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방법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기려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힘과 알림이다. 여기에 진실은 한 가지 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의심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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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운명이 서산에 걸려 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그 거짓이 또 거짓을 낳고 낳아, 칠흑 같은 진실의 어둠 속에서 오로지 거짓만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최고의 심판자이자 파괴자로 군림하는 시간의 장벽도 거침없이 뛰어넘은 김씨공산왕조의 거짓! 대양처럼 넓고 깊은 60년의 세월을 동네 개울처럼 작고 얕은 60초의 찰나인 양 가볍게 뛰어넘어 거짓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의 거짓! 이제 공간의 제약마저 벗어나 진실이 승승장구하던 대한민국으로 거침없이 밀고 내려와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거짓 왕국의 거짓이 아니 끼어 든 데가 없다. 거짓 왕국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방송과 거짓 왕국에게 눈엣가시였던 교과서마저 지난 10년 사이 몰라보게 고분고분하고 야들야들해졌다.  거짓 왕국의 짝퉁이 진실 공화국의 진품을 밀어내고 쇼윈도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름하여, 평화와 민족!

 대한민국은 무장해제하고 조선민주의인민공화국은 중무장하는 것! 2천만이 수단의 난민처럼 기아에 허덕이고 20만이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당하던 유태인처럼 공포에 시달리고 구조적 만성 무역적자로 오래 전에 국가재정이 파탄 난 상황에서, 어디서 달러가 났는지! 미사일과 생화학무기와 핵무기로 중무장하고 전 국토는 요새화하고 휴전선 아래로는 땅굴을 파고 서해로는 일직선을 그어 북방한계선을 남쪽으로 왕창 끌어내리고 동해로는 잠수정이 무시로 드나들고 남해로는 화물선이 유유히 무해통항하면 절로 이뤄지는 것, 그것이 바로 거짓 왕국의 초 베스트 셀러 짝퉁, 평화와 자주와 민족공조!

 유라시아의 3분의 2를 차지한 두 초강대국이란 외세를 등에 업은 같은 민족의 탱크와 따발총 앞에 도미노처럼 붕괴하던 나라를 구해낸 후 외국의 원조로 연명하던 그 작고 허약하던 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서방 못지 않은 자유민주 국가로 도약하는 걸 지난 반세기 동안 묵묵히, 흐뭇하게 지켜 본 3만 평화유지군은 날기 대회 세계 챔피언인 바다 갈매기 조나던 시걸도 감히 건너지 못하는 태평양 저 너머로 돌려보내거나 민족의 이름으로 작전권을 회수하여 열중쉬어 시켜 놓고 국군의 2년 복무 기간을 1년 6개월로 단축하여 경제성장과 인구증가에 하루가 아깝게 매진하되, 올챙이의 꼬리를 막 뗀 개구리도 폴짝 뛰어 건널 수 있는 압록강의 북쪽에는 100만의 동북공정군을 비상대기 시켜 놓고 정기 휴가 한 번 없는 인민군의 10년 복무 기간은 단 하루도 줄이지 말자! 그러면 절로 평화가 오고 절로 민족이 한 울타리에서 오순도순 살게 될 것이다.--이것이 바로 거짓 왕국의 초 베스트 셀러 짝퉁이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진실에 대못질을 하면, 국회는 뒤질세라 진실을 법으로 옭아매고, 검찰은 한 발 앞서 진실을 발가벗겨 취조하고, 법원은 느릿느릿 엄숙하게 진실을 단죄하고 거짓을 방면한다. 시민단체와 노조와 대학생이 정의와 평등을 독점하고 거리를 장악하면, 박사 나리들은 부지런히 한국형 이론을 만들어 이들에게 아첨하며 청와대를 힐끗힐끗 쳐다본다. 과거사법은 국가보안법을 마음껏 조롱하며 공작의 꼬리를 펼치고, 군인 23명과 경찰 4명 포함 189명이 죽은 5·18은 권력에 환장하고 거짓에 영혼을 판 미치광이 3명 때문에 3백만이 비명횡사한 6·25를 아득한 남의 나라 전설로 만들고, 단 한 명도 죽지 않은 5·16은 민족의 수치로 쓰레기 매립장에 내다버렸다.     

 진실은 스스로 거짓을 이기지 못한다. 거짓도 스스로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기려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힘과 알림이다. 여기에 진실은 한 가지 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의심이다.

 진실과 거짓은 대체로 한데 뒤섞여 있다.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따라서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이냐, 그것을 먼저 밝혀야 한다. 그 다음으로 어느 것이 우위에 서 있느냐, 어느 것의 층이 두터우냐, 그것에 따라 인간 세상은 낙원도 되고 지옥도 된다.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 유라시아의 수많은 공산국가는 거짓의 제국이 되었다. 거짓이 권력과 결탁하여 진실을 질식시켰다. 거짓의 제국은 무시무시한 총구와 눈부신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진실이 절대 새어 나가지 못하게 철의 장막을 치고 진실의 싹이 아예 움트지 못하게 그 씨앗을 짓밟았다. 힘으로 내리눌러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게 하고 방송과 신문과 책과 강연과 상호감시를 통해 거짓을 조직적으로 진실로 호도하여 모든 사람의 뇌 세포를 변질시켰다. 그들의 알림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선전선동이라고 일컬었다. 예술도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 하여 철저히 거짓에 설탕을 바르고 색동옷을 입히고 분을 바르고 향수를 뿌려 공산주의의 거짓을 완벽한 궁극의 진실이라고 반세기 이상 1초도 쉬지 않고 반복했다.

