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이미지: 경제, 환경, 민주
17대 대선도 이전처럼 이미지 대선이 된다면, 한국은 틀림없이 잃어버릴 5년을 예약하게 될 것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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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결같이 이명박은 17대 대통령 후보로서 거의 1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와의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지만 1위와 2위는 여전히 오차 범위 밖에 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이미지라고 본다. 현대건설의 사장이라는 경제 이미지, 청계천 복구라는 환경 이미지, 6·3동지회라는 민주 이미지, 여기에 교회 장로라는 도덕 이미지도 있고, 결정적으로 범여권의 강력한 대항마인 한나라당의 후광이 있다. 실리와 명분을 아우른 이상형이다!

 조선시대 이래로 지독한 명분(名分) 사회 곧 위선(僞善) 사회로 바뀐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에는 독립, 해방 후에는 민주와 통일이 가장 큰 명분이었다. 독립의 상징은 김구이고 민주의 상징은 김대중과 김영삼이고 통일의 상징은 김대중이다. 북한에서는 해방 후 조국해방(독립과 통일)과 주체가 가장 큰 명분으로 떠올랐는데, 일제시대에 애송이였던 김일성이 독립의 상징이기도 하고 통일의 상징이기도 하고 주체의 상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일성은 죽어도 북한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죽을 수가 없다. 유훈(遺訓) 통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천안문에 거대한 초상화만 덩그렇게 걸려 있을 뿐 모택동이 미국과 소련의 제국주의자보다 증오했던 국내의 주자파(走資派)가 '공산 시황제의 붕어' 후에 천지개벽을 일으킨 중국과는 북한이 판이한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화혁명이 중국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완료형이지만, 북한에서는 지금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지극히 제한된 자리에 잠시 자리를 보전하던 허수아비 주자파는 조금만 커졌다 싶으면 어김없이 하방(下放)된다.   

  한국에서는 세 명의 장군 출신들이 잇따라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불과 30년에 걸쳐서 600년 명분 사회를 실리 사회로 바꾸는 구국의 혁명을 일으켰다. 그 결과 한국은 등 따습고 배부르고 사지 멀쩡하고 눈이 부드럽게 빛나는 사회로 탈바꿈했다. 조선시대보다 더한 명분 사회 곧 독선(獨善) 사회로 변한 북한과는 한국은 정반대의 사회가 되었다. 불과 한 세대만에 한국은 600년에 걸쳐 위선(僞善)으로 전락한 명분이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실리뿐만 아니라 명분도 얻게 이르렀다. 

 노태우 정부는 실리와 명분의 조화를 도모했지만, 김영삼 정부는 600년 전통의 명분 사회로 '되돌아 개혁'했다. 이를 토대로 각각 위선 사회와 독선 사회를 지향하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고, 지난 15년간 30년 실리 시대보다 더한 갈등이 생겨났다. 그 갈등의 핵심은 김일성보다 박정희를 더 증오하는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일제히 경제권력을 압박하는 것이다. 사실, 30년 실리 시대에도 야당과 재야 문화권력은 언제나 현실과 실리를 도외시한 민주와 환경과 분단극복(통일)이라는 명분의 이데아를 추구했다. 1980년대에 이미 재야의 문화권력은 문화권력의 주류로 떠올랐다. 민주와 환경과 분단극복을 노래하지 않고 춤추지 않으면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대접받지 못했다. 학계, 언론계, 문화계는 그들이 그 때에 거의 장악했고 이들이 정치권력과 한 몸을 이룬 것은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10년간이다. 김대중은 남북공동선언과 더불어 문화권력의 강력한 뒷받침에 의해 민주에 뒤이어 가장 큰 명분으로 떠오른 통일의 상징으로도 떠올랐다. 독재자 김정일에게 5억 달러 상당의 현금과 물자를 바쳐 정상회담을 성공시킨 것도 유야무야될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선생님은 남북화해와 통일의 상징이니까!   

 김영삼과 김대중도 전두환과 노태우 뺨치는 불법 정치자금을 주무른 것이 들통났지만, 푸른 옷을 입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 논리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민주의 상징이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부 독재의 상징이니까, 김영삼과 김대중은 누구도 손을 댈 수가 없다.  
 
  최근에 이르러 한국에서 명분은 조금 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이미지로 바뀌었다. 특히 선거 때에 그렇다. 처음에는 실상(實像)의 일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상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인식에 똬리 튼 허상(虛像)이 바로 이미지다. 유명 브랜드에도 이 이미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된다. 

