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경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무늬만 경제 대통령이다. 알고 보면 전형적인 정치 대통령이다.

최성재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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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연이어 정치 대통령을 세 명이나 직접 겪어 본 후에야, 국민은 오뉴월에 서리 내리듯 매정하게 무늬만 민주 세력에게 등을 돌렸던 것이다. 김대업 방송도 효순미선 인터넷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국민의 귀에는 철 지난 매미소리요, 국민의 눈에는 증권시장 폐장일에 어지러이 뿌려지는 종잇조각이었다. 정치 전성시대 15년은 너무 길었다. 처음에는 안 먹어도 배불렀지만, 시간이 갈수록 국민은 식상하고 신물 나고 불안해졌다.

 

 민주 깃발로 나라 말아먹고, 민족 타령으로 인간백정을 도리어 태양왕으로 떠받들어 바리바리 독재유지용 조공을 바치고, 민중 구호로 여의도에서 부안까지, 서울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서 시골 변두리 경찰 지구대까지 전국을 온통 깽판으로 만들자, 방송과 인터넷에서 고장 난 전축을 틀듯 국민 선생님과 바보 오빠의 정통성과 업적을 되풀이하여 띄울수록 역효과가 일어났다. 세 정치 대통령의 무능과 위선과 독선에 진절머리가 났던 것이다. 국가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개인 자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일자리는 하늘의 별로 멀어지자, 국민들은 제발 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목구멍 포도청 문제나 해결하라는 지엄한 명령을 내렸다.

 

 이명박 후보는 747공약으로 국민의 마음을 풍선에 매달아 제트기류에 실어 올렸다.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30여년간 지속된 세계1위 경제성장률의 영광을 되찾아, 일개 건설회사의 돌격대장(총사령관은 따로 있었음)이 아니라 나라 경제의 선장이 되어 선진국의 피 튀기는 레드 오션(red ocean)에서 날개 단 위그선처럼 휙휙 날아가겠다는 공약이었다.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국민들은 별로 따지지 않았다. 고도성장하겠다는 말만으로도 기특했던 것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이 공약은 정부든 국민이든 야당이든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애초부터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던 데다가, 세계금융위기가 면죄부를 준 셈이다.

 

 2009년에는 경제성장률이 호언장담한 7%가 아니라 0.2%였지만, OECD 중 3위라며 이명박 정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1인당 국민소득은 목표치 4만 달러에 넘사스러운 1만7175달러이다. 세계적 호황 시절에 홀로 죽을 썼던 노무현 정부도 2007년에는 2만169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른바 경제 대통령이 2년간 경제에 대해 자화자찬하면서 1달러라도 늘리는 게 아니라 4520달러나 까먹었다.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반의도적 환율상승 탓이 크다고 어깨에 힘을 넣지만, 원래 목표는 747공약에도 보듯이 수출도 왕창 늘리고 국민소득도 억수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계 금융위기에도 2만 달러 이하로 내려가지는 말아야 했다. 실질 실업률은 10.36%에 이르지만, 통계수치를 들먹이며 그만하면 선방했다고 홍보하고 한 달 내에 정부재정을 풀어 1%나 낮춘다며 기세등등하다.

 

 장기계획이 없다. 작은 정부를 내세우고는 이전보다 훨씬 큰 정부가 되어 정치 대통령들보다 국가부채를 더 가파르게 늘리며 정부재정 팍팍 푸는 것이 가장 큰 정책이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여 국가부채 비율이 낮다며 뻣뻣하게 해명하는데, 그것은 논리의 비약이요 남의 공(功) 가로채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따지면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다. 현재 국가부채 366조 원 중 310조 원이 그 이후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속도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돼지국가(PIGS: 포르투갈,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를 따라가는 건 시간문제다. 6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고성장 시절에는 경제 대통령들이 지금과 달리 국방비를 넉넉히 확보하고도 국가 부채는 거의 늘리지 않았다. 1% 경제성장률이면 국부(國富)가 10조 원 정도 늘어나는 셈인데, 2009년은 0.2% 성장(2조 원 증가)에 국가 부채는 57조 원 늘어났으니까, 사실상 마이너스 5.5% 성장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도 한때 세계 10대 은행의 8개를 소유할 정도로 돈이 넘쳤던 일본이 GDP 대비 세계 1위 국가부채 국가로 전락하고 20년 장기불황으로 빠져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 국토 파헤치기 사업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그것은 통계수치 놀음에 적절한 일시적 일자리 창출용 대토목공사다. 4대강이다, 세종시다, 새만금이다, 기업도시다, 신도시다, 혁신도시다, 자유도시다, 한 해에 20조 원에서 40조 원의 토지보상비를 지불하며 분양도 안 되고 입주도 안 되는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두바이판 사업을 벌이기에 바쁘다. 그것도 2년이 지나도록 합의를 못 보고 야당과 여당, 정부와 여당, 또는 여당끼리 허구한 날 싸우기에 바쁘다. 야당은 이전 정부의 토목공사가 대한민국을 살리는 일이라 주장하고, 여당은 현 정부의 토목공사가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여당 안 소외 그룹은 야당 편이다.

