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떠오른 정치무대의 슈퍼스타
슈퍼스타 박근혜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믿어지지 않으면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 직접 한 번 가 보라.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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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지난 60여년 간 한국의 정치무대에 무수한 정치 스타들이 명멸(明滅)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슈퍼스타는 김대중과 김영삼이다. 사실상 슈퍼스타는 이 두 명뿐이었다. 둘뿐인 슈퍼스타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DJ와 YS다. 감히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어 만든 이 이니셜을 본떠 기자들이 또 다른 이니셜을 너도나도 만들었지만, 김종필의 이니셜 JP가 더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DJ와 YS 외에는 가요계의 슈퍼스타 이미자나 조용필처럼 국민 누구나의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인은 전혀 없다. 그들은 정치 밤무대의 자칭 인기 스타일 따름이다.

 낮의 태양이 아무리 이글이글 불타도 슈퍼스타 DJ와 YS는 밤만 되면 국민들의 마음속에 찬란히 빛났다. 막상 낮의 태양으로 등극한 후에는 무능과 실정(失政)과 부패로 밤의 슈퍼스타였을 때보다 그 빛이 찬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이들은 알게 모르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슈퍼스타다. '민주' 슈퍼스타만이 아니라 '통일' 슈퍼스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김대중은 현재도 대통령을 제치고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경제실정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은 여전히 민주 슈퍼스타이되, 통일 슈퍼스타로 한 단계 올라서지 못함으로써 그 영향력이 현재는 김대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김대중은 아직도 범여권의 압도적 최대주주이다. 김대중에 의해 민족 반역자에서 하루아침에 통일 동반자로 떠오른 자칭 광명성 김정일이 임기를 6개월 앞둔 한국 대통령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윤허'함으로써 김대중은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 범여권 대권주자들의 애절한 눈빛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든을 넘긴 노인이지만 덩실덩실 춤사위가 절로 나온다.

 2004년 4월 눈에 잘 띄지도 않던 한 작은 별이 혜성처럼 나타나 점점 커지더니 정치무대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최대 정당에서 20여석의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당이 한 노처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늘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박근혜! 그녀는 그들의 애원에 못 이겨 바람에 날리고 비에 잠긴 고대광실을 아예 포기하고 강둑에 얼기설기 천막을 쳤다.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 뒤를 포레스트 검프를 따라 다니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하나둘 따라붙었다. 그녀는 24시간 중 2시간만 자고 차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가녀린 손으로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았다. 이내 퉁퉁 부어오른 손을 눈보다 하얀 붕대로 칭칭 감고 그녀는 뛰고 또 뛰고 악수하고 또 악수했다.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무려 121석! 역전 또 역전! 박근혜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감전된 것처럼 부르르 떨고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것처럼 이전에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것도 다 팽개치고 입을 헤 벌리고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았다. 1970년 40대 기수론 이후 무려 34년 만에 한국의 정치무대에 슈퍼스타가 떠오른 것이다.