 거짓의 제국을 가장 충실하게 따라한 거짓의 왕국이 김씨조선의 공산왕국이다. 졸개들에게 총과 몽둥이와 수갑을 들려 김일성과 김정일은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힘은 피라미드식 조직에서 나오고 알림은 말과 글로 표현된다. 여왕벌이 제2의 여왕벌 한 마리에게만 로열 젤리를 먹이듯이 김일성이 김정일을 제2의 신으로 기를 때, 그가 갓 대학을 졸업한 김정일을 노동당의 조직지도부과 선전선동부 들여보낸 것은 그 두 곳이 바로 힘의 핵이요 알림의 비밀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권력의 정상에 아방궁을 차려놓고 거기에 누구든 알현하려 오려면 반드시 아슬아슬 흔들리는 사다리를 타고 한 명씩 발가벗은 채 올라오게 만들었다. 사다리는 필요할 때만 내려보냈고 그들이 내려가거나 올라오면 재빨리 걷어올렸다. 

 레이건이 거짓의 제국을 무너뜨릴 때, 그는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 그 힘은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에서도 허튼 수작을 절대 부리지 못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덧붙여 그는 조금도 서슴없이 진실을 말했다. 진실은 한 마디로 족했다.
 '소련은 악의 제국이다!'
 링컨이 일찍이 레이건의 사표가 되었다. 그도 진실이 거짓에게 이기도록 강력한 힘을 동원했고 진실에게 알림의 날개를 달아 주었다. 그는 노예 주인의 거짓과 위선을 집요하게 의심했다. 반도(叛徒)들에 맞서 힘이든 말이든 글이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박정희도 김일성의 거짓 왕국에 맞서 힘을 기르고 또 길렀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평화유지군을 믿고 어느 정도 유보했던 군사력도 집권 말기에는 거짓 왕국에 단독으로도 뒤지지 않을 만큼 키웠다. 또한 그는 거짓 왕국의 거짓을 집요하게 의심하고 그렇게 알게 된 진실을 널리 알렸다. 이 시절 KBS는 북한 주민의 복음이었다. 박정희는 1975년부터 조총련의 모국 방문을 통해 한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김일성의 거짓과 박정희의 진실을 선명하게 그들에게 각인 시켜 조총련을 소리 없이 무너뜨리기도 했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에 전후방에서 거지와 깡패의 거짓 왕국이 무력 분쟁을 일으킬 때마다 한미 양군과 민간인을 합해 한 해에 많으면 153명(1967년), 197명(1968년)까지 희생시켰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이에 맞서 모조리 격퇴했다. 침략자에 맞서 각각 228명, 321명을 사살했다. 힘에는 힘, 말에는 말, 글에는 글! 

 경제력은 아예 상대도 되지 않고 유일하게 믿던 군사력에서도 밀리자 거짓 왕국은 80년대 이후에는 이따금 해외 테러를 일으키고 잊을 만하면 동해와 서해로 잠수정과 군함을 내려보내는 정도에 그치고 거짓을 한국의 곳곳에 퍼뜨리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민주와 평화와 자주가 있는 곳이면, 이들은 어디든 천사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90년대에 접어들자마자 유라시아에 빙하시대를 연출한 거짓의 제국과 왕국들이 거짓말같이 일시에 무너졌지만, 김정일은 성가신 파리나 모기를 죽이듯이 제 민족을 300만이나 굶겨 죽이고도 그가 장악한 힘과 거짓은 끄떡도 없었다. 바야흐로 한국에서 거짓 왕국의 짝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자들이 문화권력에 이어 정치권력을 장악한 덕분이다. 그 후로는 거짓 왕국의 왕과 귀족을 먹여 살리기에 필요충분한 달러와 식량과 비료와 물품이 쏟아져 들어갔다. 이 때, 한국에선 누구도 의심을 해선 안 된다. 의심하면 될 일도 안 된다며 한사코 가로막고 악마의 선의를 민족을 들먹이며 무조건 믿어야 한다고 방송과 신문이 떠들었다. 여기에 의심을 가하는 신문에는 세무조사의 채찍을 휘두르고 수구보수의 딱지를 붙였다. 그 사이 김정일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유유히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로써 당당히, 이라크의 모래 폭풍에 휘말린 미국을 평화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잠시 주춤했던 대한민국의 퍼주기가 즉시 재개되었다. 덤과 이자까지 보태서!    

 1971년 북한 전역에서는 김일성의 녹음 특강이 있었다.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아무 설명 없이 녹음기로 김일성의 육성을 들려 주는 것이었다. 우렁우렁 김일성은 노발대발했다.

 '김종항, 이놈이 일본에 갔다 와서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수령님, 동경에 가보니 승용차가 끝없이 물결칩니다. 일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이렇게 머리가 썩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해댄단 말이야. 고등 교육상을 한다는 자가 일본에 한 번 갔다 오더니 대번에 변질되니 얼마나 한심한가?' 이어 물 마시는 소리, 컵을 탁 놓는 소리, 그리고는 끝이었다. --<<붉은 장막의 신음 소리>> 김광호

 여당만이 아니다. 한국에는 지금 정권교체의 희망인 야당에도 거짓이 팽배해 있다. 독재 타도(북한의 독재 타도가 아니라)를 외치며 데모 한 번 한 적이 있으면, 범여당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조선과 동아조차 의심을 않는다. 의심 없는 곳에는 절대 진실이 드러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같은 편이라고 생각 들면 용암 속에도 뛰어들어야 할 치열한 기자 정신은 어디 두고 마지못해 '카더라' 보도나 일삼는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서산에 걸려 있다. 힘은 열중쉬어 자세고, 진실은 차렷 자세이다.                   (2007. 9. 8.)  

 
        

 

[ 2007-09-08, 15:19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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