 정치인의 이미지는 표로 환산된다. 선거에서 이미지는 때로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진을 일으키기도 한다. 투표 당일까지 이미지의 바람이 불면 당선되고 잘 나가다가도 막판에 이미지의 지진이 일어나면 낙선된다. 민주 이미지를 두고 다투던 김영삼과 김대중은 각각 군사 독재 이미지가 강한 김종필을 한 번씩 끌어들여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민주와 인권과 평화의 이미지로 바람을 일으킨 노무현은 경제의 이미지로 급격히 떠오른 정몽준을 끌어들여, 내내 도덕의 이미지로 선전하다가 아들의 병역 의혹이라는 인공 지진으로 허둥지둥하던 이회창을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청와대에 입궐했다. 이회창은 두 번이나 이미지 조작의 세계 챔피언급 정치 선수들에게 고배를 들었다.

 이미지는 이미지일 따름이다. 이미지가 실상과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이미지의 바람으로 당선된 국가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지난 15년간의 쓰라린 교훈이다.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여론주도층이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이미지로 우리 편을 먼저 정해 놓고 거기에 현실을 맞춰 가면 또 다시 잃어버릴 5년을 예약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 편일수록 냉정히 이미지를 헤집고 부수고 찢어발겨야 한다. 

 경제 이미지는 시장경제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따져 봐야 한다. 단지 과거에 최고경영자로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경제를 살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으면 민주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과 김대중에게 속았듯이 또 속게 된다. 이명박의 대표적인 경제 공약은 한반도 대운하와 신혼부부 아파트 한 채이다. 대대적인 검증에 직면하여 이명박은 스스로 한반도 운하는 경제적인 측면보다 관광과 환경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신혼부부 아파트 한 채도 처음에는 무료라고 했다가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공산권의 무조건 항복 이후 전세계에 불어닥친 시장경제와는 이 두 공약이 정반대의 길에 서 있다. 무엇보다 시장경제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데, 이 두 정책은 정반대를 지향하고 있다. 박근혜의 서해열차페리도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현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얼마 전에 중국의 일개 지방단체가 인텔의 요구조건을 모조리 들어 주어 25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2006년에 국가 전체가 겨우 36억 달러의 직접 투자를 유치한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지난 5년간 주가가 가장 많이 뛴 나라는 마약의 나라로 악명 높았던 콜롬비아다. 무려 14배나 폭등했다. 새로운 정부의 친 시장경제 정책 덕분에 투자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은 김영삼 정부 이래 노조와 시민단체의 나라가 되어 버렸다. 이들이 각각 경제권력과 사회권력을 거의 장악하고 분배를 넘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3차 산업에 대한 족쇄를 풀어야 한다. 현재 GDP의 56%인 서비스 산업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3차 산업의 핵심이 금융과 교육과 의료다.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절대 선진국이 못 된다. 3차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으면 2차 산업도 1차 산업도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

 이명박의 경제공약 중에 가장 긍정적인 것은 아마 금융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것인 듯하다. 이 칸막이는 미국의 글래스-시걸 법(Glass-Seagal act)에 따라 박정희가 쳐놓은 것인데, 하루라도 빨리 치워야 한다. 국내의 독점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미국도 대공황기에 만들었던 그 법을 진작 폐지했다. 한국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계경제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기업이 은행을 경영하지 못하면, 한국은 고스란히 매년 외국 자본에게 340만 농민이 매년 생산한 것의 2배 내지 3배 되는 달러를 두 눈 번히 뜨고 뜯길 수밖에 없고 외국으로 진출하여 손쉽게 달러를 벌어 올 수 없다.

 법인세도 더 낮춰야 한다. 박근혜에 이어 이명박도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했다. 박근혜는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이명박은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양쪽 다 낮춰야 한다.

