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출신 장관 1명 없는 실용정부
씨암탉(과기부) 잡아먹고 종자(정통부) 삶아먹고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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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쁜 소식 하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세계 이동통신 역사에서 또 한 번 큰 획을 그었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G7보다 6개월 먼저 세계최초로 3.9세대급 이동통신 시스템(3GPP LTE)을 개발한 것이다. 4세대의 세계표준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과 비교할 때 전송률이 7배나 빠르다. 고속이동(120km/h)에도 초속 30메가바이트의 전송을 자랑한다. 저속이동(3km/h)에는 무려 100Mbps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향링크에서도 65Mbps이다.

 이 기술 하나로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생산유발은 13조 원이 예상되고 고용창출은 6만8천 명이 확실시된다.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시대인 2002년에서 2006년 사이에 삼성전자가 2등(LG필립스)을 3배 이상 앞서며 고소득 일자리 3만7392개를 창출한 것과 비교해 보면, 이미 닥친 두보(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시 읊는 실업자로, 쉽게 말해서 석학 거지로 전국을 떠돌아다님)시대에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오늘 조간을 보니까, 이명박 정부의 장관이 발표되었다. 혹시나 해서 두 번, 세 번 이공계열로 내일 모레 고3이 되는 막내딸과 건축학과에 다니는 큰딸(첫째인 아들은 전자공학 전공으로 군복무 중)과 함께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14명 장관(특임장관 포함) 중에 이공계 출신은 단 1명도 없었다. 물론 사람이니까, 사사오입도 불가하다. 0.00%! 하다 못해 의약학계열도 없었다. 새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 톱 뉴스로 뜰 때는 기대도 않았지만, 8명의 수석비서관이 발표될 때에는 1%의 기대를 했고 오늘은 국보1호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던 애 타는 애국충정으로 10%의 희망을 품었는데, 실용정부는 나의 희망이 아닌 나의 이성적 판단과 일치하게끔 가슴이 뜨거운 문과 출신을 100% 중용했다. 99% 이공계열 출신들이 차가운 과학정신으로 무장하여 자유평등민주통일영어공교육 이런 가슴 울렁거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머리 감기, 화장실 다녀올 때 손 씻기, 길거리에서 침 뱉지 않기, 술 먹고 호연지기 흉내내지 않기, 매일 영어 한 문장 외우기, 매일 수학 한 문제 풀기 등 쩨쩨하고 작은 것을 꼼꼼히 챙기는 과학기술 중국의 수뇌부와 어쩜 이리도 정반대인지 모르겠다.

 전세계에서 가장 시대착오적인 친북좌익을 민족진보라 강변하다가 국민의 바다에 의해 크게 뒤집힌 명분정부의 타이타닉호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1명에서 3명은 꼭 이공계 출신이었다. 육사 및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오명 전 과기부 장관과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386 반딧불이의 노무현 정부에서 태양과 달처럼 빛났었다.  

 포춘(Fortune)지(2008/2/18)를 보니까, 서브프라임 충격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실려 있었다. 그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머크(Merck)사는 2000년에 접어들면서 여러 약품의 특허가 우르르 만료되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때 최고경영자 레이 길마틴(Ray Gilmartin)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연구개발비를 매출 대비 12%(1999)에서 획기적으로 늘려서 20%(2004)까지 끌어올렸다고 한다. 이 소식에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여 주식이 곤두박질쳤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그 때 주식을 안 판 사람은 일확천금을 벌었고! 외환위기 극복한다며 2년 안에 부채비율을 200%로 끌어내리라는 김대중 정부의 비상계엄령에 대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당장 수입이 안 나오는 연구소부터 폐쇄하거나 축소한 것과 선명히 대비된다.

 하긴 김대중 정부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공중분해하려고 시도했었다. 경제통 진념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다 짜서 준비된 경제대통령의 내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1998년 3월). 다행히 이 때는 김종필 총리가 모처럼 어른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군 출신으로서 김종필은 새까만 후배 진념의 종아리를 싸늘한 이성의 회초리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도 국익을 지키는 데 앞장섰다.    

 김대중 정부의 잡학쟁이(과학기술) 천시 정책은 그 후유증이 심각하여 한국의 두뇌유출지수가 급격히 내려갔다. 그 지수는 1995년 7.53으로 곧  해외서 학위 받은 인재들이 1000명 중 753명이 국내로 들어오길 원하여 세계4위를 기록했으나, 2006년 4.91로 뚝 떨어져 세계적 고급인재 1000명 중 491명만 들어오고 있다(세계38위). 이공계 최우수 학생들이 전국 어디를 가리지 않고 의대와 약대로 몰리는 것도 이 때부터 생긴 일이다. 

 미국 회사의 예를 하나 들었거니와, 국내에는 그보다 장한 일이 있었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핵심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IT분야에서 빌 게이츠를 오히려 능가한다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 윤종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일찌감치 6만여 명의 인원을 4만여 명으로 줄였지만,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더 늘리고 연구개발요원도 더 늘려 이제 8만여 명(국내)으로 늘어난 임직원 중에 약 40%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이제 삼성전자는 박사만 3천여 명으로 서울대 교수보다 많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9.5%로 5조5800억 원이다(2006). 미국 특허도 급격히 늘어나 2005년 1641건 세계5위에서 2006년 2665건으로 세계2위로 성큼 올라섰다. 2006년 정부 전체의 연구개발비가 6조2200억 원이니까, 삼성전자 한 회사의 그것밖에 안 된다. 이른바 쓰리 대박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휴대폰, LCD로 달러 송유관을 구축하여 열에 아홉 외국에서 번 돈으로 2006년 법인세만 1조6천억 원을 납부했다. 이보다 더한 사회기여가 어디 있으며 이보다 더한 애국이 어디 있는가. 이 참담한 취업= 88만 원인 이태백 시대에!

 평등지상주의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균형개발의 호루라기로 세계가 서로 오라고 붉은 양탄자를 깔고 기다리는 회사로 하여금 공장 못 짓게 집요하게 방해한 것과 지역개발 공약 남발로 땅값 왕창 올린 것과 시민단체의 총채를 빌어 의혹의 먼지를 구름같이 피워 올려 미국과 일본, 대만 등 세계의 경쟁업체가 어부지리를 취하게 만든 것뿐이다. 

 실용은 곧 과학정신이요, 실용은 곧 기술개발이요, 실용은 곧 법치요, 실용은 곧 경영이다. 이 중에서 이명박 정부는 하루 잘 먹고 하루 잘 사는 듣도 보도 못한 실용경영에만 몰두하는 듯하다. 씨암탉(과기부)을 잡아먹고 종자(정통부)를 삶아먹고, 이제 농사(2차산업과 1차산업)는 작폐하고 21세기의 첨단 서비스업에 집중하겠다고 수려한 자연과 우수한 인재를 대대적으로 개발하여 관광업과 토목사업과 영어안내업을 세계제일로 만들겠다고 세계를 향하여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하이, 서울! 하이, 코리아!
                   (2008. 2. 15.)        
 
 

[ 2008-02-15, 14:02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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