 바로 서해교전이다. 2년에 걸쳐 무기체제를 최대한 보완한 다음, 김정일은 택일했다. 그 날은 바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태극전사들이 투르크전사들과 우정의 한판을 벌이기로 한 날이었다. 2002년 6월 29일! 교전수칙으로 손발이 묶인 참수리호는 정조준하여 코앞에서 쏘는 적의 대포에 바로 정수리를 맞았다. 머리 없는 몸통이었지만 참수리의 용사들은 분전했다. 윤용하 소령이 두 눈 번히 뜨고 한 순간에 함교와 함께 산화되었지만, 한국의 해군 24명은 몸이 으스러지고 손가락이 다 달아날 때까지 악착같이 싸웠다. 다른 함정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적을 물리쳤다. 이 교전으로 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6명이 산화하였으며, 19명이 부상하였고, 벌집이 된 참수리호는 끝내 침몰되었다.
 
 김대중은 빨간 넥타이를 매고 일본으로 건너가 월드컵을 구경했다.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는 영웅들의 빈소는 쓸쓸하기만 했다. 한국의 정부는 6·15공동선언에 꿰어 맞추어 김정일에겐 면죄부를 주고, 국방위원장의 수족에 지나지 않는 자들이건만 군부 강경파의 불장난으로 해석하고 이를 널리 알렸다. 김대중의 교전수칙은 5단계에서 3단계로 바뀌었지만, 선제공격 금지 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고 달아나는 적을 뒤따라 북으로 치고 올라가는 확전도 절대 금지되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6월 남북의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한다며 핫라인을 개통했다. 반드시 검정 절차를 거치는 김정일은 곧 거짓말 통화로 한국의 해군과 정부를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김정일에겐 면죄부를 주고 보고를 제대로 못하고 경고용 대포를 함부로 쏘았다고 우리 해군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천리안으로 주시하던 김정일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평양방송은 금년 6월 들어 연일 거짓말 작전을 펼친다. 한국의 해군이 계속 NLL을 침범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엄중 경고한다. 동해와 서해로 미사일만 쏘는 게 아니라, 핵실험만 하는 게 아니라, 고분고분 김대중 정부보다 더 잘 퍼주는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아직 한번도 도발을 안 한 게 섭섭한지, 그의 퇴임 기념으로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는 교전을 도발할 생각이 간절한 모양이다. 무력 외에는 어떤 것도 믿지 않는 김정일은 제주도 해협을 지나가는 상선을 위장하여 결정적 시기를 포착하는 순간, 핫라인으로 유들유들 '밤새 안녕'의 안부를 물으며 서해만이 아니라 동해와 남해에서도 동시에 선제 기습공격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좌우를 막론하고 아무도 제2의 동란을 걱정하지 않는 평화무드가 김정일에게는 가장 큰 유혹일지 모른다. 대선에 4800만이 정신을 다 빼앗기고 알맹이가 다 빠진 영변의 원자로에 60억이 얼어 빠져 있을 때, 한미(韓美) 양군이 이혼하면 제일 좋겠지만, 다 된 밥에 코 빠지듯이 현재의 별거 상태에서 재결합할 가능성이 농후하면, 김정일은 위대한 통일대통령을 꿈꾸며 일생일대의 모험을 감행할지 모른다. 전쟁 공포증에 떠는 세계 10대 부국을 유유히 접수하러 올지 모른다. 

                      (2007. 6. 29.)

 

 

 

[ 2007-06-29, 23:3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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