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안 헛다리만 짚은 한국의 지식인
안타깝게도 한국의 주류 지식인은 해방 후 한 번도 제대로 세계사의 흐름을 탄 적이 없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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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운명은 대체로 주류 지식인이 좌우한다. 알고 보면 한국의 잃어버린 15년도 주류 지식인의 작품에 다름 아니다. 몇몇 정치인의 작품이 아니다. 정치인은 주류 지식인의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다. 주류 지식인은 학계와 언론계와 문화계의 안전지대에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일반의지를 집약하고 반복하고 확산한다. 이에 크게 감동 먹은 대학생과 정치 노동자와 정치 백수들이 학생회와 노조와 시민단체를 조직하여 뜨거운 가슴을 거리에서 열어제치고 또 열어제치면, 긴가민가하던 국민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느 순간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고 발로 땅을 구르다가 우르르 붉은 양심을 바꾸어 새로운 일편단심을 고이 간직한다. 그렇게 요지부동의 여론이 형성되면, 민심의 소재를 귀신이 곡하게 잘 알아맞히는 정치인이 화려하게 등장하여  '구국의 길'에 몸을 던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주류 지식인은 해방 후 한 번도 제대로 세계사의 흐름을 탄 적이 없다. 소화도 못한 외국의 서적을 읽고 인용하는 데는 능숙했지만, 그것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줄 몰랐다. 차라리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제시대의 지식인이 훨씬 나았다. 그 때는 친일파도 독립을 바라마지 않았고 한국인이 왜놈보다 능력이든 도덕성이든 훌륭해야 한다는 데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99% 남의 힘으로 해방을 맞이하게 된 이후, 한국의 지식인은 정신적 공황에 빠졌다. 알지도 못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사분오열되어 서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웠다.

 천만다행으로 국제정세와 한국적 현실을 꿰뚫어 본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인이자 외교가인 정치인이 소련뿐만 아니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로 올라섰다. 그가 바로 이승만이다. 그러나 당시에 그를 이해한 지식인은 거의 없었다. 아직도 한국에선 그를 제대로 이해하는 지식인이 극소수의 비주류다. 좌든 우든 중도든 독립운동가든 친일파든 지식인들은 그를 단지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자, 통일을 가로막는 분열주의자 또는 무조건 떠받들면 한 자리 떼어 주는 임금님으로 여겼을 따름이다. 이승만은 때로는 권모술수도 마다하지 않고 비민주적인 비상수단도 아끼지 않고 자유민주(반공)와 경제정의(농지개혁)와 교육혁명(민주시민 양산)을 가르치고 실현하고 일으켜 대한민국을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에 조각배로 태워 보냈다. 이렇게 충분히 할 일을 다한 후에, 그는 저마다 극을 달리는 이상주의에 불타는 지식인들에 의해 쫓겨났다.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식인이 새 정부를 세운 후에는 과히 지리멸렬이었다. 이 때 한 선글라스가 나타났다. 그는 한국호에서 선상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불안에 떠는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세계사의 흐름에 올라서기는 했지만 난파선으로 떠돌던 한국호를 안전한 항구에 급히 정박시키고 새로 수선하고 새로 건조하여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절대 해적선에 잡히거나 난파되지 않고 위태위태한 듯 잘도 항해하는 새 한국호의 선장으로 18년 동안 오대양을 질주했다. 그로 인해 한국호는 난파된 통통배에서 세계사의 오대양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거대한 상선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의 주류 지식인은 이 때도 헛다리만 짚었다. 200년, 300년 피로 얼룩진 중간 과정은 쏙 빼고 화려한 꽃의 겉모습만 보고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졌다고 노골적으로 개탄하거나, 생지옥으로 변한 소련과 중공과 동구와 북한을 유토피아로 확신하고 언젠가는 자신들이 주류가 될 날을 믿어 의심치 않고 점과 선으로 흩어지고 연결하여 강철대오를 만들어 갔다. 대학생들도 자연히 열에 아홉은 이들 중 어느 편에 섰다. 먹고살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는 척했을 뿐이다. 속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독재자'를 욕했다.

 소수지만 위대한 한국호의 선장을 알아보고 그 밑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한 사람들이 있었다. 권력의 편에 섰기 때문에 이들은 소수로서 주류로 보였지만, 대다수 지식인에 의해 어용학자로 업신여김을 당했다. 놀라운 것은 국민들의 대다수는 '어용학자' 편이었다. 자유와 풍요와 가족의 행복과 노동의 기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 년 동안 삼류 인생을 살아야 했던 장돌뱅이와 새로 생긴 공돌이와 어디가나 환영받기 시작한 사장들이 가장 신났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지식인 대접받는 대학생이 되면 달라졌지만, 학생들도 이 때만큼 희망에 부풀어 열심히 공부했던 적도 없다. 놀랍게도 거지와 깡패도 거의 없어졌다. 그들도 노동의 기쁨을 알게 된 것이다.

 선거로 권력의 정상에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정치인들은 특히 야당은 주류 지식인과 늘 한 패였다. 이들 뒤에는 주류 지식인이 끝없이 줄을 대고 있었다. 마침내 이들이 15년 전에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게 이르렀고 주류 지식인은 정말 살 판이 났다. '역사를 바로 세우자! 제2의 건국을 하자! 과거사를 정리하자!'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고 그 이전에 중공이 개과천선했지만, 그래서 그들도 마침내 한국호가 1988 올림픽 이전 약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신나게 항해했던 세계사의 흐름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한국의 주류 지식인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국민의 고개 갸웃거림과 손가락질에 편승하여 15년이 지나 이들이 기껏 이미지 조작하여 내세운 정치인이 이명박, 정동영, 문국현이다. 세계 10위권의 한국호가 통통배에나 걸맞은 선장과, 그를 핵잠수함급 선장이라 칭송하는 벌떼 선상반란자들에 의해 이미 엔진이 몇 개 고장나고 곳곳에 물이 새고 사방에서 어뢰가 몰려옴에도, 한국의 주류 지식인은 대선 파티에만 얼이 빠져서 저마다 제4의 통통배 선장을 옹립하려고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의 주류 지식인이 일제히 몰락할 때가 각일각 다가온다. 
                (2007. 11. 28.)

 

[ 2007-11-28, 23:54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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