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미래위원회와 이경숙의 인수위
과학기술의 주춧돌 위에 세워진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는 의회 소속으로 그 결정은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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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의 굿 모닝 인수위가 뜨면서 눈과 산타클로스와 담비의 나라 핀란드가 반짝 뜨고 있다. 휴대전화의 대명사 노키아(담비라는 뜻) 때문이 아니고, 핀란드의 영어몰입교육 때문이다. 유럽에는 한국어와 어족(語族 language family)이 같은 언어가 둘 있는데, 그것은 핀란드어와 헝가리어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영어회화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두 민족의 언어가 영어의 어머니 말 인도유럽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우랄알타이어이기 때문이라는 언어학자의 정설을, 핀란드가 깼다. 그런 점에서 방법만 달리 하면, 한국인의 엽기적인 영어 열등감을 불식시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핀란드의 영어교육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미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 중의 극히 작은 부분이 바로 영어몰입교육이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미래위원회에 대해서 말하려면, 핀란드의 역사와 경제위기를 먼저 알아야 한다. 생뚱맞게 영어교육 하나만을 뚝 떼어내어 역사와 문화와 교육환경이 전혀 다른 한국에 양자강 이남의 귤을 한강의 뚝섬에 심듯이 심기만 하면, 다름 아닌 신화의 사나이 MB가 하는 일이라, 통설과는 달리 기적적으로 탱자가 아닌 오륀지(오렌지가 한국의 표준어임, Hanguk 또는 Goryeo가 아닌 Korea가 미국의 표준어이듯이)가 될 리 없다.   

 한국은 1300년간 단일 언어를 유지한 전세계 유일의 놀라운 문화대국이다. 남북분단 상황에서도 언어는 동일하여 통역이 전혀 필요 없다. 일부 달라진 어휘는 몇 개 추억거리를 만들면, 금방 이해된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민족은 무려 8천만 명이다. 중국의 표준어라고 할 수 있는 보통화(普通話)를 모국어로 하는 인구는 중국 전체 인구의 18%, 약 2억이 조금 넘을 따름이다. 여기에 비하면 8천만은 대단한 숫자다. 한국인의 한국어 사랑은 얼마나 각별한지, 2천 년 동안 한문을 쓰고 35년간 일어몰입교육을 받았지만, 한자는 모조리 우리 식 발음으로 고쳐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었고 공사판이나 당구장에서나 좀 쓸 뿐 일본어는 아예 흔적도 없이 몰아냈다. 미국으로부터 불과 50년간 지배받고는 자기 나라 말을 거의 잊고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꿈꾸고 영어로 말하는 필리핀인과는 전혀 다른 문화민족이 배달민족이다. 남북 아메리카 어디에 잉카 언어, 아즈텍 언어가 남아 있는가. 그리고 거기 어디에 아메리카 본토박이가 국가를 이루고 있는가. 

 핀란드는 공식언어(official language)가 둘이다.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는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핀란드가 약 500년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은 역사의 상처이다. 핀란드의 원수 스웨덴은 러시아에 의해서 쫓겨났다. 핀란드는 늑대 대신 들어선 백곰의 발톱 사이에서 다시 100년간 신음했다. 핀란드가 독립국가를 세운 것은 세계1차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17년이다. 독립국가 핀란드는 북유럽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인구가 적고(현재 520만), 가장 경작지가 작은 나라(국토면적은 일본과 비슷함)였다. 독립은 했지만 경제는 철저히 러시아에 예속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은 소비에트연방이 공산 종주국으로 위세를 떨치던 때도 변하지 않았다.

 1991년 핀란드의 하늘이 무너졌다. 증오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소련이 해체된 것이다. 경제는 즉시 파탄 났다. 복지 국가를 자랑하던 핀란드는 하루아침에 배급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1970년대 영국,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아시아에 쓰나미로 상륙하기 전 1990년대 초 약 75개국의 선진국에 몰아닥쳤는데, 그것이 스웨덴을 거쳐 핀란드에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어디 둘러보아도 희망의 산타클로스는 보이지 않고 헬싱키의 노키아 언덕에 이따금 노키아(담비)만 나타나 사람 속도 모르고 아름다운 털을 뽐내고 있었다. 10여 개의 정당이 난립한 핀란드의 의회는 침 튀기는 말싸움과 피 튀기는 멱살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로 이 때 미래위원회가 떴다. 1965년부터 국민연합당(보수)의 마티 티우리(Marti Tiuri)와 녹색당(진보)의 에로 팔로하이머(Ero Paloheimer)가 좌우의 이념을 초월하여 줄기차게 주장하던 소리가 귀에 가득 찬 귀지 탓인지 무려 30여년 동안 사오정 시늉을 내던 정치인들의 고막에 비로소 따다다 딴, 하며 운명의 진동을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핀란드가 경제적으로 자립하려면, 지식정보화의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미래위원회는 알고 있노라! 들을 귀 있는 자들은 들을지어다! 세계화, 환경오염, 기후변화, 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 정당을 초월하고 부처이기주의를 뛰어넘어 미래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과학기술을 기초로 하는 거대한 덩어리(cluster)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과 산업과 연구를 한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 따로 산업 따로 연구 따로, 이래선 소국 핀란드가 먹고 살 수가 없다.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학교 안에 산업이 있고 연구가 있어야 한다. 산업 안에 교육이 있고 연구가 있어야 한다. 연구 안에 교육이 있고 산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저 동방의 어떤 나라처럼 시시콜콜 간섭하고 사사건건 헐뜯고 눈만 마주치면 핀잔하고 그림자만 스쳐도 호통치고 걸핏하면 예산 깎고 시도 때도 없이 낙하산에 백수건달을 태워 보내는 게 아니라, 손이 발이 되도록 뛰어다니며 도와 주고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 팔이 아프도록 상장과 훈장을 바치는 일을 도맡아야 해야 한다.

