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부시를 이등박문 다루듯
천방지축인 듯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는 한 치도 어그러짐이 없는 일관성이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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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수뇌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시드니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저돌적으로 강요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다그쳤다. 부시 대통령은 짜증을 내면서 김정일이 핵을 폐기하면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고 두 번 세 번 말했다. 국내 언론은 처음에는 평화협정에 비중을 두는 보도를 하다가 외신을 보고 통역의 실수에 따른 외교적 결례라는 보도와 논평을 내놓았다. '평화' 신문과 '민족' 방송에서는 그런 보도조차 없었던 같다. 당사자인 노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잘못한 게 없다는 뜻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외교적 성과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 대통령의 다그침에는 마치 조선을 식민지 삼으려는 일본의 왕에게 세계의 정상들이 지켜보는 데서 그 흉계를 폭로하고 목숨을 걸고 따져서 조선 왕조의 사직을 구하려는 것과 같은 비장한 태도가 엿보였다. 따라서 그것은 외교적 결례가 아니라 정의의 울부짖음으로 김정일과 친북좌파에게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 받을 일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준 열사가 못다 한 일을 100년 후에 당당한 자주 국가의 원수로서 약소국의 힘없는 정의를 천하가 공감하는 진실로 실현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일합방을 눈앞에 두고 안중근 의사가 을사조약의 원흉 이등박문을 만인이 보는 데서 사살해 버린 듯한 통쾌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천방지축인 듯한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은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서는 한 치도 어그러짐이 없는 일관성이 있다. 그것은 남북의 분단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남북의 자주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전쟁광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라는 기본 전제이다. 미군 철수를 직접적으로 들이밀지 못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는 것은 단지 미국의 힘이 너무 세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치욕일 뿐이다.

 전쟁은 미국 특히 미국의 부시를 위시로 하는 보수파와 한국의 보수우파와 반공 세력과 북한인권파, 분단도 미국 미국의 부시를 위시로 하는 보수파와 한국의 보수우파와 반공 세력과 북한인권파, 평화는 북한과 한국의 친북좌파와 이라크의 사담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런 전제 조건을 깔고 있다. 따라서 김정일에게 퍼 주는 것은 가장 인도적인 일이요,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는 것은 미국의 음모일 뿐 그것은 평화적인 원자력 발전소 건설용이고, 인공위성으로 들통나고 북의 고백으로 드러나면 그것은 허장성세일 따름이라고 변명해 주고,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하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일리가 있다고 두둔해 주거나 별것 아니라고 하거나 통일되면 우리 것이라고 하고, 핵을 불능화시키겠다는 절대 지킬 리 없는 말만 슬쩍 던지면 호호탕탕한 홍수처럼 퍼 주기를 재개한다. 임기를 6개월도 안 남기고 전격적으로 남북의 수뇌회담을 열어 평화통일의 주춧돌을 놓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미군의 작전권을 돌려 받거나 미국이 철수하면 자주평화통일은 절로 온다는 무언의 평화행진을 벌인다.

 2차대전 이후 소련군이 진주한 곳에는 100% 꽥 소리도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공산독재정권이 들어섰고, 한반도에는 대대적인 전쟁을 일으켜서 철수한 미군을 새로 불러들였다는 것은 저들의 머리에는 입력되어 있지 않다. 모든 게 미국의 음모일 따름이다. 소련의 문서가 해제되어도 절대 믿지 않는다. 소련과 동구와 중공과 몽골의 공산치하가 얼마나 지긋지긋했는지, 김정일과 한국의 친북좌파는 생각도 못한다. 미국과 대등하다던 소련이 무너지자, 새로 탄생한 거대한 러시아의 GDP가 국토는 그 170분의 1밖에 안 되고 인구는 그 3분의 1밖에 안 되는 '깡통 찬 거지 떼가 다리 밑에서 바글바글한다던 미제 식민지' 한국의 GDP보다 낮았다는 것도 안중에 없다. 푸틴이 들어선 후에야 비로소 한국을 추월했지만 아직도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에 한참 뒤떨어진다는 것도 별것 아닌 일이다. 그것은 역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위대성 때문일 따름이다. 그러나 어째 똑같은 민족인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못 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가 없고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할까.

 한국은행의 엉터리 발표가 아닌 실제 북한의 1인당 GDP는 300불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도 절대 믿지 않는다. 300만이 굶어 죽었다는 것도 절대 믿지 않고 강제수용소에 아직도 20만이 갇혀 있다는 것도 절대 믿지 않는다. 남의 눈이 무서워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탈북자 1만 명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절대 믿지 않는다. 설령 약간 믿더라도 그건 다 미국 탓이요, 한국 역대 정권의 반민족적 반공 정책 탓이다. 친북좌파의 이념 집단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에 대해 안드로메다 성운의 어느 혹성에서 작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보다 관심이 적은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들에겐 오로지 미군이 가는 곳에서 발생하는 인권과 남의 나라 인권과 한국의 과거 정권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관심이 있을 따름이다.  친북좌파와 도롱뇽과 갯지렁이의 인권과 생존권에만 관심 있을 따름이다. 

 --김일성에겐 전쟁 도발의 면죄부를 주고 김정일에겐 선군정치에 대한 국제 인증서를 주자. 부시에겐 전쟁 도발자의 고발장을 던지고 한국의 보수우파에겐 사대주의 특허권을 더 이상 허락하지 말자. 전쟁광 부시만 아니면 북한은 당장 개혁개방하고 한국과 자주평화통일할 것이다. 아, 답답하다. 어리석고 완고한 국민들이 '우리'의 애국심을 너무 몰라 준다.

 이등박문이 안중근 의사로부터 정의의 총알을 맞았을 때, 누가 가장 애통해 하고 누가 가장 많은 부의금을 냈을까. 정답은 조선의 순종. 이등의 후손들이 100년 이상 아무 것도 안 해도 먹고 살고도 남을 돈을 주었다. 무려 10만 원으로 이등박문이 죽은 1909년의 3년 전인 1906년에 조선의 대장 월급이 250원이었고 오늘날 소위에 해당하는 삼위(參尉)의 월급이 29원이었다는 것과 비교해 보라. 태백산성 사고(史庫) 재건비가 7천200원이었다는 것과도 비교해 보라. 순종은 다음과 같은 조서를 내리며 이등박문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안중근을 크게 나무랐다.

--이등 공작이 지난번에 우리나라 국경을 벗어나 하얼빈을 지나다가 짐의 고약한 백성의 흉한 손에 상하여 갑자기 세상을 떠날 줄을 어떻게 생각했겠는가. 이제 장사하는 날을 당하고 보니, 마음이 더욱 아프다. 그와 같은 고약한 도당이 세계 정세에 어두워 매번 일본의 두터운 우의를 무시하자고 하다가 마침내 전에 없던 괴변을 빚어 냈으니, 이는 바로 짐의 나라와 사직을 해치는 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안중근 의사와 순종 중 누구를 닮았을까.

         (2007. 9. 14.)

        

 

[ 2007-09-14, 23:2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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