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년: 1보 전진, 2보 후퇴
이명박 정부는 자신부터 정통우파로 거듭나야 한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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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늘 아슬아슬 승부를 다투었지만, 이명박 후보는 2등과 더블 스코어를 내는 바람에, 참혹한 결과로 넋이 달아난 '아차'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배려하여 도리어 표정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 이전에는 늘 아차 후보가 마음속으로는 결과에 승복을 못하고 어금니를 악다물고 5년 후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너무 차이가 커서 도리어 '아차차' 후보가 일찌감치 차기 대회전(大會戰)에 교두보를 확보했다. 아차 후보는 야권과 북한에서도 바로 잊혀졌다. 신언서판(身言書判)에 자신 있었던 그가 어느 여고에 일일 교사로 좋은 말씀 들려 주러 갔다가, 그런데 누구세요, 라는 말을 듣고 황당해 하던 표정이 오버랩되었다.       

 

 환호는 한 달도 못 갔다. 인수위원회를 바라보던 국민의 눈이 그렇게 빠르게 싸늘해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취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불길의 조짐이 전국을 강타했다. 내외의 적들에게 4번(1592년, 1636년, 1910년, 1950년)이나 넘어갔지만, 그리 멀쩡하던 6백 년 도읍의 관문(關門)이 흉측한 잿더미로 화한 것이다.
 --국민 성금으로 지으면 된다!
 아마 이 말에는 국민의 90%가 분노의 눈길을 던졌으리라. 무의식중에 드러난 불도저의 실용 가치관에 경악했다. 더군다나 그는 서울시장 시절 문화재 예산을 줄인 최고 책임자였다. 

 

 그 즈음 잠시 결집했던 정통우파가 급격히 비판세력으로 돌아섰고, 망연자실 주춤했던 친북좌파는 방송과 인터넷과 거리를 다시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선언한 선진화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싱싱 바퀴에 번쩍번쩍 8기통 엔진을 달아 줘야 할 여의도는 꽃 피는 4월에 여당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분오열된 웃음꽃이었다. 친꽃, 반꽃, 박꽃, 연꽃, 대꽃, 명꽃, 이꽃, 저꽃은 아니나 다를까, 2002년에 크게 피어 올랐던 촛불이 다시 한 번 지펴지자 허둥지둥 숨기 바빴고 구경하기 바빴고 코웃음치기 바빴다. 분열된 다수는 결집한 소수에게 따끈따끈한 밥이었다.

 

 1년 만에 지지율이 20%에서 30%로 간신히 올라서자, 청와대 홍보실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그러나 선진화의 불도저는 곳곳에 멈춰 서 있다. 과감하게 여기저기 투입은 했지만, 토지보상도 안 되고 건축 허가도 안 나고 설계도도 미완이고 뒤처리와 마무리를 담당할 인력도 배치되지 않고 무엇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도저가 할 일은 거의 또는 아예 없다.

 

 대한민국은 친북좌파의 16년 활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통우파가 70%를 차지한다. 이명박 정부는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과 선진화는 '새벽종'과 '아침이슬'을 동시에 끌어안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내포하지만, '아침이슬'로부터 일제히 냉소와 비아냥거림만 살 뿐이다. 동시에 '새벽종'의 절반 이상으로 하여금 먼 산을 보면서 뒷짐지게 만든다. 80점을 목표로 하지만, 20점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열 걸음을 목표로 하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두 걸음 물러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2년차는 왠지 좋아질 것이고, 하반기에는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고, 집권후반기에는 경제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극복할 것이고, 안보위기를 소리소문 없이 잠재울 것이고, 사교육을 근절할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이런 자유 착각은 1년의 시행착오 후에도 문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수 충성파에 둘러싸여 만기친람(萬機親覽)하려는 자라투스트라 권력의지에 사로잡혀 있다.
--다들 입 다물고 나를 따르라!
--나는 여러 신문의 1단 기사까지 다 읽는 사람, 내 앞에서 아는 척하지 말라.
--나는 풀빵 팔아 학교 다닌 사람, 가난한 사람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나는 산업화의 신화이자 민주화의 전설, 내 말대로 하면 선진화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

 

 미안하지만 충성파가 과연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바른 소리 못하는 자는 충성파가 아니라 아첨꾼이다. 1년 내내 지켜보았지만, 아니되옵니다, 라는 소리가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조선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 좌파정부도 최소한 당내 파벌은 다 아울러 잘못된 목표일망정 방송과 신문과 영화와 인터넷의 지지를 대거 확보했다. 친북좌파의 샛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들은 마구 대들었다. 한미FTA와 이라크 파병이 대표적인 경우다. 친북좌파는 자신들이 밀어서 국가 원수로 만들었지만 그의 대한민국 살리는 길을 격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선 정통우파의 대로에서 아무리 벗어나도 고위공직자 중 볼멘 소리 한 번 내뱉는 사람 한 명 없다. 승리 후 바로 찬밥 신세로 전락한 당내 최대 파벌과 아스팔트 우파가 어려울 때마다 정의의 횃불을 들고 대신 싸워 줄 따름이다.  

 

 정통우파 70%의 지지를 끌어내고 친북좌파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면, 무엇보다 북한인권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김정일의 거짓을 폭로하고 김정일의 폭력에 산처럼 맞서야 한다. 김정일 독재세력과 친북좌파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반대하고 잡아들일 게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서 북으로 풍선을 날려야 한다. 대북 진실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 통일부를 북한인권부로 바꿔야 한다. 300만을 굶겨 죽이면서 핵무기를 개발한 독재자가 무엇이 두려워서 핵을 포기하겠으며, 무엇이 아쉬워서 비핵개방3000을 벙글벙글 받아들일까.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김정일은 핵주도권을 쥐고 16년간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도 주머니 안의 공깃돌 만지작거리듯이 농락했다. 그것만 쥐고 있으면 쌀도 나오고 기름도 나오고 달러도 나오고 캐비아도 나오고 코냑도 나오는데 벤츠도 나오고 뭐 안 나오는 게 없는데, 김정일이 무엇이 두려워 핵무기를 포기할까. 300만의 노예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 안 하는 자가 고작 벌레 같은 노예들을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말에 혹하고 넘어갈까. 정부가 앞장서서 매년 국가 예산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1천억 원만 써서 북한인권을 세계만방에 속속들이 알리면, 김정일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거들떠보지도 못하고 친북좌파는 촛불과 화염병을 쳐다도 못 본다. 그들 사이의 연결고리가 단번에 끊어진다. 진실은 그렇게 무섭다. 막강하다. 진실이 곧 힘이다. 

 

 경제만 살리면 절로 좌우 양쪽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을 것으로 80%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보는데, 그건 모래 위에 만리장성 쌓기다. 친북좌파의 아성이자 대한민국의 최대 기득권인 노동조합에 작은 주사바늘 하나 못 꽂으면서 어떻게 경제를 살리려는가. 사사건건 발목이나 잡힐 따름이다. 1보 전진 2보 후퇴만 있을 따름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명박 정부는 자신부터 정통우파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축허가이다. 건축허가도 안 났는데, 불도저부터 몰고 가서 산을 깎거나 집을 허물거나 논을 파헤치면, 일 잘한다고 박수 보내는 게 아니라 주인과 주민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수갑을 채워 잡아간다.    
         (2009. 2. 25.)


 

[ 2009-02-25, 14:5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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