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0만 명 저항 없이 줄이는 방법
사립학교를 평준화 대상에서 해제하면 사실상의 공무원 10만 명을 줄일 수 있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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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에 대한 신념은 확고한 듯하다. 총론에 반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공무원도 총론에는 대체로 찬성할 것이다. 개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중앙부처의 통폐합에 대한 인수위 안에는 폐지되는 부서의 공무원이나 좌파 이념으로 무장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우려를 금치 못한다. 실지로 줄어드는 숫자도 과연 얼마나 될까. 어차피 퇴출의 대상은 폐지되는 부서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빼앗을 철밥통(당사자는 이 말에 대해 전혀 승복하지 못할 것이지만)의 숫자가 기껏 7천 개이다. 그 숫자가 좀 성에 안 찬다는 것을 알고 인수위는 강제로 장차 성과에 따라 1%씩 줄인다는 모호한 정책을 언론에 흘린다. 왜 하필 우리 부서냐, 라는 볼멘 소리에 대통령 당선자는 공무원은 개혁이 대상이 아니다, 라는 특유의 수수께끼 말을 하고 있다. 그럼 쫓겨나는 7천 명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고, 포상의 후보자들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통폐합 과정에서 밥그릇 빼앗기는 공무원은 아예 없다는 말인가.

 폐지되는 다섯 부서가 왜 뽑혔는지, 우선 거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념에 따른 것은 얼마든지 이해가 간다. 통일부와 여성부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 대선이 친북좌파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볼 때, 지난 10년간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을 장악하고 재미 본  사람들이 아무리 거세게 항의하더라도 최소한 60% 이상의 국민이 지지할 것이다. 나머지 세 부서는 '작은 정부를 위한 작은 정부'의 대상으로 뽑힌 것이 정치권에 우군이 없는 죄로 곧 고래 권력 다툼에 새우 밥통 터진 것으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승복할 리 없다. 

 장관 숫자를 줄여만 공무원 숫자를 줄일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설명도 없다. 우리는 발표한다, 너희 죄인은 잠자코 오랏줄을 받고, 제3자는 잘하면 국물이 있을지도 모르니 박수나 보내라, 이런 우격다짐으로밖에 안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가 뜨기 전에 신문과 방송, 인터넷 그 어디에서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때문에 공무원이 너무 늘어나 못 살겠다, 저 복마전을 부수고 저 탐관오리를 쫓아내라, 이런 말이나 글은 단 한 줄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통일부와 여성부에 대해서는 그런 말들이 심심찮게 오갔다. 

 신분상으로는 공무원이 아닌데, 실지로는 공무원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공무원증만 없을 뿐 공무원이 누리는 혜택은 고스란히 받는 사람들이 약 10만 명 가량 된다. 그들은 월급을 국가로부터 받으니까, 공무원 아닌 공무원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이 별로 없다. 공기업 종사자는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게 아니니까, 당연히 이에서 제외된다. 누굴까?    
 그들은 사립중고등학교의 교원이다. 평준화 정책을 공사립 가리지 않고 적용하면서 정부는 사립학교 교원의 처우에 고민을 많이 했다. 평준화하면 사립도 공립과 똑같이 등록금을 받는데, 그것으로는 교원들에게 월급도 못 준다. 그래서 이들에게 정부는 공무원과 똑같은 호봉 체계로 월급을 주게 이르렀다. 정년도 보장되었다. 공립으로 적을 옮기는 것도 전면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허용했다.

 예전에 명문사립 중고등학교는 월급이 공립보다 두세 배되는 곳이 드물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강단에 능히 설 수 있는 우수 교사들이 중고등학교에서 교편 잡는 게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 이것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지금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자립형 사립고에서도 교수급 교사가 전혀 뉴스가 되지 못한다. 우수한 학생에 선진국급 교육 환경에 두둑한 월급, 그래서 이런 학교는 정부로부터 보조를 전혀 안 받고도 그런 대로 유지된다. 이런 학교도 OECD 기준에 따르면 사립학교가 아니다. 등록금은 인근 지역의 3배 이하를 받아야 하고 교육과정도 그게 그것이고 교육부로부터 공문을 공립과 똑같이 무수히 받기 때문이다.

 중학교는 이제 사립이 거의 없다. 중학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졌고, 고등학교 입시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공립학교보다 경쟁력 있는 사립학교를 만들기 힘들어서 그럴 것이다. 고등학교는 아직 사립이 다수인 도시가 많다. 80년대 중반만 해도 사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의 평준화 첫 해 9대 공립이란 말이 생겼는데, 그 이전까지는 8개교만 공립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사립이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려 준다. 평준화와 더불어 자율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면서 사립학교는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학급 인원을 줄이지도  못했다. 교육철학을 전혀 구현할 수 없게 되고 후진 양성이란 명예도 없어지면서, 교육 독지가는 아예 대학을 세우거나 학원을 차렸지 사립학교는 거의 설립하지 않았다. 사립마저 아예 공립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국가에 헌납한 것이다. 평준화된 도시에는 더 이상 사립학교가 설립되지 않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새 학교는 모조리 정부의 예산으로 설립되었다. 평준화는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다. 밑도 끝도 없다. 효과도 없다. 평준화 제도 아래서는 차별 있는 교육을 못하니까, 평준화가 원래 목적과는 정반대로 사교육의 원천이 되었다.   

 자유민주의 첫걸음은 개인과 법인의 재산권을 지켜 주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 박근혜 전 대표의 한나라당은 당내 투쟁의 원칙을 처음으로 깨고 추운 겨울에 장외투쟁을 강행한 적이 있다. 평준화로 법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압류 당한 것도 억울한데, 노무현 정부는 형식뿐인 자율권마저 빼앗기 위해 사학재단을 공익의 이름으로 사실상 접수하려고 했던 것이다. 참으로 그 당시 한나라당은 장한 일을 했다. 그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의 한나라당은 사악한 사학법 개정을 온 몸으로 막던 그 한나라당인지 모르겠다.

 자립형 사립고 100개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공립은 또 무엇인가. 우수학생을 사립학교에 다 빼앗기고 나머지 열등학생만 받아서 가르치란 말인가. 전국의 모든 사립고는 평준화에서 아예 풀어 주어야 한다. 박정희 정부 이래 잘못된 재산권 침해와 교육 자율권 원천 박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신 정부가 정중히 사과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는 몇 년의 말미를 주고 예산 지원을 끊어야 한다. 대신 등록금을 자율화하고 선발고사도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사립학교는 이전보다 더 나은 대우를 주며 우수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고, 공립학교의 교사 중에서도 그 쪽으로 가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올 것이다. 공립도 평준화를 보완하여 전체는 아닐지라도 일부 인문계 고교는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 그러면 공사립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고 사교육도 점차 공교육으로 수렴될 것이다.  

 일반 공무원은 강제 퇴출되거나 명예 퇴직하면 갈 데가 없다. 교사는 그렇지 않다.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지 않는 한 거의 대부분 교직에 남을 수 있다. 오히려 평준화가 해제되면 사립에서는 월급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능력 있는 교사는 이를 대대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이렇게 순리로 10만 명의 공무원을 줄일 수 있다. 이게 바로 자유민주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작은 정부이다.
                           (2008. 1. 28.)   

 

[ 2008-01-28, 17:40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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