 박정희의 3선 개헌이 김대중과 김영삼이 슈퍼스타로 떠오르는 데 자신도 모르게 기여했듯이, 노무현의 탄핵 역풍이 박근혜가 슈퍼스타로 떠오르는 데 자신도 모르게 기여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슈퍼스타가 되면서 그들은 감옥에 있든 가택연금 상태에 있든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 선거철만 되면 정치 텃밭에서는 누구든 국회의원에 당선시킬 수 있었다. 그것이 곧 슈퍼스타의 힘이었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우습게 여긴 '독재자의 딸'이 슈퍼스타로 떠오르자, 범여권의 간이 콩알만해졌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박근혜 죽이기에 나섰다. 그녀를 죽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박정희 다시 죽이기라고 판단한 그들은 정치계와 문화계와 학계와 시민단체가 손에 손을 맞잡고 박정희 다시 죽이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웬걸, 죽은 박정희의 인기는 산 김대중과 김영삼의 인기를 합한 것의 두 배를 넘어섰고,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박근혜는 똑똑 영혼을 두드리는 말로 사람들을 사로잡아 승승장구했다. 10% 뒤지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고 20%, 30% 뒤지는 것도 예사로 뒤집어 버렸다. 여당은 허겁지겁 당 대표를 무려 8번이나 바꾸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조리 KO패 당했다. 놀라운 것은 그녀는 김영삼이 부산과 경남에서 김대중이 호남에서 말뚝도 국회의원으로 만들던 것과는 달리, 지역 불문하고 전국 어디서나 바보 영구도 착한 용으로 변신시켰다. 그녀의 혀 밑에는 여의주가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슈퍼스타는 왕년의 김대중이나 김영삼의 인기와 비슷하지만 스스로의 몫을 챙기는 데는 정반대였다. 그 흔한 신당을 창당하기는커녕 차떼기당으로 악명이 높았던 당의 이름도 바꾸지 않았고 도깨비 방망이보다 더 좋은 공천권도 포기했다. 똘마니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당 대표를 훌훌 던지고 똑같은 조건에서 대통령 예비후보로 나섰다.

 여전히 김대중과 김영삼의 사이비 민주 슈퍼스타, 김대중의 사이비 통일 슈퍼스타의 집단최면에서 헤어나지 못한 한국인들은 박근혜 슈퍼스타가 당권을 포기하자마자 앙숙인 조중동과 KBS가 적과의 동침을 사양하지 않고 각기 다른 마음으로 슈퍼스타를 급조하기 시작했다. 별것 아닌 치적(治積)을 마구 띄웠다. 인기의 거품을 만든 것이다. 이어서 그 인기를 굳히기 위해서 과학으로 포장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박근혜가 거의 혼자 힘으로 7%대의 당 지지도를 부동의 50% 대로 끌어올렸는데, 이내 여론조사에서는 같은 당 안에서도 더블 스코어로 뚝 떨어졌다. '객관적' 여론조사만 발표했지, 공장에서 금방 나온 양복도 털고 털어 먼지를 찾아내던 치열한 검증의 잣대를 조선이나 동아나 중앙이나 KBS나 MBC나 SBS나 한겨레나 갑자기 부상한 인기 스타에게는  몇 달 동안 아예 갖다 댈 생각조차 않았다. 내 편이라고 생각하거나 슈퍼스타 박근혜를 견제할 호구로 생각한 모양이다. 더 이상 부끄러운  소문을 거부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뒷북을 두드릴 뿐이다.

 이들 뒤에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있는데, 그들의 의식과 무의식에는 슈퍼스타 김영삼과 김대중이 도사리고 있다. 김대중과 김영삼이라면 이를 가는 사람들도 그 무의식은 김영삼과 김대중 식 민주와 통일에 저당 잡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김영삼의 민주에 저당 잡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수 또는 중도라 생각하고, 김대중의 민주와 통일에 저당 잡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진보 또는 평화세력이라 생각한다. 전자는 주로 한나라당의 반쪽을 지지하고 후자는 주로 도로열린당의 온 쪽을 지지한다.  

 어느 쪽이든 박근혜 슈퍼스타의 위력을 반의반도 모르고 있다. 슈퍼스타에 대한 사랑은 첫사랑과 같아서 말릴수록 애틋해지고 어려울수록 뜨거워진다. 김영삼은 이제 제 식구도 먹여 살릴 수 없고 김대중은 김정일의 지지 없이는 범여권에서도 훈수 두기가 힘들다. 슈퍼스타 박근혜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만에 하나 이번에 실족하더라도 YS와 DJ가 기어코 밤의 슈퍼스타에서 낮의 태양으로 떠올랐듯이, 박근혜는 언젠가는 낮의 태양으로 떠오를 것이다. 믿어지지 않으면 그녀가 나타나는 곳에 직접 한 번 가 보라.       (2007. 8. 14.)

[ 2007-08-14, 16: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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