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는 화려한 휴가, 북에는 섬뜩한 아리랑
노무현 대통령은 4천만이 말려도 기어코 섬뜩한 아리랑 공연에 연신 눈가를 훔치며 감동의 박수를 보낼 예정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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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억하심정인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나 깨나 대립각을 세우던 노무현 대통령이, 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에서 지상최대 마술쇼를 보게 된 횡재에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는 초등학생처럼 평양의 로열박스에서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게 됐다며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있다. 아마 지금쯤 아메리카의 부시 저택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부시맨 천막에도 알려졌을 것이다.


 아리랑! 듣기만 해도 아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말이 아닌가. 아리랑, 아리랑~! 언제 어디서든 한민족의 원초적 집단무의식을 뒤흔드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키는 데 천부적인 끼와 깡이 있는 김씨공산왕조가 이렇게 기막힌 소재인 아리랑을 가만둘 리 없다. 계급이 있을 뿐, 민족은 있을 수 없는 공산집단이, 손바닥만한 토지를 가진 지주 계급 또는 코딱지만한 가게나 공장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민족의 삼족을 멸하고 삼대를 ‘조지는’ 자들이, 새벽잠을 곤히 자는 부모형제에게 다짜고짜 총부리와 죽창을 들이대던 이른바 혈육에게 간악한 왜놈보다 못한 동족에게 개죽음 당하지 않기 위해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했던 사람들과, 생존권 박탈 및 인권 유린의 온상인‘조선노동당이 싫어요!’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금도 아랫배에 있는 힘을 다 주어 살인마 조승희에게도 차마 못할 욕설을 마구 내뱉는 자들이 언제부터 민족공조요 민족화해요 자주평화를 내세우게 되었나. 불리하면 민족이요, 유리하면 계급이다. 위태하면 평화요, 안정되면 전쟁이다.


 10만 명을 한 몸처럼 움직이는 북한의 집단체조는 2월 16일 김정일 생일과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맞춰져 있다. 내용은 자연히 오직 북한에서만 통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신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김일성은 홀로 일제를 물리친 영웅이요, 홀로 미제와 남조선 괴뢰의 침략을 물리치고 조국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의 신 마르스이다. 대한민국은 미 제국주의에 신음하는 식민지이고 김정일 장군이 이끄는 제2의 조국해방전쟁에 의해 해방되어야만 할 대상이다.


 6개월이 소요되는 혹독한 연습은 무명옷 한 벌 없이 얇은 비날론 옷으로 견뎌야 하는 혹독한 겨울에 절정을 이룬다. 조선노동당이 제공하는 것은 한국의 어린이보다 평균 10센티미터 내지 20센티미터 작은 어린이 한 명 당 하루에 빵 한 개밖에 없다. 평양의 인민반을 중심으로 밤에 국을 끓여 주기도 하는데, 그것도 보통 고역이 아니다. 버스에 싣고 가다가 몽땅 쏟아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 한 달 동안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한다. 몇 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앉아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배설의 욕구를 그 자리서 해결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한두 번 쓰러지는 것은 다반사고 죽어서 소년 영웅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욕설과 매질과 단체기합은 양념이 아니라 주식이다. 아메리카의 흑인 노예 어린이도 이런 고문과 노동착취에 시달린  적은 없다.

 

 몇 년 전부터 당 중앙은 이름을 <아리랑> 공연으로 바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면서 노예 어린이들의 연습과 공연은 이제 2배, 3배로 늘어났다. 돈 한 푼 받지 못하는 프로가 된 셈이다. 


 한 고집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4천만이 말려도 기어코 이런 아리랑 공연에 어깨를 들썩이며 연신 눈가를 훔치며 감동의 박수를 보낼 예정이다.    


 남에서는 <화려한 휴가>가 북의 <아리랑>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김영삼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투옥했지만, 아무리 파고 또 파도 광주‘학살’의 발포 책임자는 가릴 수가 없었다. 발포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민군이 모는 장갑차에 공수단이 2명 깔려 그 중 1명이 죽자 자위수단으로 폭력 시위 진압대가 자연발생적으로 대응 사격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이 1996년이다.


 그 후 호남의 95% 지지를 바탕으로 연이어 두 정권이 들어섰지만, 이에 대한 더 이상의 과거사 정리는 없었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화려한 휴가> 파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진실 조사보다는 발포 명령자는 전두환이라는 신화와 전설을 뭉게구름처럼 안개처럼 눈덩이처럼 키우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문과 소설과 시와 연극과 연속극과 영화로 프랑켄슈타인의 공포를 계속 키우고 군부독재의 극악함에 대한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포상금을 많이 주어도 23명의 군인과 4명의 경찰을 합해서 200명의 희생자 숫자를 넘지 못하는 것도 그들에겐 당황스런 일이다. 그래서 이것도 친일파의 과거를 캐듯이 신문과 방송과 인터넷에서 마구 캐면 최면에서 깬 국민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가능성이 높다. 이 숫자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게 최고다. 그냥 애국가 부르는 비무장 민간인에게 무릎쏴 자세로 드르륵 갈겼다, 그렇게 널리 퍼뜨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고 이미지니까!  


 광주시민의 99.9%는 자유민주를 위해 투쟁했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의 망월동은 거기 영원히 잠든 이들과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광주시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1980년 5월 이후 반미(反美)와 반(反)대한민국의 성역으로 자리잡았다. 이어서 곧바로 친북좌익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과 친지김동(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동지)을 노골적으로 외친 386 운동권과 그에 빌붙은 정치인들이 자유민주의 광주를 친북좌익의 광주로 180도 바꾼 것은 광주 희생자와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다.

  

 <화려한 휴가> 대신 북한판 <킬링 필드>나 <쉰들러 리스트>를 제작하고 상연해야 한다. 1990년대 중반, 10억 달러나 들인 초호화판 무덤에 순장(殉葬)된 300만의 북녘 형제자매들을 사진 찍듯이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한다. 강제수용소에서 또는 고구려의 옛 땅에서 지금도 하루에 광주 희생자의 3배인 600명이 죽어가는 모습을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 줘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4천8백만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되돌아서 영원히 살고, 북한의 2천만이 절망의 벼랑 아래서 생명의 밧줄을 잡고 올라와 기사회생한다.


 <화려한 휴가>가 7백만, 천만을 끌어들여 그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저주하고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거짓 평화와 거짓 민족공조에 최루탄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데 반하여, 북한판 <킬링 필드>나 <쉰들러 리스트>는 10년 20년 후에나 나올까 말까 한다면, 북한 주민 2천만과 탈북자 30만의 생존권 박탈과 인권 유린 그리고 노예 어린이 10만의 피눈물은 그 때까지 연장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의 지옥 체험을 대한민국의 4천8백만이 머잖아 아니 한다는 보장도 없다.


          (2007. 9. 29.)


[ 2007-09-29, 11:43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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