 

 영종도는 지금쯤 동북아 서비스 중심도시로 급속히 자리 잡을 시점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무지개 청사진과는 달리 외자 유치가 거의 안 되고 있다. 내국인의 유령 아파트 단지나 듬성듬성 들어설 모양이다. 말만 자유도시지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핵심인 의료와 교육에 기기묘묘한 한국표준을 강요하니,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세계 1위 인천공항에 걸맞은 영종도 자유도시가 성공하려면, 싱가포르나 중국의 심천 경제자유구역처럼 말 그대로 자유도시여야 한다. 영종도에 외국인이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는 것은 북한의 철조망 경제자유구역에 한국의 일부 한계 중소기업이 남북교류협력기금 화수분을 바라고 들어갈 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서비스 종사자의 비중이 70%를 넘어서려면, 각종 규제를 OECD 기준 또는 그 이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면 실업률이 3% 이상 확실히 떨어진다. 경제성장도 절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중도를 내세우며 범야권이 주장하는 논리에 고개를 숙여 옛 규제는 그대로 두고 새 규제는 추가하여 결국 하나마나한 결과만 낳는다. 방송과 금융과 노동시장이 그렇다. 곳곳에 독특한 독소조항을 집어넣는다. 지식정보시대에 황금알을 낳는 교육에는 이전보다 더한 규제를 남발한다. 노무현 정부도 감히 못하던 규제를 전격적으로 강제하며 퇴임 후에 길이길이 박수 받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영화 [아바타]가 공전의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2차원 필름을 3차원 필름으로 바꾸는 독보적인 기술 우위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호황을 맞이한 삼성그룹 전체가 올해 고용하는 3500명에 맞먹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는 최고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물리친 것은 미국특허가 2009년 IBM 4843건에 이어 4049건으로 2년 연속 2위를 차지한 것에서 가장 큰 동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3위는 천하의 MS인데 3157건으로 삼성전자와 약 1천 건이나 차이난다. 소니는 2008년보다 크게 성장했지만, 7위 1829건으로 삼성전자의 절반도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말만 요란하지 과학기술은 후순위다. 세계가 부러워하던 과학기술부를 아예 정부 부서 중 제일 엉터리인 교육부에 합쳐 버렸다. 창의재단이다 하여 생색은 크게 내지만, 국가의 연구개발비로 겨우 삼성전자 한 회사 정도밖에 배정하지 않는다. 이전의 정부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초대형 토목공사 하나만 줄여서 그 예산을 연구개발에 투자해도 국민 전체가 10년은 먹고 살 수 있는 기술을 무더기로 개발할 수 있다. 그러면 실업의 공포에 시달리는 석박사 고급 인력에게 일자리를 왕창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70년대 80년대처럼 우수학생들을 공대와 자연대로 대거 유인할 수 있다. 인문학과 사회학과 예술에도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넉넉히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한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한 단계 도약 시킬 수도 있다. 하드웨어에 이어 소프트웨어도 세계적 강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효과가 다음 정부 내지 다음 다음 정부에 드러날 일은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으로 입막음용으로 선전용으로 생색만 낸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은 무늬만 경제 대통령이다. 알고 보면 전형적인 정치 대통령이다.

      (2010. 3. 28.)

[ 2010-03-28, 15:27 ] 트위터트위터  페이스북페이스북   네이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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