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처자식 패는 인간들
그 자를 만나서 그 자가 원하는 대로 보아 주고 들어 주고 약속해 주고 퍼 주기만 하면 만사형통한다는 망상!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스크랩하기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옛날 어느 산골에 곧 죽어도 양반이라고 우겼지만 겨우 밥술이나 먹고사는 김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았다. 그는 농부임에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들일과 집안 일은 처자식과 꼴머슴의 몫이었다. 그는 오직 집안의 큰일만 도맡아했다. 큰일은 제사 지내기와 술 마시기와 바람피우기였다. 그에 따르면, 조상을 살아 계신 듯 정성껏 모시는 것보다 큰 도리가 없고, 원근에서 찾아온 벗들을 친형제인 양 성심성의를 다해 접대하는 것보다 큰 예의가 없고,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김씨 가문의 피를 잘 보존하여 자손을 많이많이 퍼뜨리는 것보다 큰 효도는 없었다. 이에 대해 집안의 어느 누구도 감히 토씨 하나 달 수 없었다. 그는 자기 가족에겐 염라대왕이었으니까.

 어느 날 웬일로 그가 일찍 일어나서 무심결에 외양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 가문의 제일 큰 보물인 소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빙그레 웃었다. 허술한 외양간에서 전에도 한 번 소가 도망간 적이 있었지만, 옆집의 암소와 사랑을 나누러 갔다는 것이 밝혀져 다들 웃고 말았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덕분에 콩을 한 말이나 얻었다. 이번에도 그런 횡재를 하려나, 복(福)소야, 복소, 그는 한 손으론 두 가닥 염소수염을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론 허리춤을 부여잡고 잠시잠깐 깜박 잊었던 볼일을 보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소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를 제외하고 온 식구가 천지사방으로 돌아다녀 봤지만, 소는 종적이 묘연했다. 이틀째 되던 날, 꼴머슴이 줄행랑을 놓았다. 사흘째 되던 날, 이 남자의 입에서 드디어 불호령이 떨어졌다.
 '몽둥이 가져와!'

 이 때부터 그는 처자식을 패기 시작했다. 소 잃은 건 오로지 처자식과 꼴머슴의 잘못이었는데, 꼴머슴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 몫까지 합하여 김씨의 처와 아들딸은 온몸에 구렁이가 지나가고 오딧물이 뚝뚝 듣도록 맞고 또 맞았다. 남의 집안 일에는 코를 들이밀지 않는 게 동방예의지국의 미풍양속이라 이웃에선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들 혀만 끌끌 찼다. 외양간 고치라는 말도 감히 할 수 없었다. 송아지라도 한 마리 사서 고친 외양간에 다시 들여놓으라는 말도 감히 할 수 없었다. 처자식은 그냥 맞고 또 맞았다. 김씨 성의 염라대왕이 제 풀에 지치거나 싫증이 날 때까지 맞고 또 맞으며 이웃이 들을까 봐 몽둥이 소리보다 작은 신음 소리를 낼 따름이었다.

 마침내 그가 휑 하니 집을 나가서 기생집에 틀어박힐 때까지 그의 처자식은 공포의 밤낮을 보내야만 했다. 전설에 따르면, 딸이 한 명 죽고 아내는 다리 병신이 되고 아들 한 명이 돌아버렸다고 하는데, 아마 그것은 과장일 듯하다. 설마 제 처자식인데 그렇게까지야 했겠는가,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소 도둑질은 김씨의 소행이라고도 한다. 그가 곧 기생에게 한 살림을 내 준 것이 아무래도 의심쩍다는 쑥덕거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도 무책임한 사람들의 입방아가 한 입 두 입 건너면서 잔뜩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그는 집안에선 곧 하늘이었으니까 당당히 소를 내다 팔고 기생과 살림을 차린다고 해서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더니, 1초 안에 전세계의 온갖 시시콜콜한 소문이 TV와 인터넷을 통해 쫙 퍼지는 21세기에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의 그 김씨가 환생했는지, 아니면 그 후손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으나, 전세계 통틀어 인구 비율 구호식품을 2등과 현격한 차이로 내리 10여년 1등으로 많이 받아먹는 북한에 이런 자가 나타났다. 대를 이어 60년 동안 그러고 있다. 동서남북과 하늘과 땅 어디든 얼마나 철통같이 쇠문을 걸어 잠가 놓았는지, 누구도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의 허락 없이는 드나들지 못한다. 그의 권력은 말 그대로 무소불위(無所不爲)라 그 땅의 주민은 한 명도 예외 없이 굶어 죽고 맞아 죽으면서도 방글방글 웃으며 그들 부자의 초상화를 그윽이 바라보며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살아남은 가족이 대신 매를 맞아야 한다! 강제수용소로 끌려 가야 한다! 총살되어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자에게는 전전긍긍 온갖 교태를 지으며 몸을 배배 꼬고 '선하면' 내칠세라 그 자가 입에 달고 다니는 '효도와 화목과 줏대와 화합'을 앵무새처럼 따라하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자기들보다 잘살던 아프리카의 그 어떤 재벌 아들딸 못지않게 잘 먹여 주고 잘 입혀 주고 잘 재워 주고 잘 키워 주고 2차대전 후의 신생 독립국 중 그 어떤 나라보다 건국 그 날부터 오로지 사람의 피만 먹고 자란다는 저 귀한 자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듬뿍 안겨 준 조국과 국민을 집권하자마자 복날에 개 패듯 패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북쪽의 김씨에게 외양간 고치라는 소리, 소를 잃은 건 못난 두 가장 탓이라는 말은 입 밖에도 못 내고, 아무 죄 없는 처자식 제발 그만 패라는 너무도 당연한 소리도 전세계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외치는 데도 가는귀가 먹은 듯 엉뚱한 소리나 하면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크나큰 불경죄라도 되는 듯이 감히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 자를 만나서 그 자가 원하는 대로 보아 주고 들어 주고 약속해 주고 퍼 주기만 하면 만사형통한다는, 그렇게만 하면 평화와 통일이 마른하늘에 번개 치듯이 갑자기 나타나 찬란한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다는 금강석보다 단단한 믿음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방송과 브리핑으로 국민의 귀를 멍멍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이며 무엇이 전설이고 무엇이 실화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장자(莊子)와 나비는 알려나. 
      
                 (2007. 9. 21.)
 
 

[ 2007-09-21, 19:0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 기사목록
  • 이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맨위로

댓글 글쓰기 주의사항


맨위로월간조선  |  조선일보  |  통일일보  |  미래한국  |  올인코리아  |  뉴데일리  |  리버티헤럴드  |  뉴스파인더  |  이승만TV  |  장군의 소리  |  천영우TV
  개인정보취급방침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