 이명박의 환경 이미지도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청계천은 서울시장의 임기에 맞춰 일부만 복원했기 때문에 안양천보다 못하다. 엄청난 서울시 예산을 들여서 매일 인위적으로 한강에서 물을 퍼 올리지 않으면 청계천은 바로 도심 속의 흉물로 변한다. 산과 강을 잇는 원래의 청계천을 다 살리지 않으면 환경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전두환이 살린 한강에 비하면 이명박이 일부 되살린 청계천은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지만, 전두환과 달리 이명박은 선전과 홍보를 기막히게 잘하여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청계천에 힘을 얻은 이명박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했는데, 그것은 경제와 환경과 통일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노린 야심작이다. 그러나 그것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되는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반도 대운하로 경제(남북경제공동발전)와 환경과 통일의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은 대권을 잡기만 하면 중앙집권적인 정치 권력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무지와 과욕을 비전과 애국심으로 포장하여 결과적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을 파괴하겠다는 자칭 '포지티브' 전략이다. 

 이명박의 민주 이미지도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 6.3동지회는 자유민주주의 운동이라고 우기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첫째 그들이 반대한 한일외교정상화는 박정희의 큰 업적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보라. 조총련으로부터 뜯어먹기만 하고 멀쩡히 잘 사는 사람들을 귀국시켜 식민지시대보다 더 비참한 삶을 강요했을 뿐, 끝내 일본과 수교하지 못하여 경제든 정치든 일제시대 말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는 수용소 사회로 만들었다. 박정희가 옳았고 6.3동지회가 틀렸다. 그러나 그들은 정반대로 박정희는 틀렸고 자신들은 옳았다고 주장한다. 둘째, 이명박이 민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때 그가 회장으로 활약했던 6.3동지회의 핵심들은 자유민주의 보루인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재오, 이부영, 손학규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에서 이재오는 아직 한나라당에 있지만, 그는 이명박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박근혜가 국가보안법과 사학법을 사수할 때에 노골적으로 빈정대었다. 이명박도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사수에 손가락 한 개도 빌려 주지 않았다.

 이명박은 유연한 상호주의로 형식적인 북핵 반대를 내걸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더한 대 북한 퍼 주기를 공약하고 있다.  그 중에 핵심은 10년 안에 북한의 국민소득을 3천 불로 끌어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한 지 29년이다.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천 불에 불과하다. 3천 불이 되려면 최소 5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한국보다 더한 자본주의 정책을 쓰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을 끌어들여도 2천 불이 되는데 29년이 걸렸다. 그런데 중국의 문화혁명 시기 때보다 못 사는 북한이 무슨 수로 불과 10년 사이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3천 불이 된단 말인가. 농민에게 농지를 되돌려 주는 농지개혁을 하도록 만들겠다, 이런 공약이라면 경제 이미지에 통일 이미지도 실상과 부합되지만, 10년 만에 사실상 300불도 안 되는 일인당 국민소득을 3천 불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북한인권 개선과 대북 지원을 반드시 연계하겠다, 이런 공약이라면 민주 이미지와 통일 이미지에 잘 부합된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이명박은 한번도 북한인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못 들어 보았다. 북한인권 문제에서 이명박은 박근혜와 천양지차다. 인권에 대해 위선 그 자체인 친북좌파와 전혀 차별성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두 번 다시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누구나 용서받아야 한다. 돌아온 탕아처럼, 예수를 3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그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명박은 무엇보다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죄로 국회의원의 자격이 박탈된 것에 대해 대국민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 그것은 도덕 이전에 실정법을 어긴 행위다.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인한 불법 행위다. 지리산 청학동에  들어갈 것도 아니고 천만 명이 바글거리는 서울의 1번지에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씩 웃고 대답하지 않는 것은 교회 장로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개하지 않는 기독교인은 교인이 아니다. 교회 장로는 법은 말할 것도 없고 도덕도 한 점 흠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준다. 그래서 천만 기독교인이 이명박을 열렬히 지지한다. 김영삼도 교회 장로였다. 그로써 그는 기독교인으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지나놓고 보니까, 전직 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감방에 집어넣으면서 막상 자신은 아들에게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맡겨 놓았었다. 김대중도 비슷하다. 천주교인으로 그는 도덕 이미지를 슬그머니 차지했다. 그도 아들들에게 정치자금을 맡겼다. 결국 두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분신인 아들들을 감옥에 보냈다.  


 17대 대선도 이전처럼 이미지 대선이 된다면, 한국은 틀림없이 잃어버릴 5년을 예약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대선으론 한나라당이 이기기 힘들 것이다. 범여권은 방송과 연예계와 문학과 대학교수로 대표되는 문화권력을 90% 이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범여권의 단일 주자가 나오는 순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범여권 후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나라당은 그 전략에 말려 들고 있다.
               (2007. 7. 21.)

[ 2007-07-21, 13:26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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