  핀란드의 자랑 헬싱키 대학과, 핀란드 주식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키아는 그렇게 해서 환골탈퇴했다. 펄프, 전기, 가죽, 전자 등 이것저것 아무 거나 요행을 바라며 손대던 만년 적자 기업 노키아가 전 세계인이 갖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담비로 거듭난 것은 요행이나 정경유착이나 맨땅에 머리 박기 식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아니라, 과학에서 시작해서 기술로 끝나는 미래위원회의 돼지털(digital)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다.

 교육과 산업과 연구의 핵심은 과학기술이다. 선진 과학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창조하기 위해선 당연히 수학과 영어도 잘해야 한다. 3년마다 고1 학생을 대상으로 OECD에서 실시하는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핀란드는 읽기 2위, 수학 2위, 과학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평가에서도 읽기 1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핀란드는 모든 영역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한국도 성적이 우수하여 2006년에 읽기 1위(한글 만세!), 수학 4위, 과학 11위를 차지했는데, 과학의 추락이 심각하다. 2000년에는 1위였지만, 2003년에는 4위, 2006년에는 11위까지 추락한 것이다. 수능에서 과학과목이 대폭 축소된 탓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고1이 배우는 공통과학을 뺀 나머지를 8과목으로 세분하여 그나마 자연계열만 최대 4과목까지 보는 것을 2과목으로 확 줄이겠다고 한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며!

 핀란드의 영어는 수학과 과학과 기술을 위한 수단(physical language)이다. 역사와 혼이 담긴 핀란드의 문화어(cultural language)는 당연히 핀란드어다. 핀란드어와 나란히 스웨덴어를 500년간 쓰고 러시아어를 100년간 쓴 나라라, 이 때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인 것이 아니라, 철저한 대학교육과 끈질긴 교사 재교육으로 영어 잘하는 선생님을 양성했다. 인적 자원을 최고의 자원으로 생각하는 핀란드는 기존 교사도 누구 한 사람 놓칠 수 없었다. 늙었다고 능력 없다고, 당장 명예퇴직하라고, 신문방송에 대고 연일 도깨비불처럼 눈을 새파랗게 번득이며 목청껏 떠들어 교육에 평생을 바친 교사들의 자존심을 폐휴지 구기듯이 마구 구기는 짓을 하지 않았다. 핀란드는 방송도 많은 프로그램을 영어 방송으로 바꾸는 등 언어환경도 새로 조성했다. 스웨덴어와 러시아어를 쓴 것은 강제로 쓴 것이지만 영어를 쓰는 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교육용으로 쓰는 것이니까, 부담감이 없었다. 이 점,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더구나 핀란드는 한국처럼 교육을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삼으려는 뜨거운 교육열도 없고 당연히 공교육의 틈새를 귀신같이 노리는 거대한 사교육 시장도 없다. 

 저간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경숙의 오륀지 인수위는 핀란드 미래위원회에서 제일 중시 여기는 과학기술을 뺑덕어멈이 심청을 구박하듯이 구박하여 과학과 기술을, 하긴 내 자식이 아니니까, 한 칼에 둘로 잘라 하나는 공양미나 챙기는 교육부의 절 몽운사로 보내고 하나는 빠졌다 하면 헤어나지 못할 지식경제부의 여울 인당수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는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선생님을 단 5년 만에 현재 영어교사 3만 명과 비슷한 2만3천 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한다. 빗발치는 여론에 맞서, 오륀지 여사는 대통령 당선자와 듀엣으로, 자녀를 값싼 국내 학원에나 보내는 이웃을 대한민국의 새 귀족으로서 속으로는 은근히 깔보며 겉으로는 허구한 날 죽는시늉을 하는 기러기 아빠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물의 특별송을 부른다. 절대다수 영어 반벙어리 굼벵이 국민에게 사막을 오아시스로 바꾸는 불도저 추진력이 무엇인지 화끈하게 선보인다.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는 의회 소속(Parliamentary Standing Committee for Futures)이다. 1965년에 시작하여 지지부진하다가, 소련의 붕괴로 1992년부터 탄력을 받아 다시 약 5년이 지나서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인구 5백만의 나라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이렇게 어렵다. 의회의 상임위원회이므로 핀란드의 미래위원회가 결정한 것은 법률의 효력을 갖는다. 핀란드의 정부는 방자가 이 도령에게 하듯이 '예~이!' 하고, 미래위원회의 분부를 공손히 받자와 부리나케 달려가 열과 성을 다해 실천만 하면 된다.

 현재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위원장은 마리아 티우라(Marja Tiura) 여사인데, 그는 최근에 야심에 찬 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과 예술을 하나로 묶으려는  계획이다. 핀란드 국민음악의 아버지 시벨리우스의 꿈과 사랑과 아름다움을 과학기술에 불어넣어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 과학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아름다운 야망이다. 핀란드의 전 국민이 눈을 반짝이며 솔로몬을 찬미하는 시바 여왕의 입술보다 아름다운 그의 입술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이끄는 미래위원회의 치밀한 연구와 용의주도한 계획과 놀라운 미래 예측 능력에 여러 번 감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08. 2. 10.)

     

 


 

[ 2008-02-11, 09:01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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