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의 금융혁명과 브라운의 교육혁명
대처의 금융혁명에 이어 브라운의 교육혁명마저 성공하면, 영국은 중국과 인도를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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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한국보다 21년 전인 1976년에 외환위기를 맞아 IMF로부터 치욕적인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총리는 노동당의 캘러헌이었는데, 그는 사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조기에 갚았다고 자화자찬하며 노조와 국민을 원망하며 허둥대다가, 결국 1979년 보수당의 '철의 여인' 대처에게 다우닝가 10번지를 내 주고 이삿짐을 쌌다. 

 대처는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시대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마르크스와 케인즈는 코끼리의 다리를 더듬는 두 장님에 지나지 않음을 알았다. 당시 영국의 지성만이 아니라 세계의 지성이 이미 구닥다리가 되었다. 마르크스는 산업화 초기, 케인즈는 산업화 중기에 구세주 노릇해도 스미스보다야 못하지만 그럭저럭 광신도 또는 맹신도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면서 이미 케인즈의 이론은 규칙보다 예외가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영국은 다른 서구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케인즈의 절벽 가슴에 매달려 건포도 젖꼭지를 열심히 빠는 영국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롱의 대상이었던 영국병이 곪아 터진 것이 바로 외환위기였다. 영국은 진작 케인즈를 거부하고 스미스를 시대에 맞게 고친 하이에크나 모제스, 프리드먼 등을 따라야 했다. 실은 새 이론도 2% 부족했다. 산업화 후기도 지나 미국과 영국에는 지식정보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혈액의 PH는 늘 7.4로 매우 약한 염기성을 띠고 있는데, 여기서 0.3 정도만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천하의 항우도 제정신이 아니다. 그 훨씬 전 곧 2% 부족할 때 소금물이나 이온음료수 등을 마셔 혈액의 PH를 정상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   

 대처는 미국의 레이건과 더불어 제조업 우위에서 서비스업 우위로 이미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제조업에 바탕을 둔 시시콜콜 규제와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바탕을 둔 노조의 과보호는 시대착오적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무성한 지식을 단번에 뛰어넘는 지혜다. 그들은 제일 먼저 노조의 혈액 PH를 7.1 정도로 그냥 내버려두었다. 젖 뗀 지 10년이 다 된 큰 아이에게 늙은 엄마가 우윳병을 들고 가서 물리듯이 정부가 개입하여 노조의 PH를 맞춰 준 게 아니라 스스로 손발을 움직이고 머리를 써서 혈액의 PH를 맞추도록, 다시 말해서 제풀에 시대와 국민에게 항복하도록 경찰의 방패로 그들을 마르크스의 창과 케인즈의 화살으로부터 보호해 주었다. 마르크스의 빈 젖과 케인즈의 건포도 젖꼭지를 광산에서 또는 비행장에서 빨려면 실컷 빨아 보게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대처는 레이건보다 더 큰 일을 했다. 그것은 바로 금융혁명이다. 세계 최초로 1979년 외환을 자유화해했고 역시 세계 최초로 1986년에 저 유명한 금융빅뱅을 단행하여 은행과 보험과 증권과 투자금융의 장벽을 몽땅 없애 버리고 런던의 금융중심지 시티 외에 런던 근처에 있는 '개의 섬'이라 불리는 곳에 커네리워프를 조성했다. 영국의 금융회사는 사정없이 도산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물밀 듯이 밀려온 미국의 금융회사와 손잡거나 맞서서 덩치를 키우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배워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거듭났다. 미국이 어리버리하는 사이에 영국의 시티와 커네리워프가 21세기의 해가 떠오르자마자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제쳤다. 전세계의 연간 무역 거래량 약 10조 달러는 금융거래 약 100조 달러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금융업이 제조업 전체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업이 GDP의 30%에 달한다. 한국은 이제 겨우 21%다. 외환위기를 겪은 10년 전이나 매한가지다.  

 2007년 6월에 영국의 수상이 된 노동당의 브라운이 놀라운 선언을 했다. 교육혁명으로 영국 교육을 세계 1위로 만들겠다고 호언한 것이다. 현재의 미숙련 노동자 600만 명을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GDP의 5.6%인 교육예산을 10%(한국은 3.65%)로 늘리고 의무교육기간을 12년에서 14년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대처가 집권할 당시 10%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이 이제 40%가 되었는데, 그것을 50%로 높이겠다는 말도 했다. (한국은 82%!) 또 하나 눈여겨볼 일은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규율을 가르쳐서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능력만 있고 인간성이 엉망이면 그 교육은 실패한 것인데, 브라운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레어가 2006년에 교육의 핵심으로 '안전, 기회, 책임감' 이렇게 3가지를 들었는데, 규율은 바로 이 책임감에 해당한다. 영국에선 현재 '시민의식과 역사'가 교육의 화두인데, 브라운은 시민의식은 역사 교육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랑스러운 것이 월등히 많은 영국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책임과 규율을 아는 시민이 길러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서비스업의 핵심은 교육이다. 교육은 또한 거대한 산업이기도 하다. 대처의 금융혁명에 이어 브라운의 교육혁명마저 성공하면, 브라운이 언명한 대로 영국은 엄청난 고급인재를 키워내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스위스의 국제경영대학원 IMD에 따르면, 대학경쟁력이 61개 국가 중 61위이고, 금융전문인력의 수준도 61개국 중 61위이다. 한 마디로 사람 키우는 일에서 주요 경제국 중에서 꼴찌라는 말이다. 희망이 절망이라는 말이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합네, 한국의 제조업과 금융업을 꽁꽁 묶고 해괴한 규제로 금융인재도 키우지 못하게 하고 외국에 금융과 제조업을 통째로 넘겨 주었다. 알짜 기업은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50% 이상이 외국 소유이다. 가만히 앉아서 그들에게 매년 300억 달러 내지 400억 달러를 갖다 바친다. 금융인재는 전혀 키우지 못했다. 국내기업의 M&A도 피라미급 외에 가물치급, 상어급, 고래급은 모조리 외국 금융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는 더욱 가관이다. 옛날에 조정이 상민이나 노비에게 돈 몇 푼 받고 공명첩을 팔아 아무나 대추 먹고 이빨 쑤시는 거지 양반으로 만들던 것처럼, 아무 것도 아는 것 없는 자들에게 등록금 내고 대충 날짜만 채우면 졸업장 한 장 안겨 주는 것을 시대의 정신으로 알고, 사실상 대학의 평준화를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수능 100등급을 9등급으로 강제로 배분하여 점수는 아예 공개하지 않고, 천차만별인 내신을 전국의 모든 학교가 똑같다고 우기며 강제로 실질반영률 50%로 끌어올리려고 전국의 총장을 한 자리에 끌어 모아 일장 훈시한다. 해도 해도 너무 하니까, 전국의 대학이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법을 지키면 권력으로 내리누르고, 법을 어기고 죽기살기로 데모하면 잠시 엄포를 놓다가 결국 무엇이든 다 들어 주는 지난 10여년 간의 악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권력에 순치된 대학교수들도 드디어 데모로 승승장구하는 제자들로부터 조금 배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2007. 7. 4.) 
 

[ 2007-07-05, 00:5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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