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다시 보기
외국인 주주에게 최대 65%까지 배당, '매판자본 타도'를 외치던 자들이 문국현을 지지한다?

강철군화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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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대학가를 풍미하던 구호가 있었다. “매판(買辦)자본 타도하자!”는 구호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매판자본'이란 삼성이나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들이었다.
  
  ‘매판’이란 말의 어원(語源)을 안다면, 사실 그것은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매판’이라는 말은 원래 아편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중국에서 나타난 말로, ‘서양물품을 들여와 팔면서 외세와 외국자본에게 봉사하는 상인’이라는 의미였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지만, 공장부지 마련하는 데서부터 일본을 눌러보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영국이 증기기관 만들어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우리도 반도체를 만들어 세계를 제패해 보자’고 호소하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매판자본인가?
  
  포니 승용차를 만들고, 우리가 만든 배와 자동차가 전세계 바다와 육지를 다니는 꿈을 꾼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매판자본인가?
  
  그들의 인생에 과(過)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민족자본가’였고, 애국자였다.
  
  
  문국현과 유한킴벌리
  
  삼성과 LG가 반도체를 하고, LCD 모니터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동안, 현대자동차와 금호-한국타이어가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는 동안, 현대건설이 열사의 사막에서 빌딩을 올리고, 열대의 우림 속에 고속도로를 닦고 있는 동안, 문국현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리고 문국현이 CEO로 일했던 유한킴벌리는 어떤 회사인가?
  
  선각자 유일한 선생의 얼이 배어 있는 ‘유한’이라는 모자를 썼다 뿐이지, 유한킴벌리는 사실상 외국 회사다. 지분의 70%는 미국과 캐나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데, 비상장회사다.
  
  국내에 생산 공장이 있다지만, 조금 심하게 말하면 그들은 미국본사 킴벌리 본사의 하청생산기지에 불과하다. 만일 그 국내 공장마저 없었다면 유한킴벌리는 킴벌리 클라크의 한국대리점에 불과한 회사였을 것이다.
  
  지난 수년간 유한킴벌리는 IMF사태 후 쌍용제지 등 국내 업체들이 몰락해 버린 틈을 타서 꾸준히 성장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과실(果實)은 고스란히 외국 주주들이 챙겨갔다. 한 주(株) 당 배당률이 많을 때에는 무려 65%에 달했다(2000년).
  
  물론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가 경영성과가 좋아 배당을 많이 받아가는 것을 저어할 이유는 없다. 그게 자본주의니까...
  
  
  하지만 만일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아직 상장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 이건희나 정몽구, 최태원이 배당을 65%나 받아갔다면, 어땠을까?
  
  참여연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민노총, 민노당, 노무현, 도로열우당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매일같이 해당 회사의 조속한 상장을 요구하고, 자본가의 ‘과도한 이득 챙기기’를 성토하면서, 자본가의 과도한 이익 챙기기를 제한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생난리를 쳤을 거다.
  
  또 삼성이나 포스코의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을 65%나 받아갔다면 이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만일 그 주주들이 미국인들이었다면?
  
  아마 반재벌 정서에 3류 민족주의 정서, 그리고 반미(反美)정서까지 겹쳐서 그런 고(高)배당을 결정한 CEO는 ‘매판자본가’로 몰려 경을 쳤을 것이다.
  
  
  회사가 작아서일까? 아니면 ‘유한’이라는 글자가 갖는 마법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평소 최열과 같은 시민운동가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그들과 '코드'를 맞춰놔서일까?
  
  문국현은 그런 비난을 받기는커녕, 당연히 그런 비난에 앞장서야 할 무리들로부터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으니, 거참 요상한 일이다.
  
  
  오너 경영, 전문경영인 경영
  
  여기서 나는 또 하나의 역설을 발견한다. 흔히들 오너경영은 부정적으로,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은 바람직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사실 이건 웃기는 분류다. 이병철, 이건희, 정주영, 이런 분들이 ‘전문경영인’이 아니란 말인가?) 그리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경영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것이 유한양행이다.
  
  하지만 오너경영을 하는 삼성의 이병철, 이건희 회장은 설탕과 밀가루와 옷감을 팔아 이룩한 부(富)를 반도체 산업에 쏟아 부었다.
  
  문국현이 비하하는 토목공사로 돈을 번 정주영 회장은 그 돈을 조선공업과 자동차 공업에 쏟아부었다.
  
  그 덕분에 노무현과 그 졸당들이 아무리 깽판을 쳐도 우리 경제가 굴러가고 있고, 수백만 국민들이 먹고 살고 있다.
  
  
  반면에 ‘전문경영인’이라는 문국현은 회사가 번 돈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아낌없이 퍼주었다.
  
  그런데도 오너경영은 ‘악(惡)’이고, 전문경영인 경영은 ‘선(善)’인가? 그래도 오너경영은 ‘가짜 경제’고, ‘전문경영인 경영’은 ‘진짜 경제’인가?
  
  
  환경경영, 윤리경영
  
  문국현은 유한킴벌리의 윤리경영과 환경경영을 자랑한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윤리경영은 이미 유일한 선생의 창업 이래 80년간 이어온 유한의 이념이었다. 문국현이 사장으로 일했던 유한킴벌리의 모기업(엄격하게 말하면 30% 모기업이지만)인 유한양행은 문국현 없이도 윤리경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다.
  
  환경경영은 킴벌리의 경영이념이다. 사실 이건 대단한 역설이다. 킴벌리만한 환경파괴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지, 티슈, 종이타월 등의 원료인 펄프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촌 곳곳의 원시림을 훼손해야 한다. 1회용 기저귀나 생리대는 또 어떤가?
  
  킴벌리라는 회사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환경경영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회사다. 문국현은 그러한 미국 본사의 방침을 추수(追隨)했을 뿐이다.
  
  
  진짜 경제, 가짜 경제
  
  문국현은 ‘진짜 경제’,‘가짜 경제’를 이야기한다. 그가 그런 주장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진짜 경제’와 ‘가짜 경제’를 구분하는 내 나름의 기준이 있다.
  
  평생을 번 돈을 전자공업에, 중화학공업에 투자해서, 해외로 나가 외국 유수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우리 국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 -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짜 경제’다.
  
  다국적기업의 틀 안에서, 상품도, 기업문화도 외국기업을 추수하면서, 돈을 버는 족족 외국인 주주들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 -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짜 경제’다.
  
  문국현이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으로 승부를 보겠다면, 그걸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딱 하나만 부탁하겠다. 자신의 알량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진짜 경제'의 구현자로 자가발전하면서, 다른 사람을 두고 '가짜 경제'니 뭐니 하면서 비방하지는 말기 바란다.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웃을 것이기 때문이다.
  
  
[ 2007-09-19, 